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621)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외전 102화
One Day (4)
“크르르르! 컹컹!!”
사나운 울음소리.
헬 하운드의 거대한 덩치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쏘아진다.
날카로운 발톱이 사브나크를 노리고 휘둘러진다.
“크아아아아!!! 제기이이이일!!”
카앙!!
사브나크는 거친 욕지기를 흘리며 자신을 향해 휘둘러지는 헬 하운드의 발톱을 칼날의 권능으로 막았다.
압도적인 체급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브나크는 그다지 뒤로 밀려나지 않았다.
“나느으으으은!!! 권능을 지닌 악마란 말이다아아아!!”
구천지옥에서 권능을 지닌 악마는 굉장히 드물다.
물론, 권능을 지녔다고 하여 무조건 강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공이 그러하듯 강력한 권능을 지닌 악마는 다른 악마들과는 격이 다른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 또한 마찬가지.
칼날의 권능은 마기로 이루어진 검은 칼날을 손바닥에서 만들어낼 뿐인 단순하기 짝이 없는 권능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그조차도 가지지 못한 악마들도 많았다.
적어도 일천지옥에서는 그를 대적할 수 있는 존재는 많지 않은 것이다.
“죽어어어엇!!”
촤악!!
마기로 만들어진 날카로운 칼날이 헬 하운드의 콧잔등을 베었다.
“크르르르르르!!”
“크윽!”
새끼를 잃은 분노에 눈이 돌아간 헬 하운드는 칼날에 베이건 말건 난폭하게 발톱을 휘둘렀다.
사브나크는 아슬아슬하게 옆으로 굴러 발톱을 피했다.
“후욱, 후욱!”
거칠어진 숨결.
사브나크는 침착하게 헬 하운드의 움직임을 살폈다.
‘그래도 움직임 자체는 단순하다.’
지성이 없는 마물답게 헬 하운드의 움직임은 굉장히 단조로웠다.
무지막지한 덩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은 엄청났지만, 힘이라면 일천지옥 내에서도 상위권의 마기를 지닌 그도 꿀리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크르르! 크르르르!”
지금 헬 하운드는 지쳐있었다.
“흐아아아앗!”
사브나크는 허리를 숙여 헬 하운드의 앞발을 피한 후 빠르게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칼날의 권능을 극한으로 사용하여 검은 칼날의 길이를 늘였다.
3미터는 넘게 길어진 검은 칼날이 헬 하운드의 목덜미를 찔러 들어갔다.
하지만,
-빠악!
“크악!!”
절호의 타이밍에 던져진 돌조각.
머리를 정확히 얻어맞은 충격에 목덜미를 찌르던 칼날이 흔들렸다.
푸욱!
헬 하운드의 어깨를 꿰뚫은 칼날.
“크르르!”
피가 뿜어져 나오는 어깨의 상처를 무시한 헬 하운드가 머리를 낮게 숙이며 사브나크를 들이박았다.
“커헉!! 컥!”
헬 하운드의 머리에 부딪힌 사브나크의 몸이 형편없이 뒤로 튕겨 나갔다.
“크아아아아아!! 이 빌어먹을 인가아아아안!!!”
사브나크는 고개를 들어 자신을 향해 돌조각을 던진 인간을 노려보았다.
인간은 높게 솟은 암벽을 기어 올라간 채 결정적일 때마다 돌조각을 던지며 그를 방해하고 있었다.
“제길! 제기이이이일!!”
속이 뒤집힐 듯한 격렬한 분노가 끓어올랐지만,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승산이 자신에게 있다 해도 격렬한 전투 중간에 다른 것을 신경 쓸 수 있는 여유까지는 없었으니까.
“푸헤헤헤헤헿!!!”
암벽 위에 올라탄 채 자신을 향해 돌조각을 내던지고 있는 인간은 마치 그를 조롱하듯 웃음을 터트렸다.
그 천박하기 짝이 없는 웃음 소리에 목덜미가 뻐근해졌다.
“으아아아아아!!!”
사브나크는 목숨을 도외시한 채 달려드는 헬 하운드의 공격을 필사적으로 막으며 사납게 포효를 터트렸다.
