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41. 구출
1.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음, 이 모습도 이 모습대로 매력이 있네.”
“털 보송보송한 것 좀 보세요.”
“……귀여워.”
“참 멋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흑우를 낚는 데 성공했다. 사회 경험이 없는 흑우를 우리 쪽으로 꼬시는 건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조건을 따로 걸지도 않았다.
그저 좋은 곳이 있다면서 귀를 팔랑거리게 만들었고, 이 녀석은 그 말을 한 치의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자꾸만 만지니 몹시 곤란하다.』
“근엄한 것 좀 봐.”
“어머어머.”
이곳은 신전으로 복귀하는 중인 블랙호크 안.
베히모스는 설화, 루나, 레오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까 전에 보았던 검은 소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베히모스는 다른 형태로 변신한 상태였다.
아까 전의 흑우 형태는 무게도 많이 나가고 덩치고 커다래서, 어떻게 데려갈지 고민했었는데 이 녀석에게도 역시 변신 기능이 있었다.
현재 베히모스의 모습은 검은색 대형견.
“래브라도 리트리버.”
개에 대해 빠삭하다는 설화는 변한 베히모스의 모습을 보고 그렇게 말했다.
카메라가 꺼져 있을 때는 딱히 감정 표현을 많이 하지 않는 설화조차도 살짝 붉어진 표정으로 베히모스를 쓰다듬는 중이었다.
처음에는 꽤 거북하다는 표정을 지었던 베히모스였지만, 지금은 담담하게 주변인들의 손길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니지.
받아들였다기보다는 포기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한 것 같기도?
『살살 만져 다오.』
기분 탓인가, 어째 레오나 내 손길은 회피하려 들지만 루나와 설화의 손길에는 꼬리를 흔들고 있다.
“야.”
『응?』
“너, 수컷이지?”
『……영물에는 암수의 구분이 없다. 하지만 굳이 나누겠다 하면…… 나는 남성체에 가깝다.』
“수컷이었네.”
『아름다운 꽃을 좋아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네가 상관할 바는 아니다.』
흑우에서 흑댕이로 진화한 건 좋은데, 아까 전부터 슬쩍슬쩍 던져 대는 돌직구가 신경이 쓰인다.
나는 베히모스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땅콩이라도 미리 떼 줘야 하나.”
『땅콩? 먹는 건가? 영물들은 음식을 섭취할 필요는 없으나, 그렇다고 못 먹는 것도 아니다. 맛있는 음식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너 하는 거 봐서.”
하다못해 우리 백설이도 밥값은 한다. 아직까지 보여 준 것도 없으면서 맛있는 걸 기대한다라?
개인적으로 무전취식을 정말 싫어한다.
“어쩌자고 이 헬기에 타 가지고는…… 불쌍해.”
루나가 베히모스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뭐가 불쌍한데?”
“인권도 없을 텐데…… 불쌍해. 성하가 얼마나 굴려 먹을까? 벌써부터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어허.”
누가 들으면 내가 어? 부하 직원들 착취하는 줄 알겠네.
그러나 베히모스는 루나의 말에 불안감을 느꼈는지, 나를 슬쩍 바라보면서 물었다.
『부려 먹는다?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이계의 교황.』
“아아, 부려 먹는 게 아니라. 서로 돕고 산다는 뜻이야. 내가 너를 위해 안전한 장소를 제공해 주는 대신, 너도 우리를 도와줄 수는 있는 거잖아?”
『그건 맞다. 나는 은혜를 모를 정도로 멍청한 존재가 아니다.』
“그런 거야. 좋은 게 좋은 거지.”
『음, 그렇군.』
순진한 놈이라서 다행이라니까?
빠르게 상황을 정리한 나는 루나를 째려보았고, 루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베히모스의 등을 쓸어내릴 뿐이었다.
그래도 확실히 귀엽기는 귀엽다.
헬기를 조종하고 있는 강채아조차 힐끔힐끔 베히모스를 보고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최근 들어 개도 기르고 싶다던 시연이에게도 최고의 선물이 되지 않을까?
“그런데 성하. 이 친구 계속 베히모스라고 부를 거예요? 뭔가 이름이 별로 안 귀여운 것 같은데?”
“좀 그렇긴 하지.”
베히모스라는 이름 자체는 현재 국가위기급 마수로서 유명해진 상황.
베히모스라고 계속 부르기에는 확실히 무리가 있다.
