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669)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외전 150화
창세(創世)의 탑 (8)
“가, 강우 님?”
“이, 이게 무슨….”
사도들은 아연한 표정으로 갑자기 미쳐 날뛰는 강우를 바라보았다.
처음 만났을 당시 어수룩하고 서글서글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발작.
말 그대로 발작을 일으키듯 미친 듯한 분노를 쏟아내며 바닥에 쏟아진 음식들을 짓밟고 있었다.
‘뭐야? 이거 대체 뭔 일이야?’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이 자식아.’
사도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주춤주춤 뒷걸음질 쳤다.
어떤 성좌도 이런 상황을 경고하지는 않았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앜!!!!!”
그런 상황에서도 강우의 발작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왜애애애애애!!! 김치찌개가 없냐고오오오오오!!!!!”
“저… 강, 강우 님.”
그때, 사도 하나가 조심스럽게 물으며 발작을 일으키는 강우에게 다가갔다.
엉덩이 근처까지 기른 갈색 머리칼이 흔들렸다.
“저희들이 준비한 자리가 많이 부족하단 건 알았으니 잠시만 얘기를….”
리베카 파울러.
‘자애(慈愛)의 신’을 성좌로 둔 그녀는 뛰어난 미색으로 인해 40층의 사도들은 물론 저층(低層)의 사도들에게도 굉장히 유명한 사도 중 하나였다.
다른 사도들은 기대감에 찬 눈으로 리베카를 바라봤다.
외모의 힘이란 것은 실로 대단해서, 아무리 난폭하고 포악한 사내라 할지라도 대게 리베카 앞에서는 온순한 양이 되기 때문.
하지만.
“김! 치! 찌! 개애애애애애애앸!!”
“꺄아아아악!!! 자, 잠깐만요!!!”
눈을 까뒤집은 채 김치찌개를 울부짖는 강우의 앞에선 그녀의 빛나는 외모 또한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제, 제길!! 김치찌개가 대체 뭐야?!”
짧은 금발의 사도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물었다.
“그… 하, 한국의 전통 요리입니다.”
한국인 출신 사도 하나가 다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전통 요리? 지금 진짜 자기 나라 요리 하나 내놓지 않았다고 저러는 거라고?”
“이런 미친.”
사도들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입을 쩍 벌렸다.
아니 이런 자리에서 자기 나라 요리 하나 내놓지 않았다고 테이블을 뒤집어엎으며 깽판을 치다니.
5살짜리 어린아이도 하지 않을 만큼 유치하며, 무례한 행동이었다.
“저… 기, 김치찌개라는 걸 만들 수 있는가?”
“고기는 어떻게 구할 수 있는데… 김치가 문제입니다.”
“김치?”
“탑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는 김치를 만들 수가 없어요.”
한국인 출신 사도는 곤란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김치란 것은 생각 이상으로 많은 조미료가 들어가는 음식이다.
지구와 다른 식재료가 자라나는 창세의 탑 내부에서 김치의 맛을 온전히 구현하는 건 불가능했다.
“왜, 그 류코노스톡인가 뭔가 김치랑 맛이 비슷하다지 않았나?”
“류코노스톡은 탑에서 굉장히 구하기 어렵습니다. 애초에 판데모니움에서 넘어온 식물이라….”
“그래도 구해야지!”
입에 거품을 물면서까지 지랄발광을 하는데 안 만들어 올 수도 없는 노릇.
“으,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한국인 출신 사도는 다급히 시스템창을 열어 저층의 사도들에게 연락했다.
“아…! 류, 류코노스톡을 가지고 있는 사도가 있다고 합니다!”
“어서 빨리 구해오게!!”
“이대로 놔뒀다가는 성좌님들에게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몰라!!”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오강우를 포섭하라는 계시가 떨어진 직후였다.
여기서 그의 비위를 못 맞췄다가는 나중에 성좌들에게 어떤 징벌을 받게 될지 상상하기도 싫었다.
“알겠습니다!”
한국인 출신 사도는 꽁지에 불붙은 닭마냥 호다닥 신전 밖으로 달려나갔다.
그러는 동안에도 강우의 발작은 계속됐다.
“당자아아아앙!! 지금 당장 내오라고오오오오!!!”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정신나갈것같애정신나갈것같애정신나갈것같애정신나갈것같애정신나갈것같애정신나갈것같애정신나갈것같애정신나갈것같애애애앸!!!!!!”
“으아아아아!!! 제, 제발 진정을…!!”
사도들은 패닉에 휩싸인 채 벌벌 떨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포섭하라고 계시가 떨어진 인간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발작을 일으키고 있으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그들은 똥줄이 타들어 가는 심정으로 류코노스톡을 구하기 위해 뛰쳐나간 사도의 빈자리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 시간이 흐른 후.
“허억, 허억, 허억!!”
저층으로 한달음에 달려가 어렵게 류코노스톡을 구한 사도는 땀에 젖은 채 거친 숨을 몰아 내쉬었다.
“지, 지금 바로 요리를!!”
“요리는 저한테 맡겨주세요!!”
