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4)
14화
7.
콰지지직-!
“끝이 안 보이네. 씨발! 민수 형! 우리 도대체 언제까지 버텨야 하냐고!”
“조금만, 조금만 버텨 보자. 아직까지는 버틸 만하잖아.”
“도대체 언제까지! 딱 봐도 길드 놈들은 개새끼마냥 영역 다툼하고 있을 거고, 이능관리부 놈들은 꼼지락대고 있을 게 뻔하잖아! 누가 저 언데드 새끼들 뚫고 우리 구해 주겠냐고!”
“분명히 오실 거야.”
“그러니까 누가!”
“기적이.”
푸욱-!
구민수는 유재성의 말에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검으로 좀비의 모가지를 베어 버렸다.
그리고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동고동락하면서 함께해 온 동료이자 동생, 유재성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강령술사 위치 파악은 아직이야?”
언데드 타입의 카오스게이트는 다른 카오스게이트와 차별화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게이트 코어가 정해져 있다는 점인데, 그것이 바로 강령술사라는 존재다.
죽지 않은 군대를 통솔하는 지휘관, 강령술사.
강령술사의 종류는 수도 없이 다양하다.
가장 미개한 형태라고 할 수 있는 키메라부터 시작해서, 강력한 대인전 능력을 지닌 데스 나이트나 끔찍한 흑마법을 사용하는 리치까지.
강령술사의 종류에 따라서 공략법이 달라지지만, 근본적으로 카오스게이트를 종결짓기 위해서는 답은 하나뿐이었다.
강령술사를 제거하는 것.
카오스게이트의 코어인 강령술사만 제거하면 불사의 군대는 무너진다.
때문에 구민수는 10분 전에 탐색 능력을 지닌 팀의 막내를 수색 작전에 내보냈지만.
“막내가 아직 안 돌아왔어. 안 돌아오는 건지, 못 돌아오는 건지.”
“……흐음.”
아직까지 막내는 돌아오지 못한 듯 보였다.
유재성의 대답에 구민수는 입술을 작게 깨물면서 눈앞을 직시했다.
돌발 게이트가 생성된 지도 벌써 15분째였다.
지금까지는 스켈레톤이나 좀비 같은 저급한 언데드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병원 1층을 중심으로 방어하는 건 가능했다.
거기에 병원 주변에 있던 플레이어 상당수가 병원에 합류했기에 그나마 견딜 만했던 것이다.
하지만 구민수는 이 균형이 얼마 가지 못할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곧 있으면 중급 언데드들이 나타날 거야. 듀라한이 한 구라도 등장하는 순간에는…….’
불사의 군대는 희생자의 원혼을 동력으로 성장한다.
인구 밀집도가 상대적으로 현저히 떨어지는 시골 지역에 생성된 언데드 타입의 카오스게이트가 손쉽게 토벌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높은 인구 밀집도를 자랑하는 서울이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희생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며, 그들의 원혼을 흡수한 불사의 군대는 빠른 속도로 진화할 것이다.
‘토벌이야 되겠지.’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은 서울이었으니까.
수많은 A급 헌터들이 이곳에 기반을 두며, 심지어 대한민국 S급 헌터 70프로가 자리를 잡은 곳이었으니까.
아무리 늦어도 3시간 안에 해결될 것이다.
다만.
‘여기에 있는 사람이 다 죽고 난 다음에 말이야.’
그때쯤이면 이곳에 살아 있는 생명이란 없을 것이다.
“후우.”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는 모르겠다.
불과 2일 전 어비스 던전부터 시작해서, 이 돌발 카오스게이트까지.
그가 플레이어로 살아왔던 5년간의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들이, 고작 이틀 사이에 일어났다.
이걸 과연 우연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구민수의 생각이 거기까지 이르렀을 때쯤.
“플레이어 K님. 옥상으로, 빨리 옥상으로!”
옥상에서 주변 지역을 정찰하는 임무를 맡았던 한 남자가 다급하게 구민수를 불렀다.
남자의 표정은 하얗게 질려 있었고, 목소리는 잔뜩 떨리고 있었다.
구민수는 군말 없이 남자를 따라 옥상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어째서 정찰을 내보낸 막내가 돌아오지 못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저건…….”
[헤아릴 수 없는 공포가 당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습니다.] [교만의 추종자, 리치 라키아스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카오스게이트의 코어를 발견하셨습니다!]주위에 있는 모든 생명체의 뇌리에 두려움을 심어 넣으며, 존재만으로도 모든 언데드들을 고양시키는 최상위 언데드.
리치.
데스 나이트와 함께 최악의 지휘관으로 꼽히는, 존재만으로도 끔찍한 재앙.
그것은 셀 수 없이 많은 언데드 사이에 있었으나, 그 누구도 그것이 리치라는 것을 부정하지 못했다.
“……끝이야.”
“흐으으윽.”
옥상에 있던 모두가 침묵하는 속에서 절망은 빠르게 번져 나갔다.
