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18)
118화
3.
“그러니까 네 임무가 우리 가족들의 동선을 미리 파악하고 왕 웨이에게 보고하는 거다, 이 말이지?”
“예,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아는 건 왕 웨이랑 너 단둘뿐이고?”
“제가 비록 이렇게 교황님을 찾아뵙게 되었지만, 이래 보여도 초인부 내에서는 정보력 하나만큼은 인정받는 사람입니다! 제가 마음만 먹으면 동료들조차 제가 어디로 갔는지 알아내지 못합니다. 초월자쯤은 되어야…….”
우리 집 밑에 위치한 커피숍.
나는 작위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손님들로 가득 찬 커피숍의 2층에서 한 이상한 중국인을 만나고 있었다.
작위적인 손님들은 당연하게도 전부 이능관리부의 요원들이었다.
이러고 있으니 옛날에 김 실장님이랑 광명에서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도 지금처럼 요원들만 카페에 가득했었지. 그때나 지금이나, 카페 하루치 매상 나 혼자 다 찍어 주는 것 같네.
“네 이름이 뭐라고 했지?”
“린 타오. 린 타오라고 불러 주시면 됩니다.”
“그래, 린 타오.”
가만 보면 이 중국인도 진짜 웃긴 중국인이다.
이상한 기술로 숨어 있다가 갑작스럽게 나타나더라. 말도 없이 숨어 있다는 걸 인지했었기에 놀라진 않았지만,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홧김에 죽일 뻔했다.
신전은 몰라도 우리 집에 대한 문제는 가족들의 안전과도 직결되어 있는 문제.
손속이 과하더라도 부족함이 없었으니까.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컵째로 들이킨 후, 가볍게 숨을 뱉어 내면서 말했다.
“충분히 이해했다. 자수했으니까 이번 한 번만 봐줄게. 따지고 보면 멀리서 지켜보기만 한 거니까, 맞지?”
“감사합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교황님의 자비로움에 평생을 감사하면서 살아가겠습니다.”
중국 쪽에서 움직일 거라고는 짐작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안 움직이는 것이 도리어 이상했을 거다.
하지만 짐작하고 있던 것과, 실제로 그 짓을 두 눈으로 목격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만약 이 녀석이 시연이 주위를 겉돌고 있다는 것을 먼저 보았다면?
나는 지체 없이 녀석에게 신전의 지하를 구경시켜 주었을 것이다. 신전의 지하에는 엄연히 비밀스러운 방이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좀 궁금하긴 하네. 네 입으로 네가 중국에서 제일가는 첩보원이라고 그랬잖아?”
“예예, 그렇습니다. 믿으셔도 좋습니다. 초인부 내부의 다른 부서들을 꼽아 봐도 저만한 놈은 없습니다.”
“그런 놈이 이렇게 자수를 한다는 게 너는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그것은.”
“내가 납득이 가도록 이야기를 해 봐라. 나를 납득시키지 못할 시, 넌 오늘 여기서 걸어 나갈 수 없어. 무슨 말인지 알지?”
내 질문에 린 타오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하고 싶은 말은 있지만, 마치 누군가에게 협박이라도 당한 모양새였다.
그리고 그때,
미야아아아-
백설이가 내가 앉아 있는 테이블로 다가왔다. 그리고 곧 저 멀리서 시연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큰오빠! 나 이거 케이크 하나만 사 먹어도 돼? 집 가서 돈 줄게!”
“어이구, 우리 시연이. 다 먹어 그냥. 사장님! 혹시 나중에 후불 가능할까요? 제 동생 먹은 만큼 계산할게요.”
“어유, 당연하죠. 교황님께서 찾아 주신 것도 영광인데, 돈 안 내고 가셔도 좋습니다! 가실 때 사인 한 장만…….”
인심 좋게 생긴 사장님께서 흔쾌히 허락하셨다.
백설이가 이곳에 있다는 것은 당연히 시연이도 이곳에 있다는 뜻이다. 백설이를 일부러 시연이에게 붙여 두었기 때문이다.
미야아아아-
“그래, 그래. 형 이야기 중이야.”
나는 백설이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린 타오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자수를 한 이유가 뭐냐고?”
“그것은……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이유는 말해 주지 못하겠다? 혹시 뭔가 부족한 건 아니야? 예를 들면 고문이라든가, 협박이라든가. 그런 거. 부족하면 꼭 말하고. 얼마든지 줄 수 있다.”
그러자 안 그래도 하얗게 질려 있던 린 타오의 표정이 더 창백해졌다.
게다가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자꾸만 백설이의 눈치를 보는 것만 같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백설이의 귀여움에 반한 건 아닐 테고, 무슨 일이지?
“솔직하게…… 말씀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자수하러 온 마당에 뭘 걱정해? 솔직하게 말해 주면 당연히 살려는 주지. 말해 봐.”
린 타오는 눈을 질끈 감은 후, 비장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갔다.
“교황님께서 지금 쓰다듬고 있는 그 영물께서 저를 협박하셨습니다.”
