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666)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외전 147화
창세(創世)의 탑 (5)
[이, 이번 튜토리얼은 예상치 못한 사태로 인해 등반자(登攀者) 오강우를 제외하고 재시작하기로 하겠습니다.]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리티의 목소리가 섬 전체에 울려 퍼졌다.
강우를 제외하고 튜토리얼을 다시 시작한다는 내용.
하긴, 튜토리얼의 목표가 ‘생존’인데 정작 그 생존을 위협할 괴수종들이 싸그리 죽어버렸으니 튜토리얼이 제대로 이뤄질 리가 없었다.
[등반자 오강우는… 바로 탑으로 진입하셔도 좋습니다.]우웅.
리티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반투명한 게이트가 나타났다.
“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씩 웃으며 눈앞에 나타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또 한 번 의식이 붕 뜨는 감각과 함께 어딘가로 이동하는 감각이 느껴졌다.
-웅성웅성.
“뭐야, 생각보다 사람이 많잖아?”
흐릿해진 시야가 선명해지자마자 보인 것은 중세 유럽을 연상케 하는 건물들.
1층이라고 해서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 싶었는데 거리에는 어림잡아도 수백은 가볍게 넘는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일단.’
처음에는 바로 ‘탑’을 등반할 생각이었지만, 후원이라는 시스템을 알고 난 이후 생각이 바뀌었다.
‘정보가 더 필요해.’
그가 살고 있는 지구나, 외계(外界)의 지구나 똑같다.
‘아는 놈이 더 버는 법이지.’
강우는 씨익 입가를 올리며 입술을 핥았다.
* * *
그렇게 3일.
강우는 탑을 오르기에 앞서 이 ‘창세의 탑’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수집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묻기도 했고, 자신을 ‘상층’의 사도라며 위세를 떠는 놈을 붙잡아 정보를 얻기도 했다.
물론, 당연히 갓 탑에 들어온 놈이 이곳저곳 쏘다니며 정보를 캐고 있으니 마찰이 없을 수 없었지만 별 상관은 없었다.
탑에 있는 사도 중에 그에게 위협이 될 만한 존재가 있을 리 없었으니까.
“좋아, 그럼.”
강우는 스마트폰의 메모장을 켜 수집한 정보를 한 번 쫙 훑었다.
쓸데없는 정보까지 합치면 꽤나 이런저런 정보를 얻었지만, 그건 필요 없으니 빼버렸다.
‘성좌들은 후원을 통해 사도들을 성장시키거나 사도로 삼고 싶은 인간을 꼬드긴다.’
이건 이미 리티에게 들어 알고 있는 정보였다.
하지만 지난 3일간의 조사를 걸쳐 조금 더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이 후원을 통해 성좌들의 ‘급’이 나눠진단 말이지.”
간단하게 말하면 ‘성운(星雲)’을 많이 보유한 성좌일수록 강력한 파워와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
‘그런 의미에서 보면 궤열의 신, 이 자식은 꽝이야.’
이름만 요란했지 매번 ‘유희의 신’보다도 못한 후원을 보내며 어떻게든 자신을 사도로 받아들이려는 꼴을 보니 그냥 성좌로서의 급이 그렇게 높지 않은 것 같았다.
‘자애의 신은 아직 잘 모르겠고.’
1성운을 후원한 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을 고깝게 보고 있기 때문이지 신으로서의 급이 낮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뭐, 고깝게 보고 있다는 시점에서 얘도 아웃이지.’
‘자애의 신’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행동을 하면 고까운 시선을 거두게 할 수 있겠지만, 앞으로의 계획에 자애로운 행동 따위는 들어갈 여지가 없다.
‘일단 지금 단계에서 가장 많은 후원을 한 건 유희의 신인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나름 유명한 신이긴 했다.
하지만.
“부족해.”
이 정도로는 아직 모자랐다.
이브에게 물어보니 대략 10만 성운(星雲)당 한 번꼴로 특성을 뽑을 수 있다고 한다.
