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
3.
“도저히 믿을 수가 없군요. 5년입니다. 몬스터들에게 점령당한 지 무려 5년 동안 생존자가 그곳에…….”
유선호 장관은 내 설명을 들은 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디멘션 오프닝 이후로 초토화되어 버린 구 북한의 땅.
이제는 대한민국이 수복해야 할 그 지옥 같은 땅에, 아직까지 생존자가 있다는 말은 나조차도 믿을 수 없던 말이 맞다.
만약 그 정보를 베스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로부터 들었다면 의심부터 앞섰을 것이다.
하지만 베스가 우리에게 거짓을 말할 이유는 단 하나도 없었다.
“추정되는 생존자 숫자는 100명 안팎입니다. 그들이 고립되어 있는 지역은 이곳.”
나는 책상 위에 펴 둔 지도에서 한 곳을 가리켰다.
“함흥으로 알려진 곳이죠. 이곳에 생존자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시우 교황님께서 이 자리에서 거짓을 말할 리는 없겠지요. 믿습니다.”
“혹시 몰라 귀환하는 길에 블랙호크를 통해서 정찰을 몇 번 진행했지만, 자세한 상황은 그곳에 착륙하고 난 다음에야 파악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이미 돌아오는 길에 베스가 말해 준 함흥 부근을 수색했다.
하지만 우리가 얻은 정보는 그 지역을 점거하고 있는 적대적인 이종족이 있다, 이 정도가 끝.
한때는 북한에서 손꼽는 도시였다고 했던 함흥은 폐허가 된 지 오래인 듯했으며, 곳곳에 이종족과 몬스터들의 흔적만이 남아 있었을 뿐이다.
“그곳을 점유하고 있는 놈들에게 지능이 있는 이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단번에 끝내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잡혀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안 갈 겁니다.”
“그들이 어째서 인간들을 살려 둔 겁니까? 협상도, 대화도 없이 학살을 이어 나갔던 이종족들 대부분이 그곳에 자리 잡았습니다. 인간을 살려 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유선호 장관은 목이 타는지 차를 벌컥 들이켰다.
나는 유선호 장관의 질문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했다.
“베스가 건네준 정보에 따르면 이유는 간단합니다.”
능력을 완벽하게 회복하지 못한 베스가 어렴풋이 보았던 장면들.
베스가 대지에 깃든 기억들을 통해 마주했던 장면은,
“녀석들은 잡아 둔 인간들을 통해서 독을 비롯한 자신들의 무기를 실험하고 있다고 합니다.”
검은색의 피부를 지닌 이종족들에게 고문과 실험을 당하고 있는, 가련한 운명의 인간들이었다고 한다.
내 말에 유선호 장관은 침음을 흘리면서 말했다.
“생체 실험.”
“다크 엘프. 그 녀석들은 이 지구의 지배종이 누구인지 인지하고 있을 정도로 영리한 놈들이니까요.”
베스가 전해 준 정보만으로도 대강 녀석들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검은색 피부,
부정한 기운.
독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종족.
에덴에서도 그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는 종족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다크 엘프였다.
에덴에서는 6년 전에 멸종당한 종족.
에덴의 다크 엘프들과 같은 부류일 거란 확신은 없었지만, 단편적인 정보만으로도 대강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생존자들이 어떻게 해서 그들에게 잡혀 있는지, 어떻게 해서 5년 동안 생존해 있는지. 그런 정보들은 구출 직후에 확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로서는 구출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후우.”
내 말을 들은 유선호 장관이 깊게 한숨을 뱉어 냈다.
그러나 노인의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리멘 교단의 구출 계획에 대해서도 공유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동원할 수 있는 최고의 전력을 일시에 투입한 후, 빠르게 생존자들만 구해서 복귀할 겁니다. 이번 구출 작전에는 에이든도 참여합니다. 이미 돌아오는 길에 요청을 해 두었고, 필요하다면 미군의 헬기도 동원할 예정입니다.”
에이든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흔쾌히 내 제안을 수락했다.
함흥 지역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이 명확히 파악되지도 않은 상황.
최소 S급 이상의 전력을 동원할 생각이었다.
우리 교단의 신입들을 동원하기에는 너무 섣불렀다. 그곳은 명색이 잃어버린 땅, 각성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들에게는 큰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지역이었으니까.
내 대답을 들은 유선호 장관은 내 두 눈을 바라보았다.
“유감입니다, 김시우 교황님.”
“……예?”
“그들은 법적으로 대한민국의 국민들입니다. 자국의 국민을 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저희들에게 먼저 연락을 주셨어야지요.”
