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68)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69화
소환 의식(4)
-쩌적.
유리창이 깨지듯 허공에 검은색 균열이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작은 틈에 불과했던 균열이 빠른 속도로 그 크기를 키웠다.
허공에 만들어진 균열을 통해서 짙은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지옥의 마기.’
강우의 표정이 굳었다. 그에게 익숙한 마기였다. 소환진의 빛이 한층 더 음산하게 변했다.
“저건….”
“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화랑 2군 대원들의 목소리가 떨렸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균열.
마치 게이트 안에서 게이트가 하나 더 생긴 것 같은 모습에 참기 힘든 불길함이 느껴졌다.
“하하하하!!! 자, 영원을 걷는 자여! 나와주십시오! 어서 그 강대한 힘으로 저 하찮은 필멸자들을 쓸어버려 주십시오!”
유태식은 광기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는 소환진에서 양손을 떼어내고는 양팔을 활짝 벌렸다.
정확하게 어떤 악마가 나올지는 소환한 그도 알지 못했다.
되도록 폭력적이고,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가 소환되어 줬으면 하는 바람만이 있을 뿐이었다.
[크르르르르.]낮게 깔린 울음소리.
벌어진 균열의 틈을 비집고 거대한 손이 빠져나왔다.
검은색 피부. 터질 듯한 근육이 가득한 팔.
-콰드드득!!
균열을 비집고 나온 팔은 종잇장을 찢어버리듯 균열의 틈을 양팔로 넓히기 시작했다.
허공에 만들어진 검은색 균열이 더욱 벌어지며 붉은색 안광이 비쳤다.
[누가 나, 칠천지옥의 악마 오리악스를 불렀느냐.]“오오…!”
틈으로 흘러나온 목소리에 유태식이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균열을 비집고 나오고 있는 악마를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오리악스 님!! 이 미천한 필멸자가 영원을 걷는 존재를 뵈옵니다!”
[네가 날 소환한 건가?]“그렇습니다, 나의 주인이여.”
유태식은 눈앞에 나타난 악마를 향해 깍듯이 답했다.
오리악스는 붉은 안광을 빛내며 유태식을 내려다보았다.
“저, 저건….”
“악마…?”
균열을 비집고 나타난 존재에 화랑부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7미터에 달하는 거구.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근육과 박쥐 날개.
광기로 번들거리는 눈빛과 이마에 돋아 있는 두 개의 뿔.
만약 이번 소환의 목적이 악마였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한 눈에 ‘악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은 외형의 존재였다.
[왜 날 소환한 거지.]오리악스의 낮은 물음에 유태식이 소리쳤다.
“하찮은 필멸자들에 대한 피와 살육을 원합니다! 그대의 무궁한 힘으로 그대를 따르는 추종자들을 영원으로 인도해 주십시오! 필멸자의 굴레를 벗어던질 수만 있다면, 그대에게 모든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영생을 바란다라.]오리악스는 가소롭다는 듯이 그의 앞에 머리를 조아린 유택식을 내려다보았다.
태어날 때부터 악마로 살아온 그의 눈에는 수명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간의 모습이 너무나도 하찮게 느껴졌다.
[영원한 삶을 원하나?]“그렇습니다!”
[무한한 욕망과 끝없는 쾌락을 원하나?]“그렇습니다!!”
유태식은 환희에 찬 표정으로 답했다.
쿵! 그는 바닥을 향해 거칠게 머리를 찧었다. 그의 이마가 찢어지며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오리악스 님과 같은 영원을! 강대한 힘과 무한한 삶을 원합니다!”
광기에 찬 눈빛이 오리악스를 향했다.
지옥의 악마.
그들이야말로 악마교가 갈망하는 이데아이자, 메시아였다.
‘영원한 삶! 무한한 욕망! 끝없는 쾌락!’
오리악스가 말한 그 단어들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악마교에 몸을 담기 전, 유태식은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독실한 무슬림이었다.
그는 현세의 육신을 넘어 알라의 품에서 영원한 삶을 살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의 인생을 뒤바꿀 붉은 가면의 사내를 만났다.
