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40)
140화
5.
진서준 씨의 이상한 보고를 듣고 신전 앞에 나온 나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한 가지는 확실해.”
“뭐가요, 성하.”
“저놈들이 백명교에서 나온 놈들이 아니다에 내 우리 백설이를 걸 수 있다.”
진서준 씨의 호출을 받고 빠르게 현장에 합류한 루나.
루나는 옆에서 팝콘을 먹으면서 재밌다는 듯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백명교가 아닌 이유는요?”
“백명교 놈들이라면 저렇게 멍청하고 의미 없는 짓을 할 리가 없지. 너 걔네들 성격 모르냐? 음침하고 신중함이 극에 다른 놈들인데, 그놈들이 뭔 이득이 있다고 저러겠냐.”
“그건 인정.”
진서준 씨가 말한 ‘작은 문제’.
그것은 바로.
“여러분! 사이비에게 넘어가시면 안 됩니다!”
“리멘 교단은 자금원을 해명하라!”
“대한민국을 구시대적 신권정치 국가로 만드는 리멘 교단은 반성하라!”
“언론과 권력을 등에 업고 다른 종교를 탄압하는 리멘 교단! 진실을 밝혀라!”
신전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아침 댓바람부터 기습적으로 시작된 불법 시위였다.
기습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인원들의 숫자는 총 열둘. 그들은 제각기 ‘해명하라’, ‘신권정치 X’ 등등의 피켓을 든 채로 시위를 감행하고 있었다.
당연히 사전 신고 따위는 없이 이루어지는 기습 시위였다. 게다가 그들의 뒤에는 어디선가 갑자기 튀어나온 미튜버들 몇몇이 카메라를 든 채로 시위 현장을 촬영하는 중이었다.
“가만 보니까 재밌네요. 팝콘 먹으면서 보기 딱 좋은데요?”
“아침부터 팝콘이냐?”
“아침 대신이죠, 뭐. 요새 다이어트 중이라서.”
어젯밤에 한우 한 마리를 통째로 구워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다이어트는 무슨.
나는 루나를 슬쩍 째려본 다음, 다시 시위 현장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경찰 신고는 했지?”
“아까 진서준 관리인이 했다던데, 그런데 굳이 경찰을 부를 필요 있었을까요? 저런 애들은 우리 식구들 부르면 알아서 해결될 텐데.”
“해결이야 되겠지.”
몬스터조차 생으로 씹어먹을 ‘식구들이’ 나타나면 충격과 공포 속에서 알아서 해산될 것이다.
우리 교단 신입들은 내가 보더라도 성직자보단 차라리 ‘그쪽’에 어울리는 비주얼.
‘그쪽’이 어디인지는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다.
하여간에 신입들이 강제로 해산시켜 버리면 골치 아파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저들이 원하는 그림이 아닐까 싶었다.
“역시 대한민국이야. 나를 실망시키지 않아. 매일매일이 정말 즐겁다니까?”
“성하.”
“왜.”
“솔직히 저 사람들 지하 심문실로 끌고 가고 싶으시죠. 진짜 솔직하게 말씀하셔도 돼요.”
“그 정도는 아니야. 저 사람들은 거기 가면 죽어.”
우리 신전의 지하 심문실은 일반인들이 방문해서는 안 되는 금지(禁地)다.
소 잡는 칼을 닭 잡는 데에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
그렇게 나는 한참 동안 시위 현장을 묵묵히 바라본 다음,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루나가 팝콘을 옆에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어떻게 하시게요, 성하.”
“말로 잘 해결해야지.”
백명교나 정화자 놈들이 이딴 머저리 같은 짓거리를 벌일 리는 없을 테고.
나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면서 시위 현장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그 뒤에서 시위를 구경하고 있던 인원들이 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어?”
“김시우 교황님이다!”
“교황니이이이임”!
“여기요, 여기 봐 주세요!”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단의 성지는 여전히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 코스다.
며칠 전에는 ‘대한민국에서 반드시 가 봐야 하는 장소 1위’에 뽑혔다고 하는데, 그 덕분에 이렇게 평일 오전에도 사람들이 미어 터지는 중이었다.
그 사람들 하나하나가 지금 이 일의 목격자가 되어 주고 있는 셈.
나는 나를 향해 환호를 보내는 사람들을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리고 시위대의 바로 앞까지 다가갔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목소리 높여서 피켓을 흔들고 있던 그들은 나를 보자마자 입을 다물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들.
그 찰나의 순간에 서로가 서로의 눈치만 살피는 걸 보면 같은 단체에서 나온 사람들은 아닌 것 같았다.
다들 긴장한 것 같은데 아이스 브레이킹을 좀 해 보도록 할까?
