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01)
101화
3.
다음 날.
“후우. 제가 아끼던 게이트였는데, 속상합니다.”
“보상해 드린다니까요, 최 대표님.”
“트롤들이 나오는 게이트는 언제나 돈이 되는데, 어째 우리 교황님께서는 맛있는 게이트만 꿀꺽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희 편이 낙찰받은 게이트 중에서 가장 빨리 생성되는 게이트가 여기였던 걸 어떻게 해요?”
나는 내 옆에서 툴툴거리는 최 대표를 향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곳은 경기도 김포시에 생성된 어느 D급 중형 게이트.
원래는 이곳은 도깨비 길드에 낙찰된 게이트였지만, 피치 못한 사정으로 우리가 합류하게 되었다.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이번에는 특별히 시우가 원하는 곳으로 배송해 줄게. 아이들한테는 미리 말해 두었고, 당분간은 추가 인력 파견은 힘들 거야. 차원 이동이라는 게 생각보다 복잡한 거니까! 알겠지?
지금까지 레오와 루나를 무작위 배송으로 보내 버렸던 리멘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딱 내가 원하는 시기에 배송해 주기로 했다.
리멘에게 왜 게이트로만 배송이 되냐고 물어보니까 ‘열린 입구로 들어가야 하는 건 기본 상식’이라는 알 수 없는 말로 나를 꾸짖었다.
그렇게 해서 결국 선택하게 된 것이 이곳, 도깨비 길드의 게이트였다.
“생각해 보니까 이상하네.”
“뭐가 말입니까?”
“어차피 저기서 나오는 트롤들은 싸그리 잡아 가실 거고, 저희는 그냥 두 명만 딱 챙기면 되는 건데…… 보통 그걸 보고 ‘꿀꺽했다’는 표현은 안 쓰지 않나?”
누가 보면 우리가 게이트의 모든 부산물을 독점하는 줄 알겠다.
게이트는 도깨비 길드 측에서 정상적으로 레이드를 하게 될 것이고, 우리는 단순히 손님만 데려갈 뿐이다.
이런 내 대답에 최 대표가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흐하하! 소중한 친구가 한 입을 달라고 하는데 어찌 안 주겠습니까? 얼마든지 꿀꺽하셔도 좋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꿀꺽 안 한…….”
“친구끼리 미안한 거 없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말을 말자.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요새 그냥 나를 놀려 먹는 데 재미를 붙인 것 같다.
교황의 권위를 위해서 조만간 신명나는 칼춤 좀 쳐 줘야겠어.
나는 다시 한번 한숨을 푹 내쉰 다음, 내 옆에서 묵묵히 서 있는 레오를 향해 말했다.
“오늘은 최 대표랑 싸우고 싶은 마음은 없냐? 너 게이트에서 처음 튀어나오자마자 최 대표랑 한바탕했잖아.”
“왜 그러시는지요.”
“네가 최 대표랑 싸워야 최 대표를 그때처럼 땅바닥에 심을 명분이 생길 거 아니야. 아무런 명분 없이 바닥에 심어 버리면 그게 깡패지 교황이냐?”
그 말에 레오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녀석의 눈빛에서 복잡한 감정이 전해지는 걸 보면, 방금 전 내 말에 동의하지 않는 듯했다.
그럼 정말 나를 깡패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속상하다.
나는 그저 레오의 뛰어난 능력을 고평가하여, 쉬지 않고 뺑뺑이 돌렸을 뿐. 고작 그것 가지고 나를 깡패라고 생각하다니. 정말 억울했다.
“허흠.”
하지만 나도 사람인 이상 양심이 찔리는 상황.
“레오야.”
“예, 성하.”
“화이팅하자 우리.”
“……예. 그런데 성하, 오늘 넘어오는 분들은 어떤 분들입니까?”
레오도 속으로는 궁금하긴 했나 보다.
에덴의 동료들이 그리워질 때가 되기는 했지. 아마 루나가 없었다면 에덴을 더 많이 그리워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옆에 추억을 공유하는 사람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아주 큰 법.
나는 레오의 질문에 그저 어깨를 으쓱였다.
“선물은 까 보기 전이 제일 설레는 거야. 알려 줘서는 재미가 없지.”
“그 말씀이 참 옳습니다. 오늘 넘어오는 인원들도 우리 연맹에 큰 도움이 되어 줄 게 분명합니다.”
“연맹?”
“아직 딱히 이름이 없잖습니까? 편의상 연맹이라고 부르는 중입니다. 연합이라고 부르기에는 전각련이 생각나서 좀 불편하고, 연맹이 참 적절하지 싶었습니다.”
도깨비 길드, 설화 길드까지 합류한 상황에서 언제까지 내 편 내 편 이렇게 부를 수는 없는 건 맞다.
