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668)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외전 149화
창세(創世)의 탑 (7)
[‘궤열의 신’이 당신의 건방진 태도에 분노를 일으킵니다!]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창을 바라보며 강우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순순히 호구 잡힐 생각은 없다, 이건가.’
하긴.
그들은 창세의 탑의 실질적인 지배자라 부를 수 있는 존재였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지고(至高)하며 지순(至順)한 존재들.
초월자(超越者)인 그들에게 있어 지금 강우의 태도는 지극히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뭐 어쩔 건데?’
그들은 율법(律法)의 제약에 묶여 물질계에 함부로 간섭하지 못한다.
오로지 성운(星雲)이라는 재화를 통해 간접적으로만 물질계에 개입할 수 있다.
하다못해 강우가 그들의 사도라면 모를까, 사도조차 아닌 상황에서 강제력을 발휘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아이고, 화나셨다면 그것참 죄송합니다.”
건들거리며 고개를 까닥인다.
“하지만, 저도 먹고살자고 다 이런 짓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예? 아이고 우리 광명정대하신 성좌들~ 이 미천한 피조물의 사정을 좀 헤아려주십쇼!”
말 자체는 자비를 구하고 있었지만, 태도는 여전히 뻔뻔할 정도로 당당했다.
[‘궤열의 신’이 당신에게 큰 실망감을 품습니다!]실망하면 어쩔 건데.
‘어차피 성운도 별로 없는 그지 새끼가.’
이름만 거창하지 궤열의 신이라는 놈은 다른 성좌들에 비해 확연히 적은 양의 성운을 후원하고 있다.
성좌로서의 격(格)이 낮다는 증거.
큰손도 아닌 놈이 실망감을 품든 말든 그가 상관할 바 아니었다.
-콰지지지직!!
“음?”
그때, 유리창이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허공에 균열이 나타났다.
[‘궤열의 신’이 당신에게 징벌을 내립니다!] [율법(律法)을 어긴 성좌에게 제약이 들어갑니다!]균열 속에서 나타난 것은 길이만 3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오른팔.
[감히 성좌(星座)를 우롱한 죄. 그 목숨으로 갚아라!]탄탄한 근육에 붉은 힘줄이 가득 돋아 있는 오른팔이 거칠게 쥐어졌다.
카득! 카드득!!
벌써 율법의 제약이 시작됐는지 거대한 오른팔에는 붉은 균열이 달리고 있었다.
“호오.”
강우는 흥미롭다는 듯 눈을 빛냈다.
‘물질계에 아예 간섭하지 못하는 건 아닌 건가?’
제한적이긴 하지만 성좌들도 물질계에 직접적인 물리력을 행사할 수단은 있는 모양.
‘예전 지구랑 비슷하네.’
후우우웅!
거대한 오른팔이 강우를 노리고 휘둘러졌다.
음속을 초월하는 속도.
괜히 성좌(星座)라고 불리는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 궤열의 신의 주먹에는 막강한 힘이 담겨 있었다.
“흐응.”
정수리를 노리고 휘둘러지는 주먹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팔짱을 꼈다.
이건 굳이 막을 필요조차 없다.
어차피━
[‘상천(上天)의 신’이 성흔(星痕)을 사용합니다!] [율법(律法)을 어긴 성좌에게 제약이 들어갑니다!]우리 든든한 ‘형님’들이 알아서 막아줄 테니까.
-파아아아앙!!
허공에 균열이 생기며, 하늘색 뭉게구름이 파도처럼 쏟아졌다.
휘둘러지는 주먹을 뭉게구름이 감싼다.
붉은 균열이 달리고 있던 오른팔이 산산이 박살 나며 흩어졌다.
‘와우.’
역시 가장 강력하다는 성좌 중 하나답게 압도적인 모습이었다.
[크아아아악!!]낮게 울려 퍼지는 비명소리와 함께 허공에 나타났던 두 개의 균열이 모두 사라졌다.
“감사합니다, 상천의 신이시여.”
[‘상천의 신’이 어깨를 으쓱입니다!]가슴 앞에 가볍게 손을 가져다 대며 허리를 숙였다.
설마 상천의 신이 나설 줄은 몰랐지만, 다른 성좌 중 하나는 무조건 나설 거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다.
‘날 잃고 싶지 않을 테니까.’
그는 탑에 들어온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35층까지 올라왔다.
그것도 성좌의 힘을 빌리지 않은 상태로.
‘이제 슬슬 성좌들도 알겠지.’
이 탑의 정상(頂上)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자신에게 붙어야 한다는 사실을.
