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482)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483화
가면을 벗다 (2)
“아….”
가이아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신음을 흘렸다.
덜덜덜 몸을 떨며 고개를 젓는다.
“아, 아니다. 그, 그럴 리가….”
“뭐가 아니야, 내가 맞다는데.”
강우는 픽 웃음을 흘렸다.
가이아는 비틀비틀 뒷걸음질 치며 말했다.
“저, 전에 예언의 악마는 바알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당연히 구라였지. 그럼 그걸 사실대로 말할까?”
강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태연히 말했다.
가이아의 눈에 투명한 눈물이 고였다.
마음속 깊이 신뢰하던, 구원의 빛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았던 존재의 정체가 종말을 불러올 예언의 악마라니.
믿고 싶지 않았다.
아니, 믿을 수 없었다.
“그, 그럼… 너와 바알은… 처음부터 한 패였던 것이냐?”
“내가 왜 그런 찌질한 새끼랑 한 편을 먹어.”
강우는 헛웃음을 흘리며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내가 예언의 악마라는 건 사실이야.”
하지만.
“세계를 멸망시킬 생각도, 집어삼킬 생각도 없어.”
“…뭐라?”
가이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동그랗게 뜬 눈으로 강우를 바라보았다.
“이 세계를 지키려고 한 건 진짜였다고.”
“…….”
가이아의 눈이 떨렸다.
그녀는 입술을 짓씹으며, 굳게 주먹을 쥐었다.
“허, 헛소리하지 마라! 예언의 악마는 이 세계에 종말을….”
“애초에 씨발 그 예언이라는 게 대체 뭔데? 뭔데 자꾸 그럴 생각도 없는 사람보고 멸망이니 뭐니 지랄을 하는 거야?”
강우는 거칠게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물었다.
이제까지 쌓여왔고, 김태현을 통해 폭발한 분노가 그의 몸을 잠식했다.
“진짜 이 새끼나 저 새끼나 그 예언이 뭐라고 아주 그냥.”
으득.
사납게 욕설을 토해내며 가이아를 노려보았다.
솔직히 그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내가 막았어.”
악마교부터 사탄, 악의 성좌들과 외계의 침략까지.
“다 씨발 내가 막은 거라고.”
몇 번이나 위기에 처한 지구를 막아낸 것은,
“신이란 새끼들이 율법에 묶여 처박혀 있는 동안!”
죽어가는 세계를 구원한 것은,
“서로 현신을 하니 마니 지랄을 하며 내전을 하는 동안!”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
그가 아니면 이 세계는, 이미 진즉에 망해도 아득히 오래 전에 망했을 것이다.
“자, 네 입으로 말해봐, 가이아.”
차갑게 식은 눈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내가 그 새끼들을 다 쳐죽이는 동안, 너흰 뭘 했어?”
“…….”
가이아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부정하고 싶은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뱉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응, 뭘 했냐고?”
강우의 말은,
틀린 것 하나 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뭐, 노력은 했겠지. 레이라를 화신으로 만들고, 율법의 제약에 묶여 있으면서도 어떻게든 수호자를 만들어서 지키려고 했겠지.”
하지만.
“그래서 결과는 어땠지? 응? 내가 아니었다면, 내가 없었다면.”
막을 수 있었을까?
악마교를, 대공들을, 악의 성좌들을, 기생의 왕을.
그리고,
바알을.
“막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
“그, 그건….”
가이아는 우물쭈물 입술을 달싹이며 고개를 숙였다.
진실을 외면하듯, 고개를 돌린다.
강우는 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왜, 이제까지 그래도 열심히 노력했으니 잘했다고 해줄까? 응? 아이고~ 우리 위대하신 여신님 참 마음고생이 심하셨겠네요~ 칭찬이라도 해주리?”
저벅, 저벅.
강우는 고개를 돌린 가이아의 턱을 잡아, 자신을 향해 돌렸다.