우리야 이 녀석의 실체에 대해서 대충 경험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국가위기급 마수로서의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잠시 녀석의 별칭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1분 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줄여서 베스라고 하자. 깔끔하고 괜찮네. 너는 어때, 마음에 들어?”
『이름은 껍데기에 불과할 뿐. 그리 부르고 싶다면 그리 불러도 된다. 베스. 어감은 괜찮구나.』
“마음에 들어 한다니 다행이네.”
빠르게 급조해 낸 이름이었지만 본인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뿌듯하다.
“베스. 앞으로 잘 부탁해.”
루나는 베스의 이름을 부르면서 녀석을 꼭 껴안았고, 그러자마자 베스의 꼬리가 프로펠러마냥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나도 잘 부탁한다. 인간 여자.』
“귀여워!”
개인적으로 궁금한 건 백설이랑 저 둘이 만났을 때의 케미인데…….
아직까지 전투력 자체는 베스 쪽이 한 수 위겠지만 말이지, 백설이 그 녀석의 영악한 모습을 고려한다면 대충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는 예상이 간다.
장담하건대, 이 녀석의 성격으로는 백설이를 제압할 수 없다.
백설이가 가스라이팅만 안 하면 다행이지.
‘당연히 백설이가 누구 새낀데.’
내가 기르고 있는 고양이이자, 우리 교단을 대표하는 신수가 다른 영물에게 쥐어 터지는 꼴을 볼 수는 없지.
그리고 잘만 하면 백설이를 통해서 베스를 구슬릴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어디까지나 직접 돌아가는 상황을 봐야겠지만 말이지.
아무튼.
내가 그렇게 베스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이었다.
『그런데 교황,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다.』
“어, 뭔데?”
『너희 인간들은 동족들을 버리는 게 당연한 건가?』
“……그게 무슨 소리야?”
『부정한 것들에게 넘어가 버린 이 땅에, 부정한 것들에게 사로잡혀 고통받은 인간들이 남아 있다. 내 몸이 성치 않아 그들의 비명을 무시할 수밖에 없었으나, 너같이 강한 인간이라면 그들을 구하고도 남을 수 있을 터. 한데 아무런 이야기가 없기에 묻는 말이다.』
베스에게서 갑자기 흘러나오기 시작한 새로운 정보.
“그러니까 네 말은…… 이곳에 생존자들이 있다는 소리야?”
디멘션 오프닝 이후, 북한이 무너진 지 5년이 다 된 시간.
이 땅에서 인간이란 종이 멸종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을 생존해 있다고 부르기에는 힘들 것 같지만, 어찌 되었든 살아 있는 인간들이 있다.』
아무래도 내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자세히 좀 말해 봐.”
나는 눈살을 잔뜩 찌푸리면서 말했다.
2.
헬기는 성공적으로 신전에 도착했다.
백두산으로 향하면서 몬스터들의 개체수를 많이 줄여 둔 덕을 많이 보았다.
게다가 우리가 단순히 몬스터의 숫자만 줄였던 것이 아니라, 둥지들이 보이면 둥지들도 완벽하게 박살 내면서 이동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던 결과였기도 하다.
우리는 베스가 알려 주는 정보를 들으며 신전에 복귀하였고,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정부 측의 인원들과 합류할 수 있었다.
기껏해야 김 실장 정도가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의 인물이 신전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유선호 장관님.”
나는 헬기의 임시 착륙장 옆에서 라파르트 대주교와 함께 대기하고 있던 유선호 장관을 향해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유선호 장관은 부드럽게 웃으면서 내 인사를 받았다.
“백두산에 다녀오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마침 주변에 일이 있기도 했고, 이야기를 듣고 싶기도 해서 이리 연락도 없이 찾아뵜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안 그래도 긴히 나눠야 할 이야기도 있고…….”
헬기를 통해 이동하는 도중, 베히모스가 우리에게 말해 주었던 정보들.
도저히 무시하고 지나갈 수 없는 정보들이었기에, 안 그래도 정부 측과 빠르게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었다.
아마 유선호 장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헬기를 통해서 잃어버린 땅을 정찰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던 일.
우리가 큰 문제 없이 무사히 돌아왔으니, 그 성과에 대해서 기대한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유선호 장관이 건넨 손을 잡으면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잠시 처리해야 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베스.”
내 말에 따라서 헬기 안에서 검은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내렸다.
