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574)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외전 55화
바이오하자드 (1)
쿠그그그그긍!!!
같은 자리에 연달아 수십 개의 천둥이 내리쳐진 것과 같은 비인간적인 폭음.
화마(火魔)에 뒤덮인 도시의 불을 밀어내며 무시무시한 폭발이 백화점을 휩쓸었다.
-쿠웅! 콰드드드득!
안 그래도 반쯤 아작나 있던 백화점의 기둥이 수수깡처럼 박살나며 건물 전체가 무너져 내렸다.
수천, 수만 톤에 달하는 콘크리트의 해일이 주변을 휩쓸었다.
실로 악몽의 재현이라고 표현할 만한 붕괴(崩壞).
하지만 그 붕괴조차 지금 거리의 상황과 비교하면 우스운 수준이었다.
“꺄아아아악! 사, 살려… 커헉!”
“주, 주여!! 부디 저 사악한 마귀를 멸하여 주소서어어어!!”
“비, 비켜!! 길 막지 말고 꺼지라고 씨발!!”
“유적이 우리 가족이 되었다아아아아!!”
아수라장.
서로 밀치고 잡아당기며 어떻게든 도망치기 위해 발버둥 친다.
흰 머리가 무성한 노인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바닥을 구른다.
극한의 공포에 휩싸인 관중은 노인의 몸을 거침없이 짓밟으며 지나갔다.
수십 명의 사람에게 짓밟힌 노인의 몸이 부스러지고, 뭉개졌다. 노인은 괴물에게 잡아먹히기도 전에 절명했다.
인간조차 인간의 적이 되는 상황.
하지만,
아무리 서로를 짓밟아가면서까지 도망치더라도,
“KaaaaaKerrrrrrrrrrrrrRRR!”
스포츠카보다 빠른 속도로 질주해서 달려드는 괴물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비인간적인 괴성을 내뱉으며 높게 점프한 괴물이 아이의 손을 잡고 도망치는 사내를 향해 쩌억 입을 벌렸다.
“아아아악!!”
-쿠웅!
사내는 아이의 몸을 안고 필사적으로 옆으로 방향을 틀었다.
괴물의 흉측한 입이 가로등을 박살냈다.
“하아, 하아.”
코너를 돌아 백화점이 붕괴하면서 생긴 잔해 틈으로 몸을 숨긴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공격을 실패한 괴물은 다른 사냥감을 노리고 떠났는지 바로 쫓아오지 않았다.
“자, 잘 들어, 조슈아.”
사내는 건물 잔해 속에 아이를 숨기며 눈물을 흘렸다.
“이제부터 아빠랑 게임 하나를 하는 거야.”
“게임?”
아이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아직 괴물의 존재와, 공포라는 감정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어린아이.
사내는 다급히 먼지 섞인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지금 여기서 아무에게도 안 들키고 숨어 있으면 100점을 줄게.”
“100점?”
“응. 100점 만점에 100점이야.”
“와아! 100점 따면 뭐 주는 거야?”
“케, 케이크. 조슈아가 가장 좋아하는 케이크를 잔뜩 사줄게.”
“지, 진짜?!”
“진짜고말고.”
사내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서글픈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
“언제까지 안 들키고 숨어 있으면 돼?”
아이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물었다.
“어… 그러니까.”
사내는 질끈 눈을 감았다.
“내, 내일. 내일까지… 아니, 주변에 아무런 소리도 안 들릴 때까지 숨어 있는 거야. 알았지? 절대로, 절대로 밖에 나오면 안 돼?”
“응! 알았어!”
아이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슈아.”
사내는 건물 잔해 속에 아이를 숨기며 몸을 일으켰다.
덜덜덜.
그의 다리가 정신없이 떨렸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돌린 채, 억지로 입가를 지었다.
“제발 살아주렴.”
탁!
손에 뾰족한 돌조각을 움켜쥔 사내가 밖으로 달려나갔다.
“GarrrrrRRR!”
사내를 발견한 괴물이 충혈된 눈을 부릅떴다.
반으로 갈라진 머리에서 날카로운 이빨이 번뜩였다.
“아, 아으.”
공포에 집어 삼켜지면서도, 사내는 손에 쥔 돌조각을 거칠게 들어올렸다.
“주, 죽어랏 이 괴물 새끼야아아아아!!”
“KaraaaaaAAAA!!!!”
괴물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들었다.
뒤집힌 채 네발로 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다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광적인 속도.
괴물의 넓게 벌어진 입이 사내의 목덜미를 노렸다.
그리고.
-촤아아아아악!
검은 화염에 휩싸인 기다란 양손검이 괴물의 몸을 반으로 갈랐다.
