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45)
145화
3.
입소식이 끝난 후의 집무실.
나는 집무실의 책상에 앉아서 레오가 건네준 서류를 읽어 내려갔다.
“다행스럽게도 1기 교육생 중에서 일본어 회화가 가능한 인원들이 꽤 있네.”
서류에는 2기 교육생들의 명단과 함께 2기 교육생을 담당하게 될 1기 교육생들의 명단이 적혀 있었다.
레오와 루나를 도와서 2기 교육생들의 훈련을 도와주게 될 50명의 1기 교육생.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1기 교육생이 하나 있었다.
“재민이가 의외다?”
“어렸을 때 일본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저도 의외라고 생각했습니다.”
“재민이 실력은 어때.”
“초기 5인방답게 기대치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1기 교육생들 중에서도 최상위고,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무시하진 못할 겁니다. 1기 교육생들 중에서도 재민 형제를 무시하는 교육생은 없습니다.”
첫인상은 굉장히 건방진 꼬맹이였는데 말이지.
아무래도 레오가 직접 담당해서 예의범절을 교육시킨 것이 특효약이었던 듯싶다.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서류를 내려놓았다.
“2기 교육생들에 집중한다고 해서 1기 교육생들의 훈련을 대충 하면 안 된다. 실전이 곧이야. 오늘 이능관리부에서 회의가 있다는 거, 알고 있지?”
“항상 명심하고 있습니다.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확실하게 해 두겠습니다.”
“예산이 부족하다 싶으면 바로 라파르트 대주교에게 말하고. 교육에는 돈 안 아낄 거니까,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써.”
“감사합니다, 성하.”
“그래, 이만 나가 봐.”
레오는 내가 내려놓은 서류를 챙긴 다음, 허리를 숙이면서 인사를 건넸다.
탁.
그렇게 레오가 조심스럽게 집무실에서 나갔고, 곧이어 내 집무실 한편에 누워 있던 베스가 몸을 일으켰다.
나는 그런 베스를 향해 육포 한 조각을 던져 주었다.
그러자 베스는 날렵하게 뛰어오르면서 육포를 입에 집어넣었다.
우물우물.
“잘도 먹네.”
-맛있으니까.
“밥값을 해야 할 텐데…….”
-음, 노력하는 중이다. 그래도 일그러진 신들에 대한 정보는 꽤 요긴하지 않았나?
“됐고, 빨리 힘이나 제대로 회복해서 다른 영물들이랑 연락 좀 돌려 봐.”
-그것 역시 노력하는 중이다.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베스는 현재 최고의 호사를 누리는 중이었다.
집에서는 시연이가 쉴 새 없이 간식 챙겨 줘, 나가고 싶을 때 산책도 나가 줘.
거기에 신목 덕분에 요양까지 가능해.
이쯤 되면 녀석이 흑우가 아니라 내가 흑우가 된 기분이다.
-북쪽의 땅을 정화해 준다면 이 은혜는 반드시 갚도록 하겠다.
“언제까지 공수표만 남발할 거냐고. 솔직히 지금만 해도 싸울 수 있는 수준은 되지 않냐?”
-영기를 완전히 회복하기 전까지는 힘들다. 만에 하나 그 부정한 기운이 내 몸에 스며들기라도 한다면, 지금까지 몸을 요양한 것이 말짱 도루묵이 된다.
말이라도 못하면 덜 미울 텐데.
나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베스를 쳐다본 다음, 기지개를 켰다.
“좋은 시절 다 갔다, 다 갔어.”
동북아 교류전을 제외하면은 큰 빅 이벤트가 없었던 겨울.
덕분에 우리 교단은 내실에 집중할 수 있었지만, 이번 봄부터는 정신없이 바쁠 예정이었다.
일단 가장 먼저 북진.
정부의 주도하에서 잃어버린 땅을 본격적으로 수복할 계획인데, 그 과정에서 우리 교단이 챙겨야 할 것이 꽤 많다.
동북아 교류전에 우리 교단의 인원 세 명을 차출하는 대신에 정부에서 약속해 준 것.
그것은 바로 잃어버린 땅에 있는 자원들이었다.
예를 들면 마정석이라든가 미스릴 등의 이계의 금속들.
신전의 뒤에 위치한 최상급 신성석 광산의 채굴량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서, 광산을 새로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미스릴 역시 마찬가지.
지난번에 대한민국 정부에 미스릴 제련법을 전수해 주는 대가로 받아온 미스릴도 거의 바닥을 보이는 중이었다.
