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639)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외전 120화
Endless Eight (6)
[이 무례한 노오오오오오오오옴!!!]솔라는 사납게 일그러진 얼굴로 노성(怒聲)을 터트렸다.
황금빛 불꽃이 타오르며 거대한 할버드를 풍차처럼 휘둘렀다.
후우웅!!
아찔한 기운이 서려 있는 할버드가 강우의 허리를 노리고 베어들었다.
“흣차.”
강우는 뒤로 백 텀블링을 하여 할버드의 범위에서 벗어났다.
솔라를 조롱하듯 가볍게 스텝을 밟으며 반 시계 반향으로 빙빙 주변을 돌았다.
“무례한 건 너희지 이 자식들아.”
방금 전 솔라와 루나의 말을 아카르트가 들었다면 얼마나 통탄(痛嘆)에 빠지겠는가.
아무리 그와는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는 불구대천의 적수라고 하지만 이토록 잔혹하게 모욕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가만히 넘어갈 수 없었다.
“아아, 그래.”
서로 죽고 죽여야 하는 원수의 마음까지 헤아린다.
“이것이━”
인간으로서의 마땅한 도리.
악마가 아닌, 가슴 따듯한 인간만이 품을 수 있는 감정.
“【인정(人情)】이라는 거겠지.”
뜨거운 무언가가 치밀어 올랐다.
가슴이 웅장해진다.
사람의 마음.
만 년의 세월 동안 마모되고, 닳아 없어졌던 인간으로서의 감정이 되살아나는 듯한 감각에 파르르 몸이 떨렸다.
[헛━ 소리!!]쿠웅!
솔라가 사납게 일갈하며 발을 박찼다.
할버드의 넓은 도끼날이 대지를 스치듯 낮게 휘둘러졌다.
황금빛 파동이 원형으로 퍼졌다.
도기(刀氣)처럼 얇고 날카로운 선형(線形)의 기운이 아니었다.
거친 해일을 연상시키는 것처럼 높은 원기둥 형태의 파동이 도끼날이 휘둘러지는 방향으로 넓게 퍼졌다.
‘이건.’
강우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못 피한다.’
움직여서 피하기에는 범위가 너무 넓고, 공간 자체를 이동하기에는 너무 빨랐다.
반사적으로 미디르를 잡고 검을 마검을 올려쳤다.
-쿠우우우웅!!!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파동을 막아낸 강우의 몸이 형편없이 뒤로 튕겨 나갔다.
전신에 끔찍한 격통이 달렸다.
“쿨럭!”
입에서 검은 핏물이 쏟아져나왔다.
다행히 뼈가 부러진 곳은 없었지만, 수류탄이 터지듯 수백 개로 쪼개진 황금빛 파편이 몸 이곳저곳에 틀어박혔다.
원래라면 이 정도 자잘한 상처쯤은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재생되었겠지만,
‘역시 아카르트의 추종자라 이건가.’
쯧, 혀를 차며 눈살을 찌푸렸다.
전신을 난자한 상처의 재생이 극단적으로 느려졌다.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칼로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이 그를 자극했다.
“하아.”
열기에 찬 숨을 토해냈다.
재생되지 않는 상처. 식은땀이 흐르는 긴장감.
‘죽음’에 대한 공포.
“그래, 바로 이거지.”
혀를 길게 내밀며 입술을 핥았다.
등골을 타고 퍼지는 짜릿한 전율을 참을 수 없었다.
더 이상 전투라는 행위에서 어떤 긴장감도 느낄 수 없게 된 그에게 있어 아카르트의 힘을 지닌 존재와의 싸움은 각별했다.
[흐아아아앗!!]난폭한 기합과 함께 솔라가 점프했다.
3미터가 훌쩍 넘는 덩치의 거구가 가볍게 날아올랐다.
태양처럼 빛으로 이루어진 그의 육체에서 제대로 쳐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콰아앙! 쾅!! 쿠궁!!
태양의 빛으로 이루어진 할버드와 검푸른 마검이 격돌했다.
한 번 부딪힐 때마다 주변 대지의 지반이 뒤틀리며 무너져 내렸다.
후웅!
할버드가 아슬아슬하게 머리칼을 스치고 지나갔다.
허리를 굽혀 공격을 피한 강우는 그대로 바닥에 엎어지듯 쓰러지며 왼팔을 땅에 박아 넣었다.
“암극(暗戟).”
촤자자자작!!
날카로운 검은 송곳들이 솟구쳐 올랐다.
[어림없다!]솔라는 거센 일갈을 내지르며 가볍게 할버드를 휘둘렀다.
바닥에서 솟구치던 검은 송곳들이 수수깡처럼 박살 나며 흩어졌다.
강우는 바닥에 엎드린 자세 그대로 점프해 뛰어오르며 몸을 비틀었다.
“미디르.”
공중에 떠오른 채 검끝을 솔라에게 향했다.
머릿속에 미디르의 광기에 찬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쏴.”
지이이이이잉!!
부(否)의 감정으로 이루어진 검푸른 광선이 일직선으로 뻗어 나갔다.