쩌저적! 검날이 괴물의 몸에 닿자마자, 마치 유리창이 깨지기라도 한 듯 괴물의 몸이 여러 갈래로 찢겨졌다.
대공의 무기, ‘분노(忿怒)’에 담긴 권능.
닿는 생명체를 조각조각 분해시켜 버리는 힘에 닿은 괴물은 붉은 피를 사방에 뿌리며 쓰러졌다.
“아….”
돌조각을 쥔 사내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인류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악몽이 구현화된 것 같았던 공포스러운 괴물이 단 일격에 그 목숨을 잃었다.
“자네는 대체….”
그 믿을 수 없는 위업을 너무도 간단하게 만들어낸 소년을 바라보며 사내는 말끝을 흐렸다.
“…복.”
고개를 낮게 내리깐 소년의 입에서 들려오는 나지막한 목소리.
저주와 증오가 뒤섞인, 아득한 분노가 느껴지는 그 목소리에 사내는 움찔 몸을 떨었다.
무엇이,
과연 무엇이 저 소년을 이토록 분노하게 만들었을까?
굳이 어렵게 답을 찾을 필요는 없었다.
지금 눈 앞에 펼쳐진 지옥도.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과, 잡아먹힌 사람이 또 다른 괴물이 되어버리는 악몽과도 같은 광경.
필시 소년은 이 처참한 광경에 저토록 분노한 것일-
“내 수영보오오오오오오옥 씨바아아아아아아아알!!!”
“……?”
수영복?
“이 개버러지 같은 드라군 쌉새끼들 때문에에에에!! 임자의… 임자의 수영복을…!!!”
초월적으로 터져 나오는 분노!!
“흐으으윽! 리리스의 슬링샷 비키니… 연주의 경수영복… 으아아아아아!!”
소년은 마치 악령에 씌기라도 한 듯 머리칼을 쥐어뜯으며 극도의 분노를 터트렸다!
“저, 저기요?”
사내는 멍청한 표정으로 소년을 불렀다.
무슨 상황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저 끔찍한 괴물을 한 방에 처리한 것을 보니 소년은 꽤나 강력한 힘을 지닌 플레이어처럼 보였다.
아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는 저 소년에게 붙을 수밖에 없다.
“부탁드립니다! 부디, 부디 저 괴물들을 죽….”
그의 절절한 애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당연히 죽여 버려야지!!”
소년은 일갈을 터트리며 발을 박찼다.
쿠구궁!
콘크리트 바닥이 갈라지며 탄환처럼 소년의 몸이 쏘아졌다.
“Keruuuu?”
한창 인간을 사냥하는데 정신을 팔렸던 괴물들이 어마어마한 굉음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촤아아아악!!
초월적인 스피드로 휘둘러지는 검격!
쩌저저저적!
검날에 베인 괴물들은 무기에 담긴 권능의 힘으로 인해 유리조각처럼 잘게 찢겨져 흩어졌다.
단세포 생물 뺨치는 생명력을 지닌 괴물이라도 몸이 깍두기마냥 조각난 이상 살아날 수는 없었다.
“강우 씨!”
“마왕님, 상황은 어떤가요?”
“으으. 나 토할 것 같아, 강우.”
그때, 옷을 갈아입은 한설아와 리리스, 에키드나가 도착했다.
괴물을 썰어버리고 있던 강우는 그녀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분노를 삭히며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
“연주는?”
“호텔 안에 있는 괴물들을 처리하고 있어요.”
“그래? 리리스. 그럼 우선 가디언즈에 지원을 요청해 줘.”
도시 전체에 괴물들이 날뛰고 있었고, 심지어 그 숫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아무리 강우 개인의 힘이 강하다고 하지만 이렇게 전염병처럼 퍼지는 괴물들을 모두 처리할 수는 없었다.
“그게… 아까부터 연락을 해봤는데 전혀 연락이 되지 않아요.”
“연락이 안 된다고?”
강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가디언즈는 언제든 즉각적으로 출동할 수도 있도록 24시간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연락이 안 된다는 건,
“…통신을 막았다, 이거지.”
이로써 이 괴물 사태에 자신이 감지하지 못한 모종의 힘을 지닌 존재가 개입했다는 가설이 점점 더 확실해졌다.
“근육 돼지와는 연락되시나요?”
강우와 발록의 경우 영혼이 이어진 권속이었기 때문에 통신 장비 없이 연락을 주고 받는 것이 가능했다.
“아니. 그것도 막혔어. 아무래도 이 싱가포르 전체가 다른 차원으로 분리된 것 같아.”
잠시 눈을 감고 교신을 시도해보던 강우는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우리끼리 해볼 수밖에 없단 거지.”
강우는 손에 쥔 분노의 칼자루에 힘을 더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한국으로 돌아가서 지원을 요청한다 한들 시간이 너무 늦다.