“너흰.”
시리도록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예언이 어쩌고 떠들어대면서 대체 뭘 한 거지?”
“…….”
가이아는 침묵했다.
그녀는 부르르 몸을 떨며 강우의 손을 쳐냈다.
“내 몸에 손대지 말거라!”
그녀의 눈에서 투명한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제까지 강우가 자신을 속이고 있었다는 배신감과, 반론할 수 없는 그의 물음에 울분이 치밀어 올랐다.
사람이건, 신이건.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진실을 마주했을 때의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계수의 예언은 절대적이란 말이다!”
가이아는 발악하듯 외쳤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예언이 빗나간 적은 없었다.”
강우가 정말 예언의 악마라면,
그의 손에 세계는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실제 환 대륙도 네 손으로 직접 멸망시키지 않았더냐!”
강우는 분명 바알이 보여준 영상은 조작된 것이 아니라 했다.
그렇다면, 그가 환 대륙을 멸망시켰던 모습도 사실이란 의미.
가이아는 초조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며 말을 이었다.
“설사 네가 진짜 세계를 멸망시킬 생각이 없다고 해도….”
그녀는 패러사이트 왕과 싸우고 있던 강우의 모습을 떠올렸다.
셀 수 없는 입과, 날카로운 이빨들.
끝없는 심연을 연상시키는 어둠으로 뒤덮인 육체.
“언젠가… 마해(魔海)에 잠식되어 이성을 잃게 될 것이다.”
예언에 나오는 마해를 정말 강우가 지니고 있다면,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파멸은 정해져 있었다.
필연이라고 해도 좋다.
설사 바알을 죽이는 데 성공했다 하더라도, 결국 강우는 마해의 힘에 잠식되어 미쳐 버릴 것이다.
지성을 잃고, 이성을 상실한 괴물이 되어 세계 전체를 집어삼킬 것이다.
“실제로 지금 네 안의 마해는 점점 더 커지고 있지 않으냐?”
“…….”
강우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말대로, 그의 심장에 자리 잡은 마기의 바다는 점차 커져가고 있었다.
더 이상 무엇을 잡아먹지 않아도, 마치 우주가 팽창하듯 스스로 몸집을 불리고 있었다.
“너는….”
가이아는 서글픈 눈으로 강우를 응시했다.
“견디지, 못할 것이다.”
견딜 수 있을 리가 없다.
무한히 팽창하는 마기의 바다를 대체 개인이 어찌 감당한다는 말인가.
설사 티탄이라 해도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푸흡.”
강우는 어깨를 들썩였다.
“내가 감당하지 못할 거라고?”
한차례 폭소를 터트리며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그놈도 비슷한 말을 했었지.”
마해의 심연에 갇힌 채, 울부짖고 있던 마신을 떠올렸다.
그 또한 가이아와 같은 말을 했다.
너는,
감당하지 못하리라고.
“누가….”
“너희들은 말이야.”
강우는 깊게 가라앉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가 누군지 모르는구나?”
그가 누구인지,
그가 무엇을 해왔는지,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들은 모른다.
관심도 없을 것이다.
한낱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힘이라 단정 짓고, 멸망을 예언했을 것이다.
지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누구도 그가 구천지옥에서 살아남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일곱 대공을 죽이고, 왕이 되어 군림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지금 이곳에 있다.
“뭐, 알겠어. 내가 마해를 감당하지 못한다고 치자고. 세계를 멸망시킬 악마새끼라고 해.”
강우는 무너진 기둥 위에 다리를 꼰 채 걸터앉았다.
분노에 찬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가이아를 향해 말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
“뭐 어떻게 해주면 좋을까? 응? 네 입으로 한번 말해봐.”
강우는 짙게 웃었다.
“그래, 알았어.”
태연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죽여.”
“…뭐라?”
“그렇게 예언이니 뭐니 입으로만 지껄이지 말고, 날 죽이라고.”