연맹이라.
나중에 시간 내서 연맹 이름도 한번 궁리해 봐야겠다.
“아, 김 교황님. 제가 그때 말씀드렸던 경영밥 먹은 친한 동생 있지 않습니까? 그 동생이 한국에 들어왔는데, 이번 주중으로 교황님을 뵙고 싶어 하더군요.”
“마침 잘됐네요. 모레쯤이면 괜찮을 것 같은데.”
“다음 주부터는 중국 쪽과 논의가 시작될 테니, 확실히 빠르게 처리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동생 녀석에게 말 넣어 두겠습니다.”
“저한테 따로 연락 달라고 해 주세요.”
“전달해 두겠습니다.”
그렇게 최 대표와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어느새 시간이 되었다.
우우우우웅-!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보라색의 마력 구체가 생성되었다. 그리고 그 마력 구체는 눈 깜짝할 사이에 팽창하기 시작했다.
[현 지역에 게이트가 생성됩니다.]붉은색의 경고 메시지와 함께 마력 구체가 거대한 문의 형상을 이루었고, 곧 그 너머에서 이질적인 마력이 흘러나왔다.
“새끼들아! 다들 일단 대기하고 있어라. 손님부터 받고 간다!”
도깨비 길드의 헌터들은 이미 대열을 갖춘 상태였다.
최 대표의 우렁찬 목소리에 그들은 절도 있는 자세로 일제히 대답했다.
“예!”
도깨비 길드는 다른 대형 길드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되어 있는 부분이 있다.
최 대표를 향한 맹목적인 신뢰 속에서 형성된 끈끈한 단결력. 마치 오랜 시간 동안 전장을 함께 구른 용병단을 보는 듯하다.
서로에 대한 신뢰로 똘똘 뭉친 군사 집단.
회사 느낌의 다른 길드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그런 특유의 끈끈함이 있었다.
여러모로 매력 있는 집단인 건 분명했다.
캬르르르르륵!
“이번에도 몬스터들이 먼저 나오는 것 같군요. 정리하지 않아도 괜찮겠습니까?”
최 대표의 말대로 게이트에서는 먼저 트롤들이 기어 나오는 중이었다.
푸른색의 피부를 지니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트롤들.
녀석들이 들고 있는 조악한 창의 끝부분에는 초록색의 독액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저 트롤들이 일반인들에게는 분명 위협적인 존재인 건 틀림없다. 하지만 곧 저 게이트를 통해서 넘어오게 될 존재들은 결코 일반인이라고 부를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오늘 넘어오는 분들이 전투직이 아니라 사무직이랑 생산직이긴 합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정리를 해 두는 게 안전하지 싶습니다.”
“아, 그렇게까지 해 주실 필요는 없어요.”
[차원 간의 계약이 완벽하게 성사되었습니다.] [당신이 보유한 신성 점수 33,500점을 지불하여 차원계: 에덴>으로부터 라파르트 산테>와 토비 아이언비어드>를 소환합니다.] [당신이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였기에 인과율이 차원계: 에덴>의 주신좌 리멘>이 개입하는 것을 묵인합니다.]나는 우후죽순처럼 떠오르는 메시지 창을 닫으면서 게이트를 바라보았다.
파지지지직-!
게이트에서 새하얀 스파크가 튀기더니 곧 게이트의 우측 구석에 새하얀 균열이 생겨났다.
그리고 잠시 후,
그 균열 사이에서 한 노인과 한 난쟁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백발을 깔끔하게 뒤로 넘긴 후, 하얀색 사제복-당장에라도 근육 때문에 터질 것 같은-을 입은 노인.
노인의 허리춤까지밖에 안 올 정도로 작은 키였으나, 두꺼운 판금 갑옷을 입은 채로 제 몸보다 큰 거대한 망치를 들고 있는 난쟁이.
나는 그 둘을 바라보면서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끼에에에에에엑-!
그리고 그때였다.
난쟁이가 휘두르기 시작한 망치에 트롤들이 쓸려 나갔고, 노인이 맨손으로 트롤들의 대가리를 박살 내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노인의 하얀색 사제복은 여전히 깨끗했다.
순식간에 피 냄새로 가득 차기 시작한 전장.
그 압도적인 폭력을 두 눈으로 목격한 최 대표가 나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사무직이랑 생산직이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사무직이랑 생산직이라고만 했지, 전투 능력이 없다고 하지는 않았죠.”
“저 모습은 마치…… 음? 레오 대주교?”
최 대표는 내 옆에 서 있는 레오를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레오의 표정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기 때문이다.
“레오 대주교. 괜찮습니까?”
“아아, 놔두세요 최 대표님. 우리는 저걸 PTSD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PTSD요?”
“예.”
