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85)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86화
조심해(1)
“어떻게 이걸 얻게 된 거야?”
강우는 김시훈이 내민 두 개의 마정을 만졌다.
엘 쿠에로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마정에 비해서 확연히 작은 크기였다.
마정 안에 담긴 마기의 양도 훨씬 적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강우와 레드로즈, 화랑부대가 장장 2주간이나 찾아도 찾을 수 없었던 마정을 한 개도 아니라 두 개를 찾았다는 것!
“음. 처음 이걸 얻게 된 것은 어제였습니다. 파티원들과 함께 평소처럼 몬스터를 사냥하고 있었는데 등골이 오싹한 감각이 느껴졌습니다. 뭐라고 표현할까요…. 아, 처음 형님을 만났을 때 이상한 거북감이 들었다고 말씀드렸죠?”
“그랬지.”
“그 감각과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호오.”
“그래서 그 감각을 따라 이동했더니 조금 이상한 몬스터가 있었습니다.”
“이상한 몬스터?”
“예. 저희는 미노타우르스를 주로 잡고 있었는데 겉모습이 묘하게 달랐습니다. 검은색으로 물들었다고 할까요? 행동도 뭔가 광기에 차 있었습니다.”
“그걸 잡으니까 이 검은색 보석이 나왔고?”
“예.”
김시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개가 한 번에 나온 거야?”
“아뇨. 그 거북감을 느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오늘도 사냥 도중에 그런 감각을 느껴서 가보니 똑같이 이상한 몬스터가 있었습니다. 이쪽이 오늘 얻은 겁니다.”
김시훈은 두 개 중 하나의 보석을 가리켰다.
강우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그의 머리가 빠른 속도로 돌아갔다.
‘나와 처음 봤을 때와 같은 거북감을 느꼈다.’
우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마기였다.
마기를 보유한 대상에게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시훈아, 에키드나를 봤을 때도 처음 나를 만났을 때 같은 거북감이 들어?”
강우는 자신의 옆에 꼭 달라붙은 채 앉아 있는 에키드나를 가리켰다.
그녀는 갑자기 화제가 자신에게 쏠리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강우의 옷깃을 당겼다.
“강우, 나 거북해?”
“아니. 그런 거 아니야.”
“아뇨. 에키드나 씨는 오늘 처음 만났지만… 그런 거북감은 하나도 들지 않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마기는 아니었다.
에키드나는 악마와는 조금 종류가 다르지만 마기를 지니고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마기를 제외하고 자신과 몬스터 사이의 공통점.
한 번에 떠오르지는 않았다.
강우는 사고를 이어갔다.
그때, 김시훈이 말한 ‘미노타오루스가 검게 물들었다’라고 한 말이 떠올랐다.
‘마기의 침식으로 마물이 되어가고 있는 과정인가?’
마기가 인간의 육체를 악마로 바꾼다면 몬스터의 육체 또한 마물로 바꾸는 것은 이상하지 않았다.
마물이라는 단어에 자연스럽게 헬 하운드와 부에르를 잡았던 일이 떠올랐다.
“아.”
짧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퍼즐처럼 흩어져 있던 조각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듯했다.
‘균열의 파편.’
마물을 잡았을 때, 분명 균열의 파편을 처치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가 지구로 넘어왔을 때는 균열의 핵이 나타났다는 목소리가 들렸다.
균열의 핵과 파편.
이 두 가지가 아무 연관이 없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김시훈은 균열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꼈던 거야.’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는 아니었다.
김시훈은 가이아 시스템이라는, 강우의 힘을 봉인한 무언가 초월적인 존재로부터 선택받았다.
그의 역할은 수호자.
균열의 핵이 넘어오며 손상된 가이아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는 존재였다.
‘가이아 시스템이라는 것이 균열의 파편들을 막아내고 있던 존재였다면.’
그가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이상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 악마교 놈들은 균열의 파편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건가?’
