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424)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425화
날 부르고 있어 (1)
“어, 어?”
당황한 것은 강우만이 아니었다.
모압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마검과 강우 사이를 번갈아 보았다.
“뭐,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마검 잉그리움이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에게, 그것도 광휘의 신 쪽으로 이끌리다니.
‘잉그리움은 분명 가장 위대한 마(魔)을 향해 이끌린다고 했는데.’
이곳에 있는 마(魔)의 존재는 자신 외에는 없었다.
‘뭐가 잘못됐나?’
잉그리움을 만드는 과정 중에서 뭔가 실수를 한 건가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런 것은 없었다.
그의 주인이 건네준,
세계수 내부의 기운을 뒤엉키게 만들고 타락시키는 ‘폭식의 이빨’을 세계수에 박아 넣은 것.
타락한 세계수의 힘을 흡수해서 폭식의 이빨을 ‘타락한 세계수의 가지’로 만든 것.
그리고 타락한 세계수의 가지에 이름을 부여해 마검(魔劍)의 자아를 만들어 낸 것까지.
모두 계획한 대로 됐고, 성공했다.
그런데.
‘왜.’
자신이 아닌,
광휘의 신 쪽으로 마검이 향하고 있단 말인가.
“이익!”
모압은 강우 쪽으로 날아가고 있는 마검을 향해 달려갔다.
억지로 마검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그런 모압의 모습을 바라보며, 강우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눈을 빛냈다.
‘그렇지!’
잘한다, 우리 뱀 대가리!
‘그래, 그대로 그거 가져가!’
필요 없으니까 빨리 들고 꺼지라고.
간절함이 담긴 눈빛으로 모압을 응원했다.
“크윽! 네, 주인은, 나다!!”
모압은 잉그리움의 손잡이를 굳게 쥔 채, 사정없이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외쳤다.
강우는 파티원들 몰래 아주 조그마한 형광봉을 만들어 흔들었다.
‘힘내라, 힘! 우리 모압 오빠 힘내요!!’
제발 그 정신 나간 검 좀 가져가 줘요!!
‘모압 오빠 힘….’
-우우우웅!!
“크윽, 커허어억! 아, 안 돼! 네, 네 주인은 나란 말이다!”
‘아니 이런 개 병신새끼가!!’
강우의 표정이 창백하게 질렸다.
마검의 검신에서 흘러나온 거대한 기운이 모압을 손아귀를 찢어발겼다.
두 손이 걸레짝이 된 모압은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쳤다.
뽈뽈뽈뽈.
모압을 떨쳐낸 잉그리움은 다시금 강우 쪽으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강우, 님? 서, 설마 저 마검이 강우 님을 향해 오고 있는 건가요?]“마검이 대체 왜 형님에게…?”
엘룬과 김시훈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강우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만이 아니다.
황폐해진 수도에서 아직 빠져나가지 못한 생존자들 또한 그 모습을 보고는 의아하다는 듯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뭐, 뭐지?”
“광휘의 신 님을 향해 날아가는 거 아닌가?”
“과, 광휘의 신 님이 위험해!”
“아, 아냐. 자세히 보라고. 저건….”
“마검이 광휘의 신 님을 따르는 것 같은데?”
공격을 한다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온순하게 날아가고 있는 마검.
수군거림이 커졌다.
강우의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오메, 씨발.’
이거 어쩌지.
‘갑자기 뭔 상황이야 이게.’
마검을 만드는 것까지만 해도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전개란 말인가.
문득 태무극과의 전투가 머릿속을 스쳤다.
‘그때랑 비슷한 상황인가.’
태무극이 완성시킨 마신의 유산은 그가 아닌, 자신이 있는 곳으로 날아왔었다.
‘문제는.’
그때는 혼자였지만 지금은 보는 시선이 지나칠 정도로 많다는 것.
이게 웬 떡이야 하면서 집어삼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강우는 사방팔방에 짙은 마기를 뿌리고 있는 마검을 바라보았다.
‘필요 없으니까 제발 저리 꺼져.’
마검 안에 담긴 막대한 힘에 군침이 돌기는 하나,
자신의 정체가 들킬 위협을 감수하면서까지 마검을 얻을 정도는 아니었다.
“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모압이 강우를 향해 사납게 이를 드러냈다.