오강우라는 인간이 지닌, 대체 불가능한 값어치를.
‘굳이 날 사도로 만들 생각이 없는 성좌들한테도 마찬가지지.’
성좌들에게 있어 인간이 탑을 오르는 것을 보는 자체가 일종의 ‘유희’였다.
왜 사람만 하더라도 직접 플레이하지는 않더라도 방송을 통해 스포츠나 게임 경기를 보곤 하지 않은가.
그것과 마찬가지다.
성좌들은 굳이 자신의 사도가 아닌 다른 인간이라 할지라도 탑을 오른다는 것 자체에 굉장한 흥미와 관심을 지니고 있었다.
‘지금 내 상황을 연주가 하는 게임이랑 비교하면… 게임을 처음 시작한 유저가 미친 피지컬을 보여주면서 쭉쭉 티어를 올리고 있는 거랑 비슷하려나.’
맨날 나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들이 온갖 고생을 해가며 탑을 오르는 걸 보다가 자신이 탑을 오르는 것을 본 성좌들은 그가 주는 쾌락에서 헤어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에 엔터테인먼트라는 것은 무섭다.
인간이건 악마건 성좌건.
‘즐거운 것’을 포기하는 것은 언제나 어려우니까.
“자, 이제 2분 남았습니다~ 후원 없으면 오늘 더 등반 안 해요.”
손가락을 두 개 펼치며 까딱였다.
[‘유희의 신’이 당신에게 1000성운(星雲)을 후원합니다!] [‘유희의 신’이 다른 성좌들에게 눈치를 줍니다!] [‘천둥의 신’이 굴욕적인 표정으로 1000성운(星雲)을 후원합니다!]느긋이 기다리자 팡파레 소리와 함께 눈앞에 후원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렇지.’
이렇게 나와야지.
혀를 길게 내밀어 입술을 핥으며 낄낄 웃음을 흘렸다.
자존심 때문에 주저하고 있는 성좌들도 있는 모양이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어차피 결국 그쪽에서 숙이고 들어올 수밖에 없으니까.’
자신을 대체할 수 있는 인간이 없는 이상 결과는 뻔하다.
“이제 1분 남았습니다~”
대(大)자로 바닥에 드러누우며 말했다.
-띠링!
[‘자애의 신’이 당신에게 1000성운을 후원합니다!]“음?”
저 1성운 빌런이 웬일로?
‘아하.’
처음엔 의아했지만, 어렵지 않게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강우는 음흉한 미소를 입가에 지었다.
‘입으로는 싫다고 말하지만, 몸은 솔직하구만.’
처음부터 자신을 아니꼽게 보던 자애의 신마저 이젠 그가 탑을 등반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흐흐흐.”
이로써, 성좌들이 자신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점점 더 확실해졌다.
“자! 그럼 후원도 들어왔으니 오늘도 힘차게 탑 등반 시작하겠습니다!!!”
누워있던 강우는 벌떡 몸을 일으킨 후 다음 층을 향해 달려갔다.
[탑 36층으로 향하는 ‘시험의 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탑 36층은 이미 공략이 완료된 층이기에 ‘실패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유롭게 시험을 포기할 수 있습니다.]“오냐.”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겨 시험의 장으로 이동했다.
이번 층의 시험은 복잡하게 얽힌 미로를 제한 시간 내에 탈출하는 거였다.
물론, 강우에겐 그런 귀찮은 수고를 들일 이유가 없었다.
“으랏챠아아아아아아!!!”
쿠궁!! 콰르르르르!!
눈앞에 보이는 벽을 닥치는 대로 부숴버리며 앞으로 질주했다.
중간에 수백 마리에 달하는 괴수종이 그를 덮쳐왔지만,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피떡이 되어 널브러졌다.
“다으으으으으음!!!!”
그리고 다음 날.
강우는 등반자(登攀者)들의 최전선이라 불리는 40층에 발을 디뎠다.
* * *
“당신이 상천(上天)의 신님께서 말씀하신 오강우 님이십니까?”
“오강우 님의 경이로운 무용담은 성좌님에게 익히 들었습니다!”
“잠깐 시간을 내어주실 수 있으십니까?”
40층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우르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얘네는 또 뭐야?’
강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신에게 다가온 사람들을 살폈다.
그들에게선 이제까지 마주친 사도들과는 격이 다른 힘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래도 나름 최전선에서 뛰는 놈들이라 이건가.’
40층.
수백 년에 걸쳐 사도들이 간신히 도달한 층수였다.
