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Don’t Reply! RAW novel - Chapter (62)
답장하지 마세요! 답장하지 마세요-62화(62/74)
[작품후기]*이렇게 (공작님만의) 비밀연애 시작~!62회비밀 연애[백작님, 좋은 아침입니다. 좋은 꿈 꾸셨나요?] [안녕하세요! 전 꿈도 없이 푹 잤어요ㅎㅎㅎ 트릭스터 관련된 문제도 전혀 없습니다!] [정말 다행이네요. 혹시 내일 중에 일정 있으신가요?] [내일은 리리랑 마법 학교 준비물을 살 예정이에요!] [제가 동행할까요? 마법사 거리로 가실 텐데 그쪽은 더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아, 다행히 레이버 사장님이 물건을 저택까지 가져와 주시기로 했어요. 그때 저희 처음 만났던 그 마법 정보상 아시죠? 거기 사장님이요.] [네, 알고 있습니다. 제가 물건을 볼 줄 아니 함께 봐드릴까요?] [음 저도 공작님이 와 주시면 너무 좋기는 한데] [아무래도 리리 옷도 착용해 봐야 하니 좀 불편하지 않을까 싶어요.] [마음은 너무 감사합니다!] [아, 네, 저도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네요. 백작님과 만나고 싶은 마음에…] [저랑요?] [네. 서로 일이 바쁘니 매일 만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자주 뵙고 싶어서요.] [음 아 원래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세요?] [네? 아뇨, 특별히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습니다.] [아… 저랑 만나고 싶다고 하셔서] [백작님과 만나는 건 다르죠.] [네?] [이제 다를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아니면 이런 말은 불편하십니까?] [어 아니 불편하진 않은데요] [다행이네요^^ 그럼 다른 시간 되시는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모레도 좋고요.] [음 모레도 제가 일정이 있어서 일단 확인하고 연락드릴게요!] [네. 편하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답장 더 안 주셔도 괜찮아요!] [네, 오후에도 한가하실 때 연락 주십시오.] [넵 알겠습니다!]
–
“아무래도 이상하단 말이야.”
리리와 함께 응접실에 앉아 레이버의 꼬마 사장님을 기다리다 불쑥 말을 꺼냈다. 리리는 내 얼굴을 살펴보더니 갑자기 흐뭇하게 웃었다.
“또 데이라 공작님 얘기하시는 거예요?”
“아니, 진짜 이상해. 톡톡 내용도 그렇고 행동도 그렇고…… 뭔가 심상치가 않아.”
“왜요? 그때처럼 보고 싶다고 막 그래요?”
리리는 지루한 기다림에서 해방되어 내 연애담의 세계로 들어왔다. 나를 보는 리리의 초록색 눈이 즐거움을 담고 반짝거린다.
그런 눈빛으로 쳐다봐도 특별히 로맨틱한 얘기는 없는데.
“아니, 어제 아침에도 톡톡을 하는데…… 매일 만날 순 없지만 자주 보고 싶다는 거야.”
“와!”
리리가 작고 고운 손을 입에 대더니 숨죽여 탄성을 내질렀다. 무슨 대단한 이야기라도 듣는 듯 화려한 반응에 나도 모르게 말이 술술 나갔다.
“갑자기 왜 이러나 싶어서 원래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냐고 물어봤지.”
“그래서요, 그래서요?”
“별로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고 하더니 갑자기, ‘백작님과 만나는 건 다르죠.’ 이러는 거야!”
“세상에!”
리리가 박수까지 치며 기뻐했다. 내가 이야기를 특별히 실감나게 하는 것도 아닌데, 막 낚은 물고기처럼 힘차게 박수를 치는 리리를 보니 괜히 으쓱해진다.
“내가 너랑 물건 사야 해서 못 만난다고 했더니…….”
“그걸 왜 거절해요! 그냥 같이 와서 보자고 하면 되죠.”
리리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 나는 리리를 배려해서 공작 보고 싶은 마음도 참고 초대 안 한 건데, 갑자기 억울하다! 그러나 리리는 나의 갸륵한 마음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 얼굴이다. 왜 다들 내 연애를 보고 싶어 하는 건데?
“아무튼, 거절했더니 다른 날에 보자고 하더라고. 근데 내가 내일은 갈 곳이 있잖아.”
“아……. 내일은 그렇죠.”
리리의 표정에서 명랑한 빛이 조금 가셨다.
그럴 만도 하다. 내일은 내 부모님 기일이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어머니 기일이다.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시고 아버지도 사흘 후에 세상을 떠나셨다. 아버지는 아마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하셨던 것 같다. 두 분 다 워낙 나이 드시기도 했고.
수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부모님을 잘 모신 후, 어머니 기일에 맞춰 방문하고 있다.
리리가 조심스럽게 내 손을 잡고 물었다.
“이번에도 혼자 가세요? 저랑 같이 가실래요?”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리고 리리도 내 부모님과 인연이 깊으니 같이 가도 괜찮겠지만……. 그래도 우울한 표정을 보이고 싶지는 않다.
“일단 혼자 가려고. 할아범도 안 데리고 가고 싶은데 위험하다고 해서.”
“같이 가시는 게 좋아요. 멀진 않지만 가는 길에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요.”
“그건 맞아.”
이번에도 조용히 가서 인사만 하고 돌아와야지.
이제 부모님의 죽음에는 완전히 적응했다. 그런데도 아주 가끔, 실감이 나질 않는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아, 엄마 오늘은 좀 덜 아픈가?’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가끔 두 분이 날 좀 더 일찍 낳아 주었다면 더 오래 함께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 생각은 없었는데 공기가 달라졌다. 다행히 너무 큰 슬픔이 찾아오기 전에 할아범이 노크했다.
