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66)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67화
소환 의식(2)
우리라는 복수형.
그리고 성과제라는 표현.
이 두 단어에서 강우는 악마교와 연루된 대형 길드가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캐치할 수 있었다.
“소환 의식이 이뤄질 장소는 어디지.”
강우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김재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포항.”
“S급 게이트가 있는 곳이군.”
처음 그들이 소환 의식을 한다고 했을 때부터 생각하고 있던 가능성이었다.
소환이라는 것이 말 그대로 외계(外界)의 존재를 지구로 불러들이는 것을 의미한다면, 높은 등급의 게이트에서 더욱 강력한 존재를 불러올 수 있었다.
강우는 그 사실을 에키드나의 소환을 통해 확실하게 알아낼 수 있었다.
“그걸 어떻게 네가…?”
김재현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강우를 바라보았다.
포항이라고 말만 했지 게이트라는 말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알 필요 없어. 연주, 화연 씨. 바로 포항으로 움직이죠.”
“지금 바로 말인가?”
“예. 꼬리가 잡혔다는 것은 그들도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 무리를 해서라도 소환 계획을 바로 시작하려고 할 거예요.”
그들에게 지원을 해주고 있는 또 하나의 대형 길드가 제물을 모두 준비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김재현이 저렇게 말하는 이상 늑장을 부릴 수 없다는 것 하나는 확실했다.
“잠깐. 포항 S급 게이트라면 화랑 2군이 주둔하고 있는 장소 아냐?”
“바로 확인해 보겠다.”
백화연은 스마트폰을 꺼내어 어딘가로 연락했다.
짧은 통화가 이어졌다.
통화가 이어질수록 백화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몇 시간 전에 총 20명 정도 되는 대규모 파티가 S급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역시 바로 움직였군.”
강우는 악마교의 빠른 대처에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차연주가 백화연에게 다가서며 입을 열었다.
“들어간 사람들의 신원은? 출입허가증을 조사하면 누가 악마교인지 알 수 있지 않아?”
“큰 의미 없을 거야.”
강우는 고개를 저었다.
“…왜?”
“어차피 다 조작된 출입허가증일 테니까.”
차연주만 하더라도 아직 S급 게이트 출입허가증을 받을 수 없는 강우에게 어렵지 않게 출입허가증을 만들어줄 수 있을 정도였다.
무려 두 개 이상 대형 길드의 지원을 받고 있는 악마교들이 게이트 출입허가증 하나를 조작하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윽.”
차연주 또한 찔리는 것이 있다는 표정으로 침음을 흘렸다.
사실 S급 게이트 출입허가증을 구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애초에 자격이 되지 않는 이들이 게이트로 들어가려는 일 자체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억지로 들어가 봤자 바로 몬스터의 먹잇감이 되어버릴 텐데 누가 굳이 사지로 걸어 들어가려 한단 말인가.
“2군에게 사정은 전달해 뒀다. 그쪽에서도 바로 내부에 진입해서 수사를 하겠다고 말했지만… 포항 S급 게이트는 워낙 넓기도 넓은데다가 지형이 복잡해서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다.”
“저희도 바로 이동하죠.”
“길드원들에게도 연락해 둘게.”
차연주는 그렇게 말하며 백화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화랑부대가 운용할 수 있는 군용 헬기 있지? 그걸로 이동하자. 차로 포항까지 가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알겠다. 지금 바로 본부에 연락….”
“그거라면 더 좋은 방법이 있어.”
백화연의 말을 끊으며 강우가 말했다.
“더 좋은 방법…?”
차연주와 백화연의 시선이 강우를 향했다. 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헬기보다는 드래곤이 더 빠를 거야.”
* * *
“강우…!”
문을 열자 검은색 머리칼을 허리까지 기른 소녀가 강우를 향해 달려왔다.
붉게 충혈 된 눈은 그녀가 이제까지 어떤 상태였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미안.”
강우는 자신을 끌어안는 에키드나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는 하나 에키드나에게 지난 일주일 동안 아무 신경도 써주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이제 막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벗어나게 된 에키드나에게 있어서 강우는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녀가 지난 일주일간 느꼈을 절망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어디 있었던 거야?”
강우를 끌어안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에키드나가 물었다.
“해야 할 일이 있었어.”
“…나 강우에게 잘못한 거 있는 거 아니지? 날 두고 떠나려는 것 아니지?”
에키드나는 불안한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어느 날 아버지가 사라졌다고 했던가.’
강우는 조금 더 그녀에게 신경 써 줬어야 했다고 생각하며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그래. 절대 그럴 일 없을 테니까 안심해.”
“…응. 믿을게.”
에키드나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아이는….”
“저번에도 봤었지?”
차연주와 백화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진짜 드래곤이 맞긴 한 거야?”
“겉으로 보기에는 소녀로밖에 보이지 않네만….”
두 사람은 의심스럽다는 눈빛으로 에키드나를 바라보았다.
에키드나는 강우의 옷자락을 잡으며 입을 열었다.
“나 드래곤 맞아.”
에키드나는 그렇게 말하며 등 뒤에 작은 날개를 만들어 펄럭였다.
소녀의 몸에 돋아단 두 장의 날개는 그녀가 인간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드래곤 날개를 가진 소녀라니….”
“뭔가 굉장히 위험한 느낌이 드는 조합이네.”
백화연과 차연주는 숨 막힐 정도로 귀여운 그녀의 모습에 꿀꺽 침을 삼켰다.
별로 친한 사이가 아님에도 당장에라도 달려들어 껴안아주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에키드나, 부탁이 있어.”
“응.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할게.”
강우의 말에 에키드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우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깊은 신뢰가 서려 있었다.
“…원래 소환수라는 게 저렇게까지 주인에게 신뢰를 가지는 거야?”
