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3)
13화
5.
[신도 구민수>의 활발한 활동으로 인하여, 많은 이들이 당신과 당신이 모시는 신격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이에 따라 신성 점수> 10점이 적립됩니다.]540만 미튜버는 역시 540만 미튜버였다.
내가 부탁했던 대로 민수 씨는 얼마 뒤에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했다.
라이브 스트리밍의 주제는 너무나도 간단했다.
바로 내가 지난번에 혼자서 처리했던 여의도 중형 게이트에 관한 이야기.
급조된 라이브 스트리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민수 씨는 전문가 두 명과 유명 플레이어 미튜버 두 명을 추가로 섭외했고, 그들과 함께 내 여의도 영상을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덕분에 백명교의 영상으로 쏠리고 있던 관심이 분산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다시금 내 영상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 라이브 스트리밍의 마무리 역시 백미였다.
-다음 스트리밍 때는 해당 영상의 주인공을 직접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일정이 확정되면 제 채널에 공지하도록 할 테니,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부러 떡밥을 남기는 마무리.
덕분에 파급 효과는 배가되었고, 미튜브를 비롯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곧바로 투기장이 열렸다.
「플레이어 K 이제 거품 빠지니까 주작도 하냐?ㅋㅋ」
「ㅋㅋㅋ이능관리부에서도 히든 플레이어 정체 제대로 파악 못 한 것 같던데 미튜버 따위가 어떻게 섭외를 함ㅋ」
「ㄹㅇㅋㅋ 걍 대충 코스프레한 사람 앉혀 두고 주작이나 하겠지. 미튜버들 그러는 거 하루 이틀임?」
「우리 형 그런 사람 아닌데;;」
「플레이어 K 주작 논란 있던 적이 있었냐? 없었잖음」
「환자복까지 입고 저러는 거 보면 뭔가 설득력 있지 않음? 보니까 병원에서 찍었던데」
그 어떤 사이트를 가더라도 해당 주제로 인해서 사이버 투기장이 개최되었고, 덕분에 반나절 사이에 나에 대한 관심도가 하늘을 찍기 시작한 것이다.
“흐음.”
나는 침대에 누운 채로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커뮤니티 반응을 확인한 다음, 가볍게 숨을 뱉어 내면서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540만 미튜버가 직접 식어 가던 떡밥에 기름을 부어 버리니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화끈하게 불타오른다.
이대로라면 내가 세운 계획대로 무난하게 흘러갈 것 같다.
내가 세운 계획은 그렇게 복잡한 계획은 아니다.
민수 씨를 통해서 라이브 스트리밍까지 진행하면서 어그로를 끌어 둔 다음, 이능관리부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확실하게 대중들에게 각인을 시키는 것.
그 후부터는 이제 본격적인 교세 확장과 신도 확보에 들어가는 셈이다.
일종의 쇼케이스라고 보면 되는데, 계획대로만 무난하게 흘러간다면 아마 큰 어려움 없이 대중들에게 첫인상을 각인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내가 내일의 계획을 정리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려고 할 때쯤이었다.
우우우웅- 우우우우웅-.
침대에 엎어 두었던 스마트폰이 거칠게 진동하기 시작했고, 나는 짜증을 내면서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도대체 무슨 알람이 떴는지 확인하려던 찰나.
벌컥-!
방문이 열리면서 다급한 표정의 인욱이가 뛰쳐 들어왔다.
“형!”
“기다려 봐. 형 잠시 폰 좀 확인하고.”
우우우우웅-.
스마트폰이 자꾸 진동하길래 일단 스마트폰부터 확인했다.
스마트폰에서는 지난번에 인욱이가 보여 줬던 재난 문자가 계속해서 울리는 중이었다.
「10월 17일 오후 9시 32분, 구로구 한국대 대학병원 인근에 반경 1.5km 중형 돌발 카오스게이트 출현. 게이트 타입 언데드(Undead)로 확인.」
「상황이 통제되기 전까지 해당 지역 인근의 모든 국민은 대피 요원들의 지시에 따라 신속히 대피소로 이동할 것.」
「플레이어 긴급 동원령 선포. 본 재난 문자는 대상자에게만 발송되는 문자로서, 해당 문자를 수신한 플레이어들 중 C급 이상의 헌터들은 동원령에 응할 것.」
에에에에엥-!
내가 재난 문자를 다 읽기도 전, 아파트 방송에서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대피를 권고하는 방송이 이어졌고, 나는 그 방송을 들으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어째서 돌발 게이트가 하필이면 지난번 어비스 던전에서 생존한 민수 씨네 촬영팀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 나타났단 말인가.
“……빌어먹을 인과율.”
이건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작위적이었다.
