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42)
142화
3.
서 기자와의 긴 이야기가 끝난 후, 레오와 단둘이 남게 된 집무실.
나름 생산적인 이야기가 이어졌음에도 레오의 표정은 좋지 않았았다.
“저, 성하.”
“왜?”
“……제가 리없죽의 수장인 것은 어떻게 알아차리신…….”
이유는 간단했다.
레오가 그토록 숨기고 싶어 했던 비밀이 나에게 들켰기 때문이다.
나는 냉장고에서 콜라를 꺼내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너무 티가 나잖아. 고작 그런 것도 눈치 못 챈다면 교황 못 하지.”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거기 회원들한테 교리를 상세하게 알려 줄 만큼의 교리 전문가. 그리고 최상급 신성석을 몰래 빼돌려서 전신상에 박아 넣을 수 있는 위치. 그게 가능한 사람들은 우리 교단 간부들뿐인데, 루나는 귀찮아서 안 할 거고. 라파르트 대주교는 뒤늦게 지구로 왔으니까 남는 건 한 명뿐이잖아?”
리멘이 나 몰래 에덴에서 또 다른 인원을 파견한 게 아니고서야 그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건 한 명뿐이었다.
레오.
리없죽을 만들었다는 ‘엘로’라는 사람은 틀림없이 레오였다.
나는 콜라를 한 모금 마신 다음, 레오를 슬쩍 쳐다보면서 말을 이어 갔다.
“차라리 다행이지 뭐. 너를 통해서 관리가 가능한 조직이니까, 적어도 통제는 될 거 아니야.”
의문의 교리 전문가가 수장으로 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레오가 수장으로 있는 쪽이 당연히 낫다.
지구의 문물을 빠르게 습득한 레오가 저런 광신도 조직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는 못했다만,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이득이 되었다.
“네가 직접 교육해라. 네가 불러온 재앙인 건 알지?”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신성석도 빼돌려 쓴 주제에, 아주 그냥 알아달라고 발악을 하고 다닌 거잖아.”
내 질책에 레오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뭐 오늘 서 기자와의 미팅은 아주 큰 소득을 거두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지구식 이단심문관이라.”
나는 내 앞에 놓여 있던 리없죽의 회원 명단을 보면서 작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지구 식으로 재해석된 이단심문관.
오로지 현장 활동, 즉 오프라인 활동에 치중했던 에덴과는 다르게, 지구에서는 온라인까지 그들의 활동 영역으로 삼기로 했다.
게다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훨씬 잘 풀렸다.
이단심문관들을 어떻게 키워 내야 하나 고민을 정말 많이했는데, 리없죽에 소속된 회원 중에서 의외의 인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현직 판사, 전직 검사, 전직 수사관, 흥신소 직원, 전직 경찰…… 진짜 말도 안 된다. 이단심문관에 적합해 보이는 인물들이 많네. 이 중에서 잘 선별하면 되겠다.”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인재풀은 화려했다.
현대의 수사 기법이나 법률 지식에 전문적인 회원들이 예상보다 많았다.
비록 그들 대부분이 비각성자였지만, 그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세례의 쿨타임이 돌면 세례를 내려 주면 되니까, 문제는 없지. 그리고 뭐 꼭 이단심문관이 각성자일 필요도 없긴 하니까.”
지난번에 세례를 내렸던 것처럼, 그들에게도 세례를 내리면 된다.
그 전까지는 계속 교리를 가르치면서 이단을 판별해 낼 수 있는 지식을 전수해 주면 될 뿐.
“에덴의 이단심문관들은 이단들과 맞서 싸워 이길 수 있는 무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었지만, 지구에서는 그 기준이 상당히 완화될 것으로 사료됩니다.”
레오의 말대로 에덴에서만큼 뛰어난 무력은 요구되지 않는다.
지구에서는 이단과 직접적으로 맞서싸우는 경우가 크게 없을 테니 말이다.
이단이라고 해서 마구잡이로 때려 부수면 그건 우리가 교단이 아니라 폭력 조직임을 천명하는 셈이다.
조금더 세련된 방법으로 이단 문제에 접근할 필요는 있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스스로의 몸을 지킬 수 있을 정도는 교육해야 한다.”
“커리큘럼에 포함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성하. 리멘 교단에는 나약한 성직자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래. 라파르트 대주교랑 이야기를 잘 나눠 보고, 같이 상의해서 잘 뽑아 봐.”
현재로서는 라파르트 대주교가 신입 교육에 대한 전권을 부여받은 상태다.
라파르트 대주교의 능력이라면 지구에 걸맞는 이단심문관들을 충분히 육성해 낼 것이다.
