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41)
141화
44. 지구식 이단심문관
1.
[이단심문관]●종류: 서브 – DLC
●설명: 당신이 모시는 신의 이름을 더럽히는 자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단은 이교도들과는 전혀 다른 존재들입니다. 그들은 교단의 이름을 더럽히며, 잘못된 교리를 전파합니다. 당신이 교단을 이끌어 나감에 있어서 가장 큰 적 중 하나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교황이시여. 이단심문관을 양성하여 신의 이름을 더럽히는 자들에게 엄벌을 내리십시오. 강인한 정신력과 철저한 교리로 무장한 이단심문관은 교단의 훌륭한 비수가 되어 줄 것입니다.
●완료 조건
-1. 특수 직분 이단심문관> 구매
-2. 건물 이단심문소> 설치
-3. 10명 이상의 훈련된 이단심문관> 양성
●보상: 성유물 선택권>
*퀘스트 완료 시 이단심문관>과 이단심문소>에 소비한 신성 점수를 되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아주 오래간만에 눈앞에 나타난 서브 퀘스트.
나는 서브 퀘스트의 내용을 슬쩍 확인하면서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아까 전에도 말했다시피, 이번 서브 퀘스트는 거절하기에는 너무 좋았다.
내가 손해 보는 게 없는 장사.
퀘스트만 완료하더라도 성유물을 선택할 수 있는 쿠폰.
거기다가 마지막 줄이 핵심이다.
퀘스트 완료 시, 퀘스트를 위해 소모한 모든 신성 점수를 되돌려준다는 것.
무려 100프로의 페이백 행사였다. 제정신이라면 이런 퀘스트를 거절할 수 있겠냐고.
따라서 나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퀘스트를 받아들였다.
다만, 딱 한 가지가 마음에 걸리긴 한다.
“에덴에서의 이단심문관을 그대로 들여오면 좀 과할지도 모르겠는데요.”
“성하. 그렇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는 것이, 에덴에서도 리멘 교단의 이단심문관들은 자비롭기로 유명한 편이었습니다.”
“자비롭기야 자비로웠죠. 상대적으로.”
이단을 산 채로 불태우고, 마녀사냥을 일삼았던 다른 교단의 이단심문관들에 비해서 확실히 리멘 교단의 이단심문관들은 얌전한 구석이 있었다.
아무리 혐의점이 뚜렷한 이단이라고 할지라도 이단심문소에서 종교재판을 받기 전까지는 그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대신 재판관들에 의해 이단이라고 판결난 순간부터는…… 말을 아끼도록 하겠다.
“현대 사회에서는 이단심문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굉장히 협소합니다. 알고 계시죠, 라파르트 대주교?”
“물론입니다. 지원 군으로부터 성실하게 교육받고 있습니다. 지구에서 교단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지구를 이해하는 것이 먼저 아니겠습니까?”
교단의 경영 고문으로 데려온 박지원 씨로부터 여전히 과외를 받고 있는 우리의 라파르트 대주교.
라파르트 대주교는 내가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이해한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에덴과는 다르게 지구에서는 사법기관들의 힘이 강력한 편이니, 그 특성을 고려하여 이단심문관들을 양성하면 될 것 같습니다.”
“막 산 채로 불태운다거나, 피부를 벗긴다거나. 그런 짓은 안 됩니다.”
“허허, 성하께서는 이단심문관들에 대한 약간의 오해가 있으시군요. 이단심문관들은 그렇게 야만적인 존재들이 아닙니다. 교단의 그 누구보다 교리에 해박하며,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이 뛰어난 전문가들입니다.”
“라파르트 대주교가 이단심문관 출신이라서 저를 가스라이팅하는 건 아니구요?”
“허허.”
라파르트 대주교는 내 말에 그저 웃음으로 대답한 다음, 차를 한 모금 머금었다. 그리고 능구렁이같이 말을 돌려 버렸다.
“이단심문소의 형태를 조금만 달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법무법인을 비롯한 법률 전문가들을 이단심문소에 포함시키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마치 이런 순간이 올 것임을 예상하고 있던 건지, 라파르트 대주교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안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이단심문관들이 수집해 온 증거를 통해 대상이 이단이 확실시되는 순간, 법적 조치를 비롯한 수단을 동원하여 이단에게 엄벌을 내리면 됩니다. 그리고 심각한 신성모독이 발견될 시에는…….”
“……발견될 시에는?”
“아무도 모르게 신성모독자를 신전의 지하 심문실로 데려오면 될 뿐이지요. 흔적과 증거만 남지 않는다면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서 법적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
“그만.”
