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54)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55화
은밀한 동영상(1)
“허억! 헉!”
강동훈의 입에서 거친 숨이 토해졌다.
그는 피에 젖은 티셔츠가 끈적하게 달라붙는 감각을 느끼며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단장님에게 연락해야 하는데….’
그는 품속에 있는 메모리칩을 소중히 끌어안으며 절박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쯤 그를 찾고 있을 단장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찬란한 은발을 가진 눈부신 미녀.
화랑부대 3군의 단장을 맡고 있는 백화연의 얼굴이었다.
“쿨럭! 쿨럭!”
그는 입에서 붉은 피가 쏟아졌다.
강동훈은 입가에서 흐르는 피를 소매로 닦아내며 다시금 걸음을 옮겼다.
‘어서 그놈들을 따돌려야 해.’
그는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고통을 참으며 거칠게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의 뒤를 추적하고 있는 존재. 그들에 대한 상념이 몸을 무겁게 짓눌렀다.
“제길….”
그는 점점 더 흐릿해지는 의식 속에서 어렵게 발걸음을 옮겼다.
이대로 죽는 건 상관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가 가지고 있는 동영상. 이것을 백화연에게 가져다주지 않고 죽을 수는 없었다.
그만큼 이 동영상 안에 담긴 정보는 충격적이었으니까.
“…….”
강동훈은 손톱만 한 크기를 가진 SD메모리칩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이 동영상을 구하기까지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미친놈들.’
그는 악마교에서 봤던 일들을 떠올리며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그들은 살아 있는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정신 나간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런 미친놈들이 한둘이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
단순한 사이비 종교라고 생각했던 악마교는 그의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세력을 가지고 있었다.
강동훈은 그 광신도들 사이에 섞여 억지로 미친 척 연기를 하며 중요 정보를 캐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는 충격적인 정보가 담긴 동영상을 촬영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거기까지는 좋았지.’
악마교는 내부의 비밀이 밖에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통신 장비를 반입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었다.
만약 몰래 통신 장비를 반입하더라도 전파 방해 장치가 깔려 있어 그 안에서는 통신 자체를 할 수가 없었다.
그가 촬영한 동영상을 본부로 보내기 위해서는 직접 파일이 담긴 메모리칩을 가지고 나와야 하는 상황.
“쿨럭! 쿨럭!”
강동훈은 입에서 피를 쏟아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는 촬영한 동영상을 몰래 밖으로 가져나가기 위해 동영상에 페이크 영상을 덮어씌웠다.
화랑부대에 있는 영상 해독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본 내용에 대해서 알 수 없게 만들어주는 페이크 영상이었다.
성인 남자가 가지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한 동영상으로 원본 영상을 위장한 그는 자연스럽게 악마교를 빠져나와 접선지로 향하려고 했다.
문제는 거기서 발생했다.
‘하필 그때 카메라를 들키다니.’
악마교도 중 하나가 그가 동영상을 촬영했던 몰래카메라를 발견해 버렸다.
그로 인해 원본 영상에 페이크 영상을 덮어씌워 의심을 피하려고 한 일이 모두 무용지물이 됐다.
애초에 ‘촬영했다는 사실’ 자체가 들켜 버린 마당에 촬영한 동영상을 다른 영상으로 속이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일이 틀어진 것을 깨달은 강도훈은 페이크 영상이 담긴 메모리칩을 들고 도주했다.
추격자들이 따라붙었고, 격렬한 전투가 이어졌다.
빈틈을 노려 간신히 그들에게서 빠져나와 본부에 지원 요청을 했지만 이미 목숨이 경각에 달할 정도의 상처를 입은 터라 도주도 쉽지 않았다.
“하아, 하아….”
강동훈은 계속된 출혈로 점점 더 의식이 흐려지는 것을 느끼며 거친 숨을 몰아 내쉬었다.
슬슬 자신의 한계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그는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여기서 의식을 잃으면 자신이 얻어 낸 정보는 뒤를 쫓아오는 추격자들에 의해 영영 사라져 버릴 것이다.
“단장님….”
그는 남은 힘을 쥐어짜내며 으슥한 골목길을 기어가기 시작했다.
“피 냄새가 나.”
그때, 그의 귓가에 소녀의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동훈은 눈을 반짝이며 그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움직였다.
* * *
“허억! 허억!”
으슥한 골목길 너머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강우는 그 숨소리에 섞인 짙은 혈향에 눈살을 찌푸렸다.
‘뭐지?’
지금 그가 있는 장소는 게이트에서도 꽤나 떨어져 있었다.
이곳에 이런 짙은 혈향을 가진 사람이 갑작스럽게 나타날 이유가 없었다.
강우는 숨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몸을 움직였다.
“아, 으….”
그곳에는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청년이 온몸에 피칠을 한 채 바들바들 몸을 떨고 있었다.
강우를 발견한 그는 엉금엉금 바닥을 기어 강우에게 다가왔다.
“이, 이걸… 부디….”
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손에 쥔 작은 메모리칩을 강우를 향해 내밀었다.
스마트폰에 사용하는 마이크로 SD칩이었다.
“화ㄹ….”
-툭.
무언가를 말하려던 그는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 채 의식을 잃었다.
강우는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태에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뭐야 이건…?”
피칠갑을 한 채 튀어나온 청년은 그가 뭐 손을 써보기도 전에 바로 쓰러져 버렸다.
강우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바닥에 쓰러진 청년을 향해 다가갔다.
‘죽었어.’
이미 여기에 오기 전부터 상처가 심각했는지 정체불명의 청년은 바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강우는 청년의 품을 뒤져 그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을 만한 것을 찾아봤다.