‘만복(滿腹)의 신’의 사도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만복의 신은 성좌로서의 격(格)은 낮았지만, 인간의 3대 욕구 중 하나인 식욕을 완벽하게 충족시켜줄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사도들 사이에서도 꽤나 인지도가 있는 성좌였다.
-보글보글!
그렇게 15분 정도가 지난 후, 먹음직스럽게 차려진 김치찌개가 테이블 위에(강우가 박살 낸 테이블은 새것으로 교체됐다) 올라왔다.
“하아, 하아. 가, 강우 님. 김치찌개입니다.”
“…김치찌개?”
한 시간이 넘도록 머리를 쥐어뜯으며 개지랄을 하고 있던 강우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는 테이블 위에 숟가락을 들어 김치찌개 국물을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꿀꺽.
사도들은 마른 침을 삼키며 강우의 표정을 살폈다.
이내, 김치찌개를 먹은 강우의 표정이 야차처럼 일그러졌다.
“국물이 짜잖아아아아아아아아!!!”
와장창!!
강우는 김치찌개가 담긴 냄비를 잡아 벽으로 집어 던졌다.
깨진 그릇이 비산하며 붉은 국물이 바닥에 쏟아졌다.
“이딴 걸 지금 김치찌개라고 만들어 온 거야? 앙?”
“죄, 죄송….”
“다시 만들어 와!!!”
“…….”
눈을 부라리며 김치찌개를 만든 사도를 노려보았다.
다시금 신전 안에 험악한 분위기가 내려앉았다.
사도들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아따, 표정 한 번 살벌하네.’
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강우는 보이지 않게 작은 실소를 흘렸다.
그의 시선이 바닥에 쏟아진 김치찌개로 향했다.
‘아 씨, 저건 좀 아깝네.’
솔직하게 말하면 ‘만복의 신’의 사도가 직접 만든 김치찌개는 눈이 뒤집어질 정도로 맛있었다.
‘물론, 임자가 만든 것보다는 별로였지만.’
어쨌든 이렇게 발작을 일으키며 집어 던질 만한 맛은 절대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아무리 김치찌개를 좋아한다고 해도 김치찌개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식탁을 뒤집어엎을 정도로 정신 나가지는 않았다.
‘슬슬 신호가 올 텐데.’
지랄발광하며 식탁을 뒤집어엎은 것은 모두 그의 계획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성좌(星座)들에게 성운을 털어먹기 위한.
‘조금 더 지랄해야 하나?’
가늘게 눈을 뜨며 주변의 사도들을 살피고 있을 때,
-콰앙!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니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사내가 소리쳤다.
자신을 ‘상천(上天)의 신’의 사도라 소개한 사내였다.
‘옳거니!’
드디어 기다리고 있던 반응이 왔다.
‘이 지랄을 했는데 눈이 돌아가지 않고서야 사람이 아니지.’
자신이 말하긴 뭐하지만 붓다가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참지 못하고 죽빵을 후려갈길 정도로 지랄을 떨긴 했다.
심지어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직 자신은 탑에 갓 입장한 애송이.
안 그래도 시기와 질투에 들끓고 있는 그들의 속에 기름을 들이부었으니 결과야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다.
“이 애송이 자식이 성좌들의 주목을 받더니 아주 미쳐서 그냥…!”
“지, 진정하세요! 성좌님께서….”
“비켜!!!”
다급히 말리는 리베카를 떨쳐내고 성큼성큼 강우를 향해 걸어왔다.
어쩌면 성좌가 직접 보낸 경고창이 눈앞에 떠올랐을지도 모르나, 이미 분노에 눈이 돌아간 그를 막을 수는 없었다.
“일어나 이 새끼야!”
상천의 신의 사도가 앉아 있는 강우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뭐냐 넌?”
“하, 뭐냐고?”
사도는 헛웃음을 흘리며 사납게 이를 드러냈다.
‘상천의 신’에게 처음 계시를 받았을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인간.
탑의 최강자라 불리는 ‘칠성(七星)’ 중 하나인 자신의 앞에서 눈을 까뒤집고 지랄을 떠는 모습에 이미 머리끝까지 분노가 치밀어 오른 참이었다.
‘40층까지 단숨에 올랐다고?’
어쩌란 말인가.
40층에 오른 것은 그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상천의 신의 9성 사도 빈센트 핫센이다, 이 정신 나간 새끼야!!!”
쿠구구궁!!
굳게 움켜쥔 주먹에 하늘색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흩어지듯 이리저리 움직이던 아지랑이가 구름처럼 뭉쳤다.
생긴 것은 그다지 강해 보이지 않았지만, 이 하늘색 아지랑이에는 7성 괴수종도 한 번에 절명시킬만한 거력(巨力)이 담겨 있었다.
물론,
-턱.
“어, 어?”
강우 앞에서는 9성 사도나 튜토리얼 갓 입장한 등반자나 별 차이가 없었지만.
콰아앙!!
“커허어어억!!”
강우는 빈센트의 주먹을 손으로 움켜쥐고 신전 벽을 향해 집어 던졌다.
항거할 수 없는 힘에 날아간 빈센트의 몸이 벽을 뚫고 처박혔다.
