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ay away from my family RAW novel - Chapter 137
137화>
* * *
마수들이 얌전해진 북부.
추운 북부의 가장 큰 도시인 자발루텐시에서는 아주 특이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거 먹어! 이거 먹어 봐!”
“와, 먹는다! 우와, 이빨 엄청 날카로워!”
털모자를 뒤집어쓰고 두꺼운 장갑까지 낀 아이들이 성벽 바깥에 모여 신나게 재잘거렸다.
그 모습을 성벽 위에서 쳐다보던 경비대장이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마수에게 먹이를 주는 게 놀이가 되다니, 허 참.”
아이들 옆에는 거대한 자루 하나가 놓여 있었다.
열린 자루 주둥이 안쪽엔 핏물이 배지 않게 겉만 살짝 익힌 고깃덩어리들이 가득했다. 아이들은 그 자루에서 고기를 꺼내 마수에게 던져 주는 중이었다.
“나도, 나도 줘 볼래!”
“많잖아. 알아서 꺼내 던지라고!”
“으, 나는 아직 무서워……. 정말 괜찮은 거 맞을까? 갑자기 우릴 공격하면 어떡해?”
“엄청 센 마법사 이모가 괜찮다구 그랬잖아! 그리고 성벽에 경비대장 아저씨랑 마법사 아저씨들 있어서 다 막아 줄 수 있댔어.”
“웅, 그렇긴 한데…….”
물론 모두가 미심쩍은 눈초리를 거둔 건 아니었다. 먹이를 주러 나온 아이는 자발루텐시의 어린이 중 채 1할도 되지 않았다.
그나마 안전하다는 인식이 퍼져 나가 많이 는 것이기는 했다. 남자아이들의 담력 소재가 되기도 했고.
어쨌든 경비대장 얀센은 며칠째 보아 온 장면이 계속 새삼스러웠다. 그는 얌전하게 앉아서 아이들이 던지는 고기를 받아먹는 십여 마리 마수들을 바라보다 다시 입을 뗐다.
“그런데, 정말 이걸로 사업이 되겠소?”
“아, 이 인간 또 이 소리네. 무조건 된다니까?”
성벽에 서서 부대에 든 맥주를 홀짝이던 넨도린이 데퉁스럽게 쏘아붙였다.
술을 한 모금 삼키고서 수염을 훔친 드워프가 일장 연설을 시작했다.
“내가 전부터 누누이 얘기했잖아. 립시산은 엄청나게 돈이 될 거라고.”
“그러기야 했지. 하지만 그게 마수 먹이 주기와 무슨 상관이오?”
“하여간 칼질이나 할 줄 알았지 사업 머리는 꽉 막혀선. 자, 생각해 봐. 우리 위대하신 대마법사 파베 크로슈 님 덕분에 이제 립시산에서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됐잖아?”
“그렇소.”
“그동안 립시산에서 마법을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은 신이 잠들어 있었기 때문인데, 신이 해방되어 이제 립시산에서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이게 얼마나 사람들 흥미를 유발하는 설정이야? 안 그래?”
“흐음…….”
“신이 머물렀던 곳이라는 것만으로도 순례하듯 찾아오는 성도들이 엄청날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지. 게다가 립시산은 설경이 아주 기가 막히잖아? 앞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립시산을 관광 명소 찾듯 찾아오게 될 거란 말씀.”
맥주를 들이켠 넨도린이 볼록 튀어나온 배를 내밀며 으스댔다.
살짝 못마땅한 기색으로 뚱한 표정을 짓던 얀센이 지적했다.
“그래서, 그거랑 마수에게 먹이를 주는 게 무슨 상관이란 거요?”
“아이고, 이 답답한 인간아. 여기까지 말했는데도 못 알아들어?”
넨도린이 갑갑하다는 얼굴로 가슴을 탕탕 치자, 그 옆에 있던 다프호그가 나섰다.
한때 립시산으로 떠나는 파베와 왈라이카의 길잡이였던 드워프는 친구 드워프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 주었다.
“아무리 마법을 쓸 수 있게 되었다곤 해도, 립시산은 사람이 편하게 지낼 곳은 못 되잖슈. 사시사철 눈보라가 휘몰아치니.”
넨도린의 계획은 그곳에서도 편히 숙박할 수 있는 건물을 짓고 비싼 돈을 받아먹는 것이었지만, 어쨌든 립시산에서만 찾아오는 이 전부를 수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그러니 상당수, 어쩌면 대다수가 산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인 자발루텐시로 걸음 하게 될 터였다.
“굳이 추운 대륙 최북단까지 찾아오는 사람들이면 ‘특별한 것’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돈 많은 인간들 아니겠슈?”
“흠.”
“그리고 마수에게 먹이를 주는 건 아무 데서나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체험 아뇨? 나는 대마법사님 계획이 아주 현명하다 생각했슈.”
“고럼고럼. 그리 현명하신 분이니 립시산 개발에 이 넨도린을 책임자로 세우신 거지.”
넨도린이 잔뜩 흥이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 행태는 꼴불견이지만, 하는 말에는 일리가 있어 보였다. 얀센은 방금 드워프들이 한 말을 곱씹으며 마수에게 먹이를 주는 아이들을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마수와 공존이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해 본 적 없는 일이었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전설 속 대마법사인 파베 크로슈가 안전을 보증한 일이니까. 그는 신나게 고깃덩이를 던지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긴장한 손을 느슨하게 풀었다.
그의 강고한 입가에 저도 모르는 미소가 옅게 어려 있었다.
* * *
립시산에서의 일이 끝난 후, 파베는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복구를 돕고 보상 문제를 논의했다.
처음에는 다소 배타적이었던 분위기는 날이 갈수록 부드러워졌다.