“하던 것들 하세요. 그래도 여기는 우리 교단의 성지인데, 제가 설마 여러분들을 잡아먹기라도 하겠습니까? 하하!”
내 딴에는 나름 농담으로 던진 말이었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른 식으로 해석이 될 수도 있는 법.
그 한마디에 시위에 참여하고 있던 모든 이들의 몸이 얼어붙었다.
효과는 아주 탁월했다.
나는 석상처럼 굳어 버린 이들 중, 가장 앞장서서 소리를 높이고 있던 청년을 향해 걸어갔다.
기껏해야 20대 초반.
그 청년의 오른손에는 ‘사이비 타도’라는 피켓이 들려 있었는데, 청년은 내가 가까이 다가오자마자 떨리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갑작스럽게 조성된 긴장감에 순식간에 숙연해지는 이곳.
이 장면을 촬영하고 있는 미튜버들의 카메라만이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청년을 한 번 쳐다본 다음, 여유롭게 그 카메라들까지 둘러보았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아침에 시연이가 나에게 건네준 사탕 하나를 꺼냈다.
“아침 식사는 하고 오셨습니까, 형제님?”
내 말에 청년은 가까스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한국인은 밥심인데, 그래서야 힘이 나겠어요?. 다음부터는 정식으로 집회 신고를 하시고, 아침밥도 든든하게 챙겨 먹고 오세요. 다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굶지는 않아야죠.”
나는 그렇게 말하며 청년의 손에 사탕을 쥐여 주었다. 그리고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제 여동생이 챙겨 준 사탕입니다. 저는 피곤할 때면 단 게 땡기더라구요. 많이 시장하시면 신전 옆에 있는 훈련 시설으로 가도록 하세요. 그곳에 식당이 있습니다. 제가 따로 말을 해 둘 테니, 그곳에서 허기라도 채우셨으면 합니다.”
꼭 강제로 밀어 버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딱 봐도 이놈들이 무슨 목적으로 이곳에 왔는지는 알겠다.
어떻게든 트집거리를 만들기 위해서 온 것 같은데, 고작 이딴 저급한 장난질에 당해 줄 생각은 없었다.
주변에 잔뜩 모여든 인파.
거기에 이 장면을 생중계하고 있는 듯한 일부 미튜버들까지.
다르게 생각해 보면 참 좋은 기회다. 그리고 내가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리가 있나?
“리멘 교단은 여러분들이 저희와 다른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고작 그런 이유로 여러분들을 차별하지 않을 것입니다. 리멘께서는 모두를 사랑하시는 분이니까요.”
나는 시위대를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한 가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이곳을 찾아온 시민 여러분들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곳에 소중한 분들을 추모하기 위해 오신 분들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내 유창한 이야기가 끝이 나자마자 사방에서 시위대를 지탄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저런 교황님이 뭐? 다른 종교를 탄압?”
“진짜 양심이 있어야지.”
“야야, 저 사람들 얼굴 빨리 찍어!”
“진짜 리멘 교단은 리멘 교단이다. 대인배야. 마인드부터가 달라.”
눈 깜짝할 사이에 조성되는 비난 여론.
원래 아무리 철면피라도 일방적으로 쏟아지는 비난 앞에서는 견디기 힘든 법.
저런 사람들한테는 이런 방법이 훨씬 효과적인 법이다.
나는 불법 시위대를 향해 쏟아지는 비난을 들으면서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다시 뒤로 물러섰다.
그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던 루나가 박수를 치면서 만족스럽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봐도 우리 성하는 정치인이 천직이이. 어찌 이렇게 쇼맨십이 좋으실까? 이래서 리멘님이 성하를 선택한 것 아닐까요?”
“가끔은 말로 해결할 줄도 알아야지. 항상 무력만 앞세워서야 되겠어?”
“성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니까 되게 새삼스럽네요.”
비난 여론을 만들어 뒀으니 불법 시위대는 경찰이 오기도 전에 알아서 해산될 것 같고.
그나저나 저 사람들의 배후에 대해서 궁금하기는 하다. 어떤 배짱 좋은 놈이길래 우리 교단의 성지에서, 그것도 저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로 불법 시위를 벌이게 한 걸까?
굳이 저 사람들을 지하 심문실로 끌고 가지 않아도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 있다.
나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 이능관리부의 김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깐의 통화 연결음 이후에 곧바로 연결된 통화.
-전화받았습니다.
“김 실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친구 둬서 좋은 게 이런 거 아니겠어?
6.
김 실장과 전화한 지 2시간 뒤.
김 실장은 내가 요청한 정보를 들고 집무실에 찾아왔다.
