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59)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60화
미끼를 물어버렸구만(3)
“이야~ 이거 우연이네. 여기서 시훈이 널 볼 줄이야!”
“…김영훈?”
다음 사냥감을 향해 움직이던 김시훈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청년을 보고는 딱딱하게 표정을 굳혔다.
김영훈.
국내 5대 대형 길드 중 하나인 미르 길드의 부길드장으로서 미르전자의 회장 김재현의 아들.
한마디로 말해 금수저.
그것도 다이아몬드로 코팅까지 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인간이었다.
물론, 하늘은 그에게 모든 것을 준 것은 아니었다.
김영훈의 플레이어로서의 재능은 국내에서 두 손가락 안에 뽑히는 랭커인 김재현과는 달리 평균을 살짝 웃도는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플레이어로서 재능이 없다는 점은 김재현의 재력과 권력을 등에 업은 김영훈에게 단점조차 되지 않았다.
그에게는 그런 재능을 극복할 수 있는 막대한 돈이 있었으니까.
“아시는 분인가요?”
“저 사람 그 미르 길드의 부길드장 아니요?”
설아와 태수는 김영훈과 김시훈을 번갈아보며 물었다.
김영훈은 그들을 향해 가볍게 허리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반갑습니다. 김영훈이라고 합니다. 오우, 시훈이가 아주 아름다운 분과 파티를 맺으셨네요.”
김영훈은 한설아를 보고는 눈을 반짝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네가 여기엔 왜 온 거야.”
김시훈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김영훈을 노려보았다.
온화한 성격을 가진 그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살기가 그에게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응? 게이트에 당연히 사냥하러 왔지 뭘 하러 왔겠어?”
“그렇다면 얼른 마저 사냥하러 꺼져.”
“하하하! 형한테 너무 막말을 쏟는 거 아냐?”
“누가!”
자신을 ‘형’이라고 칭하는 김영훈의 말에 김시훈은 발작을 일으키듯 몸을 떨었다.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김영훈을 노려보던 김시훈이 씹어뱉듯이 말을 이었다.
“누가 내 형이라는 거야!”
“하하하! 하긴, 일반적인 형제라고 할 수는 없지.”
김영훈은 지금 상황이 즐겁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달리 네게는 천한 피가 흐르고 있으니까 말이야.”
“이 개자식이!!”
김시훈은 거칠게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검을 뽑아들었다.
천한 피.
몇 번이고 들어왔던 그 단어가 그의 가슴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왜? 감히 형에게 대들 생각이냐?”
김영훈은 허리춤에서 푸른색 검을 꺼내들었다.
겉으로만 보더라도 숨 막히는 예기가 느껴지는 명검이었다.
김시훈은 검을 꺼내들은 그를 바라보며 흠칫 몸을 떨었다.
김영훈은 강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그가 입고 있는 값비싼 장비들이 그를 강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
“하하. 그래그래. 음. 요즘 너에 대한 소문이 좀 돌아서 말이야.”
“소문?”
김시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너, 굉장히 좋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며? 적어도 S급 이상 특성을 말이야.”
“……!”
김시훈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히야, 설마 이렇게 타이밍 좋게 네가 높은 등급 특성을 가진 플레이어로 각성할 줄은 몰랐어.”
“…그게 무슨 말이야.”
“마침 딱 너 같은 ‘제물’이 필요한 상황이었거든.”
김영훈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입술을 핥았다.
“제물…?”
불길함이 느껴지는 그 단어 김시훈이 표정이 거칠게 일그러졌다.
김영훈은 김시훈의 뒤에 있는 파티원들을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
“호오. 너 말고도 다른 파티원들도 꽤나 재능이 있어 보이네. 이야, 이 정도면 이거 완전 노다지인데?”
“…….”
“아, 물론 저쪽에 계신 아름다우신 분은 제물로 사용하지 않을게. 그밖에도 사용할 곳이 좀 많을 것 같으니까.”
김영훈은 음욕으로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한설아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한설아는 마치 몸에 뱀이 기어 다니는 듯한 불쾌한 감각에 얼굴을 찌푸렸다.
“…대체 뭘 할 생각이야?”
“하하. 그건 얌전히 날 따라오면 알고 싶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거야.”
“누가 너 같은 새끼를…!”
“뭐, 따라오고 싶지 않다면 맘대로 해. 억지로라도 따라오게 해줄 테니까.”
김영훈은 검을 들어 올리며 옆에 있는 사내에게 말했다.
