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39)
139화
3.
장로에 관한 모든 것들을 라파르트 대주교에 맡긴 덕분일까?
나는 아주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루나는 오준우 씨와 설화를 데리고 술을 마시러 갔으니, 아주 오랜만에 편안한 밤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회식하러 가자는 루나를 떼어놓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원. 그쯤 되면 회식 중독이다. 루 부장이라는 별명도 생겼다는데, 아주 어울리는 별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빠 왔다.”
집 안으로 들어오면서 기분 좋게 말했고, 그러자 거실 쪽에서 시연이가 쏙 튀어나왔다.
“큰오빠! 오늘은 많이 안 늦었네!”
시계를 슬쩍 보니 어느덧 오후 9시.
정시 퇴근 시간을 가뿐하게 초과한 상태였음에도 시연이가 저런 말을 하는 걸 보면 확실히 내가 최근에 바쁘긴 바빴던 것 같다.
나는 나를 향해 해맑게 미소를 웃는 시연이를 향해 싱긋 미소를 지어 주었다.
“우리 시연이. 오늘 잘 있었어?”
“응! 오빠가 데려와 준 강아지랑 엄청 재밌게 놀았어! 내가 아까 저녁 먹고 산책도 시켜 줬다? 헤헤. 내가 앞으로 엄청 예쁘게 기를게!”
“음? 강아지?”
……설마?
아니나 다를까, 곧 시연이 뒤에서 검은색 래브라도 리트리버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은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곧 뭔가 맥빠지는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었다.
“……멍멍.”
바로 베스였다.
어쩐지 아까 신전 주위에서 녀석이 안 느껴진다 했다. 오늘 워낙 일이 많았어 가지고 잠시 까먹고 있었는데, 우리 집에 있었을 줄이야.
게다가 베스의 등 위에는 하얀색 고양이 한 마리가 떡하니 올라타 있었다.
『주인. 왔어?』
백설이는 베스의 등에서 골골송을 불러 대는 중이었는데, 그 모습이 심히 심장에 괴로웠다.
귀여운 거에 귀여운 거. 거기에 귀여운 거를 중첩시켜서 그런가, 그 어느 때보다 집안의 분위기가 화목했다.
나는 베스를 측은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이 많네, 우리 베스.”
그러자 베스가 다시 한번 짖었다.
“멍멍.”
-너와는 다르게 착하고 심성이 고운 아이다.
“입에 묻은 사료라도 떼든가.”
-흠, 맛이 좋더군. 네 말대로 이곳에 오길 참 잘한 것 같다.
개 사료를 맛있게 먹어 대는 영물이라…… 이것 참 귀하네.
최고급 사료인 게 흠이라지만, 그래도 투뿔 한우를 먹어 대는 것보단 낫지 않겠어?
게다가 신목이 있는 우리 교단 성지의 바로 앞이기도 했으니, 이곳에서도 충분히 요양이 가능할 것이다.
“오히려 좋아.”
녀석이 집을 지켜 준다면 나로서는 대환영이다.
예로부터 개는 집을 지켜 주는 아주 소중한 동반자 중 하나였다.
특히, 우리 집에는 열심히 돌아다니는 시연이와는 달리, 방구석에 박혀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식구가 한 명 있다.
“형 왔어?”
“어, 그래. 편집 중이었냐?”
“요새 토비 아저씨 영상이 잘나가서 좀 바쁘네.”
바로 인욱이였다.
인욱이는 하품을 내뱉으면서 거실로 나왔다.
그래도 내가 우리 집에 따로 배치해 둔 최상급 신성석 덕분에 인욱이의 다크서클은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안색도 훨씬 좋아졌고 말이다.
나는 물을 따라서 마시는 인욱이를 향해서 넌지시 말했다.
“앞으로 베스 아침 산책은 네가 시켜.”
“아침 산책?”
“베스 대형견이라서 아침 저녁으로 산책시켜 줘야 해. 우리 교단 신목 있지? 거기 주변에서 꼭 산책시켜라.”
아무리 신성력이 만병통치약이라고 하지만 적당한 운동은 필수.
내 말을 들은 인욱이가 귀찮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지만, 곧 베스를 꼭 껴안으면서 말했다.
“알겠어. 베스야. 형이랑 같이 매일 아침 산책 나갈까?”
“……멍멍.”
“와, 진짜 사람 말 알아듣는 것 같네. 따로 훈련 안 시켜도 알아들을 수 있는 건가? 혹시 이런 게 천재견?”
인욱이는 그렇게 말하며 베스에게 얼굴을 비볐고, 베스의 등 위에 있던 백설이가 인욱이의 머리 위에 폴짝 올라탔다.
아무래도 루나가 베스를 이곳에 데려오면서 녀석의 정체에 대해서는 딱히 이야기해 주지 않은 것 같았다.
