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31)
131화
5.
정부에서 알려 준 바에 따르면 베히모스는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마수라고 했다.
중국에서조차 감당할 수 없었던 크기와 파워.
원래라면 이레귤러들을 파견해서 정리하면 쉽게 끝날 일이었지만, 그 당시에 상해 쪽에 거대한 게이트가 생성되는 바람에 즉시 토벌에 들어가지는 못했다고 들었다.
김 실장이 알려 준 바에 따르면 중국이 보유한 이레귤러의 능력을 통해서 베히모스를 백두산으로 보냈다고 했는데…….
『나는 내 스스로의 의지로 이곳에 자리 잡았다.』
“아, 그래?”
『물론이지. 나는 의미없는 살생은 좋아하지 않는다. 이동하는 과정에서 인간들의 건축물을 파괴한 것은 유감이지만, 당시에는 어쩔 수 없었다. 몸집을 조절하기 힘들 정도였다.』
당사자에게 확인한 결과, 녀석들의 말은 순 거짓말이었다.
역시는 역시.
항상 내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 중국다웠다.
나는 순박한 눈망울을 지닌 검은 소를 바라보면서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베히모스.
국가위기급 마수라고 불렸던 놈이었기에, 백두산에 도착하자마자 한판 붙을 거라고 생각했건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혹시 너 갑자기 변신해서 우리 공격하고, 그러는 건 아니지?”
『멍청한 소리를 하는군. 너와 싸울 거였으면 진작에 싸웠을 것이다.』
“혓바닥이 좀 건방지네. 나 우설 좋아하는데.”
『……뭐?』
“그냥 그렇다고.”
나는 녀석의 윤기 나는 털을 바라보면서 입맛을 다셨다.
영락없는 흑우.
녀석의 몸에서는 마기 대신에 난생처음 경험해 보는 특이한 기운이 감지되고 있었다.
마력보다는 차라리 신성력과 결이 비슷한 기운.
도대체 중국 친구들은 얘한테 왜 국가위기급 마수라는 별칭을 붙여 둔 걸까?
『네가 중국인이라고 말하는 그들은 나를 포획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모든 방법이 수포로 돌아가자 빠르게 포기하더군. 줏대라고는 없는 놈들이었다.』
“아, 왜인지 알겠다.”
쪽팔려서 그랬구나.
반항하지도 않는 흑우를 생포하는 것에 실패했으니, 얼마나 체면이 망가졌겠어?
나는 고개를 작게 끄덕인 다음, 내 뒤에서 열심히 산딸기를 먹고 있는 내 동료들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산딸기 고맙다.”
『나를 찾아온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마음에 들어 한다니 기쁘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녀석은 절대로 위협이 될 존재는 아니란 점이다.
녀석의 말대로 적대적인 존재였으면 우리가 백두산에 발을 들여놓는 것조차 거절했겠지.
하지만 이쯤에서 의문이 한 가지 생긴다.
“중국에서 정말 너를 가만히 뒀어?”
『내가 막 이곳에 자리 잡았을 때는 사람을 좀 보내긴 했지만, 적당히 손보고 돌려보낸 이후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었다. 나는 영물. 내 영역에 침범하지 않는다면, 먼저 나서지 않는다.』
영물이라.
굳이 내가 뭐라고 안 해도 쓸 만한 정보들을 알아서 내뱉는구만.
흑우도 이런 흑우가 따로 없다.
나는 산딸기를 하나 입에 집어넣은 다음, 슬며시 미소를 지으면서 질문을 이어 갔다.
“영물이 뭐냐?”
『영물은 영기로부터 태어난 존재들을 의미한다. 아득히 먼 옛날부터 지구에 존재했었지만, 모종의 이유로 사라졌었지. 나도 그렇게 사라진 영물 중 하나였다. 그렇게 무로 되돌아갔다가 다시 이 세상에서 눈을 뜨게 되었다.』
“영기?”
『자연으로부터 피어오르는 순수한 생명의 힘. 그것이 바로 영기다.』
추상적인 의미였지만, 결국 자연에 기원을 두는 존재란 뜻인 것 같았다.
녀석의 설명을 들으니 어째서 영기가 신성력이랑 비슷하게 느껴졌는지 알 수 있었다.
“자연에서 태어나 신격과 비슷한 위치에 오른 존재들이란 건가.”
『아주 먼 옛날에는 우리 영물들을 숭배하는 인간들도 있었다. 인간들 역시 자연의 일부. 내가 지켜야 할 것들 중 하나였다.』
나는 녀석의 목소리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종의 이유, 그건 뭐지?”
일부러 숨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분명히 내가 무슨 대가를 치러야만 알 수 있는……
『음, 전쟁이 있었다. 우리는 지키기 위해 싸웠고, 장렬히 희생했지.』
……그냥 흑우군. 아낌없이 퍼 주는 것좀 봐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게 빠져 있었다.
