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638)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외전 119화
Endless Eight (5)
화르르르르륵!!!
세상 전체를 집어삼킬 듯 맹렬하게 타오르는 겁화(劫火)가 사납게 이를 드러내며 타올랐다.
과거 환(晥)이라 불리던 세계 자체를 처참하게 뜯어먹었던, 아니 그때보다 더 압도적인 힘을 가지게 된 탐식의 겁화가 해일처럼 대지를 향해 밀려들었다.
그 불꽃의 해일 앞에━
[네놈의 뜻대로 되진 않을 것이다!] [이 세계는 저희가 지키겠어요!]두 구원자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는 마치 태양처럼 육체 전체가 황금빛으로 타오르고 있는 사내였고, 다른 하나는 푸르스름한 빛을 내뿜고 있는 여인이었다.
둘은 해일처럼 밀려드는 탐식의 겁화를 가로막고는 서로의 손을 잡았다.
마주 잡은 손을 제외하고 다른 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들이 손을 뻗은 곳을 중심으로 ‘시간의 왜곡’이 생겨났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왜곡에 말려든 탐식의 불이 일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쿠구구구궁!
[크읏…!] [꺄악!]하지만 그들이 만들어낸 시간의 왜곡은 탐식의 겁화를 완전히 막아내지는 못했다.
시간의 왜곡에 휘말린 탐식의 겁화는 아득한 과거나 미래로 보내져 사라졌지만, 뒤를 이어 계속해서 밀려드는 불의 해일을 그런 시간의 왜곡마저도 일그러트리며 뚫어버렸다.
그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파괴’가 시간의 벽을 뚫어버리며 조금씩 침입했다.
-화르르르르륵!
[크으읏!! 위험…!] [해요!!!]탐식의 겁화에 그을린 그들의 육체가 피라냐 떼에 물어뜯긴 것처럼 너덜너덜하게 변했다.
정면에서 맞은 것도 아니고 고작 그을렸을 뿐인데도 감당할 수 없는 격통이 밀려왔다.
[크윽…!]태양처럼 찬란한 황금빛으로 빛나는 육체를 지닌 사내, 솔라가 거칠게 입술을 씹었다.
[악(惡)의 손아귀에… 이 세계가 멸망하도록 놔둘 수는 없다…!]그의 육체를 이루고 있는 황금빛이 한층 더 찬란하게 타올랐다.
[솔라. 여기서는 그걸.]푸르스름한 빛으로 된 육체를 지닌 여인, 루나 또한 굳은 결의가 담긴 표정으로 말했다.
솔라는 고개를 저었다.
[시간이 부족해.] [그렇다면….] [믿어라, 루나.]솔라의 눈이 반짝였다.
[아카르트 님이 우리를 악(惡)의 손아귀에서 구원하실지니.]우우우웅!!
그의 간절한 바람이 닿기라도 한 걸까, 솔라의 몸에서 장엄한 황금빛 해일이 뿜어져 나왔다.
탐식의 겁화에 뚫려가던 시간의 왜곡이 다시금 원래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크윽, 커헉!!] [소, 솔라!!]루나는 안 그래도 푸르스름한 얼굴을 한층 더 창백하게 물들였다.
티탄의 힘을 몸 안에 받아들인다는 것.
그것은 추종자에게 있어 더없는 은혜기도 하지만, 그만큼 남은 수명을 폭발적으로 줄어들게 만드는 희생이 따랐다.
노화(老化)라는 개념이 없는 그들에게 수명의 축소라는 것은 말 그대로 영혼 자체가 말라비틀어져 소멸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 표정, 짓지, 마라.]솔라는 루나를 돌아보며 씩 입가를 올렸다.
올곧은 그의 시선이 하늘 위에 뜬 채 오만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는 악마를 향했다.
[나, 는.]덜덜덜.
아카르트의 빛을 받아들인 육체가 격통을 호소했다.
감히 추종자에 불과한 그가 태초의 거인(巨人)의 힘을 받아들인 대가.
하지만.
설사 그 대가가 영혼의 소멸(消滅)이라 할지라도.
[지구를, 구원할 것이다아아아아아아!!!!]쿠구구구구궁!!!!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포효.
타오를 듯 강렬한 의지가 그의 힘이 되어 황금의 해일로 변한다.
[흐아아아아아아아!!!!]다시 한번 거친 포효를 내지름과 동시에,
-화르륵, 화륵.