나는 나를 향해 묵묵히 걸어오고 있는 그 두 남자를 바라보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저기 보이는 저분이 우리 레오 대주교의 스승님이시거든요.”
“……스승, 말입니까?”
“참고로 전성기 때는 레오보다 더 강했다고는 하는데, 글쎄요. 제가 저분의 전성기를 본 적은 없어서요. 제가 막 에덴에 떨어졌을 때, 저에게 훌륭한 꿀팁들을 전수해 주신 분이기도 하세요. 예를 들면 마족의 뇌는 반드시 파괴해야만 한다, 라던지.”
라파르트 산테.
교황청 국무원장이자 리멘 교단 성의회를 이끄는 수장.
현재 에덴에서 내 대리인 역할을 맡고 있다는 바예르 총대주교가 아빠의 역할이라면, 이쪽은 교단의 살림을 도맡는 엄마의 역할.
군대로 따지자면 행정보급관의 역할을 수행하던 살림꾼이다.
어찌 보면 인자하게 보이는 인상이었지만, 그의 별명은 전혀 인자하지 않았다.
“백색 공포.”
백색 공포.
하얀색 사제복을 입고 마족과 이단자들을 손수 처형하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붙여 준 무시무시한 별명.
그의 옆에서 살벌하게 망치를 휘두르는 토비조차도 귀여운 난쟁이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라파르트 대주교가 선사하는 위압감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그 위압감에 질려 버린 트롤들이 정신없이 도망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라파르트 대주교는 마침내 내 앞에 도착했고, 곧바로 오른쪽 무릎을 바닥에 꿇으면서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리멘을 모시는 종, 라파르트 산테가 리멘의 첫 번째 사도이자 총주교회의의 의장이시며, 만천하의 신도를 이끄시는 교황 성하를 알현하나이다.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한 발자국 늦게 도착한 토비 역시 라파르트 대주교를 따라서 무릎을 꿇었다.
“하얀 산의 일족, 토비 아이언비어드가 교황 성하를 뵙습니다!”
나는 나를 향해 예의를 갖추는 그들에게 손을 가볍게 흔들어 주었다.
“라파르트 대주교. 토비 아이언비어드. 지구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앞으로 우리 교단의 윤활유가 되어 줄 핵심 멤버들이 지구에 도착한 순간이었다.
4.
-그러니까 지금 두 분의 신분을 마련해 달라, 그 말씀이십니까? 거기에 한 분은…… 이종족이고?
“혹시 이종족은 안 됩니까?”
-좀 복잡……하긴 할 것 같습니다.
“인종차별은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장관님께 보고를 드린 후, 빠르게 처리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뚝-.
나는 김 실장과의 통화를 종료한 후, 스마트폰을 집무실의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는 집무실 내부를 둘러보며 말했다.
“루나가 이렇게 조용한 것도 오랜만에 보네. 루나야. 평소처럼 해야지.”
“평소대로 예의를 차리고 있습니다, 성하! 무슨 그리 섭섭한 말씀을…… 라파르트 대주교께서 오해하시겠습니다.”
존재만으로도 천하의 루나 레벤톤을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라파르트 대주교가 유일할 것이다.
루나조차도 내 옆자리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라파르트 대주교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
정작 라파르트 대주교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차를 즐기는 중이었다.
“지구의 차도 풍미가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성하. 바예르 총대주교가 안부를 전해 달라 했습니다.”
“에덴은 평화롭나요?”
“리멘님께서 신탁을 몇 번 내리셨고, 불온한 움직임이 다소 관측되고는 있으나 큰 문제는 없습니다. 대륙의 국가들도 빠르게 전후 복구를 진행하는 중이라 다소 소란스럽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뿐입니다.”
한마디로 크게 위험한 상황은 없었다는 뜻.
내 대리자인 바예르 총대주교를 비롯한 교단의 수뇌부들이 교단을 잘 이끌어 나가고 있다는 의미기도 했다.
“그런데 토비는 어디로?”
“아, 토비 아저씨는 오자마자 신전 뒤쪽에 있는 신성석 광산 확인한다고 갔어요. 드워프들은 참 못 말린단 말이에요. 그죠?”
“루나 단장, 레오 대주교. 잠시 나가 주겠나? 성하와 긴히 나눌 이야기가 있어.”
라파르트 대주교의 말에 루나와 레오가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밖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그럼.”
“야, 너희들 그렇게 도망치면……”
콰앙!
문을 닫으면서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둘.
나는 그 둘을 따라서 은근슬쩍 밖으로 나가려고 했으나,
“앉으시지요, 성하.”
“……예.”
라파르트 대주교의 말에 의해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제가 이곳까지 오면서 발견한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가장 시급한 문제부터 논의를 시작해야겠군요. 각오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피를 토하는 잔소리 시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