영물에게 천재견이라.
자존심이 상할법도 한데 베스는 가만히 인욱이를 받아 주고 있었다.
저걸 성격이 좋다고 해야 하나, 귀찮아한다고 해야 하나.
‘북적북적하네.’
그래도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이사 온 이후로 넓게 느껴지기만 했던 우리 집이 가득 채워진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이래서 애완동물을 기르는가 보다.
특히, 검은색의 베스와 하얀색의 백설이가 같이 있는 걸 보면 조화롭기까지 했다.
흑과 백의 절묘한 조화.
이제야 부족한 퍼즐이 완성된 기분이었다.
“그럼 나 들어가서 씻는다.”
“과일 깎아 둘게. 씻고 나서 먹어.”
“고맙다.”
그렇게 내가 옷을 갈아입기 위해 내 방으로 들어갔을 때였다.
“너희들은 왜 따라 들어와.”
방으로 들어온 나를 따라서 베스와 백설이가 당당하게 걸어 들어왔다.
가장 먼저 입을 뗀 건 백설이였다.
『주인. 솔직히 새로운 짐승을 데려올 거면 나랑 먼저 상의해야하는 거 아니야?』
그 목소리는 원래는 나에게만 들려야 정상인데, 듣는 방법이 따로 있는지 베스가 대신 대답했다.
-어린 영물이 건방지군. 이런 하룻강아지가 있다는 이야기는 없지 않았나?
『누가 하룻강아지래? 따지고 보면 하룻고양이거든? 나이 더 처먹어서 좋겠다, 이 늙탱아. 그리고 영물이 아니라 신수거든? 신.수.』
-입이 거칠구나. 그러나 교황의 얼굴을 봐서 몇 번은 참아 주마. 내 인내심은 그리 길지 않아.
『누가 할 소린데!』
따지고 보면 백두산을 먹고 있던 베히모스와, 리멘 교단을 대표하는 신수가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인데…….
“캬아아아아!”
“멍멍!”
왜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애완동물끼리 이빨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이는 걸까?
나는 내 앞에서 벌어지는 두 축생의 신경전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까는 잘만 붙어 있더만. 백설이 너, 아까는 베스 등 위에 올라타 있지 않았어?”
『그건 시연이나 인욱이를 안심시켜야 하니까! 첫날부터 싸우면 둘이 얼마나 걱정하겠어? 그래서 그냥 어울려 준 거야.』
-네 가족들에게는 사이 좋은 것처럼 보여야 될 것 아닌가.
의외의 부분에서 타협을 보았군.
적어도 내 동생들 앞에서 싸우는 꼴은 보이고 싶지 않다는 건가?
똑똑한 놈들답게 선은 지키는 모양이다.
“사이 좋게 지내라.”
『내가 저 미련한 놈이랑 어떻게 사이좋게…….』
-나는 내 영역에 다른 영물이 있는 걸 좋아하지 않…….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 같은 영물과 신수 사이의 신경전.
나는 그 둘의 신경전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슬쩍 주머니에서 건틀렛을 꺼냈다.
그리고 그 건틀렛을 내 침대 위에 올려 두면서 말했다.
“그럼 둘이서 한번 싸워 보든가. 어떻게 되나 한번 보자고.”
내가 씨익 웃으며 던진 말에 둘은 나와 건틀렛을 번갈아 보면서 쳐다보았다. 그리고 곧 백설이가 베스 위에 다시 올라가면서 말했다.
『앞으로 잘 지내자, 베스.』
-나도 잘 부탁한다.
그래, 안 싸우니까 얼마나 보기 좋아?
4.
다음 날 아침.
가족들의 배웅 속에서 다시 신전에 출근한 나는 집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라파르트 대주교가 진행한 심문의 결과를 받아 볼 수 있었다.
“이종족 간의 교류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고, 마기를 보유한 이상한 존재들과 네 번 접촉한 것이 전부…… 이 정도가 끝입니까?”
“지금까지 알아낸 건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녀석의 증언을 통해 작성한 그 주변 지역의 지도입니다.”
라파르트 대주교가 건네준 작은 지도.
녀석들의 거주지를 중심으로 주변 지역의 지형을 비롯하여 어떤 이종족과 마수들이 자리잡고 있는지를 표기한 지도였다.
나는 그 지도를 확인하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고무적인 성과네요.”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성하.”
“알비노 오크, 트롤, 고블린…… 더럽게도 많네.”
“에덴의 북지를 보는 듯합니다. 에덴의 북지에도 다양한 이종족들이 있었지요.”
지도상에 레오의 글씨가 적혀 있는 걸 봐서는, 레오가 직접 손을 본 지도인 듯했다.
다크 엘프들은 기본적으로 정찰에 아주 능하다.
