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366)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367화
개꿀이고요 (1)
고통이 몸을 잠식한다. 정신을 능멸하며, 사고를 찢어발긴다.
“아, 아아.”
고통의 성좌는 입을 쩍 벌리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아프다.
그 외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아프고, 아프고, 아파서.
지금 이 순간에도 숨을 쉬고 있는 자신이 증오스럽게 느껴졌다.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인마.”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누군지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을 떠올릴 사고가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그 말의 의미만은, 그 말이 담고 있는 끔찍한 사실만은 전달되었다.
“시작도… 안 했다고?”
그게 무슨 소리인가. 그게 무슨 말도 되지 않은 개소리란 말인가.
시작도 안 했다니.
이미 그는 아득히 전에 한계를 넘었다.
‘뭐야 이건.’
대체 뭐기에, 이토록 고통스럽단 말인가.
단언컨대 그는 이러한 고통을 경험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신화(神話)의 시절부터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그가 느껴왔던 고통이 하찮게 느껴질 정도의 끔찍한 통증이었다.
‘대체 인간이 어떻게.’
이런 고통을 견디고 살아남을 수 있단 말인가.
아니, 인간의 문제가 아니다.
신격을 지닌 신조차 이 아득한 고통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것이다.
사지를 바들거리며, 바닥을 기어 다닐 것이다.
“크악, 아, 아으악.”
활처럼 몸을 비튼다. 사지를 펄떡이며 거품을 토해냈다.
그나마 똥오줌을 지리지 않을 수 있던 이유는 그가 신격을 지닌 신이기에 배변 활동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만, 그만….”
애원했다.
압도적인 고통 앞에서 그는 애원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가 자부하던 고통 내성도, 중상(中上)급에 도달한 신격도 아무런 쓸모없었다.
“크흑! 쿨럭! 아, 아아.”
“뭘 그렇게 지랄발광을 떨어. 이제 막 1분 정도 지났는데.”
“…1분? 1분이 지났다고?”
그럴 리가.
이미 억겁의 가까운 시간을 고통 속에서 몸부림친 것 같은데, 고작해야 일 분이 지났을 뿐이라고?
고통의 성좌는 두 눈을 부릅뜬 채, 절망 어린 표정으로 절규했다.
1분이 지났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 이 아득한 고통보다, 이 고통이 계속해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공포가 더욱 커졌다.
‘끄, 끊어야 해.’
저 정신 나간 인간과의 동조를 끊어야 한다.
감각의 공유를 멈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끄, 끝나지 않을 거야.’
이 고통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 으.”
몸을 일으킨다.
미친 듯이 떨리는 손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천천히 앞으로 손을 뻗었다.
‘권능을….’
거두겠다.
인간과 자신 사이에 이어진 마기의 연결을 끊어냈다.
아니,
끊어내려 했다.
“어딜 빤스런하려고.”
강우의 입가가 비틀어 올라갔다.
탈태의 미칠 듯한 고통 속에서도, 고통의 성좌가 자신과의 ‘연결’을 끊어내려고 하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판을 벌여두고 혼자 도망치려 하다니.
‘그렇게 둘 수는 없지.’
강우는 낄낄 웃었다.
자신의 몸에서 빠져나가려고 하는 고통의 성좌의 마기에 자신의 마기를 살짝 침투시켰다.
두 마기가 서로 격렬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강우의 몸속에 들어온 고통의 성좌의 마기가 서서히 그의 마기와 섞이기 시작했다.
몸속에서 하나로 섞인 고통의 성좌의 마기를 ‘제어’한다.
“커헉! 크아아아아!”
빼내려고 했던 마기가 그의 의지를 거스르는 감각에, 고통의 성좌는 비명을 토해냈다.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강우를 바라보았다.
“뭐, 뭐야.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권능을 거두는 것을 억지로 틀어막다니.
자신의 마기를 다른 존재가 제어하다니.
있을 리 없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혼란이 그를 집어삼켰다.
“어, 어떻게?”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문장이 되지 못한 의문만이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강우는 태연한 표정으로 답했다.
“뭐긴 뭐야.”
빠져나가려는 마기를 제어해서 붙잡아둔 거지.
“내 마기를 제어해서… 붙잡아뒀다고? 개, 개소리하지 마라!! 대체 무슨 수로 타자(他者)의 기운에 간섭한단 말이냐!”
절규하듯 외쳤다.
마기라고 해서 모두 같은 마기가 아니다.
마력도, 성력도 마찬가지.
모든 힘은 고유한 성질을 갖는다. 특성을 갖는다.
같은 원리로 같은 현상을 일으킨다고 해도.
그 근본은 모두 같은 힘이라고 할지라도.
다르다.
인간이 생물학적으로는 같은 인간이라고 할지라도 서로 다른 것처럼.
마기 또한 고유의 패턴과 성질을 가지고 있다.
“뭐, 이건 별로 어렵지 않던데.”