미칠 듯한 분노에 정신이 나가버릴 것만 같았다.
“커헝!! 컹컹!!”
“제기라아아아아랄!! 나 말고 저 인간을 공격하란 말이다아아아!!!”
잠들어 있는 새끼를 먼저 공격한 것은 자신이 아닌 저기 위에 있는 인간이었다.
애초에 그는 새끼 헬 하운드를 죽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
“크르르르! 크르르르!!”
하지만 지성이 없는 마물이 말을 알아들을 리가 있나.
헬 하운드는 새끼의 피 냄새를 풍기고 있는 사브나크를 향해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부었다.
-카앙!! 카아앙!!
“크윽!! 컥!!”
무시무시한 기세로 휘둘러지는 칼날을 막으며 사브나크는 초조하게 입술을 짓씹었다.
이대로라면,
‘죽는다…!’
권능으로 만들어낸 검은 칼날을 거칠게 쥐었다.
‘어쩔 수 없다.’
여기서는 그도 치명상을 입을 것을 각오하고 헬 하운드를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
“후욱, 후욱!”
일단 헬 하운드에게서 거리를 벌린 사브나크는 자세를 낮추며 전신의 마기를 쥐어짜 냈다.
-쩌적! 쩌저적!!
전신의 피부 곳곳이 갈라지며 검은 칼날이 솟구쳤다.
마치 고슴도치나 성게처럼 뾰족한 가시를 전신에 만들어낸 사브나크는 사나운 눈빛으로 헬 하운드를 노려보았다.
“크르르르.”
헬 하운드의 움직임이 잠깐 멈췄다.
-화르르르륵!
깊게 숨을 들이쉬니 붉은 화염이 거세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허업!”
사브나크의 표정이 다급해졌다.
헬 하운드의 브레스.
그것은 헬 하운드 자신에게도 막대한 피해를 주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사용하지 않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지금 헬 하운드는 동귀어진이라도 할 기세로 모든 힘을 쥐어 짜내어 거대한 화염을 만들어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
화르르르르르륵!!!!
거대한 화염이 사브나크를 향해 쏟아졌다.
“아아아아아악!!”
치이이익!!
사브나크의 피부가 타들어 가며 녹아내렸다.
거칠게 타오르는 화염은 사브나크만이 아닌, 죽은 새끼 헬 하운드의 시체와 헬 하운드 자기 자신마저 불태우기 시작했다.
생명을 불태우며 찬란히 타오르는 업화(業火).
무시무시한 열기가 암벽 지대를 휩쓸었다.
“크악!! 크하하악!!”
사브나크는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브레스를 내뿜고 있는 헬 하운드를 향해 필사적으로 다가갔다.
지금 이대로 계속 브레스를 내뿜게 했다가는 헬 하운드에 비해 화염 내성이 형편없는 자신이 가장 먼저 잿더미가 되어버리고 만다.
“제발 죽어어어어엇!!”
사브나크는 처절하게 외치며 몸통박치기를 하듯 헬 하운드를 향해 점프했다.
그의 전신에 솟구친 검은 칼날들이 헬 하운드의 몸을 꿰뚫었다.
“허억, 허억, 허억!”
화륵, 화르륵!
머리가 반으로 쪼개진 헬 하운드의 시체가 바닥에 쓰러진 채 타올랐다.
사브나크는 거친 숨을 내쉬며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 이겼, 다.”
일천지옥 최상위 포식자에게 승리했다.
그것도 새끼를 잃어 미쳐 날뛰는 헬 하운드에게!
“흐흐! 이겼…!”
사브나크가 짜릿한 전율에 취해 불끈 주먹을 쥐려고 할 때,
-쐐애애액!!!
날카로운 돌조각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왔다.
빠악!
“카학!”
화염에 녹아내린 피부를 날카로운 돌조각이 찢었다.
검은 피가 흘러나오는 상처를 부여잡으며 고개를 돌렸다.
“하아, 하아, 하아.”
그곳에는 화염에 그슬린 채 거친 숨을 몰아 내쉬고 있는 강우의 모습이 보였다.
“흐흐흐! 용케 이 화염 속에서 살아남았군.”
