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29)
129화
40. 교황은 쉬고 싶다
1.
[고대의 편린]●종류: 시나리오
●설명: 당신은 꿈틀거리는 조각>을 성장시킴으로써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일 준비를 끝냈습니다. 꿈틀거리는 조각>은 당신이 가야 할 길을 알려 줄 것입니다. 그것이 안내해 주는 길을 따라 움직이십시오. 그 길 끝에서 세상의 비밀과 마주할 수 있을 겁니다.
●완료 조건: ???
●보상: 신성 점수 3만 점>, 성유물 선택권>
“성하?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십니까.”
“격렬하게 쉬고 싶다.”
“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에휴.”
나는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 창을 확인하면서 한숨을 다시 내뱉었다.
어제 오후에 새롭게 생성된 시나리오 퀘스트.
시나리오 퀘스트는 에덴에서 마왕을 잡을 수 있는 기회에나 생성되었던, 세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퀘스트들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이 퀘스트는 지구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퀘스트란 뜻이다.
정부로부터 당분간 일은 없을 것이다 확답을 받았지만, 이놈의 시스템은 그 틈을 놓치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지루하신 건…….”
“아, 오해하지 마세요. 방송 촬영 때문에 쉬고 싶은 게 아니거든요? 촬영은 재밌어요.”
나는 내 앞에서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는 민수 씨를 향해서 손을 내저었다.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은 신전 앞에 위치한 작은 정원.
완전 개방되어 있는 다른 곳과는 다르게, 리멘 교단의 인원들이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된 장소였다.
뭐, 굳이 따지자면 금지라고 부르기에도 애매하긴 하다.
외부인들도 화단 너머로 구경할 수는 있었기 때문이다.
하여간에 내가 아침부터 왜 이곳에 있느냐면은,
“저랑 레오랑 뜨면 누가 이기냐구요? 당연히 제가 이기죠! 아, 교황 성하랑 뜨면요? 당연히 제가 지죠! 교황 성하가 한 손으로 저를 상대해도…….”
“음, 동북아 교류전에서 말입니까? 교류전인 만큼 최대한 예의를 지켰습니다. 한 번 접었다가 편 후, 신성력으로 치료해 주기까지 했습니다. 리멘을 모시는 사람으로서 자비를 베푸는 것은 당연한…….”
이곳에서 미튜브 영상 촬영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분의 케미가 보기 좋다는 이야기가 참 많이 들려 와요. 가끔 보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원래부터 두 분은 그렇게 케미가 좋았나요?”
컨텐츠의 진행자는 설화였다.
원래는 설화의 미튜브 채널에서 가끔 유명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던 컨텐츠, ‘설화의 설화’.
유명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뷰가 주된 컨텐츠였는데, 워낙 설화의 섭외 능력이 좋아서 꽤 인기가 있던 컨텐츠였다고 들었다.
나에게는 설화의 첫인상이 워낙 쌀쌀맞았었기에 진행 능력은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의외로 진행 능력이 탁월했다.
카메라 앞과 밖이 다르다고 해야 하나?
아까부터 이어지고 있는 촬영을 보고 있으면 리액션도 좋고, 웃음도 잘 짓는다.
대신에 카메라가 꺼지면 빠르게 차분해지는 스타일.
위선적이라기보다는 뭐라고 해야 하나…… 그래, 프로 의식이 뛰어나다고 하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
“지난주에 토비를 데리고 찍었던 영상도 대박 났죠?”
“예,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화제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눈 감고 맥주 브랜드 맞히기부터 시작해서, 미국 51구역 해방 운동까지. 현재도 토비 님과 관련된 움짤이 실시간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참고로 저 ‘51구역 해방 운동’이란, 드워프들이 미국의 51구역에서 강제로 억류 중이라는 음모론을 들은 토비가 양손 도끼를 들고 분개했던 장면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 음모론은 나도 익히 들었던 거라서 에이든에게 물어봤었는데, 에이든은 대답을 회피했다.
나중에 미국에 가게 되면 정말로 51번 구역에 다른 드워프들이 있는지 확인해 볼 생각이다.
동맹국의 이레귤러에게 그 정도의 혜택은 제공해 주지 않을까?
“오늘은 의남매 두 분을 모셨으니, 다음번에는 라파르트 대주교와 승우의 인터뷰를 진행한다고 들었습니다. 할아버지와 손자 컨셉으로 말이죠.”
