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39)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4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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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김시훈은 딱딱한 돌바닥의 감촉을 느끼며 눈을 떴다.
‘무슨 일이지?’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은 파티원들과 헤어진 후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뭐지?”
기억은 거기까지.
정류장으로 향하고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기억이 아무것도 나지 않았다.
김시훈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한 시간 정도 지났네.”
마지막으로 확인했던 시간에서 한 시간 정도 시간이 흘러 있었다.
“읏…!”
그 기억에 대해서 떠올리려고 하니 갑작스럽게 머리에 찌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김시훈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움켜잡으며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기절이라도 한 건가?”
오늘 게이트에서 만난 정체불명의 괴물.
자신은 그 괴물을 상대하다가 정통으로 괴물의 공격을 허용해 버리고 말았다.
‘위험했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그만큼 그 정체불명의 괴물이 가진 위압감과 힘은 장난이 아니었다.
‘그래도 다 나은 줄 알았는데.’
한설아의 치료를 받고 몸이 거의 다 나은 줄 알았지만 아직 몸 내부에 남은 상처가 생각보다 컸던 것 같았다.
‘그렇다고 기절까지 할 줄이야….’
김시훈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아직 멀었군.’
2주 전 그가 플레이어로 각성했을 때, 그의 몸 안에 깃든 무신 천태황의 영혼.
아직은 그 영혼과 대화를 나누지도, 무언가 교감을 하지도 못한 채 그저 상태창으로밖에 존재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약하기 때문이야.’
김시훈은 초조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무신의 영혼이라는 강력한 힘을 얻었음에도 그가 이토록 무력한 것은 그 영혼에 담긴 힘을 자신이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더 강해져야 해.’
그는 굳게 주먹을 움켜쥐며 눈을 빛냈다.
강해져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강해져야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김영훈.’
김시훈은 자신을 이렇게 절박하게 만들어놓은 존재의 이름을 떠올렸다.
한국 5대 길드 중 하나인 미르 길드의 부길드장의 이름.
‘쓰레기 새끼.’
그에 대해서 떠올리니 속에서 강렬한 분노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후우.”
김시훈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마음속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가라앉혔다.
‘지금은 참아야 해.’
아직 그와 싸우기에는 그가 가진 힘이 너무 부족했다.
“…나도 강우 씨처럼 강해지면 가능하려나.”
김시훈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오늘 봤던 플레이어를 떠올렸다.
오강우.
정확히 레벨은 몇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가 고전했던 정체불명의 괴물을 일격에 쓰러뜨린 것을 보니 꽤나 높은 레벨의 플레이어 같았다.
‘강했지.’
단순히 레벨만 높은 것이 아니라 특성도 꽤나 높은 등급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자신이 가진 SSS등급 특성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어차피 그 특성의 힘을 완전히 다룰 수 없는 지금 자신과 강우의 차이는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단순히 강한 것만도 아닌 것 같고.”
태수가 그렇게 호들갑을 떨면서 강우를 칭찬했던 이유가 이해됐다.
그는 독특한 카리스마로 사람을 이끄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레벨이 낮은 동생을 키워주기 위해 직접 저급 게이트에 와서 지도를 해주는 것을 보면 성격도 좋은 것 같았다.
“…좋은 사람인 것 같아.”
김시훈은 강우에 대해서 떠올리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아직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에 대해서는 꽤나 좋은 인상을 받았다.
‘강우 씨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야.’
그는 앞으로도 강우와 좋은 관계를 쌓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금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 * *
“그래, 나 정도면 좋은 사람이지.”
골목 사이에 숨어 김시훈이 일어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강우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성공했군.”
무신의 영혼이라는 변수 때문에 100% 성공할지 알 수 없었는데 다행히 김시훈의 영혼을 완전히 자신에게 종속시키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조금만 더 늦게 김시훈을 발견했어도 실패할 확률이 컸어.’
종속의 권능은 상대의 영혼을 강제로 자신에게 종속시키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것만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권능이 아니었다.
사역마로 만드는 것 자체가 엄청난 마기가 필요할뿐더러 제약도 많았다.
만약 일주일만 더 늦게 김시훈을 발견했다면 그를 사역마로 만드는 것이 불가능했을 가능성이 컸다.
-띠링.
[영혼의 종속이 완전히 성공하였습니다. 사역마로 ‘김시훈’이 등록됩니다.] [사역마에게 하달하실 명령이 있으십니까?]“명령은 보류.”
[명령이 보류처리 되었습니다. 사역마에 대한 명령 하달은 언제, 어디서나 가능합니다.]강우는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창을 바라보며 한층 더 짙은 미소를 지었다.
‘당연히 언제, 어디서나 가능해야지.’
그렇지 않았다면 고생을 해서 김시훈을 사역마로 만든 보람이 없었다.
“일단 보험은 들어뒀고…. 이제는 김시훈이 성장하는 걸 기다리는 것뿐인가.”
지금 당장 김시훈에게 주인으로서 강제력을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아니, 앞으로도 어지간한 일이 없으면 굳이 강제력으로 그를 움직이고 싶지는 않았다.
‘사역마로 만든 건 어디까지나 보험이니까.’
지금 김시훈은 그에게 악의를 품은 것도 아니거니와 검을 겨눈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오히려 첫 만남으로는 좋다고 할 수 있는 관계를 쌓아올렸다.
김시훈이 강우에 대해서 좋은 사람이라고 중얼거린 것만 보더라도 그에게 꽤나 호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주인을 물지 않는 개에게 목줄을 채울 필요는 없지.’