나무에 몸을 숨기는 은신술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정보 수집 능력만큼은 무시할 게 못 된다.
실제로 각 마왕의 군단에서 정보를 담당하던 종족이기도 했으니까.
그런 다크 엘프들이 수집한 정보였고,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거짓은 섞여 있지 않을 것이다.
추후 대한민국의 북진 작전에 있어서 아주 큰 도움이 되어 줄 것 같았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지도를 살폈다. 그리고 레오가 지도상에 붉은 점으로 표기해 둔 한 지점을 가리키며 물었다.
“죽은 것들의 요새라.”
“장로의 말에 따르면 언젠가 갑자기 등장한 요새라고 합니다. 언데드들이 튀어나오며, 이미 그 군세가 상당하다더군요.”
“그 정도 되는 요새였다고 하면 우리가 감지를 못 해냈을 리가 없는…….””
그때, 문득 지난번에 왕 웨이를 통해서 접하게 되었던 그 특수한 금속이 떠올랐다.
마기를 완벽하게 차폐해서 숨겨 주었던 금속.
만약 그 금속을 사용해서 요새를 건설했다면, 우리의 감지 능력에서 벗어났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은 곧 정화자가 그 요새에 관련되어 있을 확률도 높다는 뜻이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요새 정화자 놈들이나 백명교 쪽이나, 너무 조용하다 싶었다.
그런 놈들이 조용하면 보통 무언가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말이지.
“직접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그놈 여전히 밑에 있습니까?”
내 질문에 라파르트 대주교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심문실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제대로 나눌 수 있는 상태는 아닙니다.”
“음?”
“성하께 보여 드릴 수 있는 상태는 결코 아닙니다. 눈을 버리실 수도 있으니, 조금 나중에 보시지요.”
“……얼마나 심하길레.”
“말씀드리기가 참 송구합니다.”
모르긴 몰라도 내가 상상하는 것을 가뿐하게 뛰어넘는 상태임에는 틀림없었다.
역시, 그들에게 심문을 맡기길 잘했다.
죽이지 않고서 필요한 정보만 뽑아낸다는 게 여간 쉬운 기술이 아니라서 말이지.
섬세한 기술이 필요한 게 바로 심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구로 돌아온 이후로는 이런저런 눈치를 보느라 조심조심했지만, 이번 경우에는 손속을 아낄 이유가 전혀 없었다.
“레오야.”
“예, 성하.”
“표정 좋아 보인다? 스트레스 제대로 풀었나 봐.”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그저 녀석에게 죄를 물었을 뿐. 그들의 죄는 오로지 고통으로만 씻어 낼 수 있는 겁니다.”
레오의 저 후련한 표정이 바로 그 증거였다.
레오는 늘 그렇듯 외눈 안경을 쓴 채로 성서를 왼손에 들고 있었다.
어젯밤에는 저 손에 다른 게 들려 있었을 거란 생각을 하니까…… 좀 무섭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성하. 피해자들이 녀석을 심판하기 전까지 반드시 녀석의 목숨은 살려 두겠습니다.”
“든든해서 좋다. 정화자에 대해서 조금 더 집중적으로 물어봐. 금제 같은 거 걸려 있을 수도 있으니까 확실하게 확인하고.”
“알겠습니다.”
정화자와 관련되어 있는 일이다.
확실하게 해 둘수록 좋았다.
장로 녀석은 우리에게 골수까지 빨아먹힌 다음, 생존자들의 손에 넘어갈 예정이었다. 그 전까지 뽑아낼 수 있는 건 다 뽑아내 줘야지.
“레오가 작성한 지도를 복사해서 정부 측에 제공해 주도록 합시다. 작전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이 지도는 우리 교단이 아니라 정부에게 더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에서 전력을 다해서 준비하고 있는 북진 계획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이정표가 되어 줄 것이다.
“슬슬 우리 교단도 준비를 시작합시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북진 작전은 정부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각성자들에게도 엄청난 기회였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교단도 마찬가지.
지난번 동북아 교류전을 통해서 정부로부터 받아 낸 이권 중에는 우리 교단이 잃어버린 땅에서 발견하는 마정석 광산에 대한 소유권도 있었다.
“이번 기회에 새로운 신성석 광산도 확보하고, 신입들에게 실전 경험도 더 쌓아 주고. 알차게 한번 준비해 봅시다.”
그렇게 내가 라파르트 대주교와 함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쯤,
똑똑똑.
누군가 집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그러자 신전의 관리인이자 승우의 아버지, 진서준 씨가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진서준 씨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당혹스러워 보였고, 나는 그의 표정을 보자마자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걸 직감했다.
“교황님. 작은 문제가…….””
그리고 뒤이어진 진서준 씨의 말에, 나는 인상을 찡그리면서 되물었다.
“……신전 앞에요?”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