왜 그들이 몬스터에게 마정을 심어 넣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우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지어졌다.
‘김시훈이라면 찾아낼 수 있어.’
그들이 정확히 어떠한 목적으로 균열의 파편을 만드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김시훈이라면 균열의 파편의 존재를 찾아낼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드넓은 모래밭에서 무작정 바늘을 찾는 것보단 금속 탐지기를 이용하는 편이 훨씬 수월하리란 것은 생각해 볼 필요도 없는 문제.
김시훈이라면 마정을 심어둔 몬스터를 원거리에서 분간하는 것이 가능했다.
“시훈아.”
강우는 김시훈의 손을 붙잡았다.
지금 이 순간만큼 김시훈이 기특하고 대견하게 보인 적이 없었다.
그에 대해서 아낌없는 투자를 한 것이 이처럼 보람차게 느껴진 것도 처음이었다.
“형님?”
“잠깐 나 좀 도와줘야겠다.”
“형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뭐든 도와드리겠습니다만… 정확히 뭘 하면 되는 건가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날 따라오기만 하면 돼.”
“예?”
“네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테니까.”
그는 비유하자면 인간 내비게이션이나 다름없었다.
단순하게 ‘거북함’이 느껴지는 방향으로만 그를 안내해 주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물론 나중에, 머지않은 미래에 그는 내비게이션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정도면 충분했다.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쳤다.
“가, 강우 씨?”
“꺄아아아악! 그렇지! 어쩐지 전에 병원에서부터 두 사람 수상하다 싶었어! 이예스!”
“응?”
김시훈보다 먼저 두 여인이 반응을 보였다.
한설아는 창백해진 표정으로 몸을 떨고 있었고, 은비는 코피를 쏟을 기세로 격렬하게 흥분하고 있었다.
강우는 자신이 했던 말을 다시 되짚어봤다.
‘제길.’
강우는 다급히 김시훈에게서 손을 떼어냈다.
“혀, 형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얼굴 붉히지 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예. 형님을 따르기로 이미 마음먹었으니까요.”
‘얼굴 붉히지 말라고, 짜식아.’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덮은 채 좌절했다. 하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리해도 늦은 법.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냐.’
창백하게 질린 한설아의 표정이 그의 머릿속에서 아른거렸다.
* * *
“그럼 내일 오전에 찾아뵙겠습니다.”
“그래, 조심해서 들어가고.”
“형님! 진짜 나도 같이 가면 안 되는 거요?!”
“말했잖아. 내일은 A급 이상 게이트에 갈 수도 있어. 지킬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위험하다.”
“으….”
“아니면 지금 네가 A급 게이트 몬스터들을 상대로 방해가 되지 않을 자신 있어?”
“그, 그건 아니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알겠지?”
“으… 알겠소. 강우 형님, 이 사나이 강태수! 지금은 비록 물러나지만 포기하지 않을 거요!”
“그래. 기다리고 있으마.”
강우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오해를 풀기 위해 대략적인 상황 설명을 마친 그는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김시훈과 태수, 은비를 배웅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게이트로 출발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따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효율적인 동선을 짜야겠어.’
게이트의 숫자는 많았다.
무작정 가까운 게이트만 찾아서 움직인다면 효율이 너무 좋지 않았다.
차연주, 백화연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가장 효율적인 루트를 찾은 후 움직이는 것이 빠르고 정확했다.
‘레드로즈 길드에 가봐야겠군.’
여기서 레드로즈 길드까지는 걸어서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강우는 옆에 있는 설아와 에키드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 난 이대로 레드로즈 길드에 갔다 올게. 아마 좀 늦을 수도 있어.”
“제가 도와드릴 일은 없나요?”
“일단은.”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갈 뿐.
효율적인 동선을 짜기 위해서 그렇게 많은 인원은 필요 없었다.
설아와 에키드나는 일순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먼저 들어가 있을게요. 조심히 다녀오세요.”