강우는 바닥에 주저앉은 가이아의 팔을 잡아 끌어 심장 근처에 가져다 대었다.
“자, 정확히 여기야. 여기에 마해가 있어.”
툭툭. 심장이 있는 장소를 손끝으로 두드렸다.
“개문도 안 썼고, 마기도 안 끌어 올렸으니 아마 한 방에 죽일 수 있을 거야.”
패시브처럼 신격의 보호가 작용한다고 해도, 가이아라면 신격의 보호 정도는 뚫을 수 있을 것이다.
“뭐 하고 있어? 빨리 죽이라니까? 응? 예언의 악마라며? 세계에 종말을 가져올 존재라며?”
“그, 그건….”
가이아의 표정이 당혹감에 물들었다.
설마 이렇게 나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강우의 가슴에 닿은 가이아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그녀는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강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빛에… 제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강우를 자신의 권속으로 받아들였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용맹과 결의에 차 있던 그의 목소리.
그때의 강우를 떠올리자, 칼로 가슴을 도려내는 듯 아려왔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자, 예언의 악마를 죽일 절호의 기회야. 별로 어렵지 않아. 그냥 잔뜩 신성을 담아서, 심장을 찌르면 돼.”
강우는 잔잔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천천히 손을 들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가이아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어서 세계를 구하셔야죠, 자애(慈愛)의 여신님.”
“…….”
가이아의 입술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녀는 덜덜 떨리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나, 나는….”
기어들어 가는 듯한 목소리.
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강우의 가슴에 닿았던 그녀의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왜, 못하겠어?”
강우는 활짝 웃었다.
그리고는,
“그러면 내가 직접 하지 뭐.”
콰득!
자신의 손을 가슴에 찔러 넣었다.
살점이 짓이겨지며, 뼈를 뜯어낸다.
흉측하게 벌어진 가슴팍에서 분수처럼 피가 쏟아졌다.
가이아는 경악에 찬 표정으로 외쳤다.
“무, 무슨 짓을 하는 게냐!”
그녀는 강우의 팔을 향해 다급히 손을 뻗었다.
팔을 붙잡고, 심장을 짓이기려던 손을 잡아끌었다.
“허억, 허억.”
식은땀이 가이아의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떨리는 눈으로 강우의 팔을 잡아끈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왜…?”
강우의 돌발적인 행동보다, 그것을 막아버린 자신의 행동이 이해 가지 않았다.
‘가만히 내버려 뒀다면.’
예언의 악마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으, 아, 으.”
가이아는 강우의 팔을 잡아끌고 있는 손에 힘을 풀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힘을 풀려고 해도, 어째서인지 강우의 팔을 잡아끄는 그녀의 손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알아서 자살한다니까 그것도 말리네?”
강우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가이아의 머리칼을 상냥하게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하긴, 가만히 있을 수 없겠지.”
고개를 기울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
“신격에 걸고 맹세했으니까.”
“……!”
가이아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머릿속에 벼락이 치는 듯한 감각.
처음 그를 권속으로 받아들였을 때, 자신이 직접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앞으로 나, 가이아는 수호자 오강우를 자식처럼 여기며 사랑을 아끼지 않음을 자애(慈愛)의 신격에 맹세하겠노라.
“아, 아아.”
가이아는 덜덜 몸을 떨었다.
왜 강우가 예언의 악마라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이제까지 그녀에게 보여준 모습이 모조리 거짓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음에도.
그의 팔을 잡은 손에 힘을 풀 수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푸흡, 푸헤헤헤헿!!”
강우는 배를 움켜쥔 채 경박한 웃음을 터트렸다.
“가이아 님.”
강우는 그녀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며,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실 것 없습니다. 배신감에 치를 떨며, 슬퍼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속삭이듯 말을 이었다.
“사실 가이아 님도 알고 계시잖아요?”
내가 없으면.