유선호 장관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주머니에서 조심스럽게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잠시 대통령님께 전화를 드려도 되겠습니까?”
“아, 예. 얼마든지요.”
“감사합니다.”
그는 스마트폰의 화면을 몇 번 눌렀고, 곧 스마트폰을 귀에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공손한 목소리로 전화를 시작했다.
“예, 대통령님. 대통령님의 승인이 필요한 상황이라 부득이하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혹시 통화가 가능하십니까?”
그 이후로 유선호 장관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유선호 장관이 나에게 조심스럽게 스마트폰을 건네주었다.
“직접 통화를 원하십니다.”
나는 그가 건네주는 스마트폰을 건네받은 다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화 받았습니다. 김시우입니다.”
-유선호 장관으로부터 간략한 보고는 받았습니다. 오히려 저희 쪽에서 부탁하고 싶은 일입니다. 김시우 교황님. 필요하신 걸 말씀해 주십시오. 무엇이든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최근 들어 서 대통령이 북진 정책에 온 신경을 쏟고 있다고 했던가.
그의 목소리에서는 평소 들었던 여유로움이 다소 사라져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목소리.
심지어 동북아 교류전으로 인해 한참 정신없었을 때보다도 훨씬 진지한 목소리였다.
나는 그런 대통령을 향해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 나갔다.
“함흥까지 육로로 이동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합니다. 수송용 헬기를 지원받고 싶습니다. 넉넉하게 150명 정도가 탑승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곧바로 편성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서 대통령은 몇 번이고 장담을 하면서 전화를 끊었고, 나는 스마트폰을 유선호 장관에게로 돌려주었다.
“대통령님이 가장 급하신데요?”
“대통령님의 북진 계획 중에서 가장 우선순위에 두셨던 게 생존자 수색이었습니다.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일이란 뜻이지요. 아까 저도 말씀드렸다시피, 그들도 대한민국의 국민이기 때문입니다.”
“신념, 뭐 그런 걸까요.”
“신념이 아닙니다.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의무이자 책임입니다.”
단호한 유선호 장관의 대답을 들으며 나는 다시 한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해서 전화 한 통화로 협조 요청은 끝.
이제 남은 건 그들이 제공해 주는 수송 헬기들을 이용해서 생존자들을 구하는 일뿐이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유선호 장관이 나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혹, 작전 이름을 따로 생각해 두셨습니까? 아무래도 군용 자산들이 동원되는 일이라, 추후 작전에 대한 보고서가 작성될 수도 있습니다.”
“이름이라…….”
사람들만 구해 오는 건데, 거창한 작전명이 필요하겠어?
“구원, 이 정도면 될 것 같네요.”
“……좋군요.”
작전명 구원.
대한민국 역사상 잃어버린 땅에서 처음으로 펼쳐지는, 역사적인 군사작전의 이름이었다.
그렇게 1시간 후.
모든 준비가 끝났다.
4.
이곳은 강원도에 위치한 어느 항공 대대.
“하루에 두 탕이나 뛰어야 한다니. 이제 막 베스랑 친해지려던 참이었는데…… 아쉽다.”
“초과 근무 수당 지급해 주면 되잖아.”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지만, 돈이 전부예요? 워라벨은…….”
“돈이 전부가 아니라면 그럼 오늘부터 무급 봉사 할래? 신앙심도 투철해지니 좋고, 리멘을 향한 신앙심을…….”
“에이, 장난인 거 아시면서.”
확실히 헬기가 빠르긴 빨랐다.
육로를 이용했을 때 몇 시간은 걸릴 위치를 눈 깜짝할 사이에 이동하는 걸 보면 말이다.
“나중에 교단에서 사용할 헬기 하나 마련해야겠다.”
“그건 나한테 맡겨라, 시우. 본국에 말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인수할 수 있게 해 주겠다.”
“야만인이 무기 브로커까지?”
“브로커라니. 나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에이든은 불쾌하다는 듯이 표정을 찡그리면서 대답했다.
나는 그런 에이든의 전신을 훑은 다음,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여태까지는 옷 잘 입고 다니더만, 오늘은 왜 네이키드 모드냐?”
“지구의 섬유로는 내 거친 투기를 견뎌 낼 수 없거든. 저쪽 세계에서 입고 넘어온 바지와 속옷을 제외하고서는 어차피 무용지물이야.”
“그렇다고 옷을 벗고 다니냐. 다른 사람 눈 좀 생각해 달라고.”
“내 근육은 한 편의 예술 작품이나 마찬가지다, 시우. 이런 예술 작품을 나 혼자만 보기에는 좀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드나?”
“그냥 죽어.”