강우는 어깨를 으쓱였다.
고유의 패턴과 성질을 지닌 마기를 제어하는 것.
그것은 그에게 있어서 딱히 어려운 난이도의 문제는 아니었다.
늘상 해오던 거니까.
만 년이라는 아득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아주 작은 단위로 마기를 조종하면 할 수 있어.”
“…뭐?”
“고유의 패턴과 성질이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작은 단위로 컨트롤하면, 타자의 기운도 제어할 수 있다고.”
“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고유의 패턴과 성질이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작은 단위로 컨트롤 한다고?
말도 되지 않는 개소리였다.
물질을 원자단위로 쪼개면 어차피 똑같다는 말과 뭐가 다른가.
애초에 마기라는 힘은 그렇게 다루는 것이 아니다.
팔을 움직일 때 근육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생각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듯, 마기 또한 그 작고 미세한 움직임 하나하나를 생각하며 다루는 것이 아니다.
“그게….”
그딴 미친 짓이.
가능할 리가 없다.
가능해서는 안 된다.
“너는….”
뭐냐.
“대체 뭐야, 넌.”
들어본 적 없다. 상상조차 해본 적 없다.
대체 어디서 저런 인간이 나타났단 말인가.
가이아의 권속?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저건’ 다른 누가 다룰 수 있는 종류의 괴물이 아니다.
설사 그것이 한 별을 지배하는 신이라고 할지라도.
“누구냐고, 물었다!!”
공포에 전신이 떨린다.
따다다닥. 시끄럽게 이가 부딪힌다.
이런 공포를, 이 정도의 공포를 다른 누군가에게 느껴본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다.
시야가 흔들리며,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너도 알고 있잖아? 가이아 님의 충실한 사도이자, 빛의 수호자지.”
“헛소리!!”
“아니 이 개새끼가 말해줘도 아니라고 할 거면 뭐 하러 물어봐?”
기껏 친절하게 대답해 줬더니.
강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고통의 성좌를 바라보았다.
“이, 이익.”
고통의 성좌는 이를 악물며 어떻게든 강우에게 넘어간 자신의 마기의 제어권을 되찾으려 했다.
강우는 픽 웃었다.
‘슬슬.’
나도 각오할 때인가.
강우는 느긋이 몸을 풀었다.
바닥에 누워, 대(大) 자로 팔을 벌렸다.
탈태를 시작한 지 5분.
슬슬 ‘고비’가 찾아올 시간이었다.
“어서 네 정체를 밝….”
“어이, 썩은 토사물처럼 생긴 아저씨.”
“뭐, 뭐라?”
너 신화시절부터 있었다며.
나보다 나이 많을 테니 아저씨 맞지.
“너도 준비하는 게 좋을 거야.”
“준비?”
“뭐, 준비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강우는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우드득! 우드드득!!
“크아아아아아아악!!”
“씨발 존나 아파!!!”
끔찍한 파골음과 함께, 처절한 비명이 산 정상에 울려 퍼졌다.
* * *
“어이, 아저씨.”
“아, 아힉, 아.”
“아저씨, 일어나 봐요, 아저씨.”
이런 곳에서 주무시면 감기 걸려요.
강우는 바닥에 쓰러진 고통의 성좌를 발끝으로 조심스럽게 건드렸다.
물컹.
“아, 씨.”
썩은 고름이 신발 끝에 묻었다.
변기가 범람하며 흘러내린 똥을 밟은 듯한 감각이랄까.
더 없이 개 같은 기분이다.
“야, 일어나 보라고!”
강우는 바닥에 쓰러진 채 움찔움찔 몸을 떠는 고통의 성좌를 향해 마해의 열쇠를 망치의 형태로 만들어 휘둘렀다.
철퍽!
고름이 사방에 튄다.
“씨바!”
개더러워!
강우는 확 올라오는 악취에 있는 대로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아, 으. 아.”
고통의 성좌는 망치에 정통으로 얻어맞고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의 눈에서는 더 이상 지성의 흔적을 찾기는 힘들었다.
“아… 정보 캐낼 게 많았는데.”
강우는 일이 꼬였다는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아무리 그래도 고통의 성좌라는 놈이 탈태 한 번에 지성을 상실할 정도로 쇼크를 받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냥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혼돈 스킬로 때려잡았어야 했나.’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후회는 늦다.
“후우.”
깊은 한숨이 흘러나온다.
한 가지 더 문제가 있다.
“…….”
고통의 성좌를 내려다보는 강우의 눈빛에 갈등이 서렸다.
“아….”
머리를 움켜쥔다.
“이걸 먹어, 말아.”
포식의 권능을 사용하고 싶지도 않을 만큼, 너무 더럽게 생겼다.
아니 더럽게 생긴 건 둘째 치고 악취가 정말 견딜 수 없는 수준이다.
‘이 새끼 진짜 똥물의 성좌 뭐 이런 거 아냐?’