“넌 나서지 말고 있어. 저놈은 내 사냥감이거든.”
“알겠습니다.”
김영훈의 옆에 목석처럼 서 있던 사내는 깍듯하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크읏….”
김시훈은 분하다는 듯이 몸을 떨었다.
김영훈에게 당했던 모든 굴욕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와 김영훈은 배다른 형제였다.
하지만 둘의 인생은 하늘과 땅처럼 완전히 극과 극이었다.
김재현이 젊은 시절 다른 여자와 놀아나다가 태어난 김시훈은 어렸을 적부터 쭉 김영훈의 멸시와 조롱을 받으며 살아왔다.
그러던 중 그녀의 어머니에게 질린 김재현은 이내 집 안에서 병든 어머니와 그들을 내쫓아 버렸다.
아무도 그를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다.
김시훈은 그렇게 가슴속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가둔 채 살기 위해서 계속 발버둥쳐 왔다.
‘내가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수백, 수천 번을 넘도록 했던 생각들.
오랜 갈망 끝에 그는 그 가능성을 붙잡을 수 있었다.
무신 천태황의 영혼. SSS급 특성.
그는 다른 플레이어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강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김시훈의 눈빛에 선명한 절망이 떠올랐다.
김영훈과 대치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와 자신 사이의 압도적인 격차가 느껴졌다.
일단 6차 각성을 마친 김영훈과 자신은 레벨 자체가 너무 차이 났다.
아무리 좋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극복할 수 있는 레벨의 격차가 아니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만약 자신이 3차 각성이 아닌 4차, 5차 각성을 이뤘다면 그와 싸워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무의미한 가정이었다.
그는 지금 갓 3차 각성을 이룬 저레벨 플레이어였으니까.
“그럼, 건방진 동생에게 예의범절에 대해서 교육 좀 해볼까!”
김영훈은 손에 쥔 검을 들고 땅을 박찼다.
그의 몸이 빠른 속도로 김시훈을 향해 다가왔다.
날카로운 예기를 뿜어내는 그의 검이 김시훈을 노리고 휘둘러졌다.
-까앙!
“크읏!”
김영훈의 공격을 막은 것은 태수였다.
태수는 방패를 타고 전해지는 강렬한 충격에 거칠게 입술을 깨물며 입을 열었다.
“시훈 형씨와 무슨 관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강태수가 있는 한 함부로 시훈 형씨에게 손댈 수는 없을 거요!”
“뭐야 이 근육돼지는?”
김영훈은 자신의 공격이 막혔다는 사실이 불쾌한지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태수를 노려보았다.
“하압!”
태수는 김영훈의 공격을 흘리고는 바로 방패를 앞으로 들이밀며 그를 공격했다.
2미터에 달하는 태수의 거구가 김영훈을 들이받았다.
-텅!
“엉…?”
태수의 입에서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김영훈의 몸을 감싸고 있는 검은색 가죽갑옷에 방패가 닿자마자 강력한 반탄력과 함께 그의 방패가 튕겨져 나갔다.
“이 새끼가 어딜 감히 껴들어?”
김영훈은 자신과 김시훈의 싸움에 끼어든 태수를 향해 거칠게 검을 휘둘렀다.
“태수 씨! 위험합니다!”
-콰앙!
“커헉!”
검을 휘둘렀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폭음과 함께 태수가 뒤로 튕겨져 나갔다.
김영훈의 공격을 받아냈던 그의 방패가 산산이 박살 나 바닥에 떨어졌다.
“제길!”
김시훈은 거친 욕설을 입에 담으며 김영훈에게 달려들었다.
‘잠룡검법 제5초식 풍룡출현!’
그와 김영훈의 레벨 격차는 30레벨 이상.
처음부터 그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공격으로 몰아치지 않으면 승산이 없었다.
“부스트!”
그런 그의 생각에 동조하듯 한설아의 버프가 그의 몸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순간적으로 그의 몸에 강렬한 힘이 끓어올랐다.
‘이거라면!’
김시훈은 눈을 빛내며 바람에 휩싸인 검을 김영훈을 향해 휘둘렀다.
“크읏!”
-까앙!
김영훈은 김시훈이 공격을 시작하자 재빠르게 검을 들어 그의 공격을 막았다.
기본적인 스탯 차가 심하기 때문에 힘과 속도, 그 어디에서도 김영훈은 김시훈을 압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바람에 휩싸인 김시훈의 검격을 모두 막을 수는 없었다.
-카가가가가강!!
