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03)
103화
32.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1.
라파르트 대주교와 토비가 교단에 합류하게 된 이후로, 시간은 아주 빠르게 흘러갔다.
청와대 대변인, ‘동북아시아의 친선을 위한 동북아 교류전이 1월 마지막 주,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
중국의 이레귤러 ‘검귀’ 왕웨이가 중국 측 명단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민족의 배신자 류진영, 한국 땅을 다시 밟게 되나?>
격동하는 동북아시아. 태풍의 중심에 선 대한민국.>
원래는 한중 간의 친선전으로 시작된 일이, 어느새 일본까지 참여하게 되는 동북아시아 3국의 외교 각축장으로 진화했다.
서 대통령의 계획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일 하나만큼은 시원시원하게 벌이는 사람이었다.
거기에는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겠으나, 거기까지는 내가 관여할 바가 아니었다.
나로서는 그저 이번 교류전을 빌미로 중국에 자리 잡고 있는 정화자에 대한 정보를 얻어 내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교류전에 참가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정부 측에서는 루나와 레오도 참가해 줄 수 있겠냐며 문의를 해 왔다.
현재 국적법상 루나와 레오 둘 다 한국인으로 등록되어 있기 때문에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문의에 대한 대답은 일단 보류시켜 두었으나 긍정적으로 생각할 예정이다.
이왕 교류전에 참가할 거, 우리 교단의 힘을 확실하게 보여 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정화자에 대한 정보도 캐고, 중국에 명분도 쌓고, 우리 교단도 홍보하고.
우리로서는 남는 장사긴 했으니까.
아무튼.
그렇게 국제 정세가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을 무렵, 나는 여전히 나의 집무실에서 면접을 보는 중이었다.
사실 면접이라고 할 것도 없긴 했다.
“솔직하게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예, 교황님.”
“제가 회사에 취직한 적이 없긴 해도, 이 스펙이 말도 안 되는 수준이란 건 잘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어째서 우리 교단에 취직하려 하시는지 잘 모르겠네요. 게다가 최 대표님에게 전해 듣기로는 후계자 수업도 받으신 분이라고…….”
이름 박지원.
올해 나이 36세.
미국 유명 아이비리그 대학교 경영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으며, 귀국하고 나서는 태산 그룹 소속으로 활발하게 경력을 쌓은 인물이었다.
특이 사항으로는 최 대표와 마찬가지로 재벌 4세이며, 최 대표와는 이종사촌 지간이라고 한다.
키는 180cm를 조금 넘는 듯 보이며, 보기 좋은 잔근육들이 붙어 있는 탄탄한 몸매.
외모도 딱 인텔리 느낌이 물씬 풍기는 상이었다.
엘리트라는 단어 그대로 사람을 만들어 내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근데 이렇게 귀한 인물이 어째서 우리 교단에 자원하려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룹 내부에 있으면 알아서 승승장구할 인물임에 틀림없는데, 고작 종교 단체에 와서 좋을 게 뭐가 있냐 이 말이야.
“하하…… 경영권 다툼에서 패배한 비운의 주인공보다는 리멘 교단의 전성기에 기여한 최초의 기업인이라는 타이틀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교단 사업의 전반적인 경영뿐만 아니라 저희 교단의 만학도에게도 경영과 관련된 것들을 가르쳐 주셔야 합니다. 참고로 그 만학도의 나이는 68세이고, 화가 나면 건물이고 뭐고 박살 내는 위험천만한 성격의 보유자입니다.”
“문제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욱 흥미가 동합니다. 목숨을 거는 짜릿한 수업! 전 평생 이날만을 기다려 왔습니다.”
……이 사람도 정상은 아닌 게 틀림없다.
저 번들거리는 눈빛 좀 봐라. 저런 눈빛은 뭔가에 미쳐야지만 가질 수 있는 눈빛이다. 도대체 뭐에 미쳐 있는 거지?
“저희가 기업이 아니라 종교 단체라서 교리에 위배되는 행위도 제한됩니다. 당연히 불법, 편법 행위도 안 되고요. 그래도 진짜 괜찮으시겠어요?”
“정직하고 투명한 운영은 제 전문 분야입니다. 자신 있습니다! 저 박지원, 믿어 주신다면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이건 재벌 4세라기보다는 그야말로 성실한 면접생의 표본이 아닌가?
최 대표도 그렇고, 이 박지원이라는 사람도 그렇고.
하나 같이 내 오래된 편견을 깨부수는 사람들이다.
