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90)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91화
이제 내가 누군지 알게 해줄게(3)
-카드드드득!
마기를 담은 주먹이 백강현의 머리를 후려쳤다.
튕겨지듯 뒤로 날아간 백강현의 몸이 콘크리트 바닥을 박살냈다.
[크으…. 역시 알 수 없는 놈이로군.]악마와 융합하여 강대한 육체를 가졌음에도 머리 전체가 울리는 충격이었다.
대체 저런 강자가 어디에 숨어 있다가 지금 나타났는지 알 수 없었다.
[지금부터 알아보면 되겠지.]백강현은 웃었다. 터질 듯한 힘이 그의 안에서 휘몰아쳤다.
더 이상 인간으로는 볼 수 없는 외모가 되었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수명의 제약이 사라진 것도, 식음이 필요치 않은 육체를 가지게 된 것도 중요치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로지 힘!
악마의 육체가 가져다주는 막대한 힘만이 중요했다.
“더럽게 단단하네.”
강우는 주먹을 타고 전해지는 아릿한 통증에 눈살을 찌푸렸다.
방어 동작도 없이 클린 히트로 들어간 일격이었지만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했다.
그만큼 악마가 된 백강현의 육체가 강력하다는 의미.
‘1분 안에 끝내야 할 텐데.’
마기 스탯을 상승시켜주는 ‘크라켄의 분노’의 지속시간은 1분.
그 안에 백강현을 잡아내기는 좀 시작이 촉박할 것 같았다.
“흠.”
강우는 짧은 침음을 흘렸다.
궁지에 몰린 것은 아니었다. 지금 상황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다만.
‘일단 보류.’
그 방법은 리스크가 지나치게 컸다. 함부로 사용할 수 없었다.
‘어쨌든 지금 당장은 1분 안에 끝내는 걸 목표로 해야겠군.’
강우는 몸을 숙였다.
1분 안에 백강현을 처치해야 한다면 해야 할 것은 하나였다.
“후우.”
깊게 숨을 들이쉰다. 정신을 집중하고, 몸 안의 마기를 끓어 올렸다.
“바이던트.”
암극의 권능과 지옥불의 권능이 합쳐졌다. 검은 불길이 타오르는 기다란 창 한 자루가 만들어졌다.
강우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더욱 큰 마기를 불어넣었다.
두 개로 갈라진 바이던트의 창날이 꼬여 구불구불한 창날을 만들어냈다.
‘게이볼그.’
세 가지 권능을 동시에 사용하여 만들어낸 창이 그의 손 안에 쥐어졌다.
몸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마기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강우는 창대를 잡고 자세를 취했다.
[어처구니없는 놈이로군.]백강현의 눈빛에 긴장이 서렸다.
강우가 만들어낸 검붉은 창에 가공할 힘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나쁘지 않아.]그는 웃었다.
전신에 끓어 넘치고 있는 이 힘을 시험하기에 차고 넘치는 상대였다.
[아주 마음에 든다!]광기에 찬 외침.
양팔을 벌린 그의 주먹에 마기가 모여들어 거대한 권갑의 형태를 만들어냈다.
-쿠우우웅!
백강현과 강우.
두 괴물이 다시금 격돌했다.
“흐읍!”
강우는 낮게 몸을 숙이며 땅을 쓸어내듯 게이볼그를 휘둘렀다.
백강현이 발을 구르며 몸을 띄웠다. 게이볼그가 방향을 비틀며 솟구쳐 공중에 뜬 백강현을 노렸다.
[끈질기군!]백강현은 두 주먹을 모아 내려찍었다.
게이볼그의 창끝이 권갑과 격돌했다.
무시무시한 충격과 함께 강우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크으.”
전신이 뒤흔들리는 듯한 감각.
시야가 어그러지며 몸이 흔들렸다.
“퉤.”
강우는 속에서 올라온 피를 뱉었다. 어그러졌던 시야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힘으로는 상대가 안 되는군.’
천력의 권능을 사용하지 않으면 그의 힘을 감당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천력의 권능을 사용하면 게이볼그를 유지할 수 없었다. 일격으로 치명상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지는 것이다.
-콰앙! 쿠웅!
숨 막히는 공방이 이어졌다.
일 초를 수십 개로 나눈 짧은 시간에 목숨을 건 일격들이 서로를 스쳐 지나갔다.
