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93)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94화
극마지체에 도달하는 방법(2)
서울 한복판에 균열이 만들어 진 이후 3일이 흘렀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수역 사건 이후로 국내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아니, 국내만이 아니라 세계 전체에서 이수역 사건은 큰 이슈가 됐다.
악마교.
음지에 숨어 살던 그들의 존재가 본격적으로 떠오르게 된 계기가 된 사건이었기 때문이었다.
세계 정상급들의 반응은 크게 놀랐다는 반응은 아니었다.
그들 또한 이미 악마교의 정체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악마교라는 집단이 얼마나 위험한 집단인지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세계 각국은 악마교에 대해서 대대적인 척살을 지시했다.
하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았다.
악마교는 강력하며 은밀했다.
전쟁의 핵심이 대규모 군대에서 플레이어라는 개인의 무력에 집중한 소규모 부대로 뒤바뀐 상황에서 대대적인 조사를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오히려 정체를 감출 필요가 없어진 악마교가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며 세계 각지에서 피해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격변의 날’ 이후 다시 한번 전란의 분위기가 감도는 세계정세 속에서 전란의 시발점이 된 한국은 의외로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한국에 남아 있던 악마교가 강우에 의해서 거의 뿌리째 뽑혀 버렸기 때문이었다.
세계의 이목이 한국으로 집중되며 거대 세력들이 서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이제 좀 움직일 만하네.”
서울역에 위치한 집.
강우는 3일 만에 침상에서 몸을 일으키며 가볍게 몸을 풀었다.
만마전을 개방한 후유증은 쉽게 낫지 않았고, 지난 3일간 거의 기절한 듯 잠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완전히 회복하여 다시 원래의 컨디션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달칵.
“강우, 왜 일어나 있어?”
“이제 좀 괜찮아져서. 다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아.”
“무리하지 마, 강우. 조금 더 쉬어도 괜찮아. 내가 간병해 줄게.”
에키드나는 강우의 팔을 잡아끌며 침대에 눕히려고 했다.
강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제 괜찮아. 푹 쉬었더니 오히려 평소보다 컨디션이 좋아.”
“…….”
팔팔해진 강우를 바라보며 에키드나는 일순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난 3일간 그의 간병을 하며 하루 종일 붙어 있던 시간이 끝났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강우, 이제는 무리하면 안 돼.”
“알았어.”
“강우는 만날 말만 그렇게 하는 것 같아.”
에키드나는 귀여운 투정을 부리며 강우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강우, 오늘은 뭘 할 거야?”
“글쎄. 일단 상황 파악부터 해야지.”
대략적인 정세에 대해서는 들었지만 정확히 파악한 것은 아니었다.
강우는 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
“응?”
거실에는 차연주가 앉아 한설아와 함께 차를 마시고 있었다.
“뭐야? 왜 벌써 일어난 거야?”
“이제 좀 몸이 괜찮아졌거든. 그보다 여긴 무슨 일이야?”
“흥. 내 돈으로 산 집에 내가 좀 쉬러 온 건데 무슨 불만 있어?”
차연주의 말에 한설아는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연주 씨는 강우 씨가 걱정돼서 매일 집에 들르고 있어요.”
“그, 그런 거 아니거든!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차연주는 당황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강우는 피식 웃었다.
“안 그래도 부르려고 했는데 잘됐네.”
“날 부르려고 했다고?”
“응. 지금 세상 돌아가는 것 좀 알고 싶어서.”
“흥. 환자면 환자답게 좀 더 누워 있지 그래?”
“이제 다 나았다니까.”
차연주는 한숨을 내쉬며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일단 한울 길드는 공식적으로 해체했어.”
“악마교 잔당들은?”
“잡아들이기는 했는데… 뭘 캐묻기도 전에 다 괴물로 변해 버렸어.”
“흠.”
강우는 침음을 삼켰다.
정보 누설을 막기 위해 손을 써둔 것 같았다.
“악마교는?”
“세계적으로 조금씩 보고가 들어오고 있긴 한데… 아직 한국만큼 대놓고 모습을 드러낸 조직은 없어. 일단 한국 자체의 혼란도 정리가 채 안 된 상황이니까.”
무려 수천 명의 피해자를 만든 사건이었다. 쉽게 혼란이 정리될 리가 없었다.
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스마트폰을 꺼내 최신 뉴스 기사를 살펴보았다.
[세계적인 사이비 집단 악마교. 그들의 정체와 목적은…?] [영웅 출현! 검룡 김시훈에 집중하라!] [검룡 김시훈에 대한 생존자들의 증언 이어져… ‘신성’ 떠오르다.] [김시훈 팬클럽 창설. ‘검룡 김시훈’에 대한 세계의 주목도 급상승.]“온통 시훈이 얘기밖에 없네.”
“실제 이수역 사건에서 가장 먼저 마물을 죽이고 일반인을 구출한 건 김시훈이니까.”
어지간한 연예인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잘생긴 외모.
마물의 손에서 민간인을 구한 영웅적인 행동.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플레이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무위.
오히려 주목받지 않는 것이 이상한 상황이었다.
“왜, 네 공을 가로챈 것 같아서 아쉬워?”
“그럴 리가.”
어깨를 으쓱였다.
주목이 집중되는 것처럼 귀찮은 일은 없었다.
이번 사건으로 일약 스타가 된 김시훈에게 동정심이 느껴질 정도였다.
“아, 그리고 월드 랭커의 세력 중 하나가 한국에 왔어.”
“월드 랭커?”
“응. 천검문이라고… 중국인 길드야.”