지금 모여든 사도들은 탑에 들어온 무수한 등반자(登攀者)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존재들이자, 성좌(星座)를 대신해 실질적으로 탑의 인간들을 지배하고 있는 권력의 중추였다.
‘그런 놈들이 이렇게 저자세로 나온다는 건.’
주변을 둘러싼 사도들을 쭉 훑어보며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지었다.
‘성좌들이 수를 썼구만.’
아무리 후원을 퍼부어도 영 성좌를 선택할 생각이 없어 보이니 이젠 자신의 사도들까지 이용해 꼬드길 생각인 것 같았다.
“탑을 등반하시는 데 많이 지치셨을 테니 저희 ‘모험의 신전’에서 잠시 휴식을….”
“아니, 그보다는 ‘상천의 신전’에서 휴식을 취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강우 님의 피로를 풀어드리기 위한 각종 진미(眞味)를 준비해 뒀습니다.”
“저희 태양의 신전에선….”
“어디 감히 헬리아의 사도 따위가 강우 님을 모시려는 거지?”
“뭐라고?”
주변을 둘러싼 사도들 사이에 험악한 분위기가 퍼졌다.
‘어지간히도 성좌한테 쪼였나 보네.’
발이라도 핥을 기세로 그에게 달라붙는 사도들을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아아, 다들 진정하세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당장에라도 무기를 꺼내 들어 휘두를 것 같은 사도들을 중재했다.
“여러분들이 이렇게 열렬한 호의를 보내주시니… 솔직히 좀 감동이네요.”
“아닙니다, 강우 님!”
“하하하, 저는 아직 탑에 들어온 지 일주일밖에 안 된 초보자인데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
사도들의 표정이 순간 딱딱하게 굳었다.
“가, 강우 님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으십니다!”
“성좌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강우 님은 탑에 들어오시기 전부터 아주 큰 힘을 지니고 계셨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은 다급히 어색한 미소를 입가에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찰나의 순간에 이뤄진 표정 변화였지만, 강우는 놓치지 않았다.
‘하긴.’
탑에 올라온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애송이를 왕처럼 모시라고 명령받았으니 좋게 보일 수가 있나.
겉으로는 웃어도 속으로는 시기와 질투를 불태우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강우의 눈이 반짝였다.
자연스럽게 입꼬리가 비틀어 올라갔다.
‘이건 이용할 수 있겠네.’
낄낄낄.
낮은 웃음을 흘렸다.
“자, 그럼 이렇게 하죠. 제 몸은 하나고, 여러분들의 성의를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아예 한곳에 모여 다 같이 친목이라도 다지는 건 어떻습니까?”
“그건….”
“음.”
사도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럼 그렇게 하는 거로 하죠.”
“하하하. 감사합니다.”
그렇게 즉석에서 각 성좌들의 대표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사도들이 모인 자리가 만들어졌다.
사도들은 준비가 필요하다며 몇 시간 정도 자리를 비웠다.
아마 다 같이 자신을 모시기 적당한 장소를 회의한 모양.
그렇게 두어 시간 정도가 흐른 후.
“이쪽으로 오시죠.”
“오오.”
사도들이 안내한 곳은 북두칠성 문양이 새겨진 거대한 신전이었다.
신전 내부에는 왕족들의 집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기다란 테이블이 있었고, 테이블 한가득 호화로운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편한 곳에 앉으시면 됩니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자연스럽게 상석으로 걸어가 앉은 강우는 가볍게 다리를 꼬았다.
사도들의 얼굴을 쭉 훑으며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자, 그럼.’
슬슬 시작해 볼까.
“음….”
“뭐 찾으시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가 없네요.”
“예?”
갑작스럽게, 강우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김치찌개가, 없다고.”
“…예?”
“아니, 뭐 아까 성의를 보여준다면서 부른 거 아니었어? 각종 진미(眞味)를 준비하셨다며?”
“저기, 그….”
“근데 X발 김치찌개를 준비 안 해놔? 어?”
“…….”
“너희 인성 문제 있어?”
“아니 그게.”
“인성 문제 있냐고 이 새끼들아!!!!”
와장창!!!
테이블을 잡아 뒤집어엎었다.
호화롭게 차려진 음식들이 바닥에 쏟아졌다.
“김치찌개 내와.”
“가, 갑자기 왜 그러시는….”
“지그으으으으음! 당자아아아아아아앙!”
까르륵.
눈을 뒤집어 까며, 입에 거품을 머금었다.
“김치찌개애애애애애애앸!!!!!!!!! 내와아아아아아아앜!!!!!!!”
진상 모드.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