선을 넘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만 내가 직접 손보면 되는 거고.
“성하. 이단심문관들은 음지에서 리멘님을 위하여 활동하는 자들입니다. 지구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니까 첩보 기관 같다.”
어둠의 리멘 교단, 뭐 그런 건가?
내 말에 레오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리멘님을 모독하는 자들을 조사하고, 증거를 모아서 이단심문소의 재판장 위에 올리는 것이 이단심문관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입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첩보 기관이 맞습니다.”
“언제까지 정부나 미국 측에 기댈 수는 없는 법이지. 좋아. 어디 한번 제대로 조직해 봐.”
“믿어 주셔서 감사합…….”
“대신에 관리 제대로 못하거나 사고 치면…… 알지? 책임은 네가 지는 거다.”
광신도들은 광신도가 알아서 잘 통제해 주겠지.
나 몰래 인터넷으로 광신도를 찍어 내고 있던 레오가 살짝 괘씸하기는 했지만, 레오의 돌발 행동이 의외의 도움이 되어 줄 것 같았다.
이래서 사람 일이란 게 모른다니까.
그래서 재밌는 걸지도.
그렇게 해서 리멘 교단의 새로운 조직, ‘이단심문소’의 출범이 확정되었다.
이제 남은 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다음, 새로운 조직의 체계를 잡아 나가는 것.
“그래도 라파르트 대주교가 있어서 참 다행이네.”
리멘한테 라파르트 대주교를 보내 달라고 안 했으면 어쩔 뻔했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나는 페트병에 남아 있는 콜라를 남김없이 목으로 넘겼다. 그리고 가볍게 숨을 뱉어 냈다.
“후우.”
어째 시간이 가면 갈수록 신경 써야 할 일이 계속 늘어나는 기분이다.
이럴 때 리멘이랑 이야기를 나누면 참 좋으련만.
에덴에서의 일이 꽤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건지, 연락을 넣어도 답이 없다.
이것도 베스가 지난번에 말한 그 ‘일그러진 신’들과 관련이 되어 있는 걸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지만, 내 경험상 무소식이 희소식인 경우는 없었다.
아마 지금쯤이면 에덴에서 뭔갈 열심히 수습하고 있겠지.
“레오야.”
“예, 성하.”
“우리도 열심히 하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녀가 다시 신탁을 내리기 전까지 성실히 교단을 키워 나가는 것.
레오는 내 말에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항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광신도…… 적당히 좀 키우고. 항상 말하지만 과하면 오히려 안 좋다. 알지?”
“걱정하지 마십시오. 사회에 분란을 일으킬 정도로 분간 없는 신도를 키워 내는 것이 아닙니다. 신앙으로 내면을 철저히 무장한 이들을 길러 내는 것입니다.”
……겉과 속이 철저하게 다른 광신도들을 길러 내겠다는 소리로 들리는 건 내 착각일까?
겉은 멀쩡한 광신도라…….
오히려 그쪽이 더 위험할지도 모르겠다.
4.
이단심문소의 출범을 확정시킨 후, 오늘 내 업무는 사실상 종료였다.
곧 있으면 훈련소에 입소할 2기 교육생들을 위해서 준비를 시작한 것 말고는 특별한 일이 없었다.
이래서 능력 있는 부하 직원들이 제일이다.
초창기에는 내가 이것저것 다 신경 써야 했지만, 부하 직원들 덕분에 내 부담이 많이 줄어들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딱 맞다.
좋은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나면 확실히 부담감이 덜했다.
그렇게 한가로운 오후를 맞이하고 있을 때쯤, 반가운 손님이 신전에 방문했다. 그리고 나는 손님과 함께 기분 좋게 정원에 산책을 나왔다.
손님의 정체는 바로,
“여기는 항상 따뜻해서 좋아.”
한 손에는 베스의 리드줄을, 한 손에는 토비가 직접 만들어 준 솜사탕을 들고 있는 시연이었다.
토비가 최근 즐겨 먹고 있는 간식, 솜사탕.
솜사탕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토비의 작업방에 솜사탕 기계가 있을 정도였다.
“솜사탕 맛있어?”
“응! 오빠도 먹을래?”
“그거 많이 먹으면 이빨 썩……지는 않겠구나.”
신성력으로 가득 찬 공간에서 만들어진 솜사탕이라서 그런가, 솜사탕에서조차 은은한 신성력이 느껴지는 중이었다.
이빨은 안 썩거니와, 오히려 은은하게 깃든 신성력 때문에 몸에 이로울 것이다.
