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628)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외전 109화
마검 미디르 (3)
“아, 아니 이게 뭐야 대체!!”
차연주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저 자식, 왜 또 일어난 건데!!!”
“네가 부활 주문을 외웠으니까!!!”
‘해치웠나?’는 무덤에 들어간 시체도 벌떡 일어나게 만드는 최상급 부활 주문이다.
“아니, 그게 무슨 헛소리야!!”
“실망했어, 연주야! 중대장은 너한테 실망했다고!!”
“개소리 좀 하지 말고!! 진짜 그 말 때문에 부활했을 리가 없잖아!!”
뭐.
그건 그렇지.
사실 그냥 우연히 타이밍이 맞아떨어진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한가.
중요한 건 그녀를 책망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 책임은 전적으로 연주 너한테 있어.”
“아니이이이이!!! 개 억울하네, 진짜!!!”
“이건 아무리 연주 네가 내 부인이라고 해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야.”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차연주의 몸이 흠칫 떨렸다.
“뭐, 뭔데. 그, 그냥 안 넘어가면 어쩔 건데?”
강우의 시선을 피하며 움찔움찔 뒷걸음질 쳤다.
“오빠 잘 싸우고 오라고 응원 좀.”
“지랄.”
“한 번만.”
“안 해.”
“아아아아아아아아아!!!! 너무우우우우우우 슬퍼라아아아아아아아!!”
나아아아아아느으으으으으은!!!
누구 때문에 쉬지도 못하고 또 싸워야 하는데에에에에에에!!!
“네가 그 말만 안 했어도오오오오오!!! 이런 끔찍한 일은 없었을 텐데에에에에에!!!!!”
“아, 아니.”
“아아아! 아파!! 아파아아아!! 아까 당한 상처가 너무 쓰라려어어어어어!!!”
“다 나았잖아, 이 자식아!!!”
“상처르르르르르르을! 치료해 줄 사람 어디 없나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 알았어!! 알았다고!!! 제발 닥쳐!!!”
“끼요오오오오오옷!!!”
“닥치라고!!!”
차연주가 씩씩 성을 내며 얼굴을 붉혔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몸을 베베 꼬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 다치지 말고 자, 잘 싸우고 와, 오…ㅃ.”
“가만히이이이이이!!! 놔두다가아아아안!!! 끊임없이 덧나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악!! 잘 싸우고 와 오, 오, 오~빠, 앙.”
“오키.”
전투력 상승했다.
“오빠만 믿어, 연주야.”
적이 몇 번을 다시 부활하더라도.
“널 위해서 싸울 테니깐.”
45도 각도로 목을 틀고 윙크까지 날리며 말했다.
‘개멋있어.’
내가 봐도 반할 것아.
“…….”
차연주의 표정이 급격하게 썩어들어 갔다.
“그냥 나가 뒈지면 안 되냐?”
“죽어도 살아남.”
“X발.”
마해가 좀 사기긴 해.
[으응? 뭐야? 안 싸울 거야?]검은 늪지대를 모두 빨아들인 미디르가 이쪽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강우는 차연주에게 물러나 있으라고 손짓을 보낸 후 앞으로 걸어갔다.
-화르르륵!
탐식의 불이 뱀처럼 그의 몸을 휘감았다.
“아니, 다시 시작해야지.”
사납게 이를 드러내며 입술을 핥았다.
검푸른 빛에 휩싸인 미디르에게서는 피부가 짜릿해질 정도로 강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진짜 10성 유물 성능 한 번 지리네.’
이제는 저게 진짜 유물 하나가 가질 수 있는 힘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10성이 이 정도면 11성이랑 12성은 대체 뭐야?’
둘 다 기록상으로만 남아 있을 뿐 지금은 탑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흥미가 솟지 않을 수가 없었다.
‘뭐,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지금은 눈앞의 적에게 집중해야 했다.
[꺄하하하핫!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미디르는 광기에 찬 웃음을 터트리며 몸을 낮게 숙였다.
-쿠웅!
튕기듯 허리를 펴며 공중으로 높게 점프했다.
[다시 놀아보자고오오오오!!!]핑그르르!
공중제비를 돌 듯 몸을 앞으로 굴리며 검을 휘둘렀다.
한층 더 짙어진 검푸른 광선이 강우를 향해 쏘아졌다.
“쓰읍.”