한숨이 절로 흘러나왔다.
다된 음식을 변기에 빠트리기라도 한 기분.
그것도 흔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닌 최고급 재료로 만든 값비싼 음식을.
‘일단 무조건 먹는 게 맞긴 한데.’
먹기 싫다.
진짜,
진짜 너무 싫다.
강우는 갈등 어린 시선으로 고통의 성좌를 내려다보았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하아. 씨이바.”
고작 더럽다는 이유로 악의 성좌를 포식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불길의 권능.’
화르르륵!
강우는 샛노란 화염을 뿜어내어 고통의 성좌의 몸을 불태웠다.
“아, 아아.”
몸이 불에 타고 있음에도 고통의 성좌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직 목숨만 붙어 있을 뿐, 사실상 시체나 다름없는 상태.
강우는 깊게 숨을 들이쉰 후 포식의 권능을 사용했다.
-우드득! 우득!
“우웁!!”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역한 냄새가 속을 뒤흔들었다.
온갖 썅욕이 머릿속에 몰아쳤다.
“개, 씨, 으어!”
탈태를 했을 때보다 오히려 괴롭다는 듯 오만상을 찌푸리며 바닥을 굴렀다.
그때였다.
“괜찮으십니까?”
갑작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강우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아무리 포식의 권능을 사용하고 있던 도중이라고 하지만 이 정도로 접근할 때까지 눈치채지 못할 줄이야.
변명할 것 없는 실책이다.
‘응?’
고개를 돌린 곳에 보인 것은 열 장의 날개를 지닌 천사였다.
‘열 장의 날개라면….’
그가 듣기로는 라키엘을 제외하면 열 장의 날개를 지닌 천사는 한 명밖에 없다.
강우의 눈이 반짝였다.
사고(思顧)가 무서운 속도로 가속한다.
강우는 고개를 내려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탈태를 마친 직후이기 때문일까, 전신에 피와 살점이 가득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위색의 권능을 통해 피의 색을 바꿔둔 덕분에, 피도 붉은색이었다.
‘이건.’
이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당신은….”
열 장의 날개를 지닌 짧은 금발의 천사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강우에게 다가왔다.
일순, 천사는 크게 눈을 떴다.
“가이아 님의 권속이시군요.”
점잖은 목소리.
하지만 예의 바른 그 태도 속에는 왠지 모를 철저함과 냉혹함이 느껴졌다.
“쿨럭! 크으, 그, 그렇습니다.”
강우는 가슴을 움켜쥔 채 고개를 끄덕였다.
금발의 천사가 다가왔다.
“부상이 심하시군요.”
“괜찮… 쿨럭!”
“조금 누워계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강우가 상처를 입었다는 것을 알자, 금발 청년의 경계가 살짝 누그러졌다.
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누웠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당신은….”
“미카엘이라고 합니다, 오강우 씨. 당신에 관한 얘기는 우리엘에게 들었습니다.”
“그렇, 군요, 쿨럭!”
“…….”
미카엘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곳곳에 남아 있는 격렬한 전투의 흔적.
하지만 적의 시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쿨럭! 쿨럭!”
강우가 피를 토하며 몸을 비틀었다.
그의 등에 깔려있던 무언가가 미카엘의 앞으로 굴러갔다.
“이건….”
미카엘의 눈이 커졌다.
산탄젤로를 습격한 정체불명의 존재들.
그들이 쓰고 있던 가면의 파편이었다.
가면의 파편이 나뒹굴고 있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였다.
“혹시 산탄젤로를 습격한 존재가 누군지 보신 겁니까?”
“그렇, 습… 쿨럭!”
강우가 더욱 거칠게 피를 토했다.
미카엘을 잠시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갈등에 잠긴 듯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이걸 드세요. 상처가 나을 겁니다.”
미카엘이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내밀었다.
오로라처럼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액체가 담긴 병이었다.
강우는 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들어 병을 받았다.
꿀꺽, 꿀꺽.
액체를 마셨다.
-띠링.
[‘용신(龍神)의 보은’을 섭취했습니다.] [모든 상처와 피로가 회복됩니다.] [모든 스탯이 영구적으로 5증가하며 마력의 격과 제어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용언마법을 터득하였습니다.]‘개꿀이고요.’
강우는 벌어지려는 입가를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그냥 반응 좀 보려고 한 거였는데.’
예상치도 못한 수확이었다.
“하아, 하아.”
“상처는 어떻습니까?”
“수, 순식간에 나았습니다.”
강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미카엘에게 옷을 들춰 몸을 보여주었다.
그의 몸에는 피만 잔뜩 묻어 있을 뿐 상처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당연하지.’
원래 상처가 없었으니까.
강우는 근질거리는 입을 다물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이제 슬슬.’
미카엘이 이런 보물을 사용하면서까지 그를 구한 이유를 말할 것이다.
“산탄젤로를 습격한 이들은 누구였습니까?”
역시.
강우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악신 루시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