“그래.”
강우는 가볍게 손을 흔들며 몸을 돌렸다.
에키드나와 설아는 단지 입구에 서서 멀어지는 강우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
“설아, 기운 없어 보여.”
“후훗. 아무것도 아니야.”
한설아는 에키드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에키드나가 그녀의 옷자락을 잡았다.
“괜찮아. 강우, 설아에게 무척 고마워하고 있어. 나 강우와 이어져 있으니까 알 수 있어.”
“읏…. 그, 그러니?”
한설아는 얼굴을 붉히며 웃었다.
그녀는 에키드나의 손을 잡았다.
“그럼 우리 먼저 들어가 있자. 오늘은 에키드나가 원하는 메뉴로 저녁을 만들어줄게.”
“흐응! 흐응! 나, 소고기가 좋아!”
“후훗. 알았어. 그럼 마트에 좀 들렸다….”
한설아가 말을 하다 말았다. 그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당신들 누구에요?”
갑자기 나타난 붉은 가면의 괴인들.
마치 어둠에 녹아드는 것 같은 칠흑의 복장을 입은 열 명의 괴인들이 주변을 둘러쌓다.
“우리가 누구냐고?”
“알 필요 없다.”
괴인들이 말을 이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하나.”
“너희의 목숨이다.”
“지금 당장 너희가 해야 할 일은.”
“그자를 부르는 일이다.”
서로 한 명씩 돌아가며 말하는 독특한 화법.
마치 열 명이서 한 몸으로 이루어진 것 같은 완벽한 호흡이었다.
“그자를… 부르라뇨?”
“오강우.”
“너희가 따르는 남자를 불러라.”
“그러면 너희의 역할은 끝난다.”
한설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부를 수 없어요. 당신들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결코 순순히 따르지는 않을….”
“강우를 부르면 되는 거야?”
“에, 에키드나?!”
“잠깐만 기다려. 금방 부를게.”
에키드나는 마치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기라도 한 것처럼 가만히 눈을 감았다.
소환수와 주인 사이에 이어진 연결고리. 그를 통해서 강우를 불렀다.
“이제 금방 강우가 올 거야.”
“이해가 빨라서 좋군.”
붉은 가면을 쓴 괴인들이 웃었다.
레드로즈 길드로 향하고 있던 강우가 다시 돌아온 것은 금방이었다.
“너희 뭐야?”
강우는 한설아와 에키드나를 둘러 싼 괴인들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가 누군지는 알 필요 없다.”
“지시에 따라라.”
“그렇다면 고통 없는 죽음을 선사하지.”
강우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가면을 쓴 괴인들을 바라보았다.
“악마교 놈들이냐?”
“대답할 의무는 없다.”
“의무는 네게 있지.”
“말투 한번 등신같네.”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허탈한 웃음.
에키드나와 한설아가 그들에게 둘러싸인 상황이지만 걱정은 없었다.
태연하기 짝이 없는 그의 말에 가면을 쓴 괴인들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분의 말대로 건방진 놈이로군.”
“세상 물정을 모르는 놈이로군.”
“차연주의 치마폭에서 세상 모든 것을 얻은 것 같았겠지만.”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마.”
괴인들은 한설아와 에키드나의 뒤로 다가가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았다.
구불거리는 단검이 그녀들의 목을 겨눴다.
“조심해.”
강우가 말했다.
괴인들은 그를 비웃었다.
“이미 늦었다. 조심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아니, 그게 아니라….”
입가에 짙은 미소가 지어졌다.
“너희들 말이야.”
“……?”
-콰드드득!!
한쪽 팔을 드래곤의 것으로 바꾼 에키드나가 자신을 뒤에 끌어안은 괴인을 거칠게 후려쳤다.
뼈가 어긋나는 소리와 함께 괴인의 몸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함부로 손대지 마.”
에키드나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노려봤다.
“내 몸은 강우만 손 댈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