“이 건방진 놈이….”
김영훈은 그가 입고 있는 가죽 갑옷에 맞고 튕겨나간 김시훈의 검을 바라보며 벌겋게 얼굴을 붉혔다.
레벨과 스탯이 압도적으로 차이 남에도 공격을 허용했다는 사실 자체가 그를 치욕스럽게 만들었다.
“그래, 넌 언제나 그런 놈이었지.”
김영훈은 불쾌하다는 눈빛으로 김시훈을 노려보았다.
어렸을 때부터 김시훈은 뭘 하든 그보다 잘했다.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김영훈은 김시훈에게 그 무엇도 이기지 못했다.
플레이어로서의 재능까지도.
‘하지만!’
김영훈의 입가가 비틀어 올라갔다.
재능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그 재능을 짓누를 수 있는 권력과 재력이 있었다.
김영훈은 김시훈의 검을 튕겨내며 그의 가슴을 거칠게 걷어찼다.
그가 신은 부츠에 강렬한 빛이 터져 나오며 김시훈의 몸이 형편없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커헉!”
“하하하! 그래! 이게 네 한계다! 이게 너와 나의 적절한 눈높이라고!”
“크윽….”
“아무리 네가 발버둥 쳐도, 미친 듯이 노력해도,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는 거야.”
김영훈은 바닥에 쓰러진 김시훈을 향해 다가가 그의 얼굴을 거칠게 걷어찼다.
-퍼억!
“커헉!”
-퍼억! 퍽!
“하하하! 어때, 이제 좀 얌전히 따라올 생각이 드냐?!”
김영훈의 발길질과 함께 김시훈의 얼굴이 피로 뒤덮였다.
“라이트닝 스피어!”
“홀리 스트라이크!”
그런 김시훈을 지키기 위해 설아와 은비가 마법을 쏘아냈다.
“으아아아아아!!”
방패를 잃은 태수까지도 맨손으로 김영훈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 이것들이 단체로 미쳤나….”
김영훈은 귀찮다는 듯이 뒤로 몸을 움직여 마법을 피했다.
태수는 김영훈이 몸을 피한 사이 재빠르게 김시훈을 데리고 뒤로 거리를 벌렸다.
“으, 아.”
“시, 시훈 씨!”
김시훈은 검으로 자신의 몸을 지탱하며 바닥에서 일어섰다.
한설아가 다급히 그에게 다가가 치료를 시작했다.
“모두, 도망치십쇼.”
“그럴 수는 없어요!”
“이건… 제가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김시훈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김영훈을 향해 다가갔다.
“크윽.”
화가 났다.
김영훈에게 이렇게 철저하게 농락당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참을 수 없었다.
자신에게 그를 이길 수 있는 힘이 없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었다.
이렇게 나약하기만 한 자신의 모습을.
-힘이 필요한가.
그때, 그의 귓가에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 *
‘악마교와 연루된 길드는 미르 길드였군.’
김영훈과 김시훈의 전투를 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강우는 눈을 반짝였다.
제물에 대한 언급까지 했으니 미르 길드와 악마교가 연관된 것은 확실해 보였다.
‘그나저나 김시훈이 재벌가의 서자였다니.’
전에 김영훈의 사진을 보고 비슷한 외모라고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런 관계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슬슬 움직여 볼까.”
‘계획’에 필요한 연락도 모두 끝마친 참이었다.
강우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전투에 끼어들려고 했다.
그때였다.
“응?”
비틀거리던 김시훈의 몸에서 강렬한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
강렬한 기운에 휩싸인 김시훈은 지팡이 대신으로 사용하고 있던 검을 다시 들어올렸다.
‘설마 위기상황이라고 각성한 거야?’
강우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김시훈을 바라보았다.
강렬한 기운에 휩싸인 그가 김영훈을 향해 검을 겨눴다.
“그래! 힘이 필요하다!”
‘새끼, 각성 타이밍 보소.’
“적을 죽일 힘이! 소중한 이를 지킬 힘이 필요하다!”
‘와, 시바 저 대사를 육성으로 내뱉네.’
김시훈의 몸에서 폭발하듯 강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선명한 푸른 검기가 그의 검에 맺혔다.
-띠링.
[사역마 ‘김시훈’이 무신의 힘을 받아들입니다.] [사역마 ‘김시훈’이 새로운 무공, 운룡검법(雲龍劍法)과 운룡보(雲龍步)를 터득하였습니다.]‘그래. 그냥 네가 주인공 해라, 인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