시간의 왜곡에 모조리 잡아먹힌 탐식의 겁화가 힘없이 사그라졌다.
[허억, 허억, 허억!] [솔라….]솔라는 거친 숨을 내쉬며 무릎을 꿇었다.
“이야, 이걸 막아?”
강우는 진심으로 놀랐다는 듯 동그랗게 눈을 떴다.
【불의 찬탈자】 특성으로 응축시킨 탐식의 불.
지금 현재 그가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때려 넣은 공격을 정면에서 받아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적당히 피해를 준 다음에 탐식의 불을 거둬들일 생각이었는데.’
역시 아카르트의 추종자들은 무시할 수 없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혀, 형님….”
김시훈이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에휴, 시훈아. 내가 진짜 지구를 박살 내려고 했겠냐?”
“…죄, 죄송합니다. 방금 전 괴성을 지르시는 게 너무 진심처럼 보여서.”
“아니, 그건 진심 맞는데.”
“…….”
뭐, 사실 아카르트의 추종자들이 배를 째지 못하도록 일부러 과장되게 미친 척을 한 것은 맞다.
‘잘 먹혀들었구만.’
어째 요즘 계속 미친놈처럼 괴성을 지르는 일이 많아지는 것 같은데, 이게 효과가 가장 뛰어나니 안 할 수도 없었다.
상대방에게 공포와 경계심을 불러일으킬 때 미친 척하는 것만큼 훌륭한 건 없었으니까.
-탁.
천공의 권능을 사용해 천천히 땅에 착지한 강우는 가슴을 움켜쥔 채 거친 숨을 몰아 내쉬는 솔라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한 가지만 물어보자.”
[크윽, 뭐, 냐.]“대체 왜 똑같은 하루를 반복시키는 게 구원이라고 하는 거냐?”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만큼은 도무지 그 이유가 짐작 가지 않았다.
[이 세계는… 머지않아, 종말(終末)을 맞이, 한다.]솔라는 거친 숨을 내쉬며 힘겹게 답했다.
강우는 기가 찬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지금 설마 그래서 종말의 때가 오지 않도록 하루를 반복시켰다고 말하고 싶은 거냐? 그것도 그딴 어설픈 반복을?”
백번 양보해서 죽은 사람과, 파괴된 지형, 11월 8일부터 9일 사이에 있었던 모든 ‘변화’들이 원래대로 돌아간다면 모를까 이건 그것도 아니다.
죽은 자는 돌아올 수 없는 무한 회귀.
이건 말만 구원이지 사실상 종말 선언이나 다를 바 없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사망자는 계속 발생할 것이고, 회귀가 반복될 때마다 실종되는 사람들은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결국.
‘아무도 남지 않게 되겠지.’
그딴 걸 구원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알고 있다. 시간을 멈추는 것이, 고작해야 종말을 늦추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솔라는 깊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로써 인간들은 종말에 대한 공포와 고통을 잊은 채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 더 이상 외계(外界)의 침입에도, 어둠의 창궐에도 떨지 않아도 되지! 나는… 나는!!]콰득.
거칠게 이를 갈며 주먹을 쥐었다.
[지구를…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들을… 아카르트의 품속으로 편하게 보내주고 싶을 뿐이다.]“입으로 똥 싸고 있네.”
강우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하여간 아카르트 이 새끼는 대체 지 추종자들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대체 뭘 어떻게 하면 이렇게 추종자라는 놈들이 하나 같이 찬란히 빛나는 광명(光明)의 빡대가리가 될 수 있단 말인가?
‘그래, 뭐 결국 별 같잖은 이유였네.’
쯧, 혀를 찼다.
시간을 되돌리는 미친 짓을 해가면서까지 대체 뭘 하려나 했는데, 실상을 까고 보니 허망하기 짝이 없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꼭꼭 숨어 있던 아카르트의 추동자들의 그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
그리고 저들을 처리하기만 한다면,
‘장가 갈 수 있다!!!’
내일 세 연인과 함께 행복한 하루를 맞이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발록, 시훈아.”
루나, 라고 불린 여인을 손으로 가리며 말했다.
“너희는 저 푸르딩딩한 년 좀 맡아줘.”
“예, 마왕님.”
“알겠습니다, 형님.”
발록과 김시훈이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아카르트의 추종자를 노려보았다.
“얘들 꽤 세니까 조심하고.”