“시훈이에게 접근하려고 온 건가?”
“글쎄. 아직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는 않아서 의도가 뭔지는 모르겠어.”
“흠.”
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됐든 자신과는 크게 상관없는 얘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국내에 있는 악마교는 대강 정리됐다… 고 생각하는 게 맞겠군.”
“그래. 뭐, 한국에 있던 놈들은 빙산에 일각인 것 같지만 말이야.”
차연주는 날카롭게 눈을 빛냈다.
강우는 그녀를 살피며 물었다.
“여기서 복수를 끝낼 생각은 없겠지?”
“물론이지. 그놈들의 뿌리를 완전히 뽑아버릴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좋은 마음가짐이야.”
이번 사건으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악마교는 강우 자신에게도, 세계에게도 너무 큰 위험이 되었다.
가이아 시스템이 점점 힘을 잃어가는 지금 앞으로 그들이 얼마나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몸집을 키울지 예상할 수 없었다.
‘악마를 신체 내부에 소환하는 방법은 상상도 못했으니까.’
악마와의 융합을 그런 방식으로 이뤄낼 줄은 확실히 예상 밖이었다.
“일단 지금 당장은 꼬리가 잡힌 악마교는 없다고 했지?”
“응. 조금씩 얘기는 들려오고 있긴 한데 아직 정확한 정보는 없어.”
“그렇단 말이지.”
강우는 가늘게 눈을 떴다.
우선 자신이 직접 나서서 세계 각지에 숨어 있는 악마교를 탐색하는 건 무리가 있었다.
‘맨땅에 헤딩하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국내에 있는 악마교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세계 어디에 숨어 있을 지도 모르는 악마교를 무작정 찾아다니는 것은 너무도 비효율 적이었다.
‘지금 당장은 힘을 키워야겠군.’
공성을 할 수 없다면 수성을 위한 견고한 성벽을 쌓아올리면 될 문제였다.
감히 그들이 넘볼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성벽을.
‘우선은 레벨 제한이랑 극마지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성장이 막힌 지금 레벨 제한과 극마지체의 마지막 조건을 해결하지 못하면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문제는 이 두 가지 또한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점이었다.
무슨 단서라도 있다면 해결책을 찾아 볼 수 있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기약도 없는 일에 미련하게 시간을 빼앗길 수는 없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으면서, 내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사냥을 통한 마기 스탯 상승.
하지만 이것도 이미 마기 스탯이 100을 넘어가 버린 순간 언제 오를지 기약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효율적인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강우는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아.”
그때, 한 가지 방법 하나가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지금 당장 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시훈이를 좀 불러야겠네.”
강우는 미소를 지으며 스마트폰을 들어올렸다.
* * *
“형님! 이제 몸은 좀 괜찮으신 겁니까?”
김시훈을 부르자 20분도 채 지나지 않은 빠른 시간에 그가 나타났다.
강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요즘 넌 어때? 뉴스 보니 온통 네 얘기밖에 없던데.”
“하아. 말도 마십쇼. 밖에만 나가도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사냥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김시훈은 피곤하다는 듯이 모자와 마스크를 벗었다.
“진짜 가면이라도 하나 장만해야 할 것 같습니다.”
“뭐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소용이냐 싶다만… 여하튼 고생이 많겠네.”
“사실 좀 불만이 많습니다.”
“불만?”
“예. 솔직히 말에서 이수역 사건을 해결한 건 제가 아니라 강우 형님 아닙니까. 영웅이라고 추앙 받아야 할 사람은 형님이신데….”
김시훈은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자신이 강우의 공로를 채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무슨 그런 끔찍한 말을 하냐.”
“사람들이 형님이 한 일에 대해서 전혀 알아주지 않는데 괜찮으신 겁니까?”
“주목을 받아도 얻는 이득이 없으면 귀찮기만 할 뿐이야. 네 입으로도 피곤하다고 말했잖아.”
“그렇긴 하지만….”
사람들에게 강우가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는 표정.
“난 귀찮은 건 질색이야.”
“음…. 형님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그보다 무슨 일로 절 부르신 겁니까?”
“한 가지 부탁할 게 좀 있어서.”
“형님의 부탁이라면 제가 할 수 있는 한 뭐든 하겠습니다.”
김시훈은 충성심에 불타는 눈빛으로 말했다.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 같은 그의 모습에 강우는 피식 웃었다.
“무공을 배우고 싶다.”
“…무공이요?”
김시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 얼마 전에 신검합일인가? 여하튼 네 경지가 더 올랐다고 했지.”
“그렇긴 합니다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무기를 다루는 법에 대해서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
“음….”
김시훈은 침음을 삼켰다.
무공을 가르쳐 주는 것에 주저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전 형님을 가르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지 않습니다.”
강우는 이미 자신보다 훨씬 더 아득한 경지에 올라서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그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것은 학생이 선생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강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가진 힘은 확실히 내가 더 높을 수는 있어도 무기를 다루는 기술에 한정하면 그렇지도 않아.”
강우의 기술은 수많은, 헤아릴 수 없는 전투를 겪으며 감각적으로 완성된 기술들이었다.
체계적인 무술에 대해서는 접해본 적도, 배워본 적도 없었다.
‘무(武)의 끝은 형(形)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일단 형을 배운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지금 강우의 기술들은 극한에 달한 실전 기술 밖에 없었다.
‘이제까진 이걸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김시훈이라는, 무려 무신의 후예를 아군으로 들였는데 가만히 썩히는 건 아까운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김시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께 무공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