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76)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77화
전설 등급 장비(3)
홍준태.
우리하나당 대표의원으로 국내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권력자.
갑작스러운 홍준태의 등장에 백화연은 표정을 구겼다.
“…탄원서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말 그대로의 의미다. 당 의원들끼리 탄원서를 제출해서 방금 통과했다. 그 전설 등급 장비는 넘겨줄 수 없다.”
“이 장비는 화랑부대 임무 수행 중 얻은 물건입니다. 양도권한은 장현재 단장님에게 있고 단장님께서는 플레이어 오강우의 공을 인정하셨습니다.”
“예끼! 이제 각성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플레이어가 공을 세웠으면 얼마를 세웠다고 하는 게야! 아무리 봐도 백화연 자네… 전설 등급 장비를 빼돌리려고 이런 일을 벌인 거 아닌가?”
그는 의심에 찬 눈빛으로 백화연을 노려보았다.
백화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흥. 욕심 많은 젊은 것은 다 그런 식으로 소리치지. 화랑 3군단장을 맡았다고 의원들을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저 전설 장비가 대체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게냐!”
“그는 그 정도의 보상을 받을 일을 했다고 몇 번을 말합니까!”
“이런 싸가지 없는 것이 어디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홍준태는 노기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어쨌든 탄원서는 통과했다. 대통령님께서 직접 이 보상 과정에서 비리는 없는지 확인하라고 날 임명했다.”
“크읏.”
화랑부대는 정부 소속이긴 하지만 독자적인 명령권을 가진 단체였다.
하지만 아무리 독립된 부대 취급을 받는 화랑부대라도 대통령의 말에는 거스를 수 없었다.
홍준태는 특수보관실을 둘러보는 척하다가 블랙펄 코트를 향해 시선 옮겼다.
가격을 측정할 수도 없다는 전설 등급 장비.
그것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탐욕에 물들었다. 홍준태는 코트에서 시선을 돌리며 누군가 들으라는 듯이 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쯧. 이런 정신머리 없는 것들이니 김재현 회장님 같은 훌륭하신 분에게 누명이나 뒤집어씌우고 있지….”
“…그는 악마교에 산사람을 제물로 바친 죄인입니다.”
“흥! 그건 아무도 모를 일이지. 너희가 증거를 조작한 건지 아닌지.”
“홍 의원님!”
홍준태는 듣기 싫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어쨌든 이번 비리 사건에 대해서는 본 의원이 조사를 맡았으니 어디 빠져나갈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마치 이미 비리라는 것이 확실시 된 듯한 말투.
둘의 얘기를 듣고 있던 강우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김재현에게 꿀물 좀 받아먹던 놈이군.’
홍준태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예측하는 것은 너무도 쉬웠다.
역겨운 욕망의 냄새가 코를 간질였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홍준태가 강우를 향해 걸어왔다.
“네가 그 레드로즈의 루키라고 했나? 괜히 욕심내다가 다치지 말고 루키면 루키답게 조용히 찌그러져 있게. 알겠지?”
그는 손을 들어 강우의 뺨을 툭툭 건드렸다.
“…하.”
강우는 선을 넘다 못해 요단강 너머까지 질주하려 하는 홍준태의 태도에 헛웃음을 흘렸다.
이런 취급을 당하고도 가만히 있을 그가 아니었다.
‘악의에는 더 큰 악의로.’
그가 만 년이라는 아득한 세월을 살아남기 위해 터득한 생존방법이었다.
강우는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새끼, 참 말 많네.”
“뭐…?”
“너 몇 살이야? 엉?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디서 어른의 뺨을 함부로 건들고 있어?”
“…….”
이어지는 강우의 말에 홍준태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누가 보더라도 강우는 20대.
그런데 뜬금없이 어른타령이라니?
“이놈이 지금 정신이 나갔나….”
“놈? 지금 놈이라고 했냐? 하, 이 버르장머리 없는 새끼가 싸가지를 밥 말아 먹었네. 느그 부모님 뭐 하시니? 엉? 뭐 하는데 가정교육을 이 따위로 했어?”
“아악!”
강우가 홍준태의 뺨을 잡아 올렸다.