“영물? 네가 그걸 어떻게 아냐?”
백설이는 신수였으니까 영물로 부를 만하다.
백설이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은 백설이를 그저 똑똑한 고양이 취급하는데, 이 녀석은 아주 구체적이었다.
“교황님께 가서 스스로의 죄를 고백하지 않는다면…… 산 채로 잡아먹겠다고 하셨습니다. 덧붙여서 교황님께 자신이 말을 할 수 있다는 걸 알려 줘서는 안 된다고…….”
“백설이가 말을 했다고?”
“말이라기보다는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영물님! 하지만 교황님에게 더 이상 거짓을 고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린 타오가 두려움에 잔뜩 질린 표정으로 백설이를 바라보고 있는 걸 보면 확실히 신뢰가 갔다.
이놈이 미쳤다고 내 앞에서 생뚱맞은 상황극을 펼칠리는 없고, 백설이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백설이는 린 타오의 말을 듣자마자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귀엽게 눈만 껌뻑거린다. 아깽이가 저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으니 매우 심장에 해로웠다.
눈빛으로 마치 ‘저딴 개소리를 믿는 건 아니죠?’라고 말하는 듯했다.
“백설아.”
미야아아-
“너 이제 말할 줄도 알아?”
도리도리.
사람의 말도 알아듣는 녀석이 사람의 말을 못 한다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긴 하다.
신수나 되는 녀석이 인간과 대화를 나누는 것쯤은 그리 이상하지도 않았다.
“으음.”
안절부절못하는 린 타오의 모습과, 뻔뻔하게 잡아떼는 백설이를 무슨 상황인지 확실히 이해했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다음,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기특해서 최고급 수제 츄르라도 사다 주려고 그랬는데, 말을 못 한다니…… 어쩔 수 없지 뭐. 장바구니에 담아 뒀던 거 취소해야겠다.”
움찔.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분명 몸을 움찔거렸다.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는 츄르 앞에서도 한 번 견뎌 냈다 이거지?
이것도 한 번 버티나 보자.
“유명한 캣 타워 장인한테 캣 휠 달린 초대형 캣 타워도 주문 제작 넣어 뒀는데…… 그것도 취소해 버려야지. 생각해 보니까 백설이가 아직 캣 타워를 탈 나이는 아니잖아? 한 것도 딱히 없는 것 같고.”
그때였다.
가만히 식빵을 굽고 있던 백설이가 드디어 몸을 움직였다.
「아닌데? 한 거 엄청 많은데? 캣 타워 압수는 솔직히 선 많이 넘었다, 주인 놈아!」
머릿속을 묘하게 울리는 어린아이의 목소리.
백설이가 나를 똘망똘망하게 바라보고 있는 걸 봐서는 이 녀석의 목소리가 맞는 것 같았다.
나는 백설이의 등을 다시 한번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너 말 못 한다면서.”
「말 못 한다고 한 적 없는데.」
“그럼 여태까지 말할 수 있다는 거 왜 숨겼는데?”
「그거야 당연히 주인이 나 부려 먹을 게 뻔하니까! 레오나 루나만 보더라도 다 알거든? 나는 편하게 묘생을 즐기고 싶었을 뿐이야.」
고양이로 있다가 보니까 본인이 신수라는 정체성을 까먹게 된 건 아닐까?
그르르릉.
“이 골골송은 뭐야.”
「쓰다듬어 주면 기분이 좋은 걸 어떻게 해. 그래서 주인. 진짜 캣 타워 취소할 거야? 츄르도 취소하구? 나 시키는 대로 시연이 잘 지키고 있었어. 응? 이번에도 나쁜 인간이 달라붙는 거 깔끔하게 처리했잖아!」
그러니까 이 녀석이 지금 나한테 착취당하는 게 싫어서 말을 아끼고 있었다는 거지?
“생각해 보니까 괘씸한…….”
「이건 안 하려고 했는데!」
백설이가 발라당 배를 뒤집었다. 그 상태로 고개는 나를 향해 고정해 두었다.
본인의 귀여움으로 어필하려는 셈.
미야아아아아!
나는 그런 백설이를 바라보면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중얼거렸다.
“그럼 그렇지.”
내 곁에 있는데 정상일 리가 없지.
귀여우니까 지금까지 대화 능력을 숨겼다는 건 봐주도록 하자.
대신에 사회의 쓴맛을 한번 보여 줘야겠다.
「츄르 사 줄 거지? 캣 타워 사 줄 거지?」
“아, 미안. 사실, 츄르 장바구니에 안 넣어 뒀어.”
「응?」
“캣 타워도 마찬가지. 주문 제작 넣어 둔 건 아니고, 주문 제작 넣어 둘까 생각하고 있었어.”
그러자 백설이는 잽싸게 몸을 일으킨 후, 내 허벅지 위에 앞발을 올려 두었다.
「지, 지금 신수한테 거짓말한 거?」
“우리 백설이. 아직 어리구나. 사회란 게 그런 거란다. 증거 있니?”