[어딜!]바닥을 쓸어 검은 송곳들을 수수깡처럼 박살 낸 솔라는 갑작스러운 일격에 재빠르게 할버드를 들어 올렸다.
파아아앙! 쿠구구궁!
할버드의 자루를 잡고 풍차처럼 휘두르자 검푸른 광선이 수십 조각으로 갈라지며 사방으로 쏘아졌다.
대지가 뒤흔들리고, 메케한 흙먼지가 높게 솟구쳤다.
[후우.]두 차례에 걸친 공격을 막아낸 솔라는 살짝 거칠어진 숨을 고르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때,
-후우우웅!
[무슨…!]암영(暗影)의 권능을 통해 솔라의 그림자로 이동한 강우가 바로 옆에서 기습적으로 튀어나오며 검을 찔렀다.
[크읏!]솔라는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올렸다.
‘응?’
아까 전에는 탐식의 겁화에 가려져서 보지 못했지만, 솔라의 손바닥에는 기하학적인 문양의 연녹색 보석이 박혀 있었다.
‘잠깐, 저거.’
강우의 두 눈이 크게 부릅뜨였다.
분명 ‘본 적 있는’ 문양의 보석.
‘노스트리안의 눈!’
과거 김태현이 발견한 목걸이에 저런 기하학적인 문양의 보석이 박혀 있었다.
“왜, 네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솔라를 올려다보았다.
솔라의 손바닥에 박혀 있는 연녹색 보석에서 반투명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크으!”
속이 뒤집히는 듯한 감각.
시야가 검게 점멸하며 강우는 암영의 권능을 사용하기 전에 있었던 위치로 이동해 있었다.
아니, 단순히 ‘위치’만이 이동된 것이 아니다.
‘시간을, 되돌린 거야.’
그것도 자신 하나만을 한정해서 시간을 되돌렸다.
‘3초? 아니 5초쯤인가.’
토할 것 같은 구역질을 참으며 얼마 전의 시간으로 되돌아간 건지 계산했다.
-후우우웅!
“제기랄!”
생각을 이어갈 틈도 없이 할버드의 창끝이 그를 찔러 들어갔다.
다급하게 몸을 숙여 바닥을 굴렀다.
창끝이 등을 스치고 지나가며 척추뼈가 보일 정도로 깊은 상처가 생겨났다.
“아악!!! 뒤지게 아프네 X발!!”
거친 욕설을 터트리며 등의 상처를 손으로 만졌다.
손바닥이 찢어지며 흘러나온 점액질이 벌어진 상처의 틈을 메웠다.
이런다고 상처가 재생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응급처치 정도는 되리라.
-띠링!
[수호자님!! 방금 전 그 힘은 아카르트의 힘이 아니에요!! 노스트리안의 힘이에요!!]“그건 나도 보면 알아.”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후욱, 후욱!]솔라는 거친 숨을 내쉬며 ‘노스트리안의 눈’이 박혀 있는 팔을 파르르 떨었다.
강우는 가늘게 눈을 뜨며 입을 열었다.
“…그래, 그랬구만. 어쩐지 아카르트의 추종자가 뜬금없이 시간을 되돌리는 게 좀 말이 안 된다 싶었어.”
불완전하게나마 지구의 시간을 되돌린 것은 아카르트의 힘이 아니었다.
“너.”
날카롭게 솔라를 노려보았다.
“어떻게 노스트리안의 힘을 손에 넣은 거냐?”
노스트리안이 아카르트에게 협력하기라도 한 걸까?
그게 아니라면….
[대답할 가치도 없군.]“그래. 솔직히 기대도 안 했다.”
어차피 물어본다고 순순히 대답해줄 거라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그냥 지금 상황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서 반사적으로 물어본 것일 뿐.
‘일단 제압부터 해야겠네.’
아카르트의 추종자들이라고 해서 고통을 잘 견디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훈련받은 특수요원처럼 고통을 잘 참아내긴 하지만 강우 앞에서는 의미 없는 일이었다.
‘탈태 몇 번이면 줄줄 정보를 불 테니깐.’
그에겐 고통의 성좌조차 눈을 까뒤집고 정신을 잃었을 정도의 고통을 줄 수단이 있었다.
‘어쨌든, 저놈들은 두 티탄의 힘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는 건가.’
확실히 까다로운 상대였다.
하지만.
“딱 좋네.”
사납게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미디르를 상대했을 때보다도 훨씬 가슴이 두근거렸다.
전신에 퍼지는 뜨거운 열기에 몸을 맡기고,
-콰앙!
다시금 거칠게 발을 박찼다.
[부질없는 짓!]솔라는 할버드의 자루를 옆구리에 딱 붙이고 몸을 낮췄다.
태양처럼 이글거리는 할버드의 창끝이 강우를 향했다.
-투두두두두!!!
낮췄던 몸을 튕기듯 앞으로 쏘아내며 돌진했다.
아찔할 정도로 강대한 힘이 창끝에 맺혔다.
“하아.”
