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603)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외전 84화
이곳에 빛은 없다 (9)
“으, 으으!”
살바토르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끔찍한 공포가 독처럼 번져 몸을 잠식한다.
“으아아아아아아!!!”
광기에 찬 외침을 터트리며 마구잡이로 창을 휘둘렀다.
“죽어라!!! 이 사악한 악마여!!!”
하지만 여전히 창날에 느껴지는 감각은 없다.
“제길! 제길! 제기라아아아아알!!”
쿠웅!
살바토르는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대지에 있는 힘껏 창을 내려찍었다.
그의 힘이라면 원래 주변 일대 전체가 뒤집어 엎어져야 했지만,
“허억, 허억.”
어둠이 출렁이며 전력이 담긴 그의 공격을 흡수했다.
“이제 끝났어?”
찔꺼억.
점성을 지닌 끈적한 무언가가 움직이는 소리.
고개를 돌리자 섬뜩하게 빛나는 노란 눈동자가 그를 응시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너, 너는 대체.”
부르르 몸을 떨며 뒷걸음질 쳤다.
“이상하네.”
쩌억.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감각.
“허업!”
살바토르는 다급히 앞으로 몸을 굴렀다.
날카로운 이빨에 목덜미의 살점이 찢겨 나갔다.
“허억! 허억!”
섬뜩한 공포가 그를 옥죄였다.
이마에서 흘러내린 식은땀이 찢어진 목덜미에서 쏟아진 피와 뒤섞였다.
바닥에 주저앉은 그의 귓가에 악마가 속삭인다.
“분명 내가 먼저 물어보지 않았어?”
“히, 히익!!”
바로 옆에서 속삭이는 듯 가까이서 들리는 악마의 목소리에 살바토르는 데굴 앞으로 몸을 굴렸다.
“어, 어디냐!!!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
보이지 않는 적에 대한 공포가 그를 잠식했다.
“아카르트시여!!! 부디 그대의 미천한 종에게 어둠을 이겨낼 힘을!!!”
절규와도 같은 기도문.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황금빛이 거세게 타올랐다.
“거참 더럽게 시끄럽네. 아카르트의 권속들은 다 이런 놈들뿐인가?”
차가운 비웃음.
꾸르륵.
끈적한 무언가 흘러내리는 소리와 함께.
“어, 어째, 서.”
거세게 타오른 황금빛이 어둠에 집어 삼켜져 사라졌다.
“대체 무슨 수를 쓴 것이냐 이 노오오오옴!!!”
살바토르는 눈앞의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발작을 일으키듯 외쳤다.
아카르트의 빛에는 악을 멸하고, 어둠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
그 찬란하고 영험한 빛에 닿은 악은 마치 극독에 중독된 것처럼 끔찍한 괴로움에 몸부림치다가 소멸했다.
아니, ‘소멸해야’ 했다.
“왜… 대체 왜 아카르트님의 빛이 어둠에 잡아 먹힌단 말이냐아아아아!!!”
이해할 수 없는, 이제까지 겪어본 적 없는 기괴한 현상에 살바토르는 절규했다.
“그거야 뭐.”
방긋. 어둠 속에서 악마가 웃었다.
“아무리 강력한 독이라고 해도 바다에 한 방울 섞이는 것만으로는 아무 의미 없잖아?”
“그게 무슨.”
“말 그대로의 의미야.”
아카르트의 빛에 악을 멸하는 힘이 담겨 있다 하나,
“그딴 쥐좆만한 빛으로는 마해(魔海)를 무너트릴 수 없다고.”
“……!!”
살바토르의 두 눈이 크게 부릅뜨였다.
마해(魔海).
태초에서 탄생한 ‘두 어둠’ 중 하나.
분명 그 아득한 존재에 대해 아카르트에게 직접 들어본 기억이 있었다.
“마해의… 왕!”
살바토르의 눈빛에 극도의 분노가 서렸다.
악에 대한 무한한 증오.
천칭의 균형을 어그러트리는 마왕의 존재에 살바토르는 거칠게 창을 쥐었다.
“전능하신 아카르트여 진리의 빛으로 날 보호하소서. 거룩하신 지혜로 날 이끄시고 내 가는 길 어둠에 싸여 있어도 신성한 빛으로 내 영혼을 이끄소서.”
나지막한 기도문.
우우웅!
어둠 속에 집어 삼켜지면서도 황금의 빛은 차갑게 타올랐다.
“차핫!!!”
살바토르는 거칠게 기합을 터트리며 창을 내질렀다.
시야도, 다른 감각도 사라진 지금 그는 오로지 그곳에 적이 있다는 ‘믿음’만으로 창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푸욱!!