살살 잡는다고 했지만 초인의 힘을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의 육체로는 그 살살이라는 것의 기준이 달랐다.
손을 놓자 홍준태는 뺨을 부여잡으며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이, 이런 미친 자식이!”
홍준태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는 뒷골이 당긴다는 듯이 뒷목을 잡으며 뒤에 선 경호원들에게 소리쳤다.
“뭣들 하는 거야!! 어서 저 자식을 죽여!”
대표의원에게 손찌검을 했다.
죽인다고 해도 암살을 저지하기 위한 대처라고 둘러댈 수 있었다.
홍준태의 뒤에 도열에 있던 네 명의 사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릉.
사내들은 각자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넷 다 전사 계열인가.’
국회의원의 경호를 맡을 만큼의 실력자인지 풍기는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일단 전부 6차 이상인 건 확실하군.’
그래봤자 랭커급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는 강우의 입장에서는 가소롭게 보일 뿐이었다.
“하압!”
선두에 있던 사내가 달려들었다.
무기는 주먹에 낀 권갑. 날카로운 가시가 돋친 권갑이 강우의 머리를 노렸다.
-턱.
“응?”
야구공을 받아내는 것 같은 가벼운 동작. 사내는 눈살을 찌푸리며 주먹에 힘을 더했다.
“뭐, 뭐야?”
주먹이 움직이지 않았다. 거대한 철근 사이에 낀 것 같은 감각. 강우는 잡고 있는 주먹을 당기며 무릎을 들어올렸다.
-퍼억!!
“커허억!!”
허리가 접혔다. 사내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와 흩뿌려졌다. 그는 눈을 까뒤집으며 기절했다.
“이, 이게 무슨…?”
홍준태의 표정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의 경호원들은 모두 7차 각성을 마친 고레벨 플레이어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루키라고는 하나 고작 두 달 전에 플레이어로 각성한 애송이가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도와줄까?”
“아니. 간만에 몸 좀 풀려고.”
경악하고 있는 홍준태와 달리 차연주는 느긋한 태도였다.
마치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기라도 했다는 태도.
“뭐, 뭐 하고 있나?! 저놈은 분명 레드로즈의 길드원이겠지? 어서 저놈을 말려! 말리지 않으면 이번 비리 사건에 레드로즈 길드도 함께 연루시키겠다!”
“아, 미안한데 강우는 우리 길드원이 아니거든? 그래서 명령할 수 없어.”
차연주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두 손을 들어올렸다.
“그, 그게 무슨.”
-콰직! 쿵! 쿠웅!
“커허억!”
홍준태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전투는 거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강우는 천력의 권능을 사용하여 달려드는 경호원들을 모조리 집어던졌다.
특수보관실의 단단한 벽에 부딪힌 경호원들은 단발마의 비명과 의식을 잃었다.
“몸 풀기도 안 되네.”
강우는 실망스럽다는 표정으로 혀를 찼다. 그는 느긋한 발걸음으로 홍준태에게 걸어갔다.
“히익! 오, 오지 마!”
“허허. 거 젊은 사람이 말이야. 이래서 욕심이 많으면 안 돼요.”
강우는 쓰러진 홍준태의 앞에 쪼그려 앉아 눈을 맞췄다.
“응? 내가 젊었을 때는 말이야. 그냥 성실하게 일하는 것만이 답이었어요. 성실함! 이거 하나 믿고 살아왔다고.”
“…….”
홍준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런데 요즘 젊은 것들을 보면 말이야… 응? 내 마음이 다 아파요, 내 마음이!”
“이, 이 자식이! 지금 날 놀리는 거냐!”
“놀려? 지금 상황에서 놀리게 생겼어? 감히 어른이 살이 되고 뼈가 되는 충고를 해주는데 어린 것이 빠져가지고.”
“이, 이런 개…!”
홍준태는 분노에 몸을 떨었다.
계속해서 자신을 철없는 애 취급을 하는 강우의 말이 그의 신경을 벅벅 긁어내고 있었다.
“내가 올해 환갑이다, 이 자식아! 환갑!!”
“환갑?”
강우는 피식 웃었다.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게 아니라 대가리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때였네.”
“이, 이익!!”