“흠….”
하지만 모든 주머니를 샅샅이 뒤져봐도 지갑은커녕 핸드폰조차 나오지 않았다.
청년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
‘주시자의 권능으로 확인할 수 있으려나.’
강우는 주시자의 권능으로 김시훈의 상태창을 확인했던 것을 떠올리며 바로 주시자의 권능을 사용했다.
그의 몸에서 흘러나온 마기가 청년의 시체로 흘러들어갔다.
[상태창]플레이어명: 강동훈
레벨: 52 [6차 각성]
‘6차 각성?’
꽤나 높은 레벨을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였다. 가장 높은 특성도 A급으로 결코 낮지 않았다.
‘일단 게이트에서 나온 게 아니란 건 확실하군.’
S급 게이트 출입증은 최소 60레벨, 7차 각성을 하지 않으면 발급되지 않았다.
‘게이트에서도 보지 못했고.’
강우는 강동훈이 죽어가면서 남긴 마이크로 SD칩을 내려다보았다.
“결국 단서는 이것뿐인가.”
강우는 마이크로 SD칩을 자신의 스마트폰에 끼워 넣었다.
메모리칩 안에는 하나의 동영상 파일이 들어 있었다.
강우는 버튼을 눌러 동영상 파일을 재생했다.
“이, 이건…!”
동영상을 본 강우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질척한 물소리.
여인의 교성.
화면을 가득 채우는 살색의 향연.
죽어가는 청년에게 받은 SD메모리칩에는 성인을 위한 동영상이 들어가 있었다.
‘야X이잖아….’
강우는 그의 상상을 아득히 초월한 지금 상황에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죽어가는 청년이 온 힘을 다해 건네준 것이 X동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강우는 혼란스럽다는 듯이 이마에 손을 짚었다.
기괴하기 짝이 없는 지금 상황에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아니, 왜 이딴 걸 죽기 직전에 넘겨준 거야?’
유품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저급한 물건이었다.
‘내가 뭘 잘못 본 건가?’
강우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다시 한번 동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돌려보았다.
하지만 다시 봐도 5분짜리 동영상의 내용은 살색의 향연 이외에 아무런 내용도 담겨 있지 않았다.
“…….”
강우는 굳게 입을 다문 채 스마트폰의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빛은 동영상에 담긴 진의(眞意)를 읽기 위해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한 번 더 동영상을 처음부터 재생했다.
“흠….”
다시 한번 더.
“크흠.”
그리고 또 한 번 더.
“허어….”
멈추지 않고 계속.
“이것 참.”
강우의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그는 흐뭇한 표정으로 동영상에 나오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좋군.”
만 년.
무려 만 년만이었다.
만 년 만에 보는 야X이었다.
“아주 좋아.”
체면이고 나발이고 지금 그에게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강우는 화면 안으로 들어갈 정도로 주의를 기울여 영상을 바라보았다.
‘굉장해.’
강우는 살색의 향연이 가득한 동영상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몸이 뜨끈하게 달아오르는 감각이 느껴졌다.
“강우, 그게 뭐야?”
에키드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아주 중요한 단서가 담긴 영상이야.”
강우는 그 어떤 때보다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중요한 단서?”
“그래. 인체의 신비랄까… 생명 탄생의 기적이랄….”
한창을 야X에 대해 찬사를 늘어놓고 있을 때였다.
-저벅, 저벅.
“어이.”
그때, 강우와 에키드나 주변을 정체불명의 사내들이 둘러쌌다.
어두운 복장을 입은 그들의 눈빛에는 흉포한 광기가 일렁이고 있었다.
“…….”
강우는 자신의 주변을 둘러 싼 사내들을 바라보며 스마트폰을 품에 집어넣었다.
그들에게는 짙은 살기가 풀풀 풍겨 나오고 있었다.
‘뭐야, 이놈들은 또?’
강우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런 그에게 얼굴 한쪽이 화상으로 일그러진 한 사내가 다가왔다.
그는 바닥에 쓰러진 강동훈의 시체와 강우를 번갈아 보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네놈, 그 영상을 봐버렸군.”
“…뭐?”
강우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복장을 입고 있는 사내가 낄낄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모른 척해도 소용없어. 네가 그 영상을 봤다는 건 알고 있다.”
“아니 보긴 했는데….”
“그 영상을 본 이상 널 살려둘 순 없다.”
“뭔 소리야?”
강우는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런 강우의 태도에 화상을 입은 사내는 가소롭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흥. 그걸 보고도 모른 척을 하는 거냐.”
‘뭐야.’
“뻔뻔한 놈이로군. 아니, 단순히 멍청한 건가?”
‘뭔데?’
“어쨌든 그 영상을 본 이상 네놈을 살려둘 순 없다.”
‘왜 이렇게 야X에 집착하는 거야?’
강우는 지금 상황이 이해가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어두운 복장을 입은 사내들은 각자 무기를 꺼내며 섬뜩한 살기를 뿜어냈다.
“…….”
저 사내들이 왜 이렇게 이 영상에 집착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저들의 목적이 자신에게서 이 동영상을 빼앗는 것이란 사실.
강우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는 품속에 넣어둔 스마트폰을 살며시 움켜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하지만 이건 넘겨줄 수 없다.”
“흥,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군.”
사내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꺼내들은 무기를 강우에게 겨눴다.
강우는 강렬한 의지로 타오르는 눈빛으로 그들을 노려보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동영상만큼은 내가 지킨다.’
목숨을 바쳐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