황소처럼 돌진하는 솔라를 바라보며 낮은 숨을 토해냈다.
왼손을 등 뒤로 돌려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
엄지, 검지, 중지.
손가락을 접어가는 것과 동시에 오른손에 쥔 미디르에 탐식의 불을 일으켰다.
화르르륵!!
【불의 찬탈자】의 효과를 받은 탐식의 불이 미디르의 검날 안에 응축됐다.
정면으로 치고 들어오는 돌진을 피하지 않고 받아쳤다.
응축된 탐식의 불꽃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가며━
[부질없다 했━다!]저돌적으로 돌진하던 솔라가 강우를 향해 팔을 내밀었다.
손바닥에 박힌 연녹색 보석에서 반투명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크윽!”
강우는 속이 뒤집히는 듯한 울렁거림에 눈살을 찌푸리며 비틀거렸다.
오른손에 쥔 미디르에는 어느새 사납게 타오르던 탐식의 불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차하아아아아앗!!]솔라가 거칠게 할버드를 내질렀다.
강우는 예상했다는 듯, 뒤로 누워버리듯 몸을 던졌다.
‘암영(暗影)의 권능.’
뒤로 쓰러지며 강우의 몸이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후웅!
강맹한 힘이 담긴 할버드가 허공을 갈랐다.
[약삭빠른 놈이로군!]솔라가 재빠르게 몸을 돌렸다.
50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
거대한 돌덩어리의 그림자에서 강우가 빠져나왔다.
강우는 나오자마자 등 뒤로 돌리고 있었던 자신의 왼손을 내려다보았다.
솔라가 노스트리안의 힘을 사용하기 전, 다섯 개 전부 접혀 있던 손가락이 엄지만 접혀 있었다.
‘4초.’
솔라가 노스트리안의 힘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은 4초였다.
-화르르르륵!!!
강우는 다시금 탐식의 불을 미디르 안에 응축시켰다.
그리고,
“뒤져, 이 자식아!!!!”
거칠게 일갈하며 솔라가 노스트리안의 힘을 사용하기도 전에 응축된 탐식의 불을 폭발시켰다!
응축시킨 시간이 짧은 탓일까, 응축했던 탐식의 불을 폭발시켜도 범위는 그다지 넓지 않았다.
광선처럼 일직선으로 쏘아진 탐식의 불이 솔라를 노렸다.
[느리군!!]범위 자체가 넓지 않다 보니 솔라는 여유롭게 오른쪽으로 이동해 공격을 피했다.
“제기랄!!”
강우는 거칠게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발을 박찼다.
솔라의 오른편으로 돌진한 강우가 탐식의 불이 맺힌 미디르를 거칠게 휘둘렀다.
-후웅!
솔라가 그의 접근을 막기 위해 할버드를 넓게 휘둘렀다.
하지만,
-푸욱!
“커헉!! 크으으으!”
강우는 넓게 휘둘러진 할버드에 오히려 몸을 던져 받아냈다.
심연의 마기를 집중해 방어했음에도 허리가 반쯤 잘려나갔다.
[무슨…!]설마 이 공격을 몸으로 받아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솔라는 두 눈을 크게 떴다.
“뒤져, 도.”
부들부들.
전신이 떨렸다.
손을 뻗어 할버의 자루를 잡은 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솔라를 노려보며 외쳤다.
“같이 뒤져 이 자식아!!!!”
몸을 앞으로 쭉 내밀며 미디르를 내질렀다.
후웅!
동귀어진(同歸於盡)을 각오한 필사의 일격!
[그런 하찮은 수가 통하리라 생각하는가!]솔라는 코웃음을 치며 왼쪽으로 발을 박찼다.
최대한 거리를 벌리며 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여기서 노스트리안의 힘을 사용한다면 상처를 입힌 것도 사라지겠지만.’
허망하게 목숨을 잃는 것보다는 그편이 낫다.
‘어차피 시간은 내 편이다.’
노스트리안의 힘이 있는 이상, 이 싸움의 승패는 정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간’을 다룬다는 것은 그만큼 터부니 없는 능력이었으니까.
우우우웅!
손바닥에 박힌 연녹색 보석이 또다시 빛을 발했다.
목을 노리고 찔러오는 강우의 모습이 점차 흐릿하게 변했다.
그리고,
[음?]마지막으로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
환하게 웃고 있는 악마의 모습이 보였다.
[…왜?]자신의 숨통을 끊을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도 저런 미소를 지을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게, 왜 그러는 것 같아?”
노스트리안의 힘으로 시간이 되돌려진 강우는 처음에 있던 그 자리로 되돌아왔다.
4초 전의 시간으로.
“날 죽이고 싶었으면.”
그리고 4초 전의 그는,
“차라리 같이 뒤질 생각을 했어야지.”
솔라를 향해 응축된 탐식의 불을 쏘아내고 있었다.
[허업?!!!]솔라의 두 눈이 경악에 물들었다.
-화르르르륵!!
좁은 범위에 일직선으로 쏘아진 탐식의 불이,
정확하게 그의 가슴을 꿰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