깊게 숨을 들이쉬며 정신을 집중했다.
탐식의 불이 휘감긴 칼날을 위로 쳐올리며 검푸른 광선을 튕겨냈다.
[아직! 아직! 아직! 아직!]후웅! 후웅! 후웅!
미디르는 공중에 몸을 띄운 채 연달아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조각조각 쪼개진 검푸른 광선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양으로 밀어붙이겠다고?”
피식 웃으며 칼날로 자신의 손목을 그었다.
검은 핏물이 분수처럼 솟구쳤다.
왼팔을 쭉 뻗은 자세로 풍차처럼 몸을 돌렸다.
검은 핏물이 원형으로 튀며 핏방울이 떨어진 자리에 끈적한 점성을 지닌 검은 점액질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쿠르르르륵!
넓게 펼쳐진 검은 점액질들이 돔 형태로 주변을 둘러쌌다.
검푸른 광선이 검은 점액질에 빨려 들어가 사라졌다.
[이이이이이익!!!!]미디르는 양손으로 검을 잡고는 머리 높이 들어 올렸다.
높게 들어 올린 검에 검푸른 빛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1초, 2초, 3초.
시간이 흐를수록 검날에 모여드는 빛이 점차 강해졌다.
“우와! 준비시간만 3초가 넘네! 정말 센 기술 같은걸?”
강우는 헛웃음을 흘리며 날개를 펼쳐 날아올랐다.
상대방이 대놓고 큰 기술을 준비하고 있는데 멍청하게 기다려 줄 생각은 없다.
“진짜 너무 무서워서 불알이 쪼그라들 것 같아!”
3초.
무려 3초를 쏟아부은 결전의 공격이라니.
강우와 초월적인 강자들의 싸움에서 3초란 시간은 말 그대로 억겁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당연히,
“그걸 누가 맞겠냐, 이 빡대갈통아.”
준비시간만 해도 3초가 걸리는 기술을 맞을 리가 없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미디르에게 접근한 강우는 양손을 높이 든 채 열심히 기를 모으고 있는 미디르의 배를 거칠게 내려찍었다.
[꺄학!!!]검날에 모여들던 검푸른 빛이 흩어졌다.
땅으로 떨어지고 있는 미디르를 향해 거칠게 날개를 펄럭였다.
그녀가 바닥에 처박히기에 앞서, 강우가 먼저 바닥에 도착했다.
“이번에느으으으으으은!!!!”
검은 칼날을 손바닥 밖으로 빼내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가을 야구 갈 수 있을 까아아아아아!!!”
빠아아아아악!!!
순간적으로 생겨난 검푸른 보호막에 검은 칼날이 박혔다.
칼날이 아니라 무슨 몽둥이에 후려맞은 듯한 소리와 함께 미디르의 몸이 다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시원하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미디르를 바라보며 강우는 칼날을 굳게 잡고 미친 듯이 질주하기 시작했다.
“시훈이에게 전수 받은 검법(劍法)을 보여주마아아아!!!!”
밖으로 빼낸 검은 칼날을 검처럼 움켜쥐었다.
[캬하악! 크흑!]연속으로 얻어터지고 공중을 날아가던 미디르는 반사적으로 검을 들어 올렸다.
어떻게 한 번은 가까스로 보호막을 둘러 튕겨 나가는 데 그쳤지만, 지금 한 번 더 검격에 맞게 되면 몸이 두 쪽으로 쪼개질 것이다.
“천룡검법(天龍劍法) 오의(奧義).”
미친 듯이 질주하던 강우는 손에 쥔 검을 높게 들어 올리고는,
뒤로 던져 버렸다.
“천룡일서어어어어어어어엄!!!!!”
질주하던 기세를 그대로 담아, 높게 뛰어오른 자세로 두 발을 앞으로 모아 쭉 뻗었다.
[뭐, 뭐뭐?! 자, 잠깐만!]미디르는 검격을 막기 위해 머리 쪽으로 들어 올렸던 마검을 다급히 내렸지만 이미 복부를 노리고 들어오는 혼신의 드롭킥을 막을 수는 없었다.
-뻐어어어어억!!
[꺄하아아아아아악!!!!]쿵! 쿵! 쿵!
드롭킥에 직격당한 미디르의 허리가 ㄱ자로 꺾이며 물수제비처럼 바닥에 튕겼다.