‘나도 내가 뭔 짓을 해서 이 지랄이 났는지 알고 싶다, 새끼야.’
강우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계속해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마검을 바라보았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빠른 속도로 사고(思考)를 이어갔다.
‘모압의 계략이라고 하는 건 좀 무리수고.’
그렇게 몰아가기에는 모압이 보여준 반응이 지나칠 정도로 한심했다.
떠나가는 연인 바짓가랑이 잡다가 발로 차인 것처럼 꼴사납게 튕겨 나갔는데 뭔 계략이란 말인가.
‘마검이 사실 날 공격하기 위해 다가오고 있다는 것도 좀 애매하고.’
마검에게 공격당한 척이라도 할까 싶었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자신에게 뽈뽈뽈 날아오는 마검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마검이라기보다 주인을 마중 나온 강아지와 비슷한 느낌이니 공격받은 척을 하는 것도 어색하리라.
‘그렇다면.’
강우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머릿속에 한 가지 번뜩이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 건….”
강우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마검을 바라보며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강우 님,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귓가에 들리는 엘룬의 물음을 무시하며,
강우는 마검이 있는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마검을 지그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뭐라고? 잘 안 들립니다. 조금 더 큰 목소리로… 아.”
강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왜 그러십니까, 형님?”
“뭐야, 너. 뭔 소리가 잘 안 들린다는 거야?”
그런 그의 모습에 차연주와 김시훈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뭐?”
강우는 깜짝 놀랐다는 듯, 몸을 움찔 떨며 차연주와 김시훈을 돌아보았다.
“너희는 이 목소리가 안 들려?”
“목소리… 말씀입니까?”
“무슨 목소리?”
강우는 거칠게 주먹을 쥐며 마검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울고 있어. 슬픈 목소리로, 계속해서.”
“뭐라고? 아니, 난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
“아냐. 확실해. 도와달라고, 자신을 이곳에서 꺼내 달라고 절규하고 있잖아!”
“강우 너 귀가 이상해진 거 아냐? 대체 무슨 소리가 들린다고….”
차연주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아, 아아!]그때, 엘룬이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두 눈을 부릅떴다.
믿을 수 없다는 듯 가늘게 몸을 떨었다.
“모르겠, 습니다. 하지만… 저 검에서… 계속해서 목소리가 들립니다.”
강우는 자신을 향해 천천히 날아오고 있는 마검 잉그리움을 바라보았다.
엘룬은 경악한 표정으로 강우를 바라보았다.
[어, 어떻게 세계수의 목소리를 직접…!]세계수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은 설사 하이엘프라 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아, 구원자시여.]엘룬은 다소곳이 무릎을 꿇으며 두 손을 모았다.
세계수의 목소리를 듣다니.
말 그대로 구원자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기적이다.
[부디… 이 깊고 깊은 암흑 속에서 저희에게 빛을 내려주세요.]엘룬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를 내려다보던 강우는 마검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혀, 형님! 위험합니다!”
김시훈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강우는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위험하지 않아.”
“형님…?”
“날 부르고 있어.”
강우는 떨리는 눈빛으로 마검 잉그리움을 바라보았다.
“구해달라고… 말하고 있어.”
타락해 버린 세계수에 남은, 마지막 한 줄기 의지.
그것이 강우를 부르고 있었다.
애달프게 소리치고 있었다.
“…….”
구해줘.
구해줘.
구해줘.
이 어둠 속에서 날 꺼내줘.
이 절망 속에서 날 꺼내줘.
이 악몽 속에서 날 꺼내줘.
“아, 으.”
강우는 양쪽 귀를 덮으며 몸을 숙였다.
고통스럽게 몸을 비틀었다.
“가, 강우 씨!”
한설아가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다가왔다.
“오지 마!”
강우가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입술을 짓씹으며, 몸을 일으켰다.
“이건… 내가 해야 할 일이야.”
자신이 할 일이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이다.
그가 아니라면,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후우,”
강우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마검을 향해 다가갔다.
“네노오옴!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모압이 초조한 표정으로 강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때, 그의 앞을 막아서는 갈색 머리칼의 청년이 있었다.
“왕의 일이다. 방해하지 마라.”
철컥.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소리가 울린다.
전신을 감싸는 검은 풀 플레이트 메일을 입은 발록은 모압을 향해 거칠게 주먹을 휘둘렀다.