차라리 노골적인 함정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큰오빠…… 작은오빠…….”
“시연이 놀랐지? 괜찮아. 오빠들 있잖아.”
갑작스러운 소란에 놀란 시연이가 울먹이면서 거실로 나왔고, 인욱이는 그런 시연이를 애써 달래면서 나에게 말했다.
“시연이랑 같이 대피해 있을 테니까 다녀와 형.”
“나 아직 다녀온다는 이야기는 안 했는데.”
“옆 나라 이레귤러는 혼자서 초대형 게이트도 해결한다더라. 어차피 말려도 갈 거잖아. 형이 옆 나라 애들보다 못한 건 아니지?”
“그럴 리가 있겠냐?”
도대체 누가 이런 질 나쁜 장난질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지.
그렇게 내가 인욱이랑 잠시 대화를 나누는 사이.
띵동.
누군가 우리 집의 벨을 눌렀다.
인욱이는 곧바로 집의 문을 열어 주었고, 곧 정갈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이능관리부의 요원들이 고개를 정중하게 숙이면서 말했다.
“가족분들은 저희가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시우 님의 가족분들을 최우선적으로 대피시키라는 장관님의 명령입니다.”
“잘 좀 부탁드립니다.”
“안전 구역에 있는 이능관리부의 안가로 모시겠습니다. 시우 님은 밑에서 대기 중이신 김 팀장과 함께 이동하시면 되겠습니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다음, 잠시 무릎을 구부린 채로 시연이와 눈을 마주쳤다.
벌써부터 눈물이 글썽거리는 시연이.
시연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오빠 어디 가?”
“잠깐 다녀올게. 시연아. 작은오빠랑 같이 있을 수 있지?”
“금방 돌아올 거야?”
그 말에 나는 씁쓸하게 미소 지은 다음, 시연이를 껴안아 주면서 대답했다.
“금방 돌아올게. 약속.”
“늦으면 벌금이야 큰오빠. 알지?”
“벌금은 혹시 떡볶이?”
“맞아!”
아직까지는 내가 백수라서 내 돈으로 떡볶이 못 사 주는데.
아무래도 빨리 해결하고 와야겠다.
6.
우리 집에서 돌발 카오스게이트의 통제지역까지는 고작 1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김 팀장은 현장으로 가는 차량 안에서 나에게 현재까지 파악된 게이트의 정보에 대해서 말해 줬다.
언데드가 주로 출현하며, 현재까지 게이트 코어가 확인되지 않았고, 입장 제한은 C급 헌터 자격증 이상을 소지한 플레이어라는 점.
김 팀장의 말에 따르면 도심에 돌발형 카오스게이트가 생성된 것은 3년 전 부산 참사 이후로 처음이라고 했다.
“도착했습니다, 시우 님.”
김 팀장의 설명을 듣는 사이에 어느새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곧 눈앞에 아비규환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게이트 토벌 작전에 참여하실 플레이어분들은 이쪽으로 와 주시길 바랍니다!”
“시민 여러분들께서는 대피 작전에 최대한 협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현재, 플레이어들로 구성된 구조대가 해당 지역 내로 진입할 예정…….”
대피하고 있는 시민들과, 그들을 통제하고 있는 군인들.
그뿐만이 아니다.
가족들을 찾겠다고 통제 구역 안쪽으로 진입하려는 사람들과, 군인들을 부여잡고 애원하는 시민들까지.
혼돈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구현해 내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싶은 장면들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최소한의 질서는 지켜지고 있다는 점 정도.
도심에 게이트가 등장한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은 어떻게든 움직이는 중이었다.
“이쪽으로.”
나는 김 팀장의 안내에 따라 곧바로 통제 구역 내부로 진입했다.
그러자 곧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몇몇 시민들의 절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던 밖과는 다르게 통제 구역 내부는 놀랍도록 정돈된 분위기였다.
[해당 지역에서 카오스게이트>의 불길한 기운이 감지됩니다.]만약 내 눈앞에 떠오른 이 메시지 창만 아니었다면 현재 상황이 위급 상황이라는 것도 깨닫지 못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플레이어로 보이는 무리가 곳곳에 모여서 대기하고 있었고, 그중 몇몇은 농담이라도 주고받는 듯, 큰 소리를 내며 웃는다.
나는 그런 플레이어들의 모습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썩 좋아 보이진 않았다.
당장 몇 걸음만 걸어가도 다른 사람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
아무리 긴장을 풀기 위해 농담을 주고받을 순 있다지만, 이런 상황에서 저렇게 소리를 내어 웃는 건 신경에 거슬렸기 때문이다.