여기서는 지원을 기대하지 않고 자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수밖에 없었다.
“우선 흩어지자. 에키드나랑 임자는 괴물들의 숫자를 최대한 줄여줘.”
“예, 강우 씨!”
“흐응! 속이 안 좋지만… 강우가 시키는 거라면 참을게!”
한설아와 에키드나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리리스는 괴물들의 숙주가 어딨는지 찾아줘.”
“숙주요?”
“통신까지 끊어버린 걸 보면 우연히 벌어진 일이 아니라 계획된 거야. 아마 괴물들을 조종하고 있는 놈이 따로 있을 거야.”
“예. 바로 찾아볼게요.”
리리스가 깊게 허리를 숙였다.
“그럼.”
더 이상 꾸물거리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지금 이러는 도중에도, 괴물들의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으니까.
한설아가 활짝 날개를 펼쳤다. 열두 장의 검은 날개가 펄럭이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에키드나 또한 작은 날개를 만들어 몸을 띄었다.
“시작하자.”
마치 짜기라도 한 듯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강우는 존나게 달리며 눈에 보이는 대로 괴물들을 쳐 죽였다.
“으아아아아아아!!”
괴물들을 썰고 다니다 보니 다시금 억눌렀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 좆같은 드라군 새끼들!!”
“KarrrrrrrrrrRRR!!!”
몸을 뒤집은 채 네 발로 기어 다니는 끔찍한 괴물들을 보는 것만으로 뒤통수가 뜨겁게 달아오른다.
너무도 흉측하고 비현실적으로 생긴 외형이 더더욱 증오에 기름을 쏟아 부었다.
“아아아아!! 너무! 너무 화가 나!!!”
나는 화가 너무 많은 사람이야!!
“내가! 씨이팔!! 이 여행을! 얼마나! 기대했는데!!!”
“Gruuuuu!”
“KaaaaaaaaaaaaaaAAA!”
쩌적! 쩌저저적! 쩌저적!!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붉은 피보라가 휘몰아쳤다!
좀비 영화에 나오는 좀비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무식한 피지컬을 가진 괴물들이라고 해도 이미 인간의 영역을 아득히 벗어난 강우를 상대할 수는 없었다.
폭발적으로 휘둘러지는 검격!
괴물들은 순식간에 사냥꾼에서 사냥감이 되어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 딜도! 망가!”
콰아아아아앙!
높게 뛰어오른 강우는 그대로 괴물의 머리통을 짓밟아 터트리며 착지했다.
“씨바 것들 줄지가 않네.”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며 괴물들을 처리했지만, 사방으로 도망치는 괴물들을 모두 처리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숫자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어쩔 수 없지.”
강우는 왼쪽 가슴 위에 손을 올렸다.
여기서는, ‘그’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심연소환(深淵召喚)”
꾸르르륵!
검은 점성을 띈 액체가 흘러나와 뭉친다.
장막처럼 펼쳐진 어둠, 그 속에서 두 개의 붉은 눈이 반짝였다.
2미터의 장신.
이마에 돋은 두 개의 뿔과 박쥐의 날개.
어둠의 장막을 거둬내며,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아, 아아.]대공(大公).
과거 그 이름만 들어도 구천지옥의 악마들이 공포에 질려 벌벌 떨게 만드는 존재.
그 중 분노(忿怒)의 좌를 담당하고 있는 전율스러운 악마가 마해의 심연에서 빠져나왔다.
[나는 죽음이다.]처음 소환됐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선명한 목소리.
강우가 힘을 되찾을수록, 심연에서 소환된 그의 힘과 의식도 되돌아왔다.
[나는 종말이다.]낮게 깔리는 음산한 목소리.
섬뜩한 마기가 흘러넘친다.
[모든 분노한 자의 어버이이며, 분노 그 자체다.]“KaRaaaaaaaaaaAAAAAa!!”
괴물이 쩌억 입을 벌린 채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가볍게 손을 들어 괴물의 벌어진 입을 붙잡았다.
쩌저저저적!!
그의 손을 통해 발현된 절멸의 권능이 괴물의 몸을 조각조각 터트려 버렸다.
폭발하듯 치솟는 마기.
압도적인 존재감이 주변 모든 생물들의 영혼을 짓눌렀다.
붉게 타오르는 두 개의 눈동자가 괴물들을 응시했다.
[나는… 사탄이다.]대공을 잊은 세계.
대공의 존재가 사라진 세계.
대공의 공포가 지워진 세계.
그 세계에,
구천지옥을 공포에 떨게 했던 분뇨(糞尿)의 대공이 재림(再臨)했다.
“아 씨발 오타.”
분노(忿怒)의 대공이 재림(再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