“누구랑 싸운 건데.”
『일그러진 신들. 내가 알고 있는 건 그것뿐이다. 그들에 대해서는 우리도 잘 모른다. 그들이 세상의 균형을 무너뜨렸고, 우리는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을 뿐.』
[퀘스트 고대의 편린>의 두 번째 성공 조건을 만족하셨습니다.] [핵심 키워드 일그러진 신>을 획득하셨습니다.]시나리오 퀘스트라서 꽤 긴장했는데.
이건 뭐 순 날로 먹는 퀘스트였잖아?
나는 내 앞에 떠오른 두 개의 메시지 창을 확인한 다음, 다시 베히모스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네 말은 네가 원래 지구 토종 영물이라는 거잖아. 맞지?”
『그렇다.』
“어떻게 돌아왔어.”
『그것은 모른다. 아까 말했다시피, 갑자기 눈을 뜨게 되었다. 다른 영물들과도 연락을 해 보고 싶지만, 영기가 부족하여 급한 대로 이 땅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이 그나마 영기가 남아 있는 산이었거든.』
“영기가 남아 있다는 뜻은…….”
『그나마 자연이 보존된 곳이라는 뜻이다. 애초에 영기가 많은 지역이었기도 하고.』
민족의 영산이라는 게 정말 그런 뜻이었나?
나는 담담한 녀석의 말에 작게 고개를 숙였다.
“인간이 미안하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너희 인간들도 자연의 일부다. 받아들이는 수밖에.』
무분별한 자연 파괴가 이런 결과를 낳았을 줄이야.
녀석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면, 집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가 돌아왔는데 집이 무너져 내린 상황인 셈이다.
그럼에도 이 흑우 녀석은 인간들을 원망하는 기색이 없었다.
나 같았으면 당장에라도 난리를 피웠을 텐데, 영물이라서 그런가 인간으로서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마음이 넓은 것 같다.
“자세한 이야기는 천천히 들어도 될 것 같고, 이쯤 했으면 솔직히 말해도 좋아. 나한테 바라는 거 있는 것 같은데.”
『음, 들켰나?』
“아까부터 그 큼지막한 눈망울을 끔벅거리면서 나를 보고 있었잖아. 얼굴에 ‘나 용무 있음’, 이렇게 써 뒀는데 뭘 ‘들켰나?’ 이러고 있냐.”
내 말에 흑우, 아니 베히모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곧 사뭇 진지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영기를 회복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 나를 도와다오.』
[퀘스트 고대의 편린>의 마지막 완료 조건이 갱신됩니다.] [마지막 성공 조건: 베히모스>의 의뢰를 완료할 것.]드디어 올 것이 왔다.
6.
“그러니까 네 말은, 영기로 가득찬 장소를 찾아 달라는 거지?”
『그렇다. 영기를 완전히 회복하기 전까지는 산 밖으로 쉽게 나설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곳에 남아 있기에는 부정한 것들이 주변에 너무 많아.』
베히모스는 앞발로 땅을 가볍게 긁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의 요구 조건은 쉽게 말하자면 이거였다.
새로운 집을 알아봐 달라는 거.
내가 무슨 부동산 중개업자도 아니고, 다짜고짜 이사 갈 집을 알려 달라는 걸 무슨 수로 도와줘?
어쩐지 지금까지 퀘스트가 너무 쉽게 진행된다 싶었다.
나는 옆에 있던 나무 밑동에 걸터앉았다.
“좋아, 만약에 내가 도와준다고 치자. 그러면 넌 나한테 뭐를 해 줄 건데?”
『그게 무슨 뜻인가?』
“부동산 중개 수수료 같은 건 줘야 하는 게 상도덕이잖아.”
내 말에 그 녀석은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의문을 표시했다.
저 녀석이 일부러 모르는 척을 하진 않을 것 같고, 정말 모르는 모양이다.
이래서 추앙받기만 한 놈들은 안 된다니까.
“너를 도와주는 건 도와주는 건데, 그래도 네가 성의를 표시해 줄 수는 있잖아. 인간들 사이에서는 그게 기본 매너야.”
『그렇군. 이해했다. 나에게서 뭘 받고 싶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 혹시 받고 싶은 것이 있나? 아쉽게도 지금으로서는 너에게 내어줄 것이 없지만, 마련해 보도록 노력하겠다.』
사실, 시스템이 따로 챙겨 주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시스템이 챙겨 주는 것.
이 녀석이 주는 건 아니잖아?
그래도 순진한 녀석이라서 참 다행이야.
나는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너 약속 잘 지키지?”
『물론이다. 한 번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킨다. 영물은 거짓말을 못 한다. 힘을 회복하면, 반드시 이 은혜는 갚겠다.』
흑우의 모습으로 저렇게 말하니까 굉장히 신뢰도가 높아 보인다.
