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6)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7화
마왕의 분노(2)
‘뭐야 이 새낀?’
한태현은 바닥에 엎질러진 김치찌개를 내려다보며 처절한 절규를 내지르는 강우의 모습에 헛웃음을 흘렸다.
“…미친놈인가?”
쓸데없이 성격만 좋은 자신의 여동생이 정신이 약간 모자란 거지를 집으로 초대했다고 밖에 설명이 되지가 않았다.
“어디서 저런 거지 놈을 데려 온 거야?”
“도, 도망치세요, 강우 씨!”
한태현의 물음을 무시하며 한설아가 소리쳤다.
한태현은 4차 각성을 눈앞에 둔, 30레벨에 근접한 소환자였다.
소환자 전체를 놓고 보면 그다지 높은 레벨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지금 당장은 그녀와 비교할 수 없는 강자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한설아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 자신의 일에 휘말려 다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혹시 강우라면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유혹의 소리가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떠올랐지만 이내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오빠는 2차 각성에 B급 특성을 개화했어.’
일반적으로 3, 4차 각성은 되어야 개화할 수 있는 B급 특성을 한태현은 2차 각성에서 개화했다.
플레이어의 강력함은 특성의 등급과 레벨로 결정된다.
그런 의미에서 한태현은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서는 재능이 있는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었다.
‘강우 씨가 위험해.’
그녀는 초조한 표정으로 강우를 바라보았다.
“허으으윽. 내, 기, 김치찌개애애애애….”
그녀가 그런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우는 바닥에 엎질러진 김치찌개를 내려다보며 처절한 목소리로 흐느끼고만 있었다.
한태현은 그런 그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어이, 거기 거지. 그만 질질 짜지 말고 일어나.”
“…….”
강우는 건방진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한태현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강렬한 살기가 그의 전신에서 피어올랐다.
“읏…?!”
강우와 눈을 마주친 한태현은 순간적으로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뭐야?’
인간의 눈빛이 아니었다.
짐승, 혹은 파충류의 그것과 비슷한 흉포한 눈빛.
‘아니야.’
한태현의 표정이 창백하게 질렸다.
짐승? 파충류?
그런 것 따위가 아니었다.
맹수가 뿜어내는 살기보다 질척하며, 끈끈하고, 불쾌한 느낌이 드는 살기.
무저갱의 저편을 들여다 본 듯한 아득한 공포가 그의 전신에 퍼져나갔다.
‘이건 마치.’
한태현은 그 눈빛에 어울리는 표현을 찾았다.
고민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악마….”
악마.
악마를 실제로 본 적도, 자세히 알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한태현은 그 표현 이외에 강우에게 어울리는 표현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우, 후우!”
-우우웅.
한태현은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며 전신의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를 압박하던 짙은 살기가 말끔하게 사라졌다.
‘잘못 느낀 거겠지.’
그는 경계심어린 표정으로 강우를 노려보았다.
저런 거지 자식이 자신을 위협할 만한 살기를 뿜어냈을 리가 없었다.
한태현은 방금 느꼈던 살기의 기억을 지워내듯 고개를 저었다.
김치찌개가 엎어졌다고 절규하는 거지의 눈빛에 순간이나마 떨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가만히 한태현을 노려보던 강우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냐.”
“…뭐?”
“네가 감히 김치찌개를 엎지른 거냐?”
“하. 이 거지가 진짜 정신이 나갔나.”
한태현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실소를 흘리며 마력을 양 주먹에 집중했다.
그가 레벨 10을 달성했을 때 개화한 2차 각성 특성, ‘화염의 손길’의 힘이 발휘됐다.
-화르륵!
파란 불꽃이 그의 양손에 맺혔다.
그의 주먹에 맺힌 파란 불꽃은 집안 전체를 태워버릴 듯이 강렬한 열기를 뿜어냈다.
특성 스킬.
개화한 특성의 힘을 활용하여 사용할 수 있는 플레이어만의 힘.
게이트에서 쏟아지는 몬스터에 의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던 지구를 간신히 지켜주고 있는 힘이 바로 이러한 플레이어의 힘이었다.
“조심하세요!”
한설아는 다급한 외침을 흘리며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에서 뻗어나간 빛의 화살이 한태현의 머리를 노렸다.
그녀가 플레이어로 각성하며 받은 특성은 빛의 흔적이라는 D급 특성이었다.
공격용보다는 버프, 회복에 특화되어 있는 특성.
“흥.”
-파아악!
한태현이 가볍게 손을 휘젓는 것만으로도 빛의 화살이 화염에 휩쓸려 사라졌다.
제대로 된 공격 특성을 개화하지도 못한 저레벨 플레이어에게 당할 정도로 그는 녹록치 않았다.
“하압!”
한태현은 짧은 기합과 함께 강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의 양손에 맺힌 푸른 불꽃이 강우를 노리고 쏘아졌다.
-휘익.
“응?”
강우는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불꽃을 고개를 살짝 비틀어 피했다.
그의 왼쪽 손등에서 검은색 칼날이 솟구쳐 올랐다.
강우는 자신의 머리를 노리고 휘둘러지는 한태현의 주먹을 가볍게 허리를 숙여 피하며 칼날을 휘둘렀다.
“읏!”
한태현은 다급한 외침을 흘리며 몸을 비틀었다.
‘빠르지 않아.’
위협적인 기운이 느껴지는 칼날이었지만 속도 자체는 그다지 빠르지 않았다. 한태현은 칼날에 정신을 집중하며 몸을 움직였다.
그때였다.
-퍼억!
“커헉!”
밑에서 솟구치듯 올라온 강우의 발이 그의 명치를 후려쳤다.