지금 그가 후원받은 성운을 모두 합친다고 해도 2천여 개 정도.
더 확실하게 성운을 땅기기 위해서는 ‘급’ 자체가 높은 성좌, 즉 ‘큰손’을 불러들일 필요가 있다.
‘아직 큰손들은 나한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단 말이지.’
이건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지난 3일간 조사한 정보에 의하면 사도는 몇 가지 제약만 감수하면 얼마든지 자신이 선택한 사도를 바꿀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계약한 성좌에게 후원받은 성운이 많으면 많을수록 토해내야 하는 게 만만치 않다고 듣긴 했지만.
‘큰손들 입장에선 상관없는 일이지.’
즉, 계약금 물어주더라도 인재를 빼 오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큰손들한텐 이제 막 튜토리얼을 마친 초짜보단 경력 빵빵한 인재를 사도로 삼는 게 좋을 테니까.’
경력 있는 신입과 경력 없는 신입 중에서 고르라면 당연히 경력이 있는 쪽을 고르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진짜 부유하고 강력한 성좌들은 애초에 튜토리얼 따위에는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다고 한다.
“어디 보자, 지금 창세의 탑에서 가장 급이 높다는 성좌가….”
급이 높은 성좌가 누군지 조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들은 급이 높은 것에 맞게 ‘창세의 탑’ 내에서 막대한 세력을 거느리고 있었으니까.
강우는 메모장에 적어둔 성좌의 이름을 확인했다.
상천(上天)의 신.
모험(冒險)의 신.
궁흉(窮凶)의 신.
이 셋이 일명 사도들 사이에서 ‘0티어’라고 불리는 성좌들이었다.
‘이놈들의 관심을 끄는 게 중요해.’
방법은 하나뿐.
“【자극】이지.”
유희의 신조차 기겁할 정도로 매콤한 자극을 줘서 자신의 소문을 성좌들 사이에 퍼트려야 했다.
찾아보지 않고는 도무지 배길 수 없을 정도로.
지난 3일 동안 정보만 모으고 있는 모습에 성좌들의 뜨거웠던 관심도 살짝 식은 모양.
‘슬슬 움직여야지.’
대부분의 성좌들은 자신의 사도를 만들기 위해 후원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유희의 신처럼 그냥 재미있고 자극적인 모습을 보고 싶어서 후원하는 성좌들도 존재한다.
둘 다 놓칠 수 없는 돈줄, 아니 별줄이었다.
“자극이라.”
피식.
가볍게 몸을 풀었다.
성좌들에게 자극을 주는 것은 지극히 단순하다.
‘이제까지 보지 못한 것.’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을, 그들에게 보여주면 된다.
“쓰━읍.”
깊게 숨을 들이쉰다.
지난 3일 동안 어떻게 하면 성좌들에게 강렬한 자극을 주며 ‘오강우’라는 존재를 각인시킬 수 있을지 모두 계획을 짜둔 상태.
‘보여주마.’
진정한 【어그로】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끼요오오오오오오오옷!!!!”
쿠구구구구궁!!!!!
폐를 쥐어짜는 기세로 내뱉은 괴성.
“뭐, 뭐야?!”
“아아아악!! 귀, 귀가아아아!!!”
1층 전체를 뒤흔드는 굉음에 길가를 거닐던 사람들이 귀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심지어 그중에는 귀에서 피를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무시한 채, 육상선수처럼 바닥을 짚고 엎드렸다.
두 팔로 땅을 짚고, 엉덩이를 높이 든 상태로━
“간드아아아아아아아아!!!!”
전력으로 발을 박찬다.
쿠구구구궁!!!
중세 유럽풍의 건물들이 폭풍에 휩싸인 듯 우르르 무너졌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거리가 붕괴하고,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목표는.’
【위】.
“탑 등바아아아아아안! 시자아아아아악!! 하겠습니다아아아아!!!”