머리끝까지 화가 난 홍준태가 강우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나이 이전에 플레이어조차 아닌 그의 주먹이 피해를 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뻐억!
“아아아아악!”
주먹을 내지른 홍준태의 입에서 오히려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는 손가락뼈가 박살 났는지 주먹을 부여잡은 채 뚝뚝 눈물을 흘렸다.
“아파?”
“흐허어어엉.”
“아프니까 청춘인 거야, 인마. 지금 그 고통이 너를 더 성장시킬 밑거름이 된다고.”
홍준태는 화를 내야 할지 고통을 호소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듯이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하아.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이거?”
차연주가 다가왔다.
“지금 네가 보통 일을 한 게 아니란 것 정도는 알고 있지?”
당 대표 국회의원을 건드렸다.
어떤 의미에서는 김재현을 건드린 것보다 파급이 클 수도 있었다.
“괜찮아. 다 방법이 있으니까.”
“…김영훈처럼 기억을 날려 버릴 생각이야?”
“그것도 방법이지만 그래서는 탄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지.”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인데?”
강우는 짙은 미소를 지었다.
“맑고 청렴한 대한민국을 위해 힘을 한번 써볼 생각이야.”
“…대체 뭔 짓을 하려고?”
“보면 알 거야.”
강우는 홍준태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만마전에서 풀려나온 마기가 그의 손에 집중됐다.
상당히 고난도의 권능을 펼친 듯 그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쿨럭! 쿨럭! 무, 무슨 짓을….”
권능이 끝났다. 홍준태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아무것도 안 바뀌었는데?”
차연주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홍준태를 내려다보았다.
“이제까지 김재현에게 받은 뇌물이 얼마냐?”
“6년 전부터 매년 20억 이상씩 뇌물을 받았…. 허업! 지,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홍준태는 자신의 입을 틀어막으며 두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그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그밖에도 대기업의 탈세를 도와주기 위해 13억 원 상당의 돈을 며칠 전에 받았고 또….”
그의 말이 주저리주저리 이어졌다.
한 가지 사실만 언론에 퍼져도 의원 생활이 파멸할 수 있는 정보들이었다.
“이건….”
“앞으로 올바르게 살라고 ‘진실만 말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거야.”
강우는 계속해서 자신의 비리를 토해내고 있는 홍준태를 내려다보았다.
거짓말이라는 견고한 가면이 사라진 그의 민낯은 더없이 추했다.
“이,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라고!”
홍준태는 창백해진 표정으로 보관실 밖으로 뛰어나갔다.
차연주는 다급히 도망치는 그의 뒷모습을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근데 이러면 그냥 입 다물면 끝 아니야?”
“설마. 그 정도도 생각 안 했을까 봐. 자신에 대해서 말하는 걸 참을 수 없도록 만들어 놨지.”
“왜 그렇게까지 한 거야?”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강우라면 굳이 이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탄원서 자체를 취소시킬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다.
“당 대표가 직접 내부고발자가 되면 어떻겠어? 각종 대기업, 대형 길드들의 비리가 줄지어서 드러나겠지. 그렇게 되면 앞으로 괜한 갑질을 하는 놈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거야.”
폭탄 정도가 아니었다.
정치권에서는 말 그대로 재앙이 일어날 것이 분명했다.
“…….”
“왜?”
“저, 저기 그게…. 가, 강우야. 분명 각종 비리가 줄지어서 드러난다고 했지?”
“그렇겠지.”
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차연주는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표정으로 그의 시선을 피했다.
“저, 저기. 그… 사실 그러면 나도 좀 고, 곤란해지거든?”
“뭐?”
“그… 전에 네 신상 조사한 것도 그렇고…. 7차 각성이 안 된 플레이어에게 S급 게이트 출입 허가증 발급해 준 것도 그렇고…. 그… 에키드나라고 했던가? 그 아이 신분증 만들어준 것도….”
“…….”
강우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머릿속에서 ‘팀킬 하셨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떠오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강우는 홍준태가 달려 나간 문을 향해 몸을 돌렸다.
맑고 청렴한 대한민국이라니.
그는 자신이 중대한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 새끼 다시 잡아!!”
맑고 청렴한 대한민국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