“단주님, 손님이 도착했습니다.”
“응, 기다리고 있어.”
문이 활짝 열리고, 커다란 상자를 든 직원 몇 명과 함께 꼬마 사장님이 안으로 들어왔다.
길게 기른 붉은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 짧은 다리로 어른처럼 휘적휘적 여유롭게 걸어 들어오는 몸짓. 아무리 봐도 적응 안 되는 사장님이다. 뭐, 실제로 몇 번 보진 않았지만.
꼬마가 고개를 끄덕여 나와 리리에게 인사했다.
“오랜만이야.”
근데 꼬마의 표정이 약간 이상하다. 입꼬리가 부자연스럽게 씰룩거리고 입술을 쭉 내밀었다가 입 안으로 합 먹었다가 난리가 났다. 눈썹은 위로 솟았다 아래로 내려왔다 하고, 시선은 내게 닿았다가 허공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게 닿았다가 바닥으로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한 마디로 누가 봐도 웃음 참는 표정이다!
나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뭐 재밌는 일 있어요?”
기다렸다는 듯 대답이 쏟아졌다.
“아, 난 유릭스가 지난번에 내 가게에 왔을 때부터 알아봤지. 뭔가 운명을 만난 표정이었거든.”
“…네?”
갑자기 무슨 소리야? 너무 당황해서 순간 ‘유릭스’가 공작 이름인 것도 잊을 뻔했다. 그러나 꼬마는 내 되물음에서 당혹과 기막힘을 읽지 못한 듯 자기 말만 계속했다.
“넌 잘 모르겠지만 내가 유릭스의 첫 스승이다. 청소년 시절 스승인 셈이지. 지금은 은퇴했지만, 마법 학교에서도 유릭스를 가르쳤어. 마법사는 스승과의 인연을 아주 각별하게 생각하거든. 그러니까…….”
꼬마는 기대감에 부풀어 말을 늘이더니, 할아범과 비슷한 미소를 지었다. 손녀가 결혼하는 날 할머니가 지을 법한 미소 말이다.
“우린 곧 친척 비슷한 게 되는 셈이야!”
“…….”
나는 리리의 얼굴을 한 번 확인했다. 꼬마 사장님과 만난 적 없는 리리는, 정체 모를 마법사가 내게 저지르는 무례에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그리고 나와 마찬가지로 꼬마의 말을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한 게 분명했다.
나는 꼬마의 말을 무시하기로 결심을 굳혔다.
“알겠으니까 물건 좀 볼게요.”
일부러 딱딱한 어조로 대답했는데, 꼬마는 기분 나쁜 기색조차 없었다. 정말 나를 봐서 신이 난 사람 같았다. 혹은 사내 연애를 먼저 알아차린 자의 여유와 관용이랄까. 물론 내가 사내 연애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 그래, ‘비밀’이라 이거지. 참 간질간질하고 좋아, 안 그래? 유릭스 그놈도 이렇게 낭만적인 면이 있을 줄이야. 나는 누구보다도 빨리 이렇게 될 줄 알았다고, 수다쟁이 피피온보다 먼저 말이야!”
“아, 예…….”
도대체 무슨 헛소리야? 이 사람 원래 이렇게 말이 많았나?
“유릭스가 나한테 톡톡을 보내서 부탁을 다 하지 뭐야. 좋은 물건으로 부탁한다고. 그러지 않아도 내가 어련히 알아서 할까! 하긴, 초반에는 눈이 멀어서 뭐든 해주고 싶은 법이야. 하지만 비밀이라면 그렇게 티를 내선 안 되지, 서툰 놈.”
“공작님이 연락을 했어요?”
너무 놀라서 무시하기로 한 것도 잊고 되물었다. 그러나 잡담을 늘어놓던 꼬마는 내 궁금한 얼굴을 보며 히죽히죽 웃을 뿐 정말 궁금한 물음에는 답을 주지 않았다.
“자, 그럼 가져온 걸 보여드리지!”
꼬마가 데려온 직원들이 상자를 내려놓고 물건을 하나하나 꺼내 놓았다. 미리 준비한 긴 테이블에 각종 상품이 올라갔다.
꼬마는 리리를 진열대로 이끌더니, 자유롭게 보게 내버려 두고 슬쩍 내게 다가왔다.
아, 또 시작이야. 또 공작 얘기 하려고 그러지!
꼬마의 보드라운 입술이 내 귀로 다가왔다. 정확히는, 다가오려고 했다. 실제 나이가 몇 살인지 모르지만 키가 작아서 입술을 내 귀에 댈 수가 없었다. 나도 굳이 허리를 굽혀 꼬마의 속삭임을 들을 생각이 없었고.
그러나 다음 순간, 꼬마의 말에 저절로 시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트릭스터 일은 잘 돼가고?”
눈이 마주쳤다. 꼬마의 얼굴에서 장난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제야 이 사람의 나이를 실감한다. 저주에 걸려 어려졌을 뿐 알맹이는 나보다 한참 나이 많은 노인이라는 사실을.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낮추었다.
“아직 그대론데, 그래도 공작님한테는 말씀드렸어요. 서로 도움 될 일이 있겠죠.”
“뭐? 어떻게?”
꼬마의 눈이 동그래졌다. 나는 너무 으스대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선선히 대답을 주었다.
“종이에 써서요. 편지로 드렸죠.”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다’는 저주의 원칙을 이렇게 간단하게 깰 수 있다니, 이건 몰랐지! 이 정도 아이디어는 있어야 톡톡도 만들고 하는 거다. 으흠.
그러나 꼬마는 대단하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대신 눈썹을 이상하게 찌그러뜨렸다. 그러더니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며 뭐라고 중얼거렸다. 그 나직한 목소리가 귀에 꽂혔다.
“그거 안 통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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