사브나크는 입가를 비틀어 올리며 눈을 번들거렸다.
인간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그에게 더 반갑게 느껴졌다.
자신을 죽음의 문턱으로 밀어 넣은 건방진 인간에게 복수할 수 있게 됐으니까.
“처참하게 찢어 죽여….”
“흐아아아아아아아!!!!”
폐를 쥐어짜 내는 듯한 함성.
오른쪽 팔만 남은 강우는 바닥의 돌조각 하나를 집어 든 채 사브나크를 향해 달려들었다.
“죽어, 이 새끼야아아아아!!!”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사브나크의 머리를 향해 높게 들어 올린 돌조각을 내려찍었다.
-퍼억!!
“카학!!!”
사브나크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다급하게 칼날의 권능을 사용하며 팔을 휘둘렀지만, 이미 마기가 바닥난 탓에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휘둘러진 팔이 허망하게 허공을 가른다.
“허억, 허억!”
머리를 부여잡으며 바동거리는 사브나크를 내려다보며 강우는 사납게 이를 드러냈다.
헬 하운드와 사브나크가 동귀어진을 하도록 만들지는 못했지만, 사브나크의 모든 힘을 빼고 치명상을 입게 만드는 것까지는 성공했다.
‘그렇다면.’
나머지 마무리는 자신이 직접 하면 될 일.
“자, 잠깐….”
“뒤져어어어어어!!!”
빠악!!
오른손에 움켜쥔 돌조각을 다시금 내려찍었다.
마치 강철을 내려치는 듯한 충격과 함께 손바닥이 찢어졌다.
무시했다.
“뒤져!!!! 뒤지라고!!!!”
머릿속에 뜨겁게 달아오른다.
등골을 타고 짜릿한 전율이 퍼진다.
뺨을 적시는 검은 핏물.
낄낄낄.
왠지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푸흑!! 크흐흐흐흐흐흐흐!!!!”
뇌수를 태워버리는 듯한 환희.
돌조각이 휘둘러질 때마다 사브나크의 머리통이 곤죽이 되어가는 모습이 더없이 즐겁게 느껴졌다.
“푸하하하하핫!!! 그래!!! 뒤져!!! 뒤져 이 새끼야아아아아!!!!!”
시야가 점멸한다.
잘려나간 왼팔의 고통도, 목을 태우는 갈증도, 미칠 듯한 허기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처절한 비명소리만이 세상에 남았다.
“커헉, 컥… 크륵!”
사브나크의 머리통이 찌그러지며 눈알이 빠져나왔다.
강우는 대롱대롱 매달린 눈알을 잡아 뽑았다.
다시 한번 울려 퍼지는 끔찍한 괴성.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사브나크의 머리통을 움켜쥐고 있는 힘껏 바닥에 내려찍었다.
단단한 암벽에 내려 찍힌 그의 머리에는 별다른 상처가 생기지 않았다.
쿵! 쿵! 쿵! 쿵! 쿵!
한 번으로 부족하다면 두 번. 두 번으로도 부족하다면 세 번.
“커헉! 그, 그마, 안….”
머리통이 완전히 으깨져 박살 날 때까지, 강우는 미친 듯이 사브나크의 머리를 바닥에 내려찍었다.
그리고,
-퍼석!
“…….”
박살 난 머리통에서 뇌수가 흘러나와 쏟아졌다.
“허억! 허억! 허억! 허억!”
풀썩.
강우는 땅에 주저앉으며 거친 숨을 몰아 내쉬었다.
승리에 취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으, 아.”
짜릿한 환희가 지나간 곳에 남은 것은 영혼이 말라비틀어지는 것 같은 갈증과 허기.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헬 하운드와 새끼 헬 하운드의 시체는 이미 불에 타 모두 재가 되었다.
지금 먹을 수 있는 거라고는,
“후룩!! 후루루룩!!!”
짓뭉개진 머리통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핏물뿐.
“후루루루룩!!! 꿀꺽!!!”
개처럼 바닥을 기며 머리통에서 흘러내린 검은 핏물을 핥아 마셨다.
역겨운 피비린내와 쓴맛이 혀를 자극했다.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허억! 허억! 허억!”