-콰앙!
“크윽!”
거대한 충격에 모압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평소라면 밀려날 만한 충격이 아니었지만, 강우와의 전투로 힘이 약해진 지금 발록의 전력을 담은 주먹을 버티기는 어려웠다.
모압은 이를 악문 채 다시금 앞으로 달려나갔다.
하지만.
“형한테서 떨어져.”
“강우 씨, 여긴 저희가 막고 있을게요.”
김시훈과 레이라가 참전했다.
모압의 표정이 거칠게 일그러졌다.
“이것들이 감히….”
샤아아앗.
위협적인 울음소리가 그의 입 사이로 흘러나왔다.
-쿠우웅!
모압과 파티원 사이의 전투가 시작됐다.
“…….”
강우는 전투를 시작한 파티원들을 뒤로 한 채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바로 앞까지 다가온 마검 잉그리움의 검자루를 손에 쥐었다.
-우우웅!!
짜릿한 힘이 전신을 가득 채운다.
검에서 빠져나온 숨 막히는 마기가 주변 전체를 휩쓸었다.
“크윽, 아, 아으.”
강우는 검을 쥔 손을 덜덜 떨며 몸을 웅크렸다.
검자루를 쥔 손에 흉측한 핏줄이 돋아났다.
강우의 입술 사이로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구, 구원자님!]마검에게 잠식되기 시작한 강우의 모습에 엘룬은 창백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크흑, 하악!”
강우는 거친 숨을 토해내며 검자루를 쥔 손에 힘을 더했다.
“내가, 구해, 줄, 게.”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내가….”
우우우우웅!
찬란한 광휘가 뿜어져 나왔다.
-띠링.
[마검 잉그리움의 인식 계약이 끝났습니다.] [마검 잉그리움의 마기에 대한 제어권을 획득하였습니다.] [‘마기의 지배자’ 특성을 활성화합니다.]마검 잉그리움에서 뿜어져 나오던 마기가 점차 새하얀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찬란히 빛나는 광휘가 파도처럼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아, 아아. 빛이여….]엘룬은 마검이 성검으로 바뀌는 모습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짜릿한 전율이 등골을 타고 퍼졌다.
“하아, 하아.”
강우는 찬란한 빛을 뿌리며 타오르는 마검, 아니 성검을 손에 쥐었다.
파티원들과 싸우고 있는 모압을 향해 발을 박찼다.
“이, 이익!”
모압은 다급히 검을 피하려고 했지만,
-푸욱!
그보다 빠르게 잉그리움이 모압의 심장을 꿰뚫었다.
“커헉!”
모압은 가슴에 박힌 잉그리움을 부여잡은 채 보랏빛 피를 토해냈다.
“쿠, 쿨럭? 뭐, 뭐야?”
잉그리움에 찔린 모압은 두 눈을 크게 떴다.
방금 전 눈앞에서 분명 마검이 성검으로 바뀌는 기적을 목격했는데.
‘이거 그냥 마검이잖아?’
찬란한 광휘를 머금고 있었지만, 느껴지는 기운은 그냥 전과 같은 마기였다.
포장지만 바뀌었지 그 내용물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의미.
“뭐가, 어떻게 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자신의 가슴에 검을 박아 넣은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광휘의 신의 모습이 보인다.
씨익.
광휘의 신은 파티원을 등진 채 그를 바라보며,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너, 너, 서, 설마….”
그 광기 어린 미소에, 모압은 두 눈을 크게 떴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는 상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쳤다.
“네, 놈.”
쿨럭.
다시금 보랏빛 피가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다.
모압은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자각했다.
“쿨럭! 쿨럭! 날 이겼다, 안심하지, 마라.”
모압은 무릎을 꿇고 쓰러지며 증오에 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나는… 사천왕 중 최약….”
“무슨 헛소리야.”
강우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모압이 사천왕 중 최약이라니?
“전에 사천왕 중 최약은 사탄이라고 했잖아.”
“아니, 이 개….”
털썩.
모압의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는 흐릿해지는 의식 속에서, 풀리지 않는 의문을 입에 담았다.
“그러니까… 대체, 사탄이… 누구, 냐고….”
그 말을 끝으로,
모압의 숨이 완전히 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