그야말로 백색공포라는 이명에 걸맞은 사고방식.
말이 법적인 책임에서 자유롭다는 거지, 완전범죄를 하자는 말과 뭐가 달라?
정말 위험한 노인네다.
“말씀은 그렇게 하셔도…… 고개를 끄덕이고 계시는군요, 성하.”
하지만 나는 나도 모르게 라파르트 대주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흔적만 안 남기면 된다는 말에 본능적으로 동의해 버리고 만 것이다.
똑똑똑.
나와 라파르트 대주교가 이단심문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쯤, 집무실의 문을 열고 한 거구의 남성이 들어왔다.
당연히 레오였다.
“레오 왔어? 앉아. 긴히 나눌 이야기가 있단다.”
“예, 성하.”
레오는 라파르트 대주교의 옆에 앉았고, 나는 그런 레오를 향해 빠르게 본론을 꺼냈다.
“우리 교단의 이름을 사칭하면서 나쁜 짓을 벌이는 놈들이 많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이제 본격적으로 이단심문관들을 육성해 볼까 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
“리멘의 이름을 더럽히는 자들에게는 응당의 책임을 물어야합니다. 성하의 말씀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혹시 성하께서 저를 급히 부르신 이유는…….”
“신입 교육생들 중에서 이단심문관이 될 만한 재목들을 골라줬으면 해. 네가 그쪽으론 전문이잖아?”
내 말을 들은 레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왼손에 들고 있던 성서를 탁자 위에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성하께서도 알고 계시겠지만, 이단심문관의 가장 중요한 소양은 교리에 대한 해박한 지식입니다. 상대의 신앙이 무엇이 그릇되었으며, 어떤 지점이 교단의 교리와 어긋나 있는지를 판별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교육생들도 교리를 집중적으로 배우고 있는데, 그걸론 부족한 건가.”
“아무래도 전투 능력에 집중되어 있던 교육이라, 교리에 대한 지식은 부족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교단의 신입들은 현재 그 어떤 각성자들보다 가파른 성장 곡선을 보여 주고 있다.
문제는 그것이 성직자로서라기보다는 각성자로서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
전투를 중점으로 해서 신입들을 키워 냈기에 나타난 결과였다. 교리를 아예 가르치지 않은 것도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교리 교육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손색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레오는 지금 그 지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라파라트 대주교도 레오의 말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레오 대주교의 말이 맞습니다. 이단심문관들은 사제나 성기사들과는 차별화된 부분이 있는 전문 인력. 제가 보더라도 이번 교육생 중에선 마땅한 인재는 없어 보입니다.”
보통 이단심문관들 중에서는 광신도의 기질을 보이는 친구들이 많다.
열렬한 신앙심을 기반으로 해서 교리를 연구하며 이단을 찾아내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1기 교육생들 중에서 광신도의 이미지를 주는 친구들은 없긴 하다.
나는 손가락으로 볼을 긁은 다음, 미간을 살짝 찌푸리면서 말했다.
“새로운 인재를 데려다가 육성해야 한다는 건데, 인재가 하루 아침에 등장하는 것도 아닌…….”
그때였다.
“성하.”
조용히 내 말을 듣고 있던 레오가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리멘 교단의 교리를 연구하며, 신앙을 위해 언제든지 투신할 훌륭한 인재들이 모여 있는 곳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 곳이 도대체 어디…… 잠깐만. 레오야. 너 설마…….”
“맞습니다.”
레오가 저렇게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 주는 건 참 오랜만이다.
레오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리없죽. 그들이 있지 않습니까?”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레오의 말대로, 그 사람들이라면 해결법이 되어 줄지도 모르겠다.
나는 애써 웃음을 지었다.
이게 맞나?
2.
광신도들이 모여 있는 조직, 리없죽.
리없죽과 접선을 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내 스마트폰에 저장되어 있는 연락처 하나만 딱 클릭하면.
“교황 성하의 부름을 받아 신속하게 도착했습니다!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지난번보다 안색이 훨씬 좋아 보이네요 서태호 형제님.”
“이게 전부 리멘님과 성하의 은혜 덕분입니다!”
리없죽의 실세 중 한 명인 서태호 기자와 연락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서태호 기자에게 차를 권한 다음, 슬며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지난번에 단독 인터뷰를 해 준 이후로 서태호 기자와 그가 속한 세종일보는 승승장구하는 중이었다.
오늘만 하더라도 그렇다.
“아침에 작성하신 기사 잘 봤습니다. 반응이 아주 좋던데요.”