“이번에 들어온 신입이 200명이라서, 걔네들 장비 다 맞춰 주려면 빡세단 말이지.”
-장비에 의존하는 건 별로 좋지 않아.
“그거 네가 인간이 아니라서 공감을 못 하는 거야.”
-흠.
“이해 못 하겠으면 말해. 맨주먹으로 한 방. 건틀렛 끼고 한 방 먹여 줄 테니까.”
-그렇게 말하니 이해가 쉽군, 예시를 들어 줘서 고맙다.
“반쯤은 진심이었어.”
어쨌든 우리 교단도 이번 북진을 통해 자원을 확보해 두면 좋다.
자원은 원래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다.
“아, 회의 가기 귀찮다.”
아까 레오에게도 말했지만, 오늘 이능관리부에서 회의가 있다.
당연히 정부에서 주도하는 회의인데, 이번 북진 작전의 담당 구역을 배정하는 회의였다.
이번 작전은 정부에서 주도하는 형태였지만 민간 길드도 참여하는 작전이었기에 사전 조율은 필수적이었다.
물론 여태까지의 회의와는 다를 것이다.
예전의 정부는 이빨 빠진 호랑이나 다름없었지만, 지금은 판도가 아예 뒤바뀐 상황.
정부에게는 현재 주도할 만한 힘이 있다.
“그 사람의 본성을 알고 싶으면 칼을 쥐여 줘 보라는 말이 있지. 이번 기회에 한번 보자고.”
유선호 장관의 말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 정부의 힘은 그 어떤 때보다 강력하다고 했다.
심지어 진영이 형이 한국에 있었을 때보다 더욱 강력하다던가.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정부 측과 충분한 신뢰를 쌓아 두기는 했지만, 원래 힘이란 건 편중될수록 부패하는 법이니까.
-그런데 개인적으로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 교황.
“뭐?”
-내가 예전에 한창 활동하고 있을 때만 하더라도 인간의 사회가 이렇게 복잡하진 않았다. 너 정도 되는 강자면 인간들을 규합할 수 있을 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지? 그쪽이 더 편하지 않나?
베스는 정말 궁금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물었다.
“규합이라고 한다면?”
-굳이 설득하고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나? 힘으로 뭉개뜨리면…….
“음.”
아직 사회화가 덜 되었군.
성견은 교정하기가 힘들다고 하니, 애완견 전문가라도 불러야겠다.
강영욱. 씨인가, 그분 아직도 활동하시던가?
민수 씨한테 물어보면 알겠지?
4.
입소식이 끝난 후, 이곳은 이능관리부 본청에 위치한 회의실.
이곳에는 꽤 오랜만에 왔다.
대부분의 일을 내 집무실에서 처리하기도 했고, 정부 주관의 회의도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회의실 내부의 분위기는 예전과 달랐다.
전각련이 대한민국의 주류 세력이었을 때만 하더라도 다들 나를 견제하기 바빴는데, 지금의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다들 표정 푸시라니까요? 저 여러분들 안 잡아먹어요 진짜. 누가 보면 내가 교황이 아니라 두목인 것처럼 알잖아요. 예?”
“죄, 죄송합니다.”
“죄송…….”
회의를 주관하는 유선호 장관이 아직까지 회의실에 들어오지 않은 상황.
예전에 보았던 전각련 소속 대형 길드의 대표들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회의에 참석하는 길드가 달라졌다기보다는, 대표들이 싸그리 물갈이된 것으로 보였다.
“거 대표님들 꼴이 사나운 맹수 앞의 귀여운 양들 같습니다. 흐하하! 안 그렇습니까, 김 교황님!”
“최 대표님 때문에 더 그러는 것 같은데.”
“걱정하지 마십쇼. 예전에 저를 어비스 던전에서 구해 주실 때 약속드리지 않았습니까? 교황님을 지키는 듬직한…….”
“제발 좀.”
“흐흐. 루나 양한테 배운 기술이 꽤 효과적입니다. 리액션 보는 맛이 쏠쏠합니다.”
최 대표가 넉살 좋게 웃음을 터뜨렸다.
최 대표의 도깨비 길드 역시 이번 북진 작전에서 단단히 한몫을 챙길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번 전각련의 대형 스캔들이 터지는 바람에 도깨비 길드가 반사이익을 봤다.
전각련에 소속되지 않았던 최상위권 길드는 오직 최 대표의 도깨비 길드뿐이었으니까.
