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21)
121화
3.
-우리의 계획을 위해서라도 한국이 성장하는 것을 막아야만 한다. 왕 웨이. 우리가 무리를 해서라도 너를 저 조그마한 나라로 보내는 이유는 그것뿐이다. 김시우라는 이레귤러가 등장했지만, 너라면 충분히 그 싹을 제거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가서 대련을 핑계로 김시우를 제거해라. 네가 반드시 완수해야만 하는 임무다.
왕 웨이는 이곳에 오기 전, 외교부장과 나눴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아시아의 지역 패권을 확실하게 굳히기 위해서 그에게 내려졌던 임무.
김시우를 제거할 것.
외교부장을 통해 내려왔던 그 은밀한 지시의 기원은 분명 외교부장의 윗선이었을 것이다.
왕 웨이는 그러한 임무가 자신에게 주어진 이유 역시 짐작하고 있었다.
‘위험의 싹을 제거하고, 지역 패권을 공고히 한다.’
디멘션 오프닝 이후,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각성자를 보유한 나라가 되었다.
그들은 엄청난 맨 파워를 기반으로 오히려 디멘션 오프닝 이전보다 높은 위치를 선점했다.
각성자와 일반인을 대놓고 차별하는 정책들을 통해서 각성자들을 포섭했으며, 그들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새로운 질서를 재편해 나갔다.
그 과정에서 일부 인민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각성자를 앞세운 권력 앞에서 그저 작은 소란으로 그칠 뿐이었다.
2년 전에 지구로 귀환한 왕 웨이 역시 새로운 중국의 수혜자 중 하나였다.
무공이라는 힘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20년을 보냈던 왕 웨이에게 있어서 새롭게 변화한 자신의 조국은 그야말로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힘이 있으면 무엇이든 용서가 되었으며, 당에서 직접 나서서 편의를 챙겨 줬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왕 웨이는 기꺼이 명령을 받아들였다.
한국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불협화음이 발생하긴 했지만,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왕 웨이는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콰아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앙!
왕 웨이는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장면을 바라보며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여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사이비 교주와 교단의 힘까지 빌릴 정도로 나약한 소국이라고 생각했다.’
더불어 미국 역시 오로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자격도 안 되는 놈을 이레귤러로 인정해 줬을 거라 예상했다.
세간에서 화제가 되었던, 김시우와 에이든 하워드 사이의 결투는 아무리 봐도 에이든이 일방적으로 져 준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막상 두 눈으로 마주해 보니까 모든 생각이 바뀌었다.
그가 제일 아끼던 부하인 장 민은 어깨의 뼈가 으스러진 채로 겨우 목숨만 부지했고, 다시는 창을 잡을 수 없을 거란 선고를 받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뾱뾱-.
콰아아아아앙!
“꺄하하하!”
이번 대표단의 삼인자이자 중국 내 최상위급 헌터인 허 창조차 빨간색 머리의 미친년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다.
검과 방패를 균형 있게 사용하며 전천후 헌터라고 평가받던 허 창이었으나, 아이들 장난감을 들고 설치는 저 붉은 머리의 미친년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쩌저저적-
허 창의 방패는 오우거의 괴력조차 견뎌 낼 수 있게 설계된 방패였다.
초강도 합금과 미스릴을 이용해서 만들었기에, 결코 쉽게 부서지지 않는 방패였다.
거기에 수많은 실전으로 단련된 허 창의 방패술이 접목되면, 같은 레벨의 상대에게는 절대로 뚫리지 않는 방패라고 부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단단한 방패는.
뾱뾱-
쩌저저저저적-!
어린아이들이나 사용할 법한 뿅망치 앞에서 철저하게 박살 나는 중이었다.
뿅망치가 방패를 후려칠 때마다 방패가 쪼개지고 찌그러진다. 그와 동시에 뿅망치의 가운데에 박힌 핑크색 모양의 하트도 반짝거린다.
“제, 제발!”
허 창은 감히 반격할 엄두조차 내지 않았다. 아니, 못 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욱 적합했다.
막아내기에 급급했으며 오른손으로 쥐고 있던 검은 이미 목표를 잃었다.
그만큼이나 압도적인 힘이었고, 광기였다.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뿅망치를 무자비하게 내려치는 빨간 머리의 성기사는,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우리의 전력분석팀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지?’
한국에 심어 뒀던 정보원들이 언제부턴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그로 인해 리멘 교단의 전력을 평가하기에는 자료가 부족했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동원할 수 있는 최고의 전력을 이용해서 체급으로 찍어 누를 생각이었지만, 이건 애초부터 성립되지 않는 싸움이었다.
콰아아아아앙!
“항보…….”
“뭐라고? 잘 안 들리는데!”
저 빨간 머리 여자는 최상위급 헌터로도 상대할 수 없는 괴물이었다.
최소 멸(滅)급. 외국에서는 디재스터급이라 평가되는 귀환자쯤은 되어야 겨우 감당할 수 있는 수준.