그가 알려준 교리는 그가 가지고 있던 가치관을 모두 뒤바꾸어 버렸다.
-굳이 그런 불확실한 믿음으로 영원을 갈망할 이유가 있나? 우리는 네게 현세에서의 영원을 쥐어줄 수 있다. 신이 떠드는 같잖은 영원은 결국 믿음에 기댄 자위에 불과하지. 죽어서 얻을 수 있는 영원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충격적인 말이었다.
영원한 삶을 지금의 삶에서 추구할 수 있다니!
죽음의 공포에 두려워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지 않을 수 있다니!
생명으로 태어난 이상 가장 확실한 미래, 절대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은 바로 죽음이었다.
하지만 악마는 그러한 절대적인 운명조차도 거스를 수 있는 존재였다.
그들을 따르지 않을, 숭배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쿵!
[하하하하! 좋다! 마음에 드는 욕망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로군!]오리악스는 유태식에게서 느껴지는 강렬한 욕망을 느꼈다.
타오르는 것처럼 이글거리는 그 욕망이 그를 자극했다.
[자, 말하라, 인간이여. 내게 살육의 쾌락을 가져다 줄 제물은 어디에 있는가?]“저기입니다.”
유태식의 손이 화랑부대를 가리켰다. 오리악스에게서 흉포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크흐흐흐. 살육을 위한 제물로는 나쁘지 않군.]오리악스는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자신에게 무기를 겨누고 있는 존재들에게서 느껴지는 힘이 그를 자극했다.
어떻게 필멸자에 불과한 하찮은 존재들이 저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날뛰기에 적합한 상대라는 것은 확실했다.
“크읏.”
“저게 악마….”
차연주는 경계 어린 시선으로 오리악스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손이 손목에 찬 팔찌를 향했다.
몬스터를 상대할 때와는 확실히 다른 기운이 느껴졌다.
조금 더 난폭하고, 파괴적인 기운.
“전 부대 전투 준비! 무슨 상황인지는 몰라도 엉덩이에 힘 좀 빡 줘야 할 것 같다, 얘들아!”
구현모는 선글라스를 쓸어 올리며 무기를 꺼내들었다.
그의 무기는 두 자루의 소도. 양손에 쥔 소도의 날에 마력이 맺히기 시작했다.
“후우. 거참 생긴 거 한번 더럽게 무섭게 생겼네.”
구현모는 꿀꺽 침을 삼키며 오리악스를 바라보았다.
어지간한 일에는 긴장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그조차도 지금 오리악스를 눈앞에 두고는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오리악스가 뿜어내는 기운은 심상치 않았다.
“저런 괴물이 게이트 밖으로 나갔다가는 큰 소란이 일어날 겁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여기서 막아야 합니다.”
백화연 또한 새하얀 장검을 꺼내들며 전투를 준비했다.
차연주가 쯧 하고 혀를 찼다.
“우리 길드원들을 데려올 수 있었으면 좀 더 쉬웠을 텐데….”
“어쩔 수 없다. 저 악마가 게이트 밖으로 나가서 난동을 부리기 전에 도착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지.”
가장 최선의 방법은 소환 자체를 막는 것이었겠지만 이미 그건 늦었다.
남은 방법은 악마교가 소환한 악마를 이 자리에서 죽이는 것.
차연주와 백화연은 마력을 일으키며 오리악스를 노려보았다.
“영원을 걷는 존재여! 어서 저 하찮은 필멸자들에게 그대의 전능함을 보여주소서!”
[크크크크. 좋다. 전투와 살육은 이 오리악스가 즐기는 최고의 유흥이지.]오리악스는 7미터에 달하는 거구를 일으켰다. 등 뒤의 날개가 넓게 펼쳐졌다.
-우드득. 우득.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강렬한 마기가 그의 전신을 뒤덮었다.
오리악스의 시선과 화랑부대의 시선이 교차했다.
앞으로 벌어질 전투에 대한 환희가 그를 떨리게 만들었다.