투두두두두두두!!!
전력으로 달려간 곳은 ‘탑’의 위층으로 향하는 게이트.
반투명한 게이트 안으로 망설임 없이 몸을 던진다.
-띠링!
[탑 2층으로 향하는 ‘시험의 구역’으로 이동합니다.] [탑 2층은 이미 공략이 완료된 층이기에 ‘실패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유롭게 시험을 포기할 수 있습니다.]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신경 쓸 것도 없는 내용이다.
“나에게.”
【포기】란 존재하지 않으니깐.
[‘유희의 신’이 기대감에 찬 눈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유희의 신’이 당신에게 100 성운(星雲)을 후원합니다!] [‘궤열의 신’이 유심히 당신을 지켜봅니다!] [‘광악의 신’이 먹거리를 준비합니다!] [‘자애의 신’이 당신에게 1 성운(星雲)을 후원합니다!]한동안 잠잠했던 성좌들의 반응이 실시간으로 눈앞에 떠올랐다.
[탑 2층으로 향하는 ‘시험의 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2층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3일간 ‘설산(雪山)’ 필드에서 2성 야수종(野獸種) 5개체 이상을 사냥….]“━필요 없어!!!”
설명을 읽을 시간조차 아깝다.
“하늘 부수기.”
-쿠르르릉!!! 콰과과과광!!!
눈발이 흩날리는 설산에 도착하자마자, 그대로 설산 자체를 무너트렸다.
쏟아지는 눈사태.
해일처럼 밀려드는 눈사태에 휘말린 야수종들은 그대로 몸이 뒤틀려 죽어버렸다.
“다음!!!!”
1분도 지나지 않아 시험을 통과한 강우는 2층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전력으로 질주했다.
-쿠구구구궁!!
“뭐, 뭐야? 뭔 일이야?”
“으아아아악!! 사, 살려줘!!!”
브레이크가 고장 난 불도저가 질주하듯 주변 건물과 도로를 싸그리 박살 내며 다음 층으로 향했다.
[탑 3층으로 향하는 ‘시험의 장’에 오신 것을 환영….]“다으으음!!!”
[탑 4층으로 향하는….]“다으으으으으음!!!”
[탑 5층으로….]“다으으으으으으으으으음!!!!”
1층부터 5층까지.
단 한 번도 질주를 멈추지 않고 미친 듯이 달려 올라갔다.
[‘궤열의 신’이 입을 쩍 벌리며 경악합니다!!] [‘천둥의 신’이 당신에게 관심을 보입니다!] [‘태양의 신’이 소문을 듣고 당신을 관찰합니다!] [‘유희의 신’이 손뼉을 치며 폴짝폴짝 뜁니다!] [‘광악의 신’이 유쾌한 웃음을 흘리며 고기를 입에 넣습니다!]성좌들의 반응 또한 뜨거웠다.
하지만.
“━부족해.”
이걸로는 만족할 수 없다.
이걸로는 충족할 수 없다.
탑을 빠르게 오르는 것?
그건 힘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수백 년에 달하는 창세(創世)의 탑의 역사에서 몇 명쯤은 자신처럼 5층까지 스트레이트로 뚫은 존재도 있겠지.
“더, 더, 더!!!!”
강렬한 무언가가,
이제까지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탁!
텀블링을 하듯 몸을 굴렀다.
두 팔로 땅을 짚고, 두 다리를 위로 높게 뻗었다.
[‘유희의 신’이 당신의 행동을 유심히 바라봅니다!]그냥 빠르게 탑을 등반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면.
“【물구나무】로 간다.”
투두두두두두두!!!!
두 팔을 미친 듯이 교차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속도는 당연히 발로 뛰었을 때만큼 나오지 않았지만, 임팩트 하나만큼은 비교할 수가 없었다.
[탑 6층으로 향하는 ‘시험의 장’에 오신 것을….]“끼요오오오오오오옷!!”