일견 팽팽하게 느껴지는 접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한 것은 결국 강우 쪽이었다.
‘남은 시간은 5초.’
제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강우는 가늘게 눈을 떴다. 결단을 내릴 때였다.
게이볼그를 뒤로 당겼다.
몸을 반 바퀴 돌리며 자세를 낮게 숙였다.
무거운 진각과 함께 게이볼그가 앞으로 쏘아졌다.
[어딜!]백강현은 손을 뻗었다.
강우는 그 손을 향해 창을 잡은 반대편 팔을 들이밀었다. 팔을 방패삼아서라도 공격을 성공시키겠다는 몸짓.
백강현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지어졌다.
그는 마기로 이루어진 두터운 권갑으로 강우의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이변이 일어났다.
“크윽?!”
강우의 입에서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전신의 힘이 급속도로 사라지며 백강현의 목덜미를 노리던 게이볼그가 검은 연기가 되어 허공에 흩어졌다.
[하하하! 걸려들었군! 계속 급하게 공격하기에 그렇게 나올 줄 알았지!]“뭘… 한 거야.”
강우는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권갑이 그의 팔에 달라붙은 순간, 갑작스럽게 마기가 움직이지 않게 됐다.
마력구속구라도 쓰인 듯한 감각.
예상치 못한 전개에 혼란스러워졌다.
백강현은 여유로운 태도로 웃었다.
[이게 바로 악마의 권능이란 거다.]“…권능이라고?”
[그래. 권능의 힘이지.]백강현은 취한 듯이 몽롱한 표정으로 자신의 권갑을 들어올렸다.
[일단 이 ‘봉쇄의 권능’이 담긴 권갑에 신체 일부가 잡히면 힘을 움직일 수 없다.]“그렇다는 건.”
[그래, 네놈은 지금 플레이어로서의 힘을 사용할 수 없단 의미지.]강우는 굳은 표정으로 마기를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마기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플레이어로서의 힘 이외에 지옥에서 쌓아왔던 힘도 사용할 수 있었지만 그 힘까지 함께 봉쇄당한 것 같았다.
지금 그의 힘은 지옥에 가기 전, 평범한 인간이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퍼억!
“커헉!”
가벼운 발길질 한 번에 형편없이 바닥을 굴렀다.
입 안에서 피가 쏟아져 나오며 의식이 흐릿해졌다.
[하하하하! 세상 모르고 나대더니 꼴좋군!]“…….”
백강현은 폭소를 터뜨렸다. 바닥에 쓰러진 강우를 내려다보며 그는 짙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렇게 납죽 엎드리는 게 어울린다.]강우는 억지로라도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하지만 왼쪽 팔에 채워진 권갑의 무게는 상당한 편.
마기가 움직이지 않는 지금 상황에서는 거대한 바위가 한쪽 팔을 짓누르고 있는 것과 같았다.
‘최악이군.’
처음 지구로 귀환한 직후보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때는 최소 실낱같은 마기라도 움직였다. 강우는 자신의 팔에 채워진 권갑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권갑을 풀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했다.
오른손으로 권갑을 떼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왼팔을 붙잡고 있는 권갑은 조금도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발까지 사용해서 왼팔을 잡아 빼내려고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흐흐. 한 번 채워진 이상 풀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없다.]백강현은 낄낄 웃음을 터뜨리며 다시 한번 강우를 걷어찼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강우의 몸이 바닥을 굴렀다.
“쿨럭!”
검붉은 핏덩이가 토해졌다.
강우에게 다가온 그는 그의 멱살을 잡아 들어올렸다.
3미터가 넘는 거구로 변한 탓에 멱살을 잡힌 강우의 몸이 공중에 대롱대롱 떠올랐다.
[너 같은 건방진 놈들에 대해서는 내가 아주 잘 알고 있지.]“…….”
[세상 모든 게 다 네 것이라고 착각하는 멍청한 놈들. 건방지고, 예의 없고, 저열한 놈들.]증오에 찬 백강현의 눈빛. 그의 눈빛은 강우를 향하고 있지 않았다.
[이제 대가를 치를 시간이다.]백강현은 전율에 몸을 떨었다.
그에게 처절한 패배를 맛보게 만들었던 이름이 떠올랐다.
후지모토 료마.
월드 랭커 심사 전까지만 하더라도 승승장구하던 그의 삶을 단 한 번에 구렁텅이로 떨어뜨린 존재!