나는 열심히 솜사탕을 먹는 시연이의 머리를 살짝 만져 주었다.
“많이 먹어, 시연아.”
“오빠랑 이렇게 산책하니까 좋다. 오빠 오늘 일은 다 끝냈어? 내가 방해한 건 아니지?”
“그러엄. 오늘 일 다 했지.”
시연이랑 산책한다고 그러면 라파르트 대주교조차 허락을 해 줄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라파르트 대주교 역시 시연이를 엄청 예뻐한다. 우리 교단 간부들의 힐링 포인트라고 해야 하나, 귀여움과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시연이였다.
“큰오빠.”
“응?”
“사실…… 나 좀 부끄러워.”
시연이는 흘긋흘긋 주위를 둘러보면서 말했다.
시연이가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 성지에 여행 온 수많은 사람이 우리의 산책을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황님 동생인가 봐.”
“귀엽네.”
“애완동물들도 엄청 귀여워. 저거 봐!”
“엄청 큰 검은콩 위에 찹쌀떡이 올려져 있네. 진짜 귀엽다…….”
주위에서 몰려드는 수많은 관심.
시연이의 귀여움도 귀여움인데, 베스와 베스 위에 올라탄 백설이는 사람들의 관심을 독차지하기에 충분했다.
확실히 내가 봐도 귀여웠다.
저 둘의 정체를 알고서도 귀여워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마는, 비주얼만큼은 정말 압도적이었다.
나는 우리 일행을 바라보는 이들을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
“동생이 부끄러움이 많아서요. 대신에 동물들은 사진 찍으셔도 됩니다. 많이들 찍어 가세요.”
그러자 베스와 백설이가 동시에 나를 바라보았다.
『왜 우리 의사는 안 물어봐?』
-그 말에 동의한다. 왜 우리에게는 허락을 받지 않는 것인지.
그 말에 나는 슬쩍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럼 너희들도 앞으로 밥이나 간식 먹을 때마다 내 허락받고 먹든가.”
『……음.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나 역시 마찬가지다.
“밥을 얻어먹었으면 밥값이라도 해야지. 사진 찍는다고 닳는 것도 아닌데, 어?”
뜨거운 반응을 보아하니 이 녀석들을 데리고 미튜브 영상을 찍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말이지.
나도 옛날에 펫 브이로그 같은 영상도 한번 찍어 보고 싶었다.
나중에 인욱이랑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 봐야겠다.
누가 봐도 잘 어울리는 고양이와 개.
이 녀석들이 각각 신수와 베히모스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은 오로지 우리 교단의 간부들뿐.
“그래도 좋아.”
사람들의 관심을 부끄러워하는 시연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싫어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오빠랑 같이 걷는 건 언제나 좋으니까.”
해맑게 웃는 시연이.
나는 그런 시연이를 향해 미안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해 주겠다고 약속까지 했는데, 근래에 계속 바빴기 때문이다.
어릴 적 맞벌이 부부셨던 부모님도 이런 기분이셨을까.
“오빠가 더 신경 쓸게.”
내 말에 시연이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그 작은 손으로 내 손을 살포시 잡았다.
“나는 지금만으로도 행복해. 가족들도 엄청 많아졌잖아? 다 오빠 덕분인걸.”
어쩜 말을 해도 이렇게 기특하게 말하는지.
시연이는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힘차게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나는 웃으면서 시연이를 따라갔다.
그 뒤로 산책은 다소 소란스러운 분위기에서 이어졌다.
산책이라기보다는 팬 미팅에 조금 더 가까운 모양새였지만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주인.』
-백설. 시연이를 지켜라.
당당하게 앞을 향해 걷고 있던 두 동물이 멈춰 섰다. 그리고 녀석들은 순식간에 각자의 기운을 끌어올리면서 전방을 주시했다.
나는 녀석들을 따라 천천히 시선을 앞에 둔 다음, 크게 한숨을 뱉어냈다.
“오늘따라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이 자꾸 오네.”
아침에 나타났던 불법 시위대 따위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손님.
-교황. 저 녀석에게서…….
“나도 알아.”
한 소녀가 저 멀리서부터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에게서는 우리와 본질부터가 다르지만, 굉장히 방대하고 순수한 신성력이 느껴졌다.
상대가 어디에 소속되어 있는 녀석인지를 알아차리는 건 굉장히 쉬운 일이었다.
백명교.
“그것도 보통 놈이 아니라 수뇌부급인 것 같은데.”
지금까지 상대했던 피라미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거물.
나는 그 소녀를 바라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제발 좀 쉬고 싶다.”
제발.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