「교……교황이 어떻게 거짓말을!」
“나는 가끔 해도 돼.”
「리멘님한테 다 이를 거야!」
“요새 리멘 바쁘더라. 연락도 잘 안 되던데? 이르고 싶으면 이르든가. 대신에 이르는 순간…… 알지? 후후.”
이쯤 되면 알아먹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크나큰 오산이었다.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방법이 다 있어!」
고작 아깽이 주제에 무슨 방법이 있다는 걸까?
4.
아깽이라고 무시해서는 안 됐다.
고 녀석이 스스로 말하는 걸 숨길 때부터 이미 알아봤어야 했는데, 생후 반년도 안 된 놈이 그렇게까지 영리할 줄을 미처 몰랐다.
“형. 표정이 왜 그래?”
“……인욱아.”
“어.”
“지난번에 알아봤다던 최고급 츄르랑 캣 타워, 주문 넣어. 형 카드로 결제하고.”
“조금 생각해 본다고 하지 않았나? 갑자기?”
“시연이 소원이래. 자기가 간식 한 달 동안 안 먹는 대신에 사 달라는데…… 그걸 어떻게 거절하냐? 그리고 한 가지 더. 너 백설이 조심해라.”
내 말에 인욱이가 눈을 둥그렇게 떴다.
“백설이? 갑자기 왜?”
“걔, 아깽이 아닐지도 몰라.”
“알아듣게 얘기를 해 줘야지.”
“그런 게 있어. 대충 알아들어.”
리멘의 이름을 파는 것까지는 예상은 했지만, 그 녀석이 시연이를 구워삶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구워삶은 방법도 기가 막혔다.
시연이가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놀고 있었는데, 그 옆으로 다가가더니 조그마한 젤리로 자판을 누르더라.
수제 츄르>, 캣 타워>.
아깽이가 스마트폰을 누르는 귀한 장면을 본 시연이는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나한테 와서 말했다.
-오빠! 백설이가 수제 츄르랑 캣 타워가 필요하다고 했어. 사 줄 거지?
상식적으로 고양이가 스마트폰 타자로 의견을 전하는 것부터가 이상했지만, 시연이는 딱히 신경을 안 쓰는 듯 보였다.
아무래도 평소에 백설이가 보여 준 모습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허공 속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등, 그런 광경들을 통해 이미 백설이가 보통 고양이가 아니란 것쯤은 짐작하고 있었나 보다.
그렇게 백설이는 결국 시연이를 등에 업고 결국 원하던 바를 이루어 냈다.
내가 시연이의 부탁에는 한없이 약하다는 걸 눈치채고 있던 것이다.
아직도 아까 전 백설이 그 녀석의 눈빛이 떠오른다.
시연이의 품에 안겨서, 승리자의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던 그 고양이의 눈빛.
이번에 린 타오를 잡아 준 일만 아니었어도 그 자리에서 곧바로 서열 교육에 들어갔을 텐데 말이지.
“하여간에 백설이도 조심하고, 밖에 나갈 때도 신경 써. 어차피 요새 집에만 있겠지만, 오늘 시연이한테 사람 붙었더라. 문제는 해결했어.”
그러자 방금 전까지 조용히 사과를 먹고 있던 인욱이가 벌떡 일어나면서 소리쳤다.
“뭐? 어떤 새끼가. 어떤 새끼가 붙었는데? 그 새끼 잡았어?”
“나한테 직접 자수하러 왔더라.”
“당연히 중국이겠네?”
“맞아.”
“그 새끼 그냥 돌려보낸 건 아니지? 형 성격이면 적어도 반신불수로 만들어서 보냈을 거 아니야!”
이렇게까지 흥분한 인욱이를 보는 건 굉장히 오랜만이다.
나도 아까만 하더라도 당장에 린 타오 그놈의 허리를 접어 버리고 싶었으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소파에 슬쩍 몸을 기대면서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 형이 잘 해결했어.”
“그러니까 어떻게!”
“그놈, 레오랑 루나가 데려갔다. 시연이한테 붙은 놈이라고 하니까 진짜 1분 만에 도착하더라. 둘 다 살벌한 표정이었어. 지금쯤이면 아마…… 신전의 지하에 있지 않을까?”
그러자 인욱이의 표정이 빠르게 풀렸다.
“역시, 형이야.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날 실망시키지 않네.”
“뭐야. 화 더 안 내냐?”
“루나 누나랑 레오 형이 데려갔다면서? 그럼 뭐 알아서들 하겠지.”
……인욱이는 도대체 우리 교단 간부들을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나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사과를 한입 베어 문 다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걸 지시한 놈은 따로 있더라.”
“그놈은 어떻게 할 건데?”
“어떻게 하기는.”
가족들을 건들려고 했던 놈이다.
그런 놈을 그냥 보내 줄 수야 있나.
“반으로 쪼개 버려야지.”
뭐를 반으로 쪼갤지는 생각을 좀 해 봐야겠다.
어디를 반으로 쪼개야 잘 쪼갰다고 소문이 나려나?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