[커헉, 컥! 쿨럭!]그녀는 배를 부여잡으며 벌레처럼 바닥을 기었다.
[거, 검법… 이라며…!]“진정한 검사(劍士)의 육체는 그 어디 하나 검(劍)이 아닌 곳이 없지.”
그러니 드롭킥도 사실상 검법이라 표현하는 게 옳다.
[쿠, 쿨럭! 무, 무슨 미친… 소릴, 하는 거야…?]“너한테 그런 소릴 들으니까 좀 그렇다?”
첫 등장부터 시종일관 정신줄을 놓은 상태였던 미디르에게 미친놈 취급을 받으니 기분이 상당히 묘했다.
[하아, 하아.]미디르는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며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늪지대 바닥에 깔려 있던 어둠까지 끌어다 썼지만, 저 괴물에게는 닿지 못했다.
‘그렇다면.’
미디르의 눈에 검푸른 귀화(鬼火)가 타올랐다.
정면 승부로는 상대가 불가능한 이상,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뭐야, 이제 날뛰는 건 포기한 거야?”
강우는 픽 웃으며 바닥에 던져 버렸던 검은 칼날을 다시금 만들어냈다.
[꺄하하핫! 이제부터 시작이거든!]미디르는 다시금 광소를 터트리며 거칠게 발을 굴렀다.
허공을 밟으며 질주한 그녀가 빠른 속도로 접근했다.
“이제 와서 정면으로 달려든다고?”
필사적으로 도망 다니며 레이저만 모자랄 판에 정면으로 달려들다니.
사실상 전투를 포기한 거나 다름없는 짓이었다.
아무리 미디르의 힘이 강력하다 해도 강우와의 격차는 확연했으니까.
[꺄하하하핫!! 어디 그러면 한 번 막아보든가아!!]미디르는 광기가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검을 휘둘렀다.
강우는 어렵지 않게 칼날을 들어 올려 검을 막았다.
그때,
-푸욱!
[크힉!! 키히히히히!]미디르는 오히려 칼날 쪽으로 몸을 가져다 대며 공격을 받아냈다.
칼날과 이어진 강우의 손을 콱, 움켜잡았다.
[자… 이제.]그녀는 피를 쏟으면서도 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검푸른 귀화가 사납게 타올랐다.
[‘절망’을 맛볼 시간이야♥]달콤하게까지 느껴지는 목소리.
그와 함께, 그녀의 손을 타고 검푸른 빛이 폭발적으로 강우에게 흘러들어 왔다.
“…아.”
강우의 입이 벌어지며 두 눈이 크게 뜨였다.
미디르의 손을 타고 전해지는 압도적인 절망의 감정.
헤아릴 수 없는 부정(否定)의 사념들이 강우를 지배했다.
마치 세상 모든 것을 잃은 듯한, 소중했던 모든 것들이 부서지고 짓눌려 뭉개지는 듯한 아득한 절망 속에서.
“새끼 이거 귀엽네.”
강우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웃었다.
[…어?]미디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환하게 웃고 있는 강우를 바라보았다.
[뭐, 뭐야? 절망이 전달 안 된 거야?]그녀에게는 창세의 탑이 세워지기도 전, 아득한 과거에서부터 쌓여온 부정(否定)의 감정들이 농축되어 있었다.
그런 감정의 격류를 맛보고 멀쩡할 수 있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오현성만 하더라도 시험을 위해 절망을 살짝 흘려보낸 것만으로 하루가 넘도록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틀었다.
“걔랑 나를 같다고 생각하면 안 되지.”
낄낄 웃음을 터트리며 손을 뻗었다.
그녀가 움켜쥐고 있던 마검을 뺏어 들었다.
검과 떨어졌다고 의식이 바로 끊기는 것은 아닌지 미디르는 아직 오현성의 육체에 깃들어 있었다.
‘그렇다면.’
역수로 검을 쥐어 미디르의 허벅지에 마검을 찔러 넣었다.
“자, 이제 내 차례지?”
마검을 통해 역으로 절망의 감정이 그녀에게 흘러 들어갔다.
만 년이라는 아득한 시간 동안, 구천지옥에서 느꼈던 모든 절망의 감정들이.
끔찍한 절규가 귓가를 울렸다.
부정의 감정을 먹어치우며 힘을 키웠던 마물(魔物)은, 이제까지 겪은 적 없었던 절망에 집어 삼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