구민수는 리치가 뿜어내는 묵빛의 오오라를 마주하면서 어떻게든 수를 떠올리려 했지만, 곧 빠르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저건 불가항력이다.
S급에 도달하지도 못한 헌터 따위가 감히 엄두를 낼 만한 상대가 아니다.
“그래도 뭐 어쩌겠어?”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서서 죽어 줄 생각은 없다.
기적은 분명히 일어날 것이다.
2일 전, 여신의 기적이 임했던 바로 그 순간처럼.
구민수는 손에 들고 있던 검을 잠시 내려두고 손을 모았다.
살면서 기도를 단 한 번도 해 보지 않았지만, 왜인지 지금 기도하지 않으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어떤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 그래서 그는 그냥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을 조용히 읊었다.
“이곳에 있는 이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파아아앗-!
우연이었을까.
그가 나지막하게 기도를 읊은 순간, 어둠으로만 들이찼던 밤하늘에 알 수 없는 빛이 번져 가기 시작했다.
“저건…….”
“아아.”
구민수는 그 찬란한 광휘를 바라보면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귓가에, 이제는 익숙해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기도, 분명히 들렸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형제님. 이 사람들은 형제님이 살린 겁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기적이 그의 기도에 응답했다.
8.
여러모로 운이 좋았다.
민수 씨가 때에 맞춰서 기도를 해 준 덕분에 곧바로 민수 씨의 위치를 찾을 수 있었고.
[차원계: 지구>의 시스템이 당신이 보여 준 힘에 대한 인과율 적합 심사를 진행합니다!] [현 지역에 알 수 없는 경로를 통해 생성된 카오스게이트>가 인과율을 크게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본 시스템은 당신을 통해 인과율을 바로잡기를 기대합니다.] [인과율 적합 심사 결과: 문제없음]내심 걱정이었던 인과율>에 관한 문제도 고민할 필요 없이 해결되었다.
나는 눈앞에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 창을 닫으면서 조용히 전방을 주시했다.
“너였구나.”
이 지역에 들어오자마자 느껴졌던 거대한 마성(魔性)의 정체.
사악한 마기로 강화된 스켈레톤과 좀비 뒤에서, 듀라한 8구의 호위를 받으며 고고히 지상을 내려보는 최상위급 언데드.
리치.
녀석이 나를 바라보면서 안광을 번뜩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음산한 목소리가 내 귓가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네놈, 귀찮은 힘을 지니고 있구나.』
머릿속을 울리는 듯한 기괴한 목소리.
사실, 저건 목소리라고 부르기에도 애매한 개념이다. 리치들은 발성기관이 없으며, 어디까지나 마력을 공명시켜서 의사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 땅은 곧 위대한 교만을 위한 제물이 될 것이다. 그 어떤 빛도 그분의 어둠을 밝힐 수 없노라.』
“지금까지 아무도 몰라줘서 섭섭했었는데, 좀 감동이다. 맞아. 정답이야.”
나는 녀석의 목소리에 한쪽 입꼬리를 비릿하게 올리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곧 병원 앞 거리를 가득 메우던 언데드들이 나를 향해 몰려들기 시작했다.
『어디서 신격을 빌려왔는지는 몰라도, 고작 이 정도의 신성력으로는 내 군단을 이겨 낼 수는 없다. 특별히 네놈의 시체는 내가 친히 모독해 주마. 그리고 내 군단의 선봉에 세워 주도록 하지.』
카오스게이트 일대의 대지에는 이미 내 신성력이 깃든 상태였다.
그리고 이쪽으로 오면서 하급 언데드들이 소멸하고 있는 것도 두 눈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이 거리에 있는 언데드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듯 보였다.
한마디로 외곽 지역에 있는 어중이떠중이들과는 다른, 저 리치 놈의 본대라는 뜻이었다.
만약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저 병원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이 녀석들에게 쓸려 나갔을 거다.
그래서 다행이다.
“고생은 덜었네.”
귀찮게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액티브 스킬 신성불가침>의 정보가 완벽하게 동기화됩니다!] [신성불가침]종류: 액티브
설명: 일정 반경 안에 들어온 모든 마기를 소멸시킨다.
내 몸에서 흘러나간 신성력은 족히 수천은 되어 보이는 언데드들을 순식간에 집어삼킨다.
『……이건.』
마기는 언데드의 필요조건이다. 마기를 잃어버린 언데드는 더 이상 언데드로서 존재할 수 없다.
파스스슥-.
파도가 쓸고 나간 자리에는 좀비의 괴성도, 구울의 흉포한 하울링도 없었다.
그곳에는 오로지 검은 잿가루만 휘날렸다.
나는 그 잿가루 속을 조용히 걸어갔다.
리치를 호위하고 있던 듀라한 역시 언데드의 숙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파스스-.
녀석들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먼지로 흘러내렸고, 결국 오직 리치만이 그 잿가루 속에서 유일하게 형체를 보존했을 뿐이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오만하게 나를 내려다보던 리치의 모습은 더 이상 없었다.