말라붙은 목구멍을 적시는 액체. 비린내가 나건 쓴맛이 나건 무슨 상관인가.
“흐, 흐흐흐흐흐!!!”
미칠 듯한 갈증에 메말라 붙어 있던 목구멍을 핏물이 적셨다.
자신이 싼 오줌을 마셨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신에 활기가 솟구쳤다.
“더, 더, 더, 더.”
핏물만으로 만족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강우는 오른팔로 사브나크의 몸통을 잡은 채 얇은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우적! 우적! 크륵! 쩝!!”
마치 고무를 씹는 것 같은 감각와 미칠 듯한 쓴맛.
하지만 3일을 넘게 아무것도 먹지 못한 강우에겐 이것조차 축복이었다.
악마의 살점을 게걸스럽게 뜯어먹었다.
그렇게 쪼그라든 위장이 가득 찰 때까지 악마의 살점을 뜯어먹은 강우는,
“…어?”
어느새 멀쩡하게 재생된 자신의 왼손을 느낄 수 있었다.
“뭐, 뭐야 이거?”
믿을 수 없다는 시선으로 자신의 왼손을 내려다보았다.
사브나크의 칼날에 잘려나갔던 왼손이 멀쩡하게 재생되어 움직이고 있었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다.
“어… 어?”
전신에 힘이 끓어 넘쳤다.
근육도 부풀었고, 몸이 가볍게 느껴졌다.
이곳에 오기 전의 몸보다 훨씬 더 상태가 좋아진 것을 느꼈다.
“이게 무슨….”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재생된 왼손을 쥐었다 펼쳤다.
-촤악!!
“이런 씨…! 까, 깜짝이야!!!”
갑자기 손바닥이 갈라지며 검은 칼날이 솟구쳐 나왔다.
“이건… 아까 그 악마가 사용하던.”
고개를 돌려 방금 전까지 게걸스럽게 뜯어먹었던 사브나크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저 악마의 육체를 뜯어먹은 것으로 상처도 낫고 칼날을 내뿜는 힘도 얻은 것 같았다.
“하아, 하아. 저 괴물들을 잡아먹으면… 그 힘을 얻을 수 있는 건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살았, 다.”
악몽과도 같은 괴물들에게서 살아남았다는 것.
“하, 하하.”
강우는 바닥에 털썩 드러누웠다.
그를 괴롭히던 갈증도, 허기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상처도 모두 나아 오히려 처음 이곳에 떨어졌을 때보다 힘이 넘쳤다.
“그래… 살아남는 거야. 이 빌어먹을 곳에서… 반드시.”
드러누운 강우의 눈에서 희망의 빛이 반짝였다.
자신은 살아남을 것이다.
반드시 살아서, 지구로 돌아갈 것이다.
“그래, 돌아갈━”
그때.
“━아.”
붉게 타오르던 하늘이 어둠에 잠겨 있었다.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보며,
깨달았다.
“아, 으.”
하루.
하루가 흐른 것이다.
자신이 싼 오줌을 핥아 마시고, 목숨을 걸고 암벽 지대에서 먹을 걸 찾고, 헬 하운드의 똥을 몸에 바르고, 그것을 이용해 늑대를 꾀어내고, 헬 하운드와 괴물 늑대가 싸우는 사이 둥지에 잠입하고, 악마를 만나고, 왼팔이 잘리고, 헬 하운드를 불러내고, 싸우다 치명상을 입은 악마를 때려죽이고, 그 살점과 핏물을 먹어치우고.
그,
그 모든 것이.
고작해야 ‘하루’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돌아갈, 거야. 돌아갈 수… 있을, 거야.”
덜덜덜.
가늘게 손을 떨렸다.
“그래, 금방이야… 조금만 참으면… 그래, 며칠만 더, 있으면.”
돌아갈 수 있을 거야.
강우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아직 다 먹지 못한 악마의 시체를 들쳐 매고, 비틀비틀 걸음을 옮겼다.
곧 이 지옥을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는 말을 계속해서 중얼거리며.
그렇게,
지옥에서의 4번째 밤이 찾아왔다.
그리고.
돌아가기까지 3,649,996번의 밤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