“종말을 막을 수 없다는 걸.”
“…….”
가이아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녀 또한 지금 상황에서 강우가 사라진다면 바알을 막을 존재가 더 이상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강우의 안에 자리 잡은 마해가 계속해서 커져간다면, 멸망은 필연적으로 도래한다.
결국 최악이냐 차악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
그렇기에,
그녀는,
강우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마해의 침식을 견뎌낼 것이라고, 그가 이 세계를 구원할 것이라고.
희미한 희망의 끈을 붙잡은 채 발버둥 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를 ‘믿는’ 것 외에 그녀에게 다른 선택지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아, 아아.”
가이아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그녀는 뒷걸음질 쳤다.
그제야 그녀는 강우의 정체가 예언의 악마라는 것을 알아도,
자신에게는 처음부터 아무런 선택지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신격에 건 맹세 때문에 강우를 죽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니, 죽이는 것은커녕 그의 목숨이 위기에 처하면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먼저 움직여 그를 지켜버리게 된다.
“너는…. ”
그렇다고 해서 강우의 정체를 만천하에 퍼트리는 것 또한 할 수 없다.
그는 이 멸망을 향해 달려가는 세계의 유일한 희망이자, 구원이었으니까.
그 희망의 정체가 종말의 악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모든 이들이 절망할 것을 알고 있으니까.
“처음부터….”
그녀에게 남은 선택지라고는.
예언의 악마를, 이 세계에 파멸을 가져올 존재를 ‘그렇지 않을’거라 자위하며 믿고 따르는 방법 외에는 없었다.
“알고, 있던 것이냐.”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비참하고, 무기력하게 그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음을.
“글쎄요?”
강우는 방긋 미소를 지었다.
“자, 그래서 어떻게 하실 겁니까?”
가이아의 뺨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저를 여기서 죽이시겠습니까, 아니면 종말을 가져올 예언의 악마를 믿고 따르겠습니까?”
“…….”
가이아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시선을 피했다.
“대답하세요.”
강우는 그런 그녀의 턱을 잡아 억지로 고개를 돌렸다.
덜덜 떨리는 그녀의 두 눈을 응시하며 말했다.
“당신의 입으로 직접.”
“…….”
가이아의 눈가에 다시금 눈물이 고였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너를… 따르겠다.”
“조금 더 확실하게.”
“나는….”
가이아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예언의 악마를… 따르겠다.”
쥐어짜듯 흘러나온 목소리.
강우는 만족스럽다는 듯 방긋 웃었다.
두 팔을 벌려, 딱딱하게 굳어 있는 가이아를 끌어안았다.
“이렇게 절 아끼고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흐윽, 흐으윽.”
가이아는 뚝뚝 눈물을 흘리며 몸을 떨었다.
“이, 이 나쁜… 어, 어찌 이런 극악무도한 짓을….”
이제까지 속은 것도 모자라, 배신감에 치를 떨면서도.
그녀는 그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믿고 따를 수밖에 없었다.
희망을 품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가이아 님.”
강우는 그녀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제 목숨을 가이아 님에게 바치겠습니다.”
나지막이 말했다.
“…아.”
가이아의 표정이 창백하게 질렸다.
방금 전 강우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
그를 자신의 권속으로 받아들였을 때, 강우가 했던 말이었다.
“너는… 너는….”
그때와 같은 표정.
그때와 같은 목소리.
그때와 같은 말.
저 말이 달콤한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따듯한 미소로 가려진 가면 속에 추악한 본성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어째서인지,
조금 ‘안도’하고 있는 자신을 느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자신을 느꼈다.
계속해서 저 달콤한 거짓말을 듣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니,
차라리 진실을 몰랐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진정 너는… 악마, 로구나.”
가이아는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턱에 맺혔다.
강우는 그녀의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어디 악마가 써서 악마겠습니까.”
환하게 웃었다.
“달콤하니까 악마라고 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