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30)
130화
헬기를 통해 이동하면서 본 구 북한 지역의 참상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심각했다.
멀쩡한 건물은 찾아볼 수도 없었으며, 심지어 사람의 흔적조차 완전히 제거된 땅.
잃어버린 땅이라는 별칭에 딱 걸맞는 곳이었다.
트롤, 오크 등의 몬스터들이 지배하고 있는 지역.
물론 지상의 몬스터들은 우리가 탄 헬기가 등장하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평소보다 훨씬 강력하게 축성한 블랙호크.
신성력으로 충만해진 기체는 녀석들이 보기에 하늘에서 내려온 저승사자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거기까지는 좋았지.”
꿈틀거리는 조각>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헬기는 빠르게 이동했다.
공중이 확실히 편하기는 편했다.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도 없고, 불편하게 뛰어갈 필요도 없고.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우리는 옛날에 ‘평양’이라고 불렀던 도시의 상공 위에서 잠시 정지할 수밖에 없었다.
건물의 폐허 등, 한때는 도시였다는 흔적만 살짝 남아 있는 장소.
우리 교단의 신전이 세워지기 전의 서울 그라운드 제로와 비교하더라도 훨씬 황폐한 상태의 땅.
이곳의 상공 위에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은 비행형 몬스터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천은 가뿐히 넘기는 것 같은데…… 그때 오크들이 단체로 이주를 결심했던 이유가 있던 모양이다.”
“지상 곳곳에 마수들 둥지가 있네요. 와이번이나 그리핀 같은 놈들은 물론이고…… 가고일이랑 본 와이번 같은 언데드들도 섞여 있구요.”
“저런 피라미들이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는 것부터가 제정신이 아닌 거지.”
나는 헬기의 창문 너머로 보이는 마수와 언데드들을 바라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보통 우리를 피해야 정상인데, 저놈들은 대놓고 우리를 막고 있잖아? 마치 누구의 지시를 받은 것처럼 말이야.”
“정화자 놈들이겠죠?”
“아주 높은 확률로. 그 새끼들이 어쩐지 큰 소리 없이 넘어간다고 했더만, 여기서 이런 짓을 벌이고 있을 줄은 몰랐네.”
우리가 탑승하고 있는 블랙호크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축성을 받은 상태였다.
아까 전에 지상의 몬스터들이 혼비백산했던 것처럼, 공중에 떠 있는 놈들도 우리를 보고 피하는 것이 당연한 그림이었다.
하지만 저놈들은 서로 뭉치면서 벽을 만들어 냈다.
마치 우리를 막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말이다.
“우회 기동을 한다고 하더라도 따라올 것 같습니다.”
헤드셋을 끼고 있던 강채아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계속해서 북상해야 하는 상황 아닙니까?”
“그렇죠. 나침반이 북동쪽을 가리키고 있거든요. 이 방향대로 쭉 올라간다면…….”
나는 무릎에 펴 두었던 지도를 흘긋 바라보았다.
애매한 북동쪽.
나침반을 그 위에 올려서 대강 경로를 계산해 봤을 때, 지도상에 딱 겹치는 곳이 한 곳 존재한다.
“백두산을 지나서 가거나, 아니면 백두산이 목적지거나. 둘 중 하나겠네요.”
우리 민족의 영산, 백두산.
현재는 국가위기급 마수라는 베히모스에 의해 완벽하게 점령된 지역.
정부의 원래 계획은 충분한 정보를 수집한 이후 움직이는 것이었겠지만, 내가 직접 이곳에 와 보니 알겠다.
“자체적인 정보 수집은 불가능, 이게 제 결론입니다. 군이 보유한 정찰 자산으로는 여기 뚫기 힘들겠는데요?”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앞을 가로막는 공중의 벽은 거대해지고 있었다.
이 헬기에 내가 아니라 평범한 군인들이 타고 있었다면…… 이미 한 끼 식삿거리가 되어 있었을 것 같다.
나는 그 몬스터들의 벽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로 강채아에게 물었다.
“백두산까지 갈 연료는 충분합니까?”
“넉넉합니다. 아까 전에 이 기체에 해 주셨던 그 축성이라는 것이 연료 절감 효과도 있는 듯합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연료가 절약되었습니다. 저 몬스터들을 우회하여 이동하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그건 패스. 우회는 큰 의미 없습니다. 저 벽은 날개 달린 벽이잖아요? 분명히 따라올 겁니다.”
저놈들이 하는 짓거리를 본다면 분명히 누군가에게 명령을 받은 것 같았다.
우회를 해 봤자 어떻게든 따라올 것이 틀림없었기에, 갔다가 돌아오는 경우까지 고려한다면 이곳에서 개체수를 줄이고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덤으로 지상에 위치한 녀석들의 둥지도 박살 내면 더 좋고 말이지.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다음, 내 옆에 있던 설화를 향해 넌지시 물었다.