이런 내 모습에 내 눈치를 보고 있던 김 팀장이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군요. 적응이 안 되겠지만, 그들로서는 당연한 겁니다. 섹터 배분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쉽사리 투입하려 하지 않거든요. 특히, 이런 돌발 상황일 때는 더더욱 말이죠.”
“섹터 배분이요?”
“일반인들에게 카오스게이트는 그저 재앙일 뿐이지만, 플레이어들에게는 비즈니스의 일종이니까요. 지금쯤이면 아마 각 길드의 대표들이 서로 토벌 구역을 정하고 있을 겁니다.”
참 재밌는 세상이다.
개인적으로 내 스스로를 성인군자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런 나조차도 이 상황이 달갑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좀 역겹네요.”
역겨웠다.
그만큼 플레이어 위주의 세상으로 재편되었다는 거?
당연히 이해해 줄 수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변화다.
플레이어들의 힘이 가장 중요한 세상에서, 당연히 플레이어 위주로 모든 것이 바뀌었겠지.
하다못해 미튜브만 보더라도 플레이어 위주의 컨텐츠로 바뀌었잖은가?
그 변화가 잘못되었다고 하는 게 아니다.
그저 내가 보기에 마음에 안 든단 뜻이다. 그래서 이번에 심술을 좀 부릴까 한다.
나는 그들을 한참 동안 미간을 찌푸린 채로 바라본 다음, 김 팀장에게 말했다.
“저번에 백명교 건과 관련해서 제가 이능관리부 측에 요구했던 조건 있잖습니까?”
“예.”
“그 조건을 좀 바꿨으면 합니다.”
“……말씀하십시오.”
김 팀장이 침을 꿀꺽 삼키면서 나를 바라봤고, 나는 나른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갔다.
“여기 게이트, 그냥 저 혼자 해결하겠습니다. 저한테 다 주시죠.”
“예?”
“저 말고 나머지 인원들은 그냥 생존자 구출에 투입하시고, 전투와 관련된 모든 것은 제가 담당하겠습니다. 물론 그 부산물이라는 것도 제가 가져갑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가볍게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지난번처럼 가볍게 어깨를 두드렸다.
우우우웅!
순식간에 신성력이 내 온몸을 휘감는다.
내 몸 주위에 잠깐 동안 하얀색 불꽃이 피어올랐고, 곧 그 불꽃은 검은색 사제복으로 뒤바뀌며 내 몸을 뒤덮는다.
남은 불꽃은 자연스럽게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어두운 거리를 환하게 밝혔다.
그 모습에 김 팀장뿐만 아니라 주위에 있던 모든 플레이어들의 목소리가 멎어 들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찾아온 고요한 침묵.
나는 그 침묵에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김 팀장에게 말했다.
“오늘 낮에 그런 말씀을 하셨잖아요. 아직 이능관리부는 제 힘을 다 파악하지 못했다고.”
“……아.”
“이번 기회에 한번 파악해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뭐, 정확히 파악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 그리고 기자회견도 미리 준비해 주세요.”
극적인 연출?
이미 이 상황 자체가 극적인 상황이다.
멀쩡하던 도심에 갑자기 게이트가 생겨나는 것만큼이나 극적인 상황이 어디에 있을까.
미튜브, 라이브 스트리밍.
내가 오늘 하루 종일 세웠던 계획은 그냥 없던 걸로 치자. 아니, 어쩌면 그냥 애초에 계획을 안 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참 재밌어.”
그래, 뭐 지금 그딴 게 중요한가.
계획이 어그러졌으면, 그냥 지금 당장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 되는 거지.
에덴에서 그러했듯이 말이다.
나는 피식 실소를 지은 다음, 내 부름을 기다리고 있던 신성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오른쪽 발을 가볍게 굴렀다.
파아아아앗!
[액티브 스킬 신성화>의 정보가 동기화됩니다!] [일정 시간 동안 당신 주변 일대의 지역에 신성화> 효과가 깃듭니다!] [해당 지역에 위치한 악마나 언데드의 힘이 대폭 줄어들며, 일정 수준 이하의 언데드들은 즉시 소멸합니다.] [차원을 관장하는 인과율이 당신을 주시합니다.]내 발에서 쏟아져 나간 신성력이 아스팔트 바닥을 물들이며 뻗어 나갔고, 곧 그 신성력들은 하얗게 빛나면서 어두운 하늘을 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밤하늘에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 찬란한 광휘.
보는 것만으로 눈이 멀어 버릴 것 같은, 그 찬란하고도 아찔한 광휘 속에서, 나는 오른쪽 무릎을 꿇은 채로 조용히 기도를 읊었다.
“저 빌어먹을 놈들에게 당신의 비정한 심판을 내려 주시옵소서. 사악한 자들의 비참한 최후를 기꺼이 바치겠나이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