멸악의 의지>가 발동되지 않는 걸 보면 근본이 나쁜 사람도 아니었고, 최 대표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기 때문에 신뢰도에도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나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면서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그것을 부정적인 신호로 보았는지, 박지원이 뜨거운 눈빛으로 열변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정 못 미더우시다면 한 달 동안 월급을 받지 않고 제 능력을 보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보고 나서 결정하셔도 좋습니다.”
“아니,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이쯤 되면 리멘이 직접 이 남자의 꿈속에 강림해서 세뇌를 시킨 게 아닌가 걱정될 정도였다.
하지만 박지원은 내 예상을 아득히 벗어나는 인물이었다.
“낭만에는 이유가 없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교황님.”
미친 척을 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진짜 미친놈인 걸까.
나는 애써 표정을 관리한 다음, 최대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면접 결과는 빠른 시일 내로 통보해 드리겠습니다.”
“예! 저는 당장 내일이라도 출근할 수 있습니다. 꼭 긍정적인 검토 부탁드리겠습니다.”
박지원은 끝까지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집무실에서 퇴장했다.
그렇게 박지원이 나가고 난 다음, 레오가 조심스레 집무실로 들어왔다.
“성하. 면접은 어떠셨습니까?”
그 말에 나는 손으로 얼굴을 쓸면서 답했다.
“레오야.”
“예, 성하.”
“……아니다. 내가 잘못 산 죄지. 하여간에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 우리한테 딱 어울릴 사람이긴 해.”
우리 교단의 주요 멤버들이 하나같이 개성이 확실한 사람들이란 걸 고려한다면, 그 누구보다 우리 교단에 적합한 인재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다들 이렇게 캐릭터들이 독보적이어서야 화합이 잘될지는 모르겠네.
만약에 이 박지원이라는 남자가 교단에 합류하게 된다면, 결국 라파르트 대주교, 토비, 박지원. 이렇게 세 명이 새로운 인재로 합류하게 된다는 소린데…….
“아찔하다.”
그 셋과 기존 인원들이 만들어 내게 될 케미를 떠올리니 벌써부터 정신이 아득해진다.
그렇게 나는 책상을 두드리면서 아주 오랫동안 고민에 잠겼다. 그리고 마침내 한 가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애초에 교황이라는 자리에 내가 올라 있는데, 여기에 미친놈 하나 더한다고 뭐 달라지는 게 있겠어?
띠리리리링-.
때마침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고생하는 우리 김 실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어쩌면 김 실장이야말로 내 고민을 해결해 줄 최적의 인재가 아닐까?
일단 받아 보도록 하자.
“김 실장님. 안 그래도 전화하려던 참이었거든요.”
-예?
“지난번에 제가 드렸던 스카우트 제안은 유효합니다. 연봉 최대한 원하시는 만큼 드릴 테니까, 진지하게 고려를 해 주셨으면…….”
-제안은 정말 감사합니다만, 지금은 그 제안을 논의할 때가 아닌 듯합니다.
나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직감했다.
새로운 사건이 생겼다는 것을.
“무슨 일입니까?”
-새롭게 제정된 이레귤러 특별법에 의거하여, 이레귤러 김시우와 레오 루멘, 루나 레벤톤을 긴급 징집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헬기를 통해 이동하면서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헬기는 5분 뒤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어쩐지 요새 너무 평화롭다 했다.
2.
자승자박.
자신이 한 말과 행동에 자신이 얽혀 들어감을 의미하는 사자성어다. 지금 내 상황이 딱 그랬다.
원래 이레귤러 특별법은 내 자의에 따라 빌런이나 마기 보유자들을 처리할 수 있게 해 주는, 아주 강력한 사법 특권을 위해서 제정된 법안이었다.
하지만 모든 권한에는 책임이 따른다.
대한민국 정부는 나에게 그러한 특권을 챙겨 줌과 동시에 위기 상황에서 나를 임의로 징집할 수 있는 명분을 챙겼다.
그 법률에 의거하여 나를 징집했다는 소리는 곧 위기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강원도 춘천시에 생성될 예정이었던 B급 게이트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되었습니다.”
김 실장은 헬기의 헤드셋을 통해 빠르게 상황을 브리핑했다.
“돌발 게이트인가요?”
“돌발 게이트는 아니지만, 왜곡 현상이 발생하여 게이트의 생성지가 도심 지역으로 변경되었습니다. 그리고 파동 측정기를 통해 두 가지의 파동이 측정되기 시작했습니다. 통상적으로 게이트는 한 종류의 파동만 측정되는데, 두 가지 이상의 파동이 측정되는 경우는 딱 한 가지뿐입니다. 귀환자가 돌아올 때.”
귀환자.