그를 처절하게 짓밟을 생각을 하니 당장에라도 춤이라도 추고 싶은 기분이었다.
-후웅!
백강현은 멱살을 잡은 강우를 집어던졌다.
그의 몸이 플레이어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처음에 건방진 태도는 어디에 간 거지? 응?]백강현은 그를 조롱했다.
시종일관 당당하던 강우가 형편없이 바닥을 구르는 모습이 너무도 통쾌하게 느껴졌다.
[이제 그만 끝내지. 나쁘지 않은 여흥이었다.]“…….”
강우는 굳게 입을 다문 채 그를 올려다보았다.
침묵하는 그의 모습에 백강현은 웃었다.
“강우…!”
그때, 다급한 표정의 에키드나가 연기를 뚫고 나타났다.
그녀는 바닥에 쓰러진 강우의 모습과 그를 내려다보고 있는 악마의 모습에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강우에게서 떨어져!”
에키드나는 두 눈을 날카롭게 뜨며 다급하게 힘을 끌어올리려고 했다.
“어?”
하지만 그녀 안의 마기는 강우와 마찬가지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에키드나의 힘의 원천은 강우의 마기.
그것이 봉인된 순간 그녀의 힘까지 함께 봉쇄돼 버린 것이다.
“가, 강우.”
에키드나의 표정이 창백하게 변했다.
[전에 옆에 있던 꼬마 아가씨인가.]백강현의 시선이 에키드나에게 향했다. 그는 낄낄 웃음을 터뜨리며 에키드나에게 접근했다.
“꺄악!”
에키드나의 몸이 백강현의 거대한 손에 붙잡혔다.
그녀는 작은 주먹으로 백강현의 손을 두들겼다.
[귀여운 아가씨로군.]간지럽지도 않은 그녀의 공격에 백강현은 웃었다.
그는 에키드나의 몸을 움켜쥔 손에 서서히 힘을 더하며 입을 열었다.
[꽤나 사이가 좋은 것 같던데 말이야…. 눈앞에서 이 꼬맹이의 몸이 터지는 꼴을 보면 네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군.]“이, 손 놔! 내 몸에는… 강우만…!”
에키드나는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다.
백강현의 웃음소리가 다시 한번 시끄럽게 터져 나왔다.
“…….”
강우는 깊게 가라앉는 눈빛으로 백강현을 바라보았다.
그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플레이어의 시체에서 검을 하나 주웠다.
검신이 반으로 부러진 검이었다.
[하하하하! 힘도 쓰지 못하는 상태로 날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백강현은 그런 강우의 발악을 비웃었다.
강우는 그의 말을 무시한 채 검을 역수로 잡았다.
“아까 내가 누구냐고 물었지.”
검을 휘둘렀다.
부러진 검이 향한 대상은 백강현이 아니었다. 권갑에 잡힌 왼팔에 부러진 검이 쑤셔 박혔다.
-푸욱!
하지만 마기도, 플레이어의 힘도 봉인당한 상태에서 낼 수 있는 것은 고작 일반 성인 남성의 힘 정도.
한 번의 칼질로 팔을 자를 수는 없었다.
신경 쓰지 않았다.
도끼를 내려찍듯 부러진 검으로 왼팔을 내려찍었다.
피가 튀어 올랐다.
피부가 뜯겨져 나가며 붉은 속살이 드러났다. 근육이 찢어졌다. 뼈가 으스러졌다.
팔을 자른다기보다 짓이긴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무슨….]백강현이 눈을 부릅떴다.
강우는 멈추지 않았다.
-우득! 우드득!
새하얀 뼛조각이 피에 섞여 바닥에 흩어졌다.
끔찍한 고통이 팔을 타고 전해졌다.
무시했다.
부러진 검날에 짓이겨진 팔이 너덜너덜하게 변했다.
부러진 검날로 팔을 관통한 후, 있는 힘껏 몸을 비틀었다.
근육이 뜯겨져 나갔다.
짓이겨진 혈관에서 검붉은 피분수가 쏟아졌다. 팔과 팔을 잇고 있던 살점들이 강제로 찢어졌다.
그리고.
짓이겨진 왼팔이 완전히 그의 몸에서 떨어져나갔다.
왼팔을 붙잡고 있던 권갑과 함께.
“이제 내가 누군지 알게 해줄게.”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강우는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