“저놈들 잔뜩 밀집되어 있는데, 혹시 마법으로 얼어붙게 만들 수 있겠어?”
“쓸어버리는 건 힘들겠지만 움직임을 둔화시키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
“그런 게 딱 내가 원하던 역할이야.”
“바로 시작할까?”
“그래 주면 고맙고.”
설화는 내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내가 원하는 게 어떤 건지 단번에 알아차린 것이다.
쩌저저저적-!
그녀는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는 몬스터 무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순식간에 그녀의 손 앞에 응축된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더니, 곧 새하얀 서리가 되어 몬스터들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서리는 순식간에 벽을 휩쓸었고, 그곳에 뭉쳐 있던 놈들이 하얗게 얼어붙었다.
녀석들이 워낙 잘 뭉쳐 있었던 덕분에 깔끔하게 다 얼어 버렸다.
움찔거리는 걸로 보아서는 금세 속박에서 벗어나겠지만, 그 전에 한 방 먹여 주면 된다.
“채아 씨. 잠시 헬기 옆면으로 돌려 주세요.”
“예.”
채아 씨는 능숙하게 기체를 옆으로 돌렸고, 나는 헬기에 살짝 걸터앉은 채로 손을 올렸다.
“와이번 같은 마수 놈들은 그렇다고 쳐도, 언데드 새끼들로 내 앞을 가로막겠다는 발상 자체가 놀랍다. 레오, 루나. 헬기 중심으로 신성 결계 펼쳐라. 후폭풍 좀 세겠다.”
“알겠습니다, 성하.”
“아쉽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전투기라도 타고 올걸.”
나는 입꼬리를 슬쩍 올리면서 토비가 만들어 준 건틀릿을 오른손에 착용했다.
챙겨 오길 잘했다.
내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기에 딱 좋은 상황.
우우우우웅.
신성력을 건틀릿에 잔뜩 밀어 넣자마자 건틀릿이 거칠게 공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화르르르륵!
건틀렛 전체에서 새하얀 불꽃이 피어오른다.
불카늄을 통해서 극도로 응축된 성화.
원래라면 성창을 소환해서 저 벽을 꿰뚫어 버리는 것도 방법이었겠지만, 아무래도 성창이 폭발력은 부족한 스킬이라서 말이지.
대신 내가 이 건틀릿을 이용해서 개발한 신기술은 굉장한 파괴력을 자랑한다.
교단의 훈련장에서 실험했다가 훈련장의 절반이 박살 났었으니까, 위력은 입증된 셈이다.
“실전에서도 한번 보자고.”
어렸을 적, 내가 즐겨 읽었던 소년 만화의 등장인물에게서 모티브를 얻은 신기술.
“……성화권.”
성화권.
내 건틀릿에서 나온 성화가 몸집을 키우며 적들을 향해 뻗어 나갔고,
“불주먹 김시우…… 푸흡!”
조종석에 앉아 있던 루나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루나가 비웃던 것도 잠시.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성화가 몬스터들이 벽에 닿자마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새하얀 불꽃에 잡아먹혀 들어가는 마수와 언데드들.
징그러울 정도로 뭉쳐 있던 녀석들의 벽이, 눈 깜짝할 사이에 검은 재가 되어 휘날렸다. 그리고 곧 그 너머에 있던 푸른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마어마한 파괴력.
그 모습을 본 나는 손에 낀 건틀릿을 바라보며 작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오.”
역시, 메이드 바이 토비답게 성능 한번 확실했다.
4.
그 이후로도 정신 나간 비행 몬스터들이 우리 앞을 가로막았지만, 그때마다 나는 성화권을 통해서 싸그리 불태워 버렸다.
소위 말하는 뽕맛.
주먹 한 방에 싸그리 재가 되어 버리는 걸 두 눈으로 경험해 보니, 정말 이만한 쾌감이 없었다.
“이거 마약이네, 마약.”
항상 주먹으로 박살 내거나, 성창으로 꿰뚫어 버리다가 신세계를 경험하게 되니까 정말 즐거웠다.
원거리 공격이 단조롭다는 것이 내 유일한 단점이라면 단점이었는데, 이 볼카늄으로 만든 건틀릿은 나에게 새로운 옵션을 제공해 줬다.
지구로 귀환한 이후 얻게 된 것들 중에서 가장 흡족하다고 해야 하나?
오로지 불카늄만으로 제작된 건틀릿이라서 그런지, 내가 기대했던 걸 훌쩍 뛰어넘는 성능이었다.