물구나무를 선 채, 전갈이 꼬리를 내려찍는 것처럼 다리를 내려찍어 몬스터들의 머리통을 박살냈다.
[‘유희의 신’이 환호성을 지르며 두 팔을 번쩍 듭니다!!] [‘광악의 신’이 고기를 씹는 것을 잊고 당신을 바라봅니다!]이제는 익숙해진 감각과 함께 다음 층으로 이동했다.
입구에 오자마자, 무기를 든 무리가 앞으로 가로막는 것이 보였다.
“흐흐흐! 우리는 이슈왈다의 사도들이다!!”
“이 층에 올라온 이상 우리의 명령을 따라… 어?”
“이 새끼 뭐야?”
물구나무를 선 자세로 나타난 강우의 모습에 이슈왈다의 사도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명령을 따르라고?”
웃기는 소리군.
“나는━ 그 누구의 명령도 따르지 않는다.”
“아니, 그 자세로 그딴 말을 해봤자….”
“끼에에에에에엑!!”
두 팔을 축으로 삼아 몸을 돌렸다.
흔히 ‘카포에라’라고 불리는 무술.
풍차처럼 휘둘러지는 다리가 사도들의 몸을 걷어찼다.
-콰드드득!!
“아악!!!”
가볍게 스친 것만으로도 사도들의 몸이 반으로 접혀 처참하게 우그러졌다.
“이, 이런 미친!!!”
“끼요오오오오옷!!”
“이, 이 새끼 정신 나갔어!!!”
“도망쳐어어어!!!!”
투두두두두두!!!
먼지 바람을 일으키며 달려드는 기괴한 모습에 사도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굳이 그들의 뒤를 쫓지는 않았다.
쫓을 이유가 없다.
“나는.”
지금 목표는 단 하나.
“【정상】에 오를 남자.”
탑을 올라가는 것뿐.
“다으으으으음!!!”
그렇게 물구나무를 선 자세로 순식간에 10층까지 주파했다.
[탑의 11층으로 향하는 ‘시험의 장’입니다. 각 10층 단위로는 보스급 괴수종(怪獸種)이 등장하게 됩….]“필요 없어.”
저층의 보스 따위, 그의 상대가 아니다.
“크르르르르르르!!!”
“조용히 있으세욧!!!”
발뒤꿈치를 내려찍어 머리통을 부숴준 뒤, 다음 층으로 향했다.
[‘광악의 신’이 먹던 것을 떨어트립니다!] [‘궤열의 신’이 공포에 몸을 떱니다!] [‘유희의 신’이 당신의 기행(奇行)에 만족스러운 찬사를 보냅니다!!!] [‘유희의 신’이 3000 성운(星雲)을 후원합니다!] [‘자애의 신’이 당신에게 1 성운(星雲)을 후원합니다!]“━아니.”
부족하다.
아직, 부족하다.
“이게, 아니야.”
더, 더, 더!!!!
더 격렬한 관심이 필요해!!!
더 강렬한 자극이 필요해!!
-쿵.
두 팔을 넓게 벌린다.
정수리가 바닥에 닿는다.
넓게 벌린 팔로 바닥을 짚고,
“천룡검법(天龍劍法) 오의(奧義).”
회전한다.
“【스톰 브레이커】.”
콰과과과과과광!!!
점점 더 빨라지는 속도.
정수리를 축으로 회전하는 그의 팔다리가 폭풍을 만들어낸다.
“으아아아아악!!!”
“사, 살려줘어어어!!!”
“저게 뭐야아아아아아!!!”
수백 미터에 달하는 소용돌이가 건물들을 파괴하며 대지를 뒤집는다.
지금, 이 순간.
그는 【폭풍】이 된다.
“가즈아아아아아아아!!!!!!”
고우━ 슛!!!!
팽그르르르르르!!!
폭풍과 하나가 된 몸이 다음 층을 향해 나아갔다.
-띠링!
[‘유희의 신’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