그러나 앞서 레오라는 대주교에게 처참하게 박살 난 장 민조차 멸급 귀환자였다는 걸 고려한다면, 레오라는 남자와 루나라는 여자는 확실히 그 위의 실력자인 것은 틀림없었다.
‘초월자와 멸급 귀환자 사이. 그쯤인가.’
왕 웨이는 머릿속으로 그들의 수준을 대강 가늠했고, 크게 한숨을 뱉어 냈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저들을 완벽하게 제압하고 싶었다면 애초에 다른 초월자를 데려왔어야만 했다.
리멘 교단은 단순한 사이비 교단이 아니었다.
한국이 그들을 이번 교류전에 동원한 이유는 단순히 한국의 힘이 부족해서만이 아니었다.
‘그냥 저들이 말도 안 되게 강한 거다.’
레오와 루나.
중국 내에 저 둘과 비견될 만한 실력자가 있던가?
왕 웨이가 아무리 궁리해 보아도 쉽사리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저 둘은 강했다.
왕 웨이는 마침내 결론에 이르렀고, 오만상을 찡그린 채로 한국 대표단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대표단의 가운데서 여유롭게 앉아 있는 김시우를.
‘대세는 기울었다.’
그의 부하들은 이미 공포에 잠식되어 버렸다. 사기는 저하되었으며, 다음 차례의 각성자들조차 다리를 떠는 중이었다.
이 상태로 백 번 붙는다면, 백 번 질 것이 자명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 무슨 수를 써서라도 김시우를 제거하는 것.
만약 이 상태로 본국으로 귀환할 경우, 아무리 초월자라고 할지라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리 지에.”
“……예.”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것들을 신속하게 준비해라.”
왕 웨이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이대로 권력에서 밀려날 수는 없었다.
이대로는 절대.
4.
루나의 광란의 뿅망치 쇼는 피아를 가릴 것 없이 충격을 선사했다.
상대방이 기절하기 직전까지 뿅망치로 두드려 대는 광기.
그 광란의 쇼는 상대가 입고 있던 갑옷이 모두 박살 나고, 방패가 걸레짝이 되고 나서야 막을 내렸다.
대련이 끝난 훈련장 위에는 ‘한때는 인간이었던 것’이 입가에 피를 흘린 채로 겨우 숨만 붙어 있었으며, 그 앞에서 루나는 뿅망치에 묻은 피를 닦아 냈다.
아무리 내 부하라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공포스러운 장면임에는 틀림없었다.
대련을 끝내고 돌아온 루나가 나에게 던진 멘트도 아주 장관이었다.
“고작 뿅망치도 못 견디는 놈이라니,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네요. 성하. 나중에 저랑 같이 그 게임 하실래요? 가위바위보 해서 이기는 사람이 뿅망치로 때리고, 진 사람이 막는 게임 있잖아요. 시연이가 가르쳐 줬거든요?”
이제는 대놓고 나를 암살하겠다고 공언하는 루나였다.
하여간에 레오와 루나가 환상적인 공연을 펼쳐 준 덕분에, 그 이후의 순서는 놀랍도록 손쉽게 흘러갔다.
레오의 차력쇼와 루나의 뿅망치쇼를 관람한 중국의 관객들은 전의를 상실해 버렸고, 그것은 그 뒤의 순서였던 최 대표와 강채아의 경기에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의 최서진 승!”
“한국의 강채아 승!”
대련에 나선 중국의 각성자들은 대련을 하는 와중에도 우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전력을 다해서 붙어도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마당에, 대련에 집중하지도 못했으니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대한민국은 4승을 적립했고, 마지막으로 나와 왕 웨이의 대련만이 남게 되었다.
“한쪽은 축제고, 한쪽은 장례식 분위기네요.”
루나는 우리 쪽과 중국 쪽을 번갈아 보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장례식 분위기를 만들어 버린 장본인 중 하나가 너세요. 일본 애들 봐봐라. 쟤네는 피해자도 아닌데 저렇게 잔뜩 질려 있잖아?”
내가 턱짓으로 가리킨 곳에서는 조용히 대련을 관람하고 있던 일본의 각성자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우리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화들짝 놀라면서 시선을 돌렸다.
그만큼이나 충격적인 공연이었다는 뜻이다.
얘네가 내 밑에 있어서 다행이지, 나쁜 길로 들었어 봐. 아주 그냥 천직이었을 거다.
“그런데 성하.”
“왜?”
“아까 전부터 저쪽에서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던데, 제가 가서 손 좀 보고 올까요?”
루나의 말대로 중국 측 각성자들의 움직임이 불온하기는 했다. 리 지에를 포함한 일부 인원들이 쉬는 시간을 틈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들의 움직임을 제지할 생각은 없었다.
“냅둬라.”
“진짜요?”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전부 하게 해 줘야지. 그래야 더 비참해지는 법이거든.”
내 대답을 들은 루나가 한 수 배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도 이렇게 가르침을 받네요. 매번 감사합니다, 성하.”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다.”
“사실인걸요. 항상 제 마음속의 롤모델은 성하랍니다.”