“성하 혼자만 재미 보는 게 좀 그렇네요. 조종도 재미없고…… 나도 토비 아저씨한테 비슷한 거 하나 만들어 달라고 해야겠다.”
“토비가 검 한 자루 만들어 줬잖아.”
“나중에 그거 한번 빌려주시면 안 돼요?”
“어, 맞춤 제작한 거라서 어차피 못 껴.”
루나도 탐을 낼 정도였으니,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었다.
게다가 건틀릿을 탐내는 건 루나만이 아니었다.
“성하와 제 손 크기가 얼추 비슷합니다.”
“레오야, 그래서 뭐?”
“……그렇다는 겁니다.”
레오도 건틀릿을 힐긋힐긋 보는 것이, 레오 역시 건틀릿을 탐내고 있는 것 같았다.
누가 싸움꾼들 아니랄까 봐, 무기만 보면 사족을 못 쓴다니까?
나중에 신전에 돌아가면 이 건틀릿에 애칭도 하나 붙여 줘야겠다. 앞으로도 자주 사용하게 될 것 같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비행 몬스터들과의 지속되는 충돌 끝에, 우리는 결국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시나리오 퀘스트가 진행되는 지역에 성공적으로 도착하였습니다.] [퀘스트의 첫 번째 성공 조건이 갱신됩니다.] [첫 번째 성공 조건: 베히모스>와 조우할 것.]“대충 예상은 했다.”
백두산에 자리 잡고 있다는 베히모스와 연관이 되어 있을 가정도 충분히 염두해 두고 움직였다.
단지 그 가정이 맞아떨어졌을 뿐이다.
나는 눈앞에 자리 잡은 백두산을 바라보면서 가볍게 한숨을 뱉어 냈다.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네. 채아 씨는 이곳에 와 본 적 있습니까?”
“저도 처음입니다. 북한이 무너지기 전에도, 무너진 후에도. 한국인은 오기 힘든 곳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그것은 설화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평소에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던 설화조차도 눈앞에 펼쳐진 백두산의 산세를 바라보면서 작게 숨을 뱉어 냈다.
“나도 이곳에는 처음 와 봐.”
“앞으로 자주 올 수 있을 거야. 나중에 여기에서 촬영이라도 같이 하자.”
“좋아.”
확실히 이곳에는 한국인의 가슴을 벅차오르게 만드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좀 이상하네.”
물론 마음에 걸리는 부분도 있었다.
베히모스는 국가위기급 마수로 분류되었던 존재라고 들었는데, 그런 존재가 몸을 숨긴 곳이라면 입구부터 마기 같은 것들이 감지돼야 정상이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백두산에서는 그런 부정적인 기운들이 감지되지 않았다.
부우우우우우우웅!
대신에 우리가 공중에 떠 있는 것을 막으려는 듯, 거센 바람이 자꾸만 헬기를 휩쓰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이 안에 있는 분께서 우리가 떠 있는 걸 싫어하시는 모양인데…… 착륙합시다.”
“착륙할 장소가 마땅치 않…….”
그때였다.
헬기의 바로 밑에 있던 울창한 삼림이 좌우로 밀려나더니, 곧 헬기가 착륙하기에 적당한 공터가 만들어졌다.
“접객 한번 확실한 친구네. 저기 착륙하라는 것 같네요.”
거대한 몸집을 지니고 있는 마수라고 들었는데 말이지.
예상외로 젠틀한 친군가?
“그럼, 착륙하겠습니다.”
우리는 급조된 공터에 안전하게 착륙했고, 곧바로 헬기에서 내렸다.
공중에서 내려다보았을 때랑 땅에서 올려다볼 때랑 느낌이 다르긴 달랐다.
훨씬 더 웅장하게 느껴지는 산세.
역시, 산은 보는 것보다는 직접 밟아야 제맛이다.
“이 넓은 곳에 성하가 찾는 게 있다는 소리예요? 산 전부 수색하는 것도 일이겠는데요.”
루나는 가볍기 기지개를 켜면서 말했다.
나는 그런 루나를 바라보면서 나지막하게 답했다.
“우리가 돌아다닐 일은 없을 것 같다.”
“음?”
“성격이 꽤 급한 친구야.”
저 멀리서 나무가 좌우로 밀려나기 시작한다. 쓰러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누군가를 위해 비켜 주는 듯한 모습.
눈 깜짝할 사이에 울창한 나무들 사이에 길이 하나 생겨났다.
“봐 봐. 알아서 찾아와 주잖아?”
그 길 끝에 서서 우리를 주시하고 있는 한 마리의 검은 소.
그리고 잠시 후, 내 귓가에 녀석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다리고 있었다. 이계의 신을 모시는 자여.』
“마수는 확실히 아니고.”
나는 그 흑우를 바라보면서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