누가 보더라도 ‘참 잘생겼다’라고 생각할 만큼 점잖고, 심지어 기품까지 느껴지는 검은색 개.
유선호 장관은 헬기에 탑승했던 인원들에 대한 보고를 미리 받았는지, 예상하지도 못했던 개 한 마리가 헬기에서 내리자마자 살짝 당황하는 눈치였다.
“저 개는…….”
“베히모스라고 불리는 그 친구입니다. 사정이 있어서 데려왔습니다.”
베히모스라는 단어가 내 입에서 튀어나온 순간, 어지간하면 깨지지 않던 유선호 장관의 포커 페이스가 무너져 내렸다.
유선호 장관은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면서 나에게 물었다.
“……제가 아는 그 국가위기급 마수, 베히모스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우리 개는 안 물어요. 장담합니다.”
“오, 맙소사.”
유선호 장관은 한참 동안이나 베스의 늠름한 자태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게 한 3분 정도가 지났을까?
“유 장관님.”
“아…… 죄송합니다. 충격이 컸습니다.”
그는 옆에 있던 라파르트 대주교가 슬쩍 신성력을 불어 넣어 주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의 얼굴에 드리워졌던 의심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당연히 설명은 드려야죠. 라파르트 대주교? 유 장관님 모시고 집무실에서 대기해 주세요. 할 이야기가 아주 많으니, 차도 준비해 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성하.”
나를 향해 공손하게 허리를 숙인 라파르트 대주교가 유선호 장관을 부축하면서 신전 안쪽으로 이동했다.
나는 그 둘의 뒷모습을 슬쩍 바라본 다음, 베스를 향해 말했다.
“보다시피 네 정체가 탄로나면 기절할 사람들이 꽤 많아.”
『억울하다. 나는 괴물이 아니라 영물이다. 부정한 것들과는 근본부터가 다르다.』
“알지, 아는데…… 중국이 벌인 짓이라고 생각해라. 걔네가 너를 국가를 멸망시킬 마수라고 표현했어. 엉뚱한 데 화내지 말고, 나쁜 놈들은 걔네들이야. 알겠지?”
『중국. 기억했다. 알려 줘서 고맙군. 힘을 되찾으면 그들에게 내 이름을 더럽힌 것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바로 그거야. 완벽해.”
하나를 가르쳐 주면 열을 아는 녀석이었구만.
책임을 져야 할 놈들은 당연히 중국 친구들이지, 암.
“어때, 이곳이 당분간 네 임시 거주지인데, 마음에 들어?”
『영기까지는 아니지만 정순한 기운이 느껴지는 장소다. 백두산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다. 신목이란 걸 직접 보고 싶은데…….』
“그건 어렵지 않지.”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 옆에 서 있던 루나와 레오에게 말했다.
“나는 들어가서 유 장관님이랑 이야기를 나눌 테니까, 루나와 레오 너희 둘이 베스 데리고 신목 구경 좀 시켜 줘.”
“알겠습니다, 성하.”
“네에.”
둘이 움직이려던 찰나, 조용히 서 있던 설화가 나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오빠. 나도 베스랑 같이 가도 될까?”
“당연히 되지.”
“고마워.”
설화가 개를 정말 좋아하나 보다.
그렇게 결국 베스는 세 명과 함께 신목 쪽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멀어지는 그들을 보면서 볼을 살짝 긁적였다.
“꼭 산책시키는 것 같네.”
베스가 이곳을 마음에 들어해서 평생 이곳에 정착하면 좋겠다.
영물인 만큼 쓸모도 많을 테니까 말이다.
그렇게 베스에게 사람을 배정시킨 후, 나는 곧바로 신전의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집무실 안에는 미리 도착한 유선호 장관이 있었고, 나는 그의 앞에 슬며시 앉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혼란스러우실 거라는 점,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베히모스와 조우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투를 벌일 생각이었으니까요.”
“베히모스는 국가위기급 마수로 등재된 마수입니다. 서울의 한복판에 두기에는 부담이 너무 큽니다.”
“그래서 제가 차근차근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정부 측과 논의해야 하는 일도 생겼구요.”
내 말에 유 장관은 차를 한 모금 목으로 넘겼다.
“저희 쪽과 논의해야 한다는 일부터 들을 수 있겠습니까?”
나는 그 말에 가볍게 숨을 뱉어 냈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잃어버린 땅에 생존자가 있습니다. 곧바로 구출 작전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