오리악스는 거칠게 발을 구르며 손을 앞으로 뻗었다. 아직 남아 있는 균열 속에서 거대한 낫이 나타났다.
[오라! 하찮은 벌레들아!]거대한 낫을 든 오리악스가 소리쳤다.
가장 먼저 몸을 움직인 것은 구현모를 비롯한 화랑 2군의 요원들이었다.
구현모는 두 자루의 소도를 역수로 잡으며 외쳤다.
“포메이션 C! 우리가 얼마나 화끈한 놈들인지 저 근육돼지에게 보여주자고!”
“예! 단장님!”
화랑부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날카로운 창을 연상케 하는 진형.
선두에 선 구현모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의 몸이 튕겨지듯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콰앙! 창!
“크으으으!”
소도와 낫이 격돌했다.
구현모의 입에서 침음이 흘러나오며 그의 몸이 거칠게 뒤로 튕겨져 나갔다. 겉모습에 어울리는 무시무시한 괴력이었다.
“더럽게 세네!”
뒤로 튕겨난 구현모는 덜덜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며 소리쳤다.
만약 저 악마와 일대일로 싸우고 있던 중이었다면 이어지는 공격에 허무하게 몸이 갈라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하하! 온갖 똥폼 잡다가 바로 날아가다니!”
“역시 단장님답습니다!”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구현모의 뒤를 이어 달려든 대원들이 폭풍처럼 쉴 새 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대부분의 공격은 막혔지만, 모든 공격이 막히지는 않았다.
오리악스의 피부에 조금씩 상처가 늘어났다.
[좋군!]오리악스는 몸에 상처가 늘어가면서도 오히려 기쁘다는 듯이 소리쳤다.
전투에 대한 열기가 그의 몸속에서 끓어올랐다.
-후웅!
거대한 낫이 휘둘러졌다.
낫이 지나간 궤적을 따라 마기의 기운이 부채꼴 모양으로 폭발했다.
“크윽!”
“커헉!”
폭발하는 기운에 화랑부대원들이 낙엽처럼 쓸려나갔다.
“하하하하! 봤느냐 이 하찮은 것들아! 이것이 바로 악마의 힘! 영생을 손에 넣은 불멸자가 가진 힘이다!”
유태식이 광기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오리악스가 보여주는 강대한 힘이 그를 전율시켰다.
‘고작 첫 소환에 이 정도라니!’
차원의 벽은 더더욱 약해지고 있었다.
앞으로 얼마든지 더욱 강력한 악마들을 소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 나라를, 세계를 악마교의 발아래 두는 것도 꿈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지배자가 된 세상에서 죽음에 대한 걱정 없이, 영생을 누리는 상상을 했다.
상상만으로도 전율에 몸이 떨렸다.
[크하하하! 이 정도냐, 인간들아! 더! 더 나를 즐겁게 해라! 더 나를 흥분시켜라!]오리악스는 광기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는 더욱 강한 적이 없나 주변을 살폈다.
그때, 그의 시야에 가만히 서서 이쪽을 주시하고 있는 인간 하나가 들어왔다.
강우를 본 오리악스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갔다.
[무, 무슨. 어, 어째서…?]오리악스는 경악에 찬 눈빛으로 강우를 바라보았다.
그의 손에 쥐어져 있던 낫이 바닥에 떨어졌다. 오리악스는 격렬하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
[왜, 왜 저분이 이곳에…. 아, 아냐. 그럴 리가 없어.]그는 미치기라도 한 것처럼 중얼거렸다. 바들바들 몸을 떨고 있는 그의 모습은 애처롭게까지 보였다.
“오리악스 님…?”
유태식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오리악스의 시선이 유태식을 향했다.
[취, 취소하라, 인간!!]“…예?”
[지금 당장 소환을 취소하라고 했다!!]“아니, 갑자기 그게 무슨….”
[나, 나는 지옥으로 돌아갈 것이다! 어서 소환을 취소하고 날 돌려보내라! 으아아아! 저 괴물이 다가오고 있지 않느냐! 어서 빨리 날 지옥으로 돌려보내!]오리악스의 절규가 동굴 안에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