차연주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강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에키드나의 경우는 좀 특별해.”
사실 강우와 에키드나가 만난 기간을 그리 길지 않았다.
아무리 그녀가 소환수라고 하지만 이 정도까지 큰 신뢰를 보내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외로운 삶으로 돌아가기 싫은 거겠지.’
강우는 에키드나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몸을 돌렸다.
“지금 바로 가야 하는 곳이 있어. 본체로 돌아가서 그곳으로 좀 태워줘.”
“알았어.”
에키드나는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바로 변신할게.”
“진정해. 여기서 본체로 돌아오면 집이 무너져 버리잖아. 우선 밖으로 나가자.”
강우는 에키드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차연주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드래곤이 갑자기 나타나면 소란이 커지지 않을까?”
“그건 생각해 둔 방법이 있어.”
강우는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차연주는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에키드나를 바라보았다.
에키드나는 그녀가 자신을 보던 말든 조금도 신경 쓰지 않은 채 강우에게 물었다.
“강우, 지금 변신하면 돼?”
“그래.”
강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에키드나의 몸이 푸른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푸른빛이 점점 부풀더니 이내 2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드래곤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허….”
“믿기지가 않는군….”
두 여인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이 검은색 드래곤으로 변한 에키드나를 올려다보았다.
몬스터를 소환수로 다룰 수 있는 플레이어가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중에서 드래곤을 다룰 수 있었던 존재는 한 명도 없었다.
[강우, 어디로 가면 돼?]“음. 그러니까… 저쪽으로.”
강우는 대략적인 방향을 알려주며 에키드나의 등에 올라탔다.
그를 따라 차연주와 백화연이 에키드나의 등에 올라섰다.
[…강우 말고 다른 사람을 태우는 건 싫어.]에키드나는 자신의 등 위에 강우를 제외한 사람이 올라탔다는 사실 자체가 불쾌한지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강우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그녀의 목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급한 일이니까 이번에는 에키드나가 좀 참아줘.”
[…잘하면 상 줄 거야?]“무슨 상을 원하는데?”
강우의 물음에 에키드나는 흥분에 찬 콧김을 내뿜었다.
그녀의 콧구멍을 통해 나온 검은색 불길이 아파트의 화단을 불태웠다.
그녀는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강우랑 어딘가 놀러가고 싶어.]“흠….”
비장한 목소리로 말한 부탁이라기엔 너무 소소한 부탁이었다.
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이번 일만 끝나면 같이 놀러가자.”
[진짜야?]“그래.”
[흐응!]-화르륵!
에키드나는 들뜬 마음을 숨길 수 없다는 듯이 다시 한번 콧김을 뿜어냈다.
코에서 뿜어져 나온 불길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나, 최선을 다할게!]-후웅! 후웅!
거대한 두 날개가 펄럭이기 시작했고 에키드나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강우는 투영의 권능을 사용해 그녀의 몸을 덮었다.
그녀의 몸이 반투명하게 변하며 주변 배경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그 모습이 정확하게 보이지 않았다.
“와아. 이런 능력도 있었어?”
반투명하게 변한 것은 그 위에 올라탄 차연주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마치 유령이라도 된 것처럼 반투명해진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거야?”
차연주는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강우를 바라보았다.
단순한 무력만 놓고 보더라도 엄청난데 기억 조작에 이어 이런 기술까지 가지고 있다니.
10레벨당 하나씩 얻을 수 있는 특성이 수십 개는 되는 것 같았다.
“유능하니까.”
“…재수 없는 놈.”
차연주는 가볍게 강우를 노려보았다.
저 뻔뻔한 말에 부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럼, 출발할게.]-후웅! 후웅!
의욕에 찬 목소리와 함께 에키드나의 날개가 크게 펄럭였다.
반투명한 드래곤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공중을 가로질렀다.
등에 타고 있던 차연주와 백화연, 강우를 향해 강렬한 돌풍이 몰아닥쳤다.
“엇…? 어어?!”
“크읏.”
두 사람은 그 돌풍에 견디기 힘든 지 뾰족 튀어 나온 비늘을 잡으며 버텼다.
두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너무 빠르잖아.’
강우 또한 어마어마한 공기 저항에 침음을 흘리며 에키드나의 목을 껴안았다.
빨라도 너무 빨랐다.
천력의 권능이라도 사용하지 않으면 떨어질 것 같았다.
문제는 천력의 권능과 투영의 권능 모두 꽤나 난이도가 있는 권능이라는 점.
두 개의 권능을 동시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정신집중이 필요했다.
이렇게 손에 힘을 잠깐 풀기라도 했다가 바로 튕겨져 나갈 것 같은 상황에서는 두 개의 권능을 동시에 쓰기 힘든 상태.
“에키드나, 조금 천천히….”
[흐응! 흐응!]에키드나의 귓가에 더 이상 그의 말이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강우는 에키드나의 목을 껴안은 팔에 힘을 더했다.
[……!]강우가 자신의 목을 힘 있게 껴안는 것을 느낌 에키드나의 눈이 반짝였다.
‘왜 더 속도를 내는 거야.’
[흐응! 흐응!]‘그만해.’
[강우, 더 꽉 잡아도 괜찮아.]‘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어.’
[혹시 부끄러운 거야?]이전 자이언트 오우거의 목에 달라붙었던 강우는 이보다 훨씬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강우가 천력의 권능이라는 힘을 사용한 상태라는 것을 모르는 에키드나는 그가 부끄러워하기 때문에 더 달라붙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괜찮아, 강우.]‘살려줘.’
[강우라면 얼마든지 더 가까이 달라붙어 있고 싶어.]‘죽고 싶지 않아.’
[강우의 따스한 온기를… 몸으로 느끼고 싶어.]‘떨어진다.’
으아아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