“그래도 설화가 있어서 우리 민수 형제님이 고민을 더신 것 같아요.”
“회사를 재정비하고 있는 기간이라 정신이 없었는데, 그래도 설화 씨 덕에 한숨 돌리는 중입니다.”
다이아몬드 버튼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평가받는 설화에, 600만을 넘어 700만을 바라보고 있는 민수 씨.
거기에 최근 450만을 돌파한 우리 리멘 교단의 공식 미튜브 채널까지.
내가 지구에 처음 귀환했을 때 생각했던 대로, 우리 교단의 온라인 포교는 아주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었다.
“교황 성하.오늘은 교황 성하의 분량은 없는 것으로 압니다. 피곤하시면 들어가서 쉬시는 게 어떠신지.”
“그러고야 싶은데, 제가 오늘 저 둘을 데리고 가야 할 곳이 있어서요. 방송이 끝나는 대로 출발할 생각입니다.”
“일정이 있으십니까?”
“일정이라기보다는…… 정찰? 그렇게 생각하면 될 것 같네요. 혼자서 가기에는 애매한 곳이라서.”
나는 항상 쇠뿔도 단숨에 빼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사실 어제 시나리오 퀘스트가 뜨자마자 곧바로 꿈틀거리는 조각>이 가리키는 곳을 향해 이동해 봤는데, 조각은 여전히 북동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즉, 퀘스트의 목표가 잃어버린 땅 내부에 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
중국이나 러시아의 영토에서 조각을 확인해 본다면 더 확실하게 알 수 있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잃어버린 땅으로 직접 들어가면 되는 거니까.
민수 씨는 나를 바라보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급한 문제였다면 오늘 촬영을 뒤로 미루셔도 괜찮…….”
“아아, 어차피 협조를 요청해 둔 상태라, 답변이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거든요.”
“협조 요청이요?”
“맨발로 걸어 들어가기에는 좀 곤란한 곳이라서.”
나를 비롯한 교단 전투원들이 달리는 속도가 아무리 빠르다고 한들, 날개가 달린 헬리콥터만 할까?
정확한 위치도 모르는 상태로 추적에 들어가야만 했다.
의지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이 기괴한 나침반 하나뿐.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오늘 아침이 밝자마자 정부 측에 헬기 한 대를 빌려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 측에서는 당연히 승낙했다. 아니, 쌍수를 들고 환영하더라.
내가 잃어버린 땅을 정찰하면서 얻게 될 각종 정보들에 기대를 거는 것 같았다.
“민수 형제님.”
“예, 성하.”
“저 진짜 쉬고 싶어요.”
“……힘내시라는 말밖에…….”
“휴우.”
내 넋두리와 함께 촬영은 거의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2.
내가 주문한 헬기는 설화의 촬영이 끝난 지 20분 뒤에 도착했다.
투두두두.
헬기를 통해 급히 움직일 일이 생길 것을 대비해, 신전 근처에 만들어 둔 간이 헬기장에 예전에 탑승한 적이 있던 블랙호크가 내려앉았다.
“배송 빠르네.”
통과 절차가 꽤 복잡했다고 들었지, 통과가 되자마자 10분 만에 도착한 헬기였다.
통과 절차가 복잡했던 이유도 이미 작전을 배정받은 헬기를 부랴부랴 땡겨왔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군사 작전이 예정된 헬기조차 내어줄 정도였으니, 정부에서 나를 얼마나 신경 써 주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시우 님.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가장 먼저 헬기에서 내린 사람은 김 실장이었다.
오로지 나만을 전담하는 공무원답게, 이런 일에는 빠지지 않는 김 실장.
나는 김 실장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면서 말했다.
“그냥 이쯤 되면 사무실을 신전으로 옮기시라니까요? 자리 내어드린다니까.”
“그런 민폐를 끼칠 수는 없습니다. 말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시우님. 요청하신 대로 이번 작전에서 부조종사 역할을 맡아 줄 인원도 함께 왔습니다. 시우 님께서 충분히 만족하리라 생각합니다.”
김 실장의 자신만만한 목소리와 함께 곧 헬기에서 한 여자가 내렸다.
눈에 익은 얼굴.
바로 강채아였다.
“오늘은 제가 모시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채아 씨가 함께 가 준다면야 든든하죠. 그런데 김 실장님? 저는 부조종사를…….”