이래서 외모가 중요한 법.
거기에 영물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는 쏠쏠한 정보도 얻게 되었다. 나중에 다른 영물들을 만나서 교차 검증할 필요는 있겠지만,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좋아, 믿어 보겠어. 나중에 꼭 보답해 주기로 약속하자.”
『약속하지.』
열심히 키워서 보상을 받아 내면 될 것 같다.
큼지막한 소의 눈망울이 이토록 든든하게 느껴질 줄이야.
나도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인지라, 때려 부수고 빼앗고 이런 건 선호하지 않는다. 나 역시 이렇게 무난무난한 전개를 더 좋아한다.
그렇게 해서 간단하게 협상을 끝낸 나는 은근슬쩍 녀석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나야?”
『네가 지닌 기운은 나에게 이롭다. 나는 네가 이 세상에 돌아왔을 때부터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라면 나를 도와줄 것이라 확신했다.』
“꼭 프러포즈 같네. 신성력 때문에 그런가? 신성력이라면 나 말고도 다른 대안도 있었을 텐데.”
예를 들면 백명교 같은 놈들 말이지.
그러나 그때, 베히모스의 입에서는 의외의 말이 튀어나왔다.
『일그러진 신을 모시는 자들을 말하는 것이라면, 두 달 전에 이곳에 찾아왔었다. 내가 가장 최근에 벌였던 살생이었지.』
“……백명교 놈들.”
『나는 아직까지도 그들의 진명을 모른다. 다만, 그들이 한때 세상의 균형을 무너뜨렸다는 것만을 기억할 뿐이다.』
베히모스가 그들이라고 칭하는 걸 봐서는 한 놈이 아닌 모양이다.
백명교가 ‘일그러진 신’을 모시는 놈들이라……
예기치 않은 곳에서 쓸 만한 정보를 듣게 되었다.
확실히 이 녀석은 고대의 존재답게 내 궁금증을 해소시켜 줄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듯하다.
“베히모스.”
『그것은 내가 지닌 수많은 이름 중 하나. 그 이름을 아는 자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을 텐데, 고대의 지식을 전승받은 자들이 있는 건가?』
“그래? 그렇다면 의심 가는 놈이 하나 있긴 하네.”
지난번에 만났던 무명이라는, 정화자를 이끄는 그 속 시커먼 놈.
그놈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겠다.
알고 보니 이 흑우를 중심으로 정화자, 백명교, 나까지 싸그리 연관되어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싶으면 미리 말해.”
『어떻게 불러도 상관 없다.』
“음, 그래. 그런데 굳이 이사를 가야 해? 부정한 것들이 문제라고 한다면, 내가 이 주위를 청소해 주면 되잖아. 안 그래도 조만간 대청소 계획이 있기는 하거든?”
내 말에 베히모스는 다시 한번 눈망울을 끔뻑였다.
『나는 인간들이 이곳을 방치해 두고 있기에, 이미 포기한 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네 말대로만 된다면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내가 그런 방향으로 한번 계획을 세워 볼게.”
이런 상황에서는 좋은 매물을 찾는 것보다는 기존의 집을 수리해 주는 게 훨씬 쉽지.
이 녀석이 살 만한 땅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알고.
그렇게 해서 나와 베히모스의 이야기는 건설적인 분위기 속에서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나는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베히모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만 믿어. 청소 깔끔하게 해 줄게.”
베히모스는 내가 건넨 손을 빤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자신의 코를 가져다 댔다.
『고맙…….』
촉촉한 코가 내 손에 닿았을 때쯤, 여태까지 멀쩡히 서 있던 흑우가 몸을 비틀거렸다.
『미안하다. 영기가 쇠해서…….』
“너한테도 효과가 있으려나 모르겠네. 기다려 봐.”
우우우우웅-!
신성력을 슬쩍 끌어올려서 베히모스의 몸속에 불어넣었다. 녀석의 영기란 기운이 나에게도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걸 보면, 꽤 효과가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예상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한결 낫군. 고맙다.』
내 신성력을 완벽하게 흡수해 버린 우리의 흑우.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그 때, 한 가지 아이디어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 녀석은 여러모로 도움이 될 녀석이란 말이지.
그렇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지근거리에 두는 것 아니겠어?
“지금 너에게 딱 알맞은 임시 거주지를 내가 아는데, 괜찮으면 내가 소개시켜 줄까? 마음에 쏙 들 거야.”
『오, 정말인가?』
“그럼, 그럼. 요양하기 딱 좋은 장소지. 어때, 이야기 한번 들어 볼래?”
『좋다!』
나는 나를 빤히 바라보는 흑우를 향해서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은근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 신전 옆에 신목이라는 게 하나 있는데…….”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