처음부터 검은색 칼날은 미끼.
한태현의 의식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페이크였다.
“이 개자식이!”
대미지 자체는 크지 않았다.
한태현은 거친 욕설을 흘리며 강우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퍼억! 퍽!
“커헉! 윽!”
하지만 이번에도 강우는 최소한의 동작으로 그의 공격을 피하더니 가벼운 잽을 두 방 그의 얼굴에 꽂아 넣었다.
강우는 비틀거리는 한태현을 향해 몸을 숙여 왼손을 내질렀다.
한태현은 다급하게 화염에 휩싸인 두 팔을 그의 왼손으로 향했다.
-뻐억!
“커허억!”
-쿵!
강우는 그런 그의 행동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왼손을 뒤로 당기며 오른 주먹으로 어퍼컷을 날려 그의 턱을 정확하게 가격했다.
턱을 얻어맞은 한태현의 몸이 거실 바닥을 뒹굴었다.
“허억, 허억.”
한태현은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강우를 올려다보았다.
힘에서도, 스피드에서도 자신은 밀리지 않았다.
그것은 상대가 자신보다 레벨과 스탯이 낮은 플레이어라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뭐야 저 자식은?’
그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전투 방법이었다.
당연히 주가 되어야 할 무기를 이용한 공격을 망설임 없이 페이크로 사용하고, 순간적인 빈틈을 날카롭게 파고들어 카운터를 먹인다.
검을 든 검사가 검을 미끼로 사용하며 육탄전을 벌이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아아아악!”
한태현은 발작을 일으키듯 괴성을 내지르며 강우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강우는 마치 어린아이와 싸우듯 일방적으로 한태현을 압도했다.
-퍼억!
“쿨럭! 너, 너 정체가 뭐야!”
빈틈이 없었다.
전투에 대한 압도적인 경험의 차이가 느껴졌다.
수십 년을 전장에서 구른 노련한 전사와 싸운다면 이런 느낌일까.
한태현은 김치찌개 하나에 울부짖던 거지가 보일 리가 없는 움직임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두들겨 맞았다.
-콰직!
“아아아악!!”
검은색 칼날이 그의 왼 손목을 파고들었다.
“아, 아파!! 아파!!!”
“아직 안 끝났어.”
강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며 손목에 박아 넣은 칼날을 비틀었다.
-우드득.
손목의 뼈가 부러지는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아아아아악!!”
한태현은 아찔한 고통에 물고기처럼 몸을 펄떡였다.
강우는 격렬하게 몸을 비틀고 있는 그의 오른 손목에 검은색 칼날을 박아 넣었다.
마왕의 분노는 고작 손 하나를 불구로 만든 것만으로는 가라앉지 않았다.
“김치찌개를 엎은 죗값을 치르려면 한참 남았어.”
“이이익! 고, 고작 김치찌개 따위가 뭐라고 이 지랄을 하는 거야!”
“…….”
한태현의 외침에 강우의 몸이 흠칫 굳었다.
“뭐, 라고?”
그는 믿을 수 없는 소리를 들었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김치찌개가… 고작, 이라고?”
있을 수 없는 말이었다.
존재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김치찌개에는 고작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았다.
그것은 조금 더 신성한, 경이로운 존재였다.
“김치찌개가! 고작! 이라고?!”
-퍼억! 퍽! 퍽!
“커헉! 쿨럭! 아악! 사, 살려줘!!”
한층 더 격렬한 폭행의 시간이 시작됐다.
강우는 있는 한태현의 머리를 축구공 걷어차듯 연달아 걷어찼다. 순식간에 한태현의 얼굴 전체가 피로 뒤덮였다.
“어억! 끄윽!”
한태현은 고통에 찬 신음을 토해냈다.
강우에 비해 스탯이 월등히 높은 한태현도 이 일방적인 폭력에는 아찔한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고통이 그의 전신에 퍼져나갔다.
“후우, 후우. 자, 다시 한번 말해봐. 김치찌개가 어떻다고?”
“꺼억…. 꺽. 기, 김치찌개는 시, 신성한 으, 음식입니다.”
“그렇지.”
그제야 강우는 마음에 들었는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공포에 질린 한태현의 머리칼을 움켜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 알았으면 다시 한번 말해봐. 김치찌개는 뭐라고?”
“시, 신성한 존재입니다.”
한태현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강우는 그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목소리가 작다.”
“기, 김치찌개는 신성한 존재입니다!”
“감정이 담겨 있지 않잖아!”
“김치찌개는! 신성한! 존재입니다!”
“더 크게! 신을 향해 기도하는 신도처럼! 사랑하는 여인에게 구애하는 남자처럼! 격렬한 감정을 담아서 소리쳐!!”
“김치찌개는!!! 신성한 존재입니다아아아아!!!”
절규에 가까운 외침.
하지만 아직 강우가 원하는 음색이 담겨져 있지 않았다.
강우는 고개를 저으며 소리쳤다.
“이 소리가 아냐! 아직 부족해!! 7옥타브까지 소리를 높여!!”
“김치찌!! 커헉! 쿨럭! 쿨럭!”
무리하게 소리를 높이던 한태현이 결국 기침을 토해냈다.
강우의 몸에서 짙은 살기가 피어올랐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똑바로 안 해?”
“죄,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크게!! 영혼을 쥐어 짜내서!!!”
“김치찌개느으으으으은!!! 신성한 존재입니다아아아아아!!!!”
한태현은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내며 울부짖었다.
그제야 강우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허어엉. 흐윽….”
한태현의 울부짖음 속에 울음이 섞여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눈물, 콧물에 범벅이 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대체 뭐야, 이 미친놈은…. 허어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