“아, 강채아 각성자는 국방부 내에서도 알아주는 조종 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대통령님께서 직접 허가를 내 주신 사항이니, 부담을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마법사를 조종사로 둔다라?
확실히 강채아, 저 사람 역시 말도 안 되는 스펙의 소유자인 것 같다.
마법 실력은 물론이거니와, 미모, 거기에 헬기 조종 실력까지.
내가 잘 몰라서 그렇지 분명히 저것 말고도 더 많은 스펙을 지니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런데 시우 님. 시우 님께서 준비하시겠다는 다른 조종사는…….”
“아, 그거 저예요.”
“……루나 님께서 직접?”
“네. 이번이 처음이긴 한데, 자신 있답니다. 그렇지 루나야?”
“저만 믿으시라니까요. 전투기나 전차도 얼마든지 조종 가능해요.”
원래의 계획은 루나를 조종사로 두고 우리끼리 다녀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부 측에서 조종사 한 명을 추가로 배치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정부로서도 잃어버린 땅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싶은 생각인 듯했다.
우리도 그걸 알고 있어서, 조종사 한 명만 딱 데려가겠다고 했는데, 예상 외의 거물이 도착해 버린 셈이다.
나는 강채아에게 가볍게 손을 건네면서 말했다.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최선을 다해서 돕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인원 변동 사항은 없습니까?”
“아, 말씀을 못 드렸네. 원래는 저랑 루나, 레오. 이렇게 셋이 탑승할 예정이었는데, 인원이 한 명 더 늘었습니다. 설화도 함께 갑니다.”
내 말에 뒤에 서있던 설화가 슬며시 앞으로 나섰다.
“잘 부탁드립니다.”
“백설화 씨라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큰 도움이 되어 주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설화는 원래 바쁜 스케줄 때문에 촬영이 끝나자마자 다른 장소로 이동할 예정이었지만, 예기치 않게 스케줄이 취소되어 버렸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일정이 붕 뜬 설화는 곧바로 나에게 말했었다.
-나도 함께할 수 있을까?
예기치 못한 제안이었지만, 나는 흔쾌히 설화의 합류를 받아들였다.
자기 몸 하나만큼은 충분히 건사할 수 있는 실력인 데다가, 예전에 던전에서 보여 줬던 상황판단 능력이 아주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
이런 상황에서 설화의 능력은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임에는 분명했다.
그렇게 해서 블랙호크에 탑승하게 될 인원은 총 다섯 명이 되었다.
나, 루나, 레오, 설화, 강채아.
멤버들의 면면만 본다면,
“전쟁이라도 치르는 줄 알겠다.”
한 나라를 패닉 상태로 만들어 버리기에 충분한 전력이었다.
옆에서 내 말을 들은 김 실장이 씁쓸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중국이 이 정보를 입수하게 된다면 총동원령을 선포할지도 모르겠군요.”
“이 헬기, 작전 범위는 어디까지 가능할까요?”
“미사일 등의 무장 대신에 연료 탱크를 탑재시켜 두었습니다. 현재로서는 한반도 전역이 작전 범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다.
이 꿈틀거리는 조각>의 목표가 어디에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는 상황.
우리가 타고 있는 이상, 별도의 무장은 필요 없었기 때문에 정부 측에서 알아서 세팅을 해 준 듯했다.
“연료가 부족하면 뭐 그냥 뛰어서 돌아오면 되죠. 걱정하지 마세요.”
“……아, 예.”
“자, 그럼 빨리 다녀오겠습니다. 다들 탑승합시다.”
이곳에서 왈가왈부할 필요가 있나?
어차피 가기로 한 거, 빨리 갔다가 빨리 돌아오는 게 최선이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쉬지.
나는 일행들과 함께 헬기에 올라탔다.
헬기에 탑승하자마자 자연스레 오른쪽 조종석에 가서 앉는 루나. 루나는 헬기의 조종간을 잡으면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시 후,
“좋아, 준비 완료.”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눈을 떴다.
그렇게 해서 모든 준비는 끝.
이번 비행에서 헬기의 기장 역할을 맡은 강채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이륙하겠습니다.”
그렇게 비행이 시작되었다.
3.
그로부터 1시간 30분 후.
평양시 상공.
끼야아아아아아아악!
“그럼 그렇지.”
이 빌어먹을 시스템 놈.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