“내 근육이 죽이는 근육이긴 하지. 칭찬 고맙다.”
처음 만났을 때 성창으로 저 주둥이부터 날려 버렸어야 했는데, 자꾸 후회가 든다.
그래도 전투력 하나만큼은 든든한 놈이었으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이레귤러가 무려 둘이나 투입되는 작전.
어지간한 국가 하나쯤은 멸망할 수 있는 전력이었지만, 언제나 전력은 강할수록 좋다.
우리 쪽이 강해야만 각종 변수에 대응하기 수월하니까 말이다.
“하여간에 헬기를 구매할 생각이면 꼭 말해라. 군용 헬기도 얼마든지 판매해 주지.”
“너희 상부 허락 받아야 하는 건 아니고?”
“본국에서도 너와 거래를 틀 수 있다면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렇단 말이지.”
나중에 교단 재정 넉넉해지면 미사일 같은 무기도 사 버려야지.
미사일에 축성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관심이 있으니 말이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다음, 이륙 대기 중인 헬기들을 바라보았다.
아까 탑승했던 블랙호크와는 구조부터가 다른 수송용 헬기.
전쟁 영화 같은 곳에서 곧잘 볼 수 있는, 우리에게는 ‘치누크 헬기’로 익숙한 바로 그 헬기였다.
“한국 측에서 두 대, 미군 측에서 두 대. 총 네 대가 이번 작전에 투입된다.”
“같은 종류의 헬기라도 개량에 따라서 생김새가 조금씩 다르다고 들었는데, 아예 똑같은 것 같다?”
“한국 측이 보유한 치누크 개량형은 한 달 전에 우리가 판매한 헬기다. 북진을 위해 구매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연히 우리 것과 같을 수밖에 없지.”
에이든은 준비했다는 듯이 유창하게 이야기를 늘어놓았고, 나는 그런 에이든을 향해서 넌지시 물었다.
“너는 도대체 모르는 게 뭐냐?”
“시우. 네 마음만큼은 도통 모르겠다. 알 수만 있다면 참 좋았을 텐데…… 아, 그리고 다음 달쯤 본국에서 이레귤러 한 명이 추가로 방문할 예정이다. 엠마 밀러 여사님이 잘 지내시는지 확인한다는 명분이긴 하다만, 아무래도 진짜 목적은…….”
“나겠네.”
“그렇지.”
“그런데 그걸 왜 당사자한테 전해 주냐? 너 미국인 아니야?”
내 질문에 에이든은 나를 바라보며 징그럽게 미소를 지었다.
“나는 미국인이기 전에 네 친구다. 그리고 나는 의리와 우정을 그 어떤 가치보다 중요하게 생각해.”
그 어떤 사람들보다 정치적인 이놈이 아무런 의미 없이 이럴 리는 없을 테고.
나는 에이든을 빤히 쳐다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시커먼 꿍꿍이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에이든은 처음 만났을 때보다 독기가 상당히 빠져 있는 상태기도 했다.
그때는 뭔가 위태위태한 느낌이 있었지만, 요새는 뭔가 부드러워졌다고 해야 하나?
“내가 너 주시하고 있다.”
“걱정하지 마라, 시우. 네가 걱정할 만한 짓은 안 한다.”
문득 지난번에 할머니가 나에게 해 줬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에이든, 그 녀석이 알고 보니까 참 불쌍한 녀석이더라. 시우야. 잘 좀 챙겨 줘라. 세상에 아무리 사연 없는 사람 없다지만…… 그 녀석에 비하면 우린 행복한 거야. 알겠지?
언젠가는 이 녀석의 사연도 듣는 날이 오겠지.
아무튼 그렇게 해서 작전에 투입될 병력은 모두 모였다.
병력이라고 해 봤자 아까 백두산으로 향했던 전력에 오준우 씨와 에이든을 더한 게 전부였지만 말이다.
에이든은 일제히 이륙을 준비하고 있는 헬기를 슬쩍 바라보았다.
“작전 계획은 어떻게 되지? 리멘 교단의 신성석을 통해서 헬기의 방호력을 극대화시킨다는 것까지는 들었는데 말이야.”
나는 에이든의 질문에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잖아.”
“음?”
“생존자들이 대강 어느 지역에 잡혀 있는지는 이미 들었으니까, 그 지역의 모든 몬스터들을 순식간에 쓸어버리면 돼. 녀석들이 정신 차리기 전에 싸그리 대가리 박살 내 버리면 끝. 어때, 간단하지?”
내 말을 들은 에이든은 충격을 받았는지 한 2분 정도 가만히 고개만 끄덕거렸다.
……왜지?
완벽한 작전인 것 같은데?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