강제력을 발휘할 때는 그가 우려하고 했던 만일의 사태가 일어났을 때도 늦지 않았다.
“이 형이 팍팍 지원해 줄 테니까 무럭무럭 성장해라, 시훈아.”
강우는 멀어지는 김시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짙은 미소를 지었다.
김시훈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 기대대로 성장한다면 그는 발록에 뒤지지 않는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만마전의 봉인을 완전히 풀지 못한 상태에서 악마교라는 정체불명의 집단과 싸워야 할 수도 있는 강우의 입장에서 김시훈의 존재는 아주 중요했다.
특히 그가 설아, 태수와 함께 다니며 둘의 성장을 돕고, 예상외의 변수에서 그들을 지켜줄 수 있는 든든한 보디가드 역할까지 할 수 있다는 점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언제 또 게이트에서 마물이 나타날지 모르니까 말이야.’
강우가 매일 그들의 뒤를 따라다니며 사냥하는 것을 봐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 김시훈이 자신을 대신하여 그들을 지켜준다면 한결 편해졌다.
‘그리고 김시훈 자체의 성장도 이번 일로 인해서 빨라질 거고.’
사역마는 주인의 힘의 일부분을 사용할 수 있다.
김시훈은 무신의 영혼에 더해서 마왕의 힘까지 일부분 받아들인 상태라는 의미.
그의 성장이 더욱 빨라질 것은 분명했다.
“역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동료란 건 소중하지.”
강우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시훈을 강제로 사역마로 만든 것에 대한 양심의 가책은 없었다.
고작 이런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에는 그가 지옥에서 보낸 시간이 너무 길었다.
‘자라나는 새싹은 나만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둬야지.’
강우는 입맛을 다시듯 입술을 핥으며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득이 될 수 있는 건 모두 이용한다.
손해가 될 수 있는 건 모두 제거한다.
그것이 그가 지옥에서 살아남으며 자연스럽게 터득한 생존 방법이었다.
“돌아가 볼까.”
강우는 뿌듯한 마음으로 몸을 돌렸다.
종속의 권능에 마기를 많이 사용한 탓에 약간의 나른함이 느껴졌다.
‘설아는 벌써 저녁 먹었으려나.’
강우는 김시훈과 성공적으로 동료가 된 것을 자축하기 위해 돌아가는 길에 뭐라도 사갈 생각을 하며 스마트폰을 꺼냈다.
-우우우웅.
“응?”
스마트폰을 꺼내자 타이밍 좋게 걸려온 전화.
강우는 화면에 떠오른 발신자의 이름을 확인했다.
화면에 떠오른 이름은 조덕현.
악마교의 단서를 찾아내라고 명령해 둔 안드라스 길드의 수장이었다.
“무슨 일이야?”
[저, 전해드릴 정보가 있어서 연락했습니다.]“정보?”
[예. 그, 그렇습니다.]“악마교에 관한 거야?”
[저,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말해봐.”
강우는 눈을 반짝이며 조덕현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번에 마기의 흔적을 하나 찾았습니다.]“마기의 흔적?”
[예. 그런데… 아무래도 인간이 만든 흔적은 아닌 것 같습니다.]“인간이 만들어 놓은 흔적이 아니라고?”
[예. 인간이라기보다는… 몬스터에 가까운 무언가가 만들어 놓은 흔적처럼 보입니다.]“…….”
조덕현의 말을 들은 강우는 가볍게 턱을 쓰다듬었다.
몬스터가 만들어 놓은 흔적이 마기를 띄고 있다.
이 단서들에서 결론을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마물인가.’
균열의 파편이라고 불리는 마물.
헬하운드, 데몬 울프에 이어 또다른 마물이 나타난 것 같았다.
“흔적을 발견한 곳이 어디지?”
[의정부에 있는 B급 게이트입니다.]“B급 게이트라.”
B급 게이트라는 말에 강우의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그렇다면 헬하운드 이상 되는 마물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크겠군.’
C급 게이트에서는 C급 균열의 파편이, D급 게이트에서는 D급 균열의 파편이 나타났으니 그 이상 게이트에서는 더 강력한 마물이 등장했을 가능성이 컸다.
‘헬하운드 이상이라면… 이천(二天)지옥의 마물이 나타났을 수도 있겠군.’
강우는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을 발견한 사냥꾼처럼 입술을 핥았다.
‘헬하운드만 해도 레벨이 5가 올랐어.’
균열의 파편을 잡으면서 확신할 수 있었던 것 중 하나는 그들이 보스 몬스터 이상의 경험치를 준다는 사실이었다.
헬하운드가 B급 보스 몬스터인 트롤족장의 몇 배가 넘는 경험치를 주었을 정도니 이천지옥의 마물은 그 이상일 것이 분명했다.
“이거….”
강우는 상태창을 열어 지금 자신의 레벨을 확인했다.
오늘 데몬 울프를 잡으면서 레벨이 하나 올라 35레벨이 되어 있었다.
일반적인 플레이어라면 여기서 남은 5레벨을 올리기 위해서 1~2개월은 사냥을 계속해야 할 정도로 경험치가 잘 오르지 않는 구간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적어도 강우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일이었다.
“생각보다 더 빨리 5차 각성을 찍을 수 있겠는데?”
강우는 지옥의 마물이 가지고 있는 막대한 경험치를 떠올리며 짙은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