계속 대화하고 있다가는 왕 웨이와 싸우기도 전에 심신이 상하겠다.
나는 귀찮다는 듯이 손을 내저은 후, 우리 대표단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빨리 끝내고 올 테니까 이따가 회식이나 합시다. 전승으로 끝내면 유선호 장관님께서 쏜다고 하셨거든요? 다들 허리띠 풀고 대기하고 계세요.”
이제 화룡점정을 찍는 일만 남았다.
그렇게 나는 곧바로 훈련장의 중앙으로 올라섰고, 곧 중국 측에서도 왕 웨이가 걸어 나왔다.
왕 웨이의 표정은 참으로 볼만했다.
처음 만났을 때의 오만함 따위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리고 오만함의 자리를 대신하는 건 나를 향한 적개심이었다.
“네 부하들이 강하다는 건 인정하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만하지 마라. 네놈이 나를 이길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니.”
“혓바닥이 왜 이렇게 기실까? 어차피 한 판 붙어 보면 알 텐데, 뭘 자꾸 떠들어.”
“네놈이 초월자라는 것은 나도 인정하겠다. 그러니 한 가지를 제안하마. 대련은 본디 서로의 실력을 가늠하고,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의미를 둔다. 전력을 다하지 못한 대련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왕 웨이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부하들을 향해 손짓을 했다.
그러자 리 지에를 비롯한 인원들이 훈련장 위로 무언가 담긴 상자들을 가져왔다.
“내 별호는 검귀다. 내 능력을 전력으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검이 주변에 많을수록 좋지.”
“그래서, 이 주위에 검을 배치하게 해 달라?”
“우리는 손님이다. 그리고 이곳은 네 조국이고. 나에게는 불리한 전장이란 소리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 후회 없는 대련이 가능할까?”
그 말에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될 것 같은데?”
“……뭐라고?”
“싸움이란 게 어떻게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만 일어나겠어. 그래도 뭐, 네가 그렇게 원한다면 그 정도는 들어줄게. 내가 모시는 분은 자비의 여신이시거든.”
아까부터 뭘 준비한다고 했더니만, 검을 바리바리 싸 들고 오는 거였나?
하지만 저 속내 검은 놈이 단순히 그런 꿍꿍이만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지.
어쨌거나 왕 웨이는 얼굴을 찌푸리며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녀석의 몸에서 지난번에 보았던 그 기운이 흘러나왔고, 닫혀 있던 나무 상자가 일제히 열렸다.
그리고 곧 그 상자 속에서 각기 다른 모양의 검 다섯 자루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같이 휘황찬란한 보검들이었다.
토비가 저 검들을 보았다면 관심을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지구로 돌아올 때 함께 가져온 내 애검들이다. 나와 아주 오랜 시간을 함께한 녀석들이지.”
“아, 그래?”
그렇다면 부수는 맛이 있겠는걸?
“너희들은 이만 물러가라.”
“예.”
훈련장에 검을 가져온 중국의 각성자들이 빠르게 이탈했고, 왕 웨이는 자신의 장포를 가볍게 휘날리면서 말했다.
“준비는 끝났다. 시작해도 좋다.”
“좋…….”
그때였다.
내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검 하나가 내 목을 겨냥하고 날아 들어왔다.
불시에 이루어진 치졸한 기습.
그러나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신성력을 흩뿌려서 그 검을 막아 세웠다.
이런 걸 보고 무협 소설에서는 보통 어검술이라고 불렀던 것 같은데, 내 눈에는 그저 겉멋에 불과할 뿐이었다.
검이 날아드는 것까진 좋았지만 실속이 없었다.
검은 내 주위에 얇게 형성된 신성 보호조차 뚫어 내지 못했다.
“이건 이기어검술이 아니라 완전 애기어검술이잖아. 좀 귀엽네.”
“좋구나. 상대할 맛이 나는 놈이겠어.”
왕 웨이는 끝까지 여유로운 말투를 유지했다. 마치 나 따위는 언제라도 이길 수 있다는 듯, 끊임없이 블러핑을 이어 나가는 중이었다.
나는 그런 왕 웨이를 바라보면서 비릿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내 목 바로 옆에서 정지한 회색빛의 검을 손으로 움켜쥐면서 말했다.
“사실, 나는 중국을 정말 좋아해. 그런 의미에서 너에게 작품을 하나 주고 싶어.”
우우우우우웅!
내 손에 잡힌 왕 웨이의 검은 내가 밀어 넣는 신성력에 의해 거칠게 공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째애애애애앵!
순식간에 한계에 도달한 회색빛의 검신이 산산조각 나며 바닥에 흩뿌려졌다.
나는 그 조각들을 가리키면서 미소를 지었다.
“작품명. 내가 꿈꾸는 중국.”
“……뭐라고?”
당황한 표정의 왕 웨이.
그런 그를 향해 더욱더 짙게 웃으면서 말을 맺었다.
“나는 중국이 너무 좋아서, 중국이 이 조각들처럼 여러 개였으면 좋겠어. 너는 어떻게 생각해?”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