손에 감각이 있다!
꾸르륵.
검은 점액질과 같은 어둠이 출렁이는 것이 보였다.
“아카르트시여어어어!!!!”
살바토르의 입가가 올라갔다.
그는 눈앞의 어둠을 향해 미친 듯 창을 휘둘렀다.
그리고,
-쩌억.
어둠이 두 쪽으로 갈라졌다.
갈라진 틈으로 빛이, 그가 그토록 갈망했던 한 줄기 황금의 빛이 흘러나왔다.
“아아.”
살바토르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아카르트시여. 제 부름에 응….”
화르르륵!
“어…?”
어둠 속에서 흘러나온 황금의 빛이 어둠과 뒤섞인다.
검은 원의 테두리를 돌며 타오르는 황금의 불길.
그것은 마치.
“검은… 태양?”
검은 태양이 떠올라 있는 것처럼 보였다.
[키에에에에에엑!!!] [크르르르르!!!] [키햐아아아아아아아아!!!]검은 태양이 열리며, 그 속에서 쏟아져 나온 셀 수 없는 악마가 살바토르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이, 이건 대체!!”
살바토르는 경악에 찬 표정으로 외치며 다급하게 창을 들어 올렸다.
콰득!
신체의 거의 모든 감각이 사라진 상황에서도, 아득한 경지에 오른 그의 창격(窓格)은 아름다운 호선을 그리며 악마의 몸을 갈랐다.
[키히이이이이익!!]황금빛 창날에 몸이 갈라진 악마가 그대로 ‘소멸’했다.
아카르트의 빛이 불사를 끊어내고 악마를 영혼 채로 불태웠다.
하지만.
검은 태양에서 기어 나온 악마들은 마치 해일처럼 끝없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으아아아아아아!!”
살바토르는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악마들을 향해 창을 휘둘렀다.
황금빛 창이 한 번 번쩍일 때마다 하나의 악마가 타올라 소멸했다.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아카르트시여어어어!!!! 제게 이 어둠을 물리칠 수 있는 빛으으으으을!!!”
끝나지 않는다. 멈추지 않는다.
아무리 죽이고 또 죽여도.
심연에서 기어 나오는 악마의 숫자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다.
난폭하게 휘둘러지는 창날 끝에 맺힌 황금빛이 점차 희미해졌다.
* * *
빛 한 점 존재하지 않는 어둠 속에서 미친 듯이 악마를 도륙하는 살바토르의 모습이 보인다.
그는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심연 속에서 기어 나온 악마들을 향해 창을 휘둘렀다.
창날이 한 번 번뜩일 때마다 마해(魔海) 안에 집어 삼켜졌던 악마들이 소멸했지만, 아직 악마의 숫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남아있었다.
“어디 마음껏 발버둥 쳐보라고.”
흐트러지는 의식 속에서 강우는 낮게 웃었다.
살바토르가 내지르는 창격은 분명 위협적이었지만, 마해에서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악마들을 모조리 물리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아.”
뜨거운 숨을 토해냈다.
목이 타들어 가는 듯 뜨겁다.
미칠 듯한 갈증이, 죽음과도 같은 허기가 전신을 태운다.
‘오랜만이네.’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
머릿속이 어지럽다.
이성이 타들어 가며 흘러나오는 짙은 연기가 코를 찌른다.
심연 해방(深淵 解放).
자신의 육체 안에, 마해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심연은 끄집어내어 이 주변 일대 전체를 뒤덮었다.
아직 육체의 성장이 완성되지 않은 그에겐 크나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선택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길 수 없을 테니까.’
살바토르는 김시훈조차 이기지 못했던 강자다.
거기에 더해 자신에게 극상성이라고 할 수 있는 아카르트의 빛을 지니고 있다.
‘다른 전도사 놈들도 있었고.’
상성도 밀리는데 숫자조차 밀린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심연을 억지로 해방하지 않고는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그래도 개문(開門)을 사용했을 때보단 훨씬 낫나.’
이제 그의 육체는 완전히 마해와 한 몸이 된 상태.
과거 만마전을 만들어 심장 속에 마해를 가둔 채 힘을 사용했을 때보단 훨씬 상황이 나았다.
물론,
“쿨럭, 쿨럭!”
텨져 나오는 기침과 함께 전신에 끔찍한 고통이 달린다.
의식의 끈이 타들어가 잿더미로 변하는 듯한 감각.
‘이것도 오랜만에 겪으니 돌아버리겠군.’
간신히 이성의 끈을 붙잡고 있었지만, 당장이라도 폭주한 마해에 잡아먹힐 것만 같았다.