“잃어버린 땅에서 귀환한 생존자. 그리고 그들을 직접 구출하신 교황 성하! 이 얼마나 감동적인 이야기입니까? 저희는 그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했을 뿐입니다. 아, 그리고 아까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기사도 신속하게 보도했습니다.”
“불미스러운 일이요?”
“여기, 이것을 봐 주십시오.”
서태호 기자는 능숙하게 가방에서 태블릿 PC를 꺼낸 다음, 웃으면서 나에게 건네주었다.
태블릿 PC의 화면 위에는 뉴스 기사를 비롯하여 인터넷 반응들이 짜깁기되어 있었는데, 아주 따끈따끈한 반응들이었다.
새하늘성전, 그들의 패악질은 도대체 어디까지인가?>
새하늘성전이 이끄는 사이비 종교 협의체, 리멘 교단의 성지를 더럽히다.>
(사진)불법 시위대에게도 자비로운 미소를 지어 주는 리멘 교단의 김시우 교황.>
일부 개신교 목사 공동 성명 ‘새하늘성전은 개신교의 가장 큰 적. 우리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일.’>
일단 이쪽이 세종일보에서 일제히 업로드한 기사들.
딱봐도 세종일보가 어떤 노선을 걷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기사 제목들이었다.
그리고 단순히 기사뿐만이 아니었다.
“이것은 저희 리없죽 카페에 올라온 화면 캡쳐인데, 각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리멘 교단에 대한 이미지가 어떤지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자료입니다.”
서태호 기자는 화면을 가볍게 터치했고, 어느 인터넷 커뮤니티의 게시글이 기사들을 대체했다.
[제목: 새하늘성전이나 리멘 교단이나 다 똑같은 놈들이지ㅋㅋㅋ]내용: 어차피 걔네 둘 다 사이비 아님? 둘 다 신의 이름 팔아서 장사해 먹는 놈들인데 뭘 둘을 구분함? 지들끼리 물고 뜯으라 하셈 그냥ㅋ
ㄴ먹이 주지 마셈. 이 새끼 글 남긴 거 보니까 새하늘성전 신도더라
ㄴ(작성자)아니 둘 다 종교인 건 같지 않냐고. 왜 반박을 못해?
ㄴ둘 다 사이비는 무슨ㅋㅋ 니네는 사회에 기여나 하고서 쳐 말하셈. 디멘션 오프닝 이후로 하루가 멀다 하고 종말이 다가온다면서 지랄하던 놈들이잖아
ㄴ리멘 교단이 가정을 파탄 내기라도 했어, 헌금을 뜯어 가기라도 했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기라도 했어? 이 새끼들은 그냥 양심 없는 게 맞음ㅋㅋ
ㄴ다들 닥쳐라. 지금부터 리멘 교단이 국교다. 반박시 새하늘성전
ㄴ-리멘-
ㄴ-리멘-
사이버 검투장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 정도로 뜨거운 사이버 전투.
사실 뭐 전투라고 부를 것까지도 없었다.
“집단린치에 가깝네요.”
“이곳의 분위기만 이런 게 아닙니다. 전체적인 여론이 그렇습니다.”
서태호 기자는 감격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저희 리없죽의 정식 회원들은 매일 성스러운 전쟁에 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많은 국민들이 리멘 교단에 호응해 주는 중입니다. 이것 역시 리멘 님의 은혜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야말로 사이버 성전사.
나는 서 기자로부터 느껴지는 뜨거운 열정을 느끼며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는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잘해 주고 있었다.
“제가 지난번에 구로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제 전신상을 봤는데…….”
“아! 회원님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서 세운 전신상을 말씀하시는군요. 맞습니다. 교황 성하께서 사실상 최초로 리멘님의 기적을 보여 주신 자리 아니겠습니까? 그곳 역시 성지라고 할 수 있으니, 기념비적인 전신상을 세우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내가 에덴에서 몸으로 체득한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이거다.
광신도들을 이해하려 들지 말 것.
그들의 사고방식은 일반인들과 궤를 달리한다. 그렇기 때문에 뭐라고 질책을 하려다가 포기했다.
대신에 빠르게 본론으로 넘어갔다.
“리없죽에 소속되어 있는 회원님들과 함께해 보고 싶은 일이 하나 생겼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을 정식으로 초대해 볼까 하는데…….”
나는 말끝을 흐리면서 레오를 슬쩍 쳐다보았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맺었다.
“혹시 리멘 교단의 명예를 위해 일해 볼 생각이 있으십니까?”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