아카르트에게 힘을 빌렸다고는 하나 자신이 전력으로 쏘아낸 탐식의 불을 막아냈다.
김시훈과 발록 둘 다 경이로운 강자이긴 하지만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적은 아니었다.
“흐흐흐. 걱정하지 마십쇼, 마왕님. 그나저나….”
발록은 씩 입가를 올리며 김시훈을 돌아보았다.
“방해는 되지 마라, 애송이.”
“내가 할 소리.”
김시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검을 들어 올렸다.
무슨 열혈 소년 만화의 라이벌처럼 서로에게 한 마디씩 주고받은 둘은 이내 짜기라도 한 듯이 루나를 향해 발을 박찼다.
[루, 루나…!] [저는 걱정 마세요, 솔라. 그보다.]루나는 차가운 눈빛으로 강우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감히 아카르트 님의 자비를 우롱한 저 무도(無道)한 자를 처단하세요.]“아, 근데 루나 씨 컨셉 어디다 갔다 버렸어? 처음에는 안 이랬잖아.”
솔직히 그 컨셉 좀 맘에 들긴 했는데.
[시끄럽습니다! 솔라! 어서 저 악마에게 빛의 징벌을!] [알겠다.]솔라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강우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탐식의 겁화를 막기 위해 힘을 쥐어 짜낸 후유증은 어느 정도 회복됐는지 당장이라도 넘어갈 것처럼 거칠었던 그의 숨은 꽤나 안정되어 있었다.
[어둠에 물든 자여.]솔라는 타오르듯 뜨거운 눈으로 강우를 노려보며 오른팔을 들어 올렸다.
황금빛으로 이루어진 그의 육체의 일부가 마치 떨어져 나오는 것처럼 빠져나오더니, 이내 3미터에 달하는 할버드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대에게 아카르트 님의 은총을 내려주마!]쿵!
할버드의 자루를 거칠게 바닥에 내려찍더니 양팔을 벌린 후 높게 들어 올려 몸을 Y자로 만들었다.
[아카르트 만세!!!]강우는 솔라를 따라 양팔을 높게 들어 올리고는 몸을 Y자로 만들었다.
“아카르트 어머니 만세!!!”
[…뭐?]“그대에게 아카르트의 어머니의 은총이 있기를!!”
[네노오오오오오옴!!!]솔라의 몸을 이루고 있는 황금빛이 거세게 타올랐다.
[그분에게 어머니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허, 허억!!! 너, 너 이 자식이이이익!!!!”
강우는 기겁한 표정으로 두 눈을 부릅떴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부르르 몸을 떨며 외쳤다.
“이, 이 쓰레기 같은 자식!!! 지금 우리 아카르트에게 어머니가 없다고 모욕한 거냐!!!”
참을 수 없는 분노!
멀쩡히 살아 있는 한 티탄을 부모도 없는 자식으로 만들어버린 상대의 극악무도한 행동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욕이 아니다!!! 그분은 태초에서 탄생하신 신성한 분!! 그렇기에 어머니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루나 씨이이이이이!!! 내 말 좀 들어봐요 루나 씨이이이이이!!!!!”
강우는 멀찍이서 김시훈과 발록의 협공을 낭창거리는 연검(軟劍)을 들고 막아내고 있는 루나를 향해 울부짖었다.
[크읏… 뭐, 뭐죠?]둘의 협공을 막아내기가 버거운지 루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금 솔라 저 자식이 감히 아카르트 님을 엄마도 없는 천한 고아 자식이라고 모욕했습니다아아아아!!!”
[나는 아카르트 님을 모욕한 적이 없다!!]솔라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루나는 거칠게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강우를 노려보았다.
[그분은 태초에서 탄생하신 고귀하신 분! 그분에게 어머니란 존재하지 않습니다!!]“허업…!”
솔라에 이어 루나까지…!
‘아카르트 너 이 자식!’
그의 성격이 왜 이렇게 뒤틀어진 것이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을 추종한다는 놈들에게 저런 말을 듣고 어찌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 싸움은… 아카르트의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질 수 없다.”
스릉.
모두에게 그 존재를 부정당한,
가련하고 불쌍한 단 한 명의 여인을 위해.
그는 검을 들어 올렸다.
“아카르트의 어머니에게.”
콰앙!
거칠게 발을 박차며 솔라를 향해 날아올랐다.
“승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