머리를 뒤흔드는 충격에 낙법조차 제대로 취하지 못한 빈센트는 바닥에 쏟아진 김치찌개 위에 머리부터 처박혔다.
“…….”
“…….”
사도들은 두 눈을 부릅뜬 채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 이거 정말 실망이 크네요, 성좌님들.”
강우가 고개를 들어 올리며 불쾌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성좌님들께서 신경 써준 자리라고 들어서 기껏 왔는데… 초대한 손님한테 폭력을 행사하다뇨?”
-띠링!
[‘상천의 신’이 크게 당황합니다!] [‘모험의 신’이 상천의 신을 비난합니다!]“상천의 신님만이 아닙니다. 여기 모인 모든 사도의 성좌님들에게도 크게 실망했어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모험의 신’이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만복의 신’이 격렬하게 고개를 젓습니다!] [‘자애의 신’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당신을 추궁합니다!]다른 성좌들에게도 실망했다는 말에 즉각적으로 반응이 쏟아졌다.
강우는 주변을 쓱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
“사실 저는 이번에 사도님들의 태도가 마음에 들면 그 사도님의 성좌를 고를 생각이었습니다. 예, 그래서 일부러 무례하게 행동해서 사도님들을 자극한 거고요.”
그런데.
“결과는 어떻습니까? 자기 쪽에서 초대한 사람에게 멋대로 주먹을 휘두르고, 나머지는 말리지도 않고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까?”
“저, 저는 말렸….”
“그게? 그게 말린 겁니까? 그냥 말린 척만 했을 뿐이죠. 진심으로 말렸다면 최소한 몇 초라도 잡아둘 수 있지 않습니까?”
“그, 그건.”
“그럴 능력조차 없다면 애초에 그쪽 사도님의 성좌를 선택하고 싶지는 않군요.”
차가운 눈빛으로 사도들을 쏘아보았다.
그들은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으로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여기서 절 진심으로 반겨주실 사도님들은 아무도 없는 것 같네요.”
드륵.
의자를 뒤로 밀려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실 지금 그가 하는 말이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는 것은 여기에 있는 사도 모두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사도들의 태도를 확인해 보려고 일부러 꼬장을 피웠다고?
그게 뭔 말 같지도 않은 개소리란 말인가.
‘하지만.’
이들은 그 개소리에 장단을 맞춰 놀아날 수밖에 없다.
‘갑’의 행패라는 건 원래 그런 거였으니까.
[‘모험의 신’이 당신에게 유감을 표합니다!] [‘태양의 신’이 사죄의 뜻을 보냅니다!] [‘상천의 신’이 무례를 끼친 사도에게 징벌을 내릴 것을 맹세합니다!]그가 자리를 떠나려 하자 성좌들이 우르르 사죄의 메시지를 보냈다.
강우는 무시한 채 거칠게 몸을 돌렸다.
그때,
[‘상천의 신’이 당신에게 10만 성운을 후원합니다!]눈앞에 떠오르는 후원 메시지.
“━지금 이게 뭐 하자는 짓입니까?”
강우는 거칠게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제가 이깟 성운이나 후원받자고 이런 짓을 한 줄 아십니까?!”
까드득!
사납게 이를 갈며 발을 굴렀다.
“저는!!! 진심이었단 말입니다!!!!”
울부짖듯 외친다.
“이곳에서!!! 저와 함께 탑의 정상(頂上)을 등반할 동반자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성좌님을!!!! 찾고 싶었단 말입니다!!!!”
하지만.
“제게 돌아온 건 무엇입니까!! 애송이라는 모욕!!! 질투와 시기에 가득 찬 시선들!!! 그리고 무자비한 폭력!!!”
그 누구도, 그의 【진심】을 알아주는 이는 없었다.
[‘만복의 신’이 당신에게 3만 성운을 후원하며 머리를 숙입니다!]“제 분노가!!! 이 표현할 수 없는 실망감이!!! 성운으로 충족될 수 있다 생각하시는 겁니까?”
[‘태양의 신’이 당신에게 5만 성운을 후원하며 당신을 위로합니다!]“됐습니다!!! 성운 따위 필요 없습니다!! 저는 이제 더 이상 탑을 오르지 않겠습니다!! 어떤 성좌님의 사도도 되지 않겠습니다!!”
[‘모험의 신’이 당신에게 10만 성운을 후원하며 다른 선택을 할 것을 중용합니다!]“성좌님들은… 사람을 성운으로 사실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사람의 마음을!!! 이 끓어오르는 감정을!!!! 성운으로 해결하실 수 있다고 생각하시냔 말입니다!!!!!”
신전 안에 울려 퍼지는 절규.
먼저 내민 손을 매몰차게 거절당한 자의 슬픔.
투명한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저는 앞으로 다시는 여러분들과━”
[‘상천의 신’이 당신에게 50만 성운을 후원합니다!]“━그래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성좌님들을 믿어보겠습니다. 여기 계신 사도님들의 마음을 헤아려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탑의 정상(頂上)에 올라보겠습니다.”
도네이션 땡큐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