파베 크로슈의 마법 원조가 엄청나게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이유 때문이기도 했다.
“이번 재난은 오랜 시간 쌓여 왔던 인간의 인과입니다. 우리는 마땅히 신의 자비에 감사해야 합니다.”
파베가 대성당에 다녀오고 약 일주일 후. 늘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던 교단에서 처음으로 대대적인 포교를 시작했다.
이번 재앙은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인과의 산물이라 역설하면서.
그들은 성전의 내용을 전면적으로 첨삭하여 새로운 성전을 편찬했고, 전과는 다르게 성전을 누구에게나 공개했다.
아예 새 성전을 대량 인쇄하여 민간에 뿌리기까지 했다.
덕분에 많은 사람이 그간 있는 줄도 몰랐던 신화를 알게 되었다.
“한참 전에 죽은 옛날 놈들 잘못을 왜 우리가 뒤집어써야 해?”
물론 부정적인 의견도 많았다.
선대의 죄과를 현대가 받아야 한다는 건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온 입장에서 퍽 억울한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그에 귀 기울이는 사람도 있었고, 공감하는 사람 또한 생겨났다. 그리하여 교세가 커지기 시작했다.
바로잡은 신화가 널리 퍼지자 파베를 탓하던 분위기 또한 조금씩 개선되었다. 바로 변화를 체감할 정도는 아니어도 시나브로.
덕분에 보상 초기에는 사람들의 태도 때문에 툴툴거리던 왈라이카도 이젠 꽤 기분이 풀린 상태였다.
“성당에 기부 좀 더 해야겠어. 생각보다 잘해 주고 있단 말이지.”
파베가 피식 웃었다.
왈라이카는 교단이 진실을 바로잡았을 때부터 그들을 원조하며 소문을 널리 퍼뜨리는 데 지혜를 보탰었다.
스승의 일에는 늘 발 벗고 나서 주는 제자가 고마웠다. 위나델의 머리를 쓰다듬은 파베가 말했다.
“안 그래도 일이 바쁜데 신경 써 줘서 고맙다.”
“서로 좋은 일이지. 이번 사태로 내 쪽에도 거래 엄청 늘었잖아.”
왕실이 전보다 입지를 부쩍 넓힌 가운데, 왈라이카는 잽싸게 왕실과 공조하여 유리한 계약을 여럿 따냈다.
덕분에 라니아가 과로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라니아에게 해산물 요리라도 많이 보내려무나. 아주 힘들 텐데.”
“안 그래도 요리사 한 명 따로 고용했어. 그런 복지라도 잘 챙겨야 잔소리 덜 먹으니까.”
“그나저나, 이렇게 다 같이 식사하는 것도 오랜만입니다요.”
자녀들과 함께 고기를 썰던 네루카가 슬쩍 끼어들었다.
오늘은 역풍 후 처음으로 온 가문이 함께 식사하는 날이었다.
마르다 일가와 네루카 일가를 비롯한 가솔들과 파베의 가족들이 모두 한 식탁에 앉아 있었다.
여전히 작은 새 모습으로 지내길 즐기는 샐리온 또한 위나델의 접시 옆에서 앙증맞게 부리를 까닥였다.
그리고…….
“난 마음에 안 들어. 쟤…… 아니, 저 영식은 여기 왜 끼는 거야?”
아퀴스가 불퉁하게 입술을 비죽였다.
위나델 옆에 라요테가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일에 도움을 주며 위나델과 더 가까워진 라요테는 이제 옆집 사는 이웃처럼 자연스럽게 크로슈 저택을 드나들고 있었다.
아퀴스만 빼면 모두가 그 모습을 흐뭇해했다. 아니, 왈라이카와 샐리온 또한 마냥 흐뭇해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위나델, 고기 잘라 줄-”
[이것부터 먹어, 계약자 꼬맹이. 이런 채소를 많이 섭취해야 키가 잘 커.]라요테의 도움을 차단하며 눈을 흘긴 샐리온이 다른 음식을 부리로 당겨 내밀었다.
기분 좋게 난감한 표정을 지은 위나델이 라요테와 시선을 맞추었다가 샐리온이 끌어다 준 요리에 포크를 댔다.
샐리온과 함께 지내고 며칠이 지난 후. 크로슈의 어린 가주는 샐리온과 다시 정식으로 계약했다.
덕분에 크로슈 가문의 입지도 크게 올라간 상태였다.
“이러다가 또 마법사 가문보다는 정령사 가문으로 알려질까 조금 걱정이에요.”
[그게 뭐 어때서? 위대하신 이 몸과 계약한 정령사가 가주로 있는 가문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유명해져야 하는 거 아냐?]“아하하…….”
어색하게 웃은 위나델이 파베에게 시선을 보냈다.
예전 같았으면 열등한 정령술 같은 소리를 하며 열을 올렸을 파베는 담담한 미소로 딸의 눈길에 화답했다.
샐리온이 그녀를 위해 희생하고 다시 살아난 후, 영원할 것 같았던 파베의 정령 혐오도 많이 좋아졌다.
물론 완전히 괜찮아진 건 아니었지만.
“오늘 오후는 어디로 갑니까?”
“산트리카. 녹조 현상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더구나.”
“그건 파베와 관련된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곳도 사태 때 왕실의 지시에 따랐지. 그 정도는 보답 차원에서 도울 만하다.”
아름다운 엘프가 그를 잘 아는 사람만 눈치챌 수 있을 만큼 미묘하게 뚱한 표정을 지었다.
세르비투스의 기분을 감지한 파베가 물었다.
“같이 갈 거냐, 여기 있을 거냐?”
“파베 곁에 있으려면 같이 가야겠지요.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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