내가 지구로 귀환한 이후로 대한민국에서는 추가적인 귀환자가 등장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그렇게 보면 이번 귀환자는 내 다음 순번의 귀환자인 셈이다.
“또한 마력 감지기를 동원하여 마력을 검사해 본 결과, 마력 감지기의 범위를 벗어난 마력이 검출되었습니다.”
귀환자라고 해서 전부가 위험한 수준의 귀환자는 아니라고 들었는데, 이렇게 정부에서 나를 긴급하게 징집했을 정도면 답은 하나였다.
“디재스터급이겠네요.”
“예, 그렇습니다. 기존의 매뉴얼대로라면 대한민국의 모든 S급 헌터들을 비상대기시키지만, 이레귤러 특별법 이후로 매뉴얼이 바뀌었습니다.”
“그때 김 실장님이 직접 설명해 주셨잖아요?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나를 징집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
귀환자라고 해서 모두가 순순히 정부의 지시에 따른다는 보장이 없다. 미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이미 이레귤러들에 의해 몇몇 귀환자가 제거되었다고 한다.
통제되지 않는 강자는 그 자체만으로도 재앙이다.
이계에서 높은 경지를 이룩하고 돌아온 귀환자라고 해서 반드시 호의적이라는 보장이 없었다.
최악의 경우, 증오심과 적개심에 물든 괴물이 귀환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귀환자의 존재로 인해서 게이트의 생성 예정 시간이 대폭 단축되었습니다! 현장에서는 아직 시민들의 대피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시간 내에 완료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귀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심각한 인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디재스터급 귀환자. 거기에 대피가 완료되지 않은 도심 지역.
자칫하다가는 일본에 출현했던 야마타노오로치처럼, 끔찍한 재난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작전 계획은요?”
“가장 먼저 이능관리부의 특수조사국에서 대화를 시도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대화에 불응하거나 적대적인 반응을 보일시, 최우선순위는 무력화입니다. 무력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면 즉각 사살하셔도 좋습니다.”
회유만 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으로서는 훌륭한 전력을 손에 넣게 되는 셈이다.
디재스터급 각성자가 진영이 형 이후로는 끊겨 있던 상태였으니, 정부로서도 욕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 비해 극적인 수준으로 권한이 강해진 정부에게 디재스터급 귀환자까지 주어진다면 나로서도 환영이다.
우리가 부담해야 할 부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기분이 좋지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불쾌했다.
그리고 이것은 그다지 좋은 신호가 아니었다.
“시우 님! 도착했습니다. 내리십시오!”
불안감과는 별개로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나는 김 실장의 말을 듣자마자 헤드셋을 벗은 후, 레오와 루나를 데리고 헬기에서 내렸다.
“임시 캠프로 이동하겠습니다. 이쪽으로!”
급히 도착한 춘천의 시내는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공포에 질린 채로 대피하는 시민들.
굳은 표정으로 시민들의 대피를 돕는 경찰과 군인들.
그 인파 사이로 뛰어다니고 있는 헌터들까지.
마치 구로구 게이트에 도착했을 때를 보는 것만 같았다. 대피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그때처럼 미처 대피하지 못한 인원들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레오. 루나.”
“예, 성하.”
“말씀만 하셔요.”
“귀환자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가서 대피 작업 도와. 노약자들을 최우선으로, 알겠지?”
내 명령에 둘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 후, 빠른 속도로 이탈했다.
“가시죠.”
“알겠습니다.”
김 실장은 내 선택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나를 임시 캠프로 데려갈 뿐.
그렇게 나와 김 실장은 늦지 않게 임시 캠프에 도착할 수 있었고, 내가 캠프에 들어서자 모든 인원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보았다.
“김시우?”
“김시우다.”
곳곳에서 들리는 목소리.
그리고 잠시 후, 이능관리부 소속의 헌터들이 빠르게 다가오더니 곧바로 상황을 보고하기 시작했다.
“김동식 실장님! 교섭조의 준비는 끝났습니다. 현재, 2차 저지선까지 배치가 완료되었으며…….”
나는 그의 보고를 들으면서 묵묵히 하늘을 바라보았다.
마력으로 인해 보랏빛으로 물든 하늘.
잔뜩 모여든 먹구름으로 인해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저녁처럼 어둑어둑했다.
불과 1시간 전까지만 하더라도 신전에서 농담을 주고받고 있을 정도로 여유로웠는데, 하루의 굴곡 한번 예술이다.
그나저나 단순히 기분 탓이었을까?
‘피 냄새?’
코끝으로 비릿한 혈향이 전해져 오는 것만 같았다.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