개문을 사용했을 때보다는 버틸 만하다고 하나 아직 완성되지 않은 육체로 심연을 해방하는 것은 분명 큰 도박이었다.
어쩌면 다시 아득한 시간을 심연 속에 갇히게 될지도 모를 정도로.
‘그건 안 되지.’
강우는 타들어 가는 이성의 끈을 필사적으로 붙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다시 한 번 심연을 먹어치우고 빠져나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미 한 번 승리한 싸움을 똑같이 반복할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밖의 시간으로는 3년. 심연 속에서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기나긴 시간을 또 한 번 겪을 순 없었다.
‘임자가 울 테니까.’
그녀를 또 울게 할 수는 없었다.
“슬슬 됐나.”
강우는 해방시킨 심연을 다시금 몸 안으로 불러들였다.
검은 태양이 사라지고, 라이브 회장 전체를 뒤덮었던 어둠이 흩어졌다.
흩어지는 어둠 사이로 빛이 흘러들어 왔다.
“허억, 허억, 허억!”
풀썩.
그토록 갈망하던 빛이 흘러들어왔음에도, 살바토르의 표정은 어두웠다.
심연의 악마들을 상대하며 모든 체력을 소진한 그는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 아카르트, 시여.”
당장에라도 끊어질 듯 희미한 목소리로 그 이름을 불러봤지만, 이미 망가진 전등처럼 깜빡이는 황금빛이 다시금 찬란히 타오를 일은 없었다.
그의 손에 쥐어진 창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저벅, 저벅.
천둥처럼 머릿속을 울리는 발소리.
“으, 으아, 으으.”
살바토르는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발소리의 주인을 올려다보았다.
이제 갓 고등학교에 올라갔을 법한 어린 외모의 소년.
어딜 어떻게 보더라도 무서울 구석이 없는 소년이 그의 눈에는 더없이 끔찍한 괴물처럼 보였다.
“어, 어찌. 어찌 이런.”
강우은 말없이 그의 목을 향해 손을 뻗었다.
-치이이이익!!!
목에 걸린 황금빛 목걸이를 움켜쥐자 강우의 손이 메케한 연기를 피워 올리며 타들어 갔다.
“…….”
강우는 신경 쓰지 않고 살바토르의 목에 걸린 천칭 모양의 목걸이를 잡아 뜯었다.
떙그랑.
목걸이가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너한테는 물어볼 게 많아.”
“아, 아아. 너는, 너는, 너는.”
살바토르는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주춤주춤 뒤로 기어갔다.
심연 속에서 극도의 공포를 겪으며 이미 그의 마음은 철저하게 짓밟혀 꺾여 있었다.
“하지만 그 전에.”
강우의 입가가 비틀어 올라갔다.
까드득. 사납게 이를 갈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일단 좀 처맞자.”
뻐억! 빠악! 퍼억!
“커헉! 컥!!”
무자비한 폭력이 살바토르의 몸을 난타했다.
우드득!
광대가 함몰하며, 갈비뼈가 아작 났다.
무릎뼈가 박살나며 다리가 기괴한 각도로 뒤틀렸다.
“아아아악!! 아아아아악!!!”
살바토르는 전신을 뒤흔드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탈태라고 들어봤어?”
“타, 탈태…?”
살바토르는 떨리는 눈으로 강우를 올려다보았다.
탈태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더없이 불길한 예감이 그를 잠식했다.
“마, 말하겠습니다!!! 뭐, 뭐든지 말하겠습니다아아아!!”
살바토르는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외쳤다.
더 이상 그에게 그 어떠한 신념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오로지 저 악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이 그를 지배했다.
“아니, 아직 말할 필요 없어.”
강우는 공포에 질린 살바토르의 머리를 잡고, 떨리는 두 눈 위에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제, 제발.”
눈동자 바로 앞에 올려진 엄지손가락.
살바토르는 공포에 잠식된 채 딱딱딱 이를 부딪쳤다.
간절한 기도가 흘러나왔다.
“저, 저, 전능하신 아, 아카르트여 그, 그대의 미, 미천 종에게 빛을. 비, 빛을… 빛을, 빛을, 빛을…!”
푸욱.
엄지손가락이 두 눈알을 짓뭉개며 파고들었다.
손가락 끝에서 흘러나온 심연의 마기가 살바토르의 머리로 흘러들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득한,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극한의 고통이 그의 전신을 뒤흔들었다.
발작을 일으키며 몸을 떠는 그를 내려다보며 강우는 환하게 웃었다.
“이젠 빛이 있어도 보지 못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