수천의 군세를 한순간에 잃어버린 리치가 곧바로 발악을 시작했다.
『우리의 숙명은 이루어져야만 한다. 고작, 고작 신의 노예에게 농락당할 수는 없다.』
녀석의 몸에서 흘러나온 사악한 저주가 순식간에 주변을 잠식한다.
강령술을 사용하는 녀석들 중 리치만이 사용할 수 있는 죄악.
주변의 모든 것을 저주로 물들이며, 오로지 죽은 자들만의 공간을 구축하는 고위 흑마법.
네크로폴리스(Necropolis).
[해당 지역의 인과율이 심각할 정도로 뒤틀립니다!]카드드드득-!
리치의 저주가 빛을 갉아먹으면서 뻗어 나간다.
피로 물든 아스팔트 바닥도, 드문드문 불이 켜져 있던 건물도.
그 강력한 저주에 닿자마자 기괴하게 뒤틀렸고, 곧 그 사이에서 다시 한번 언데드들이 몸을 일으켰다.
리치는 끔찍한 저주를 몸에 두른 채로 나에게 말했다.
『네놈이 모시는 무능한 신은 너를 죽음으로부터 구원해 주지 못한다.』
나는 음산한 리치의 음성에 그저 실소를 지었고, 녀석은 곧바로 나를 향해 사악한 저주를 쏟아부었다.
『죽어라.』
리치의 끔찍한 마기에서 태어난 저주가 나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산 자를 순식간에 사자의 군대로 편입시켜 버리는 강대하고도 간악한 저주.
그러나 그 저주는.
사르르륵-.
내 주위를 밝히는 빛에 흔적도 없이 사그라들었다.
“무슨 말을 하나 궁금해서 살려 줬는데, 이렇게 남의 사유지에 똥을 싸 대면 안 되지. 배변 훈련이 잘못되었구나. 네 주인이 훈련 안 시켜 주던?”
『네 이노오오오-』
“이제 그만 내려와라. 목 아프다.”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고, 곧 하늘에서 나를 내려다보던 리치가 볼품없이 아스팔트 바닥 위로 떨어졌다.
녀석의 몸에서는 검은색 잿가루가 피 대신 흘러내렸다.
그리고 나는 오른손에 녀석의 목을 쥔 채로 천천히 들어 올렸다.
『끼아아아아악!』
리치는 내 팔을 타고 본인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간 신성력에 비명을 내질렀다.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언데드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신체적인 고통일 뿐이다.
영혼이 통째로 불타오르는 고통은 피해 갈 수 없었다.
『우리 운명은…… 이게 아니었는데…….』
“운명은 살아 있는 자의 것이지, 너희 같은 시체 새끼들이 쓸 만한 단어는 아니란다.”
『내 저주는 내가 죽더라도 대지를 좀먹을 것이다. 이곳은 곧 망자의 도시가 되어 네 동족들에게 절망을……』
녀석의 말이 맞다.
네크로폴리스가 한 번 전개된 이상, 그 대지는 죽음에 잠식된다.
그 무엇도 살 수 없는 볼모지, 모든 생명체를 언데드로 만들어 버리는 저주의 땅.
가만히 내버려 두면 녀석의 말대로 이 일대는 끊임없이 언데드를 생산하는 지옥이 될 터였다.
하지만 내가 그 꼴을 눈앞에서 가만히 지켜볼 리가 있나.
이 상황에 아주 적합한 스킬이 하나 있었다.
에덴에서조차 자주 사용하지 않았던 스킬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그 스킬을 에덴에서 자주 사용하지 않았던 이유는 딱 하나뿐이었다.
아찔할 정도로 화려했고, 나에게는 너무나도 오글거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는 그것만 한 스킬도 없었다.
나는 언제부턴가 저 멀리서 나를 지켜보고 있던, 흰색 로브를 입은 자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백명교라고 했던가.
“이 정도면 충분히 알아먹었겠지?”
『……그래, 네놈이었구나. 선발대를 전멸시킨 게 바로 네놈이었어. 네놈이 감히 위대한 분의 계획을…….』
“아, 미안. 이번엔 너한테 한 말은 아니었거든.”
『끼아아아아아아아악-!』
끝없이 불어난 신성력에 리치의 몸이 비명과 함께 바스러졌고, 나는 그 흰색 로브의 집단을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기대해도 좋아. 앞으로 정말 재밌어질 거니까.”
그리고 잠시 후.
[액티브 스킬 정화의 날개>의 정보가 동기화됩니다.] [인과율이 당신의 힘을 잠시 묵인합니다.] [주변 일대의 마기를 정화합니다.]새하얗고 거대한 여덟 장의 날개가 내 몸에서 뻗어 나갔다.
나를 중심으로 끝도 없이 주변으로 뻗어 가는 날개.
그리고 그 날개에 이끌려 건물 사이에서 걸어 나오기 시작한 시민들.
나는 그런 그들을 바라보면서 씁쓸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이젠 나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의 극적인 쇼케이스가 시작되고 있었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