“새하늘성전이라는 종교 단체가 있습니다. 꽤 오래된 종교 단체인데…….”
“제가 아는 그 새하늘성전?”
“맞습니다.”
“이야, 오래가네 오래가.”
2020년경 코로나 사태 이후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새하늘성전이라는 종교 집단.
워낙 유명했던 단체라서 내가 모를 수가 없었다.
그놈들이 이번 일에 연관이 되어 있을 줄이야.
백명교나 정화자 같은 놈들과 비교해 보면 한 줌에 불과한 놈들인 건 맞지만, 당황스러운 건 당황스러운 거였다.
“원래 걔네는 개신교 쪽이랑 싸우던 친구들 아닌가요?”
“저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까 불법 시위를 감행한 인원들은 새하늘성전을 비롯하여, 소위 말하는…….”
김 실장이 말을 흐렸고, 그가 무슨 단어를 말하려는지 대강 이해했다.
나는 손을 가볍게 내저으면서 말했다.
“사이비 종교 소속이다, 그 말씀 하시려는 거죠?”
“……맞습니다.”
“좀 억울하긴 하네요. 우리 교단만큼 다른 종교를 색안경 없이 바라보는 곳이 어디 있다고.”
우리가 다른 종교를 배척한 것도 아닌데 저러는 걸 보면 확실히 대한민국에서 리멘 교단의 영향력이 많이 넓어지기는 했나 보다.
원래 맛있는 냄새가 나는 음식에 파리 떼가 꼬이기 마련이다.
나는 레오가 타 준 녹차를 한 모금 목으로 넘겼다. 그리고 조용히 숨을 뱉어 냈다.
“동종업계 경쟁자가 잘되는 것만큼 배 아픈 일도 없는 법이죠. 쯧. 그래도 이렇게 상도덕이 없어서야.”
내 말에 김 실장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빠르게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어쩌면 이번 일은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릅니다, 교황님.”
“음?”
“이미 지방에서는 리멘 교단을 사칭하면서 활동하는 종교 단체도 상당하다고 들었습니다. 리멘 교단의 교리를 알려 주겠다면서 접근하는 단체도 있다고 합니다.”
“……재밌네.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 실장님.”
“당연히 알려 드려야 할 이야기였습니다.”
명품 브랜드를 카피한 수많은 짝퉁이 존재하는 법.
그것은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다. 한 가지가 잘되면 너도 나도 그것을 따라하면서 관심을 끌고자 노력한다. 그쪽이 훨씬 싸고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우리 교단의 정책이라든지 사회 활동 같은 것들을 모방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교단의 이름을 사칭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였다.
“라파르트 대주교.”
나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라파르트 대주교를 불렀다.
그러자 아까 전부터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던 라파르트 대주교가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예, 성하.”
“라파르트 대주교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교단의 세가 확장될수록 교단을 시기하며 질투하는 자들은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닌 듯합니다. 에덴에서도 교단의 이름을 사칭하며, 리멘의 이름을 더럽혔던 이들이 있지 않았습니까?”
우리 교단의 영향력이 확대되었으니, 그 영향력에 기대어 이득을 취하려는 자들은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었다.
인간이란 모름지기 그런 존재다.
이득이 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
이익 앞에서 부모까지 팔아먹는 놈들도 있는데, 남이 모시는 신을 사칭하는 것쯤이야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성하. 그런 이들을 가만히 내버려 둬서는 곤란합니다. 교단의 이름을 사칭하며, 거짓되고 왜곡된 교리를 퍼뜨리는 자들은 교단의 적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가만히 넘어가서는 안 되는 일이죠.”
“리멘의 이름을 사칭하며 위협하는 존재들과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교육된 전문 인력이 필요합니다. 성하께서도 잘 알고 계시지요?”
라파르트 대주교가 말하는 ‘전문 인력’이 어떤 건지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엄청난 정신력.
교리에 대한 해박한 지식.
교단의 가치를 위협하는 이들에게는 무자비한 징벌을 내리는 존재들.
내 DLC 상점에는 일찍이 갱신되었던 직분이기도 했지만, 당장은 쓸 일이 없어서 보류해 두었던 바로 그 직분.
“성하. 지금이야말로 이단심문관이 필요할 때입니다. ”
이단심문관.
우리 교단에서 이단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자들에게 주어지는 직분.
21세기의 지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직분임에는 틀림없…….
[서브 퀘스트 이단심문관>이 자동으로 시작됩니다.]갑작스럽게 떠오른 메시지 창.
오랜만에 생성된 서브 퀘스트의 보상을 확인한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키웁시다, 이단심문관.”
거절하기에는 너무 좋은 보상이었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