덕분에 이 자리에서 최 대표의 발언권 역시 대폭 상승했다.
예전 같으면 몇몇 대표들이 최 대표를 향해 몇 마디 쏘아붙였겠지만, 그 누구도 최 대표를 제지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못 했다’가 맞는 표현이겠지.
“몸이 벌써 근질근질합니다.”
에이든과의 훈련으로 부쩍 성장한 최 대표를 감히 누가 막겠어?
모르긴 몰라도 현재 최 대표의 무력은 세 손가락 안에 들 거다.
원래도 스펙이 어마무시했던 양반이, 에이든이라는 이레귤러한테 직접 가르침을 받았으니까.
뭐, 최 대표가 저렇게 너스레를 떠는 이유야 단순하다.
회의실의 분위기를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서.
실제로 최 대표의 기에 짓눌려서 나머지 길드 대표들은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혼자서 여러 명의 대표들과 신경전을 벌이던 예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재미로 따지면 그때가 훨씬 재밌었던 것 같긴 하다.
최 대표가 시원하게 치고받는 걸 보고 있으면 사이다를 마시는 기분이었더랬지.
“아, 김 교황님. 저희 도깨비 길드는 이번에 설화 길드랑 함께 잃어버린 땅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이야기 들었어요. 1기 교육생들 파견 요청하셨잖아요?”
“예.”
“아까 승인해 드렸습니다. 20명이 도깨비 길드 쪽에 배속될 예정입니다.”
“오오, 감사합니다.”
“사람 사이에 의리가 있어야죠. 우리가 남도 아닌데, 안 그렇습니까?”
“하하! 사실상 피를 나눈 형제 아닙니까!”
사실상 나와 최 대표가 회의실을 전세 낸 듯한 모양새.
우리 둘을 제외하고서 일곱 명의 대표들이 더 있었지만, 그들은 찍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도리어 서로를 째려보면서 견제하고 있을 뿐.
전각련이 중부련, 남부련 등으로 찢어졌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았다.
그렇게 나와 최 대표의 독무대가 펼쳐지고 있을 때쯤,
“다들 일찍 나오셨군요.”
유선호 장관이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자리에 앉아 있던 대표들이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장관님.”
“허허, 다들 평소 하던 대로 해 주세요. 환대도 받던 놈이 잘 받지, 항상 안 좋은 소리만 들었던 사람이라 부담스럽습니다. 자자, 다들 앉으세요.”
유선호 장관의 말에는 가시가 있었다.
급격하게 뒤바뀌어 버린 세력 판도.
게다가 유선호 장관은 그 판도를 제대로 이용할 줄 아는 장사꾼이었다.
유선호 장관의 말에 따라 대표들은 어색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고,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되었다.
“여러가지 일로 바쁘실 대표님들을 이렇게 부른 이유는 이번 잃어버린 땅에 관해 긴히 토의를 나누고 싶기 때문입니다.”
유선호 장관이 가볍게 손짓을 하자 곧 회의실 앞에 달려 있던 스크린에 잃어버린 땅의 지도가 송출되기 시작했다.
백명교에서 건네준 지도와 장로로부터 뽑아낸 정보들을 기반으로 만든 일종의 작전지도.
지도 위에는 붉은색 점이 한 곳 찍혀 있었는데, 바로 개성이었다.
“작전의 첫 번째 목표는 개성에 전초 기지를 마련하는 겁니다. 플레이어들이 숙식을 해결할 수 있으며, 장비를 보급받을 수 있는 거점을 세워 두는 것이지요.”
잃어버린 땅에 자리잡고 있는 몬스터들은 이미 셀 수가 없을 정도였다.
하루 아침에 전역을 휩쓸어 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지금 이순간에도 게이트들이 등장하여 몬스터를 쏟아 내고 있으니, 차근차근 진행하는 것이 정답이었다.
이번 작전의 최종 목표는 단순히 몬스터를 지워 내는 것이 아니라 영토를 수복하는 것.
따라서 정부에서는 곳곳에 거점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나아갈 생각인 듯 보였다.
“따라서 구 서부 전선을 통해 밀고 올라갈 계획입니다. 지역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목표기 때문에 단번에 개성까지 돌파하지는 않을 겁니다. 화면 속의 검은점은 몬스터들의 군락지를 의미하는데, 이 군락지들을 하나씩 파괴해 나가면서 북상을 이어 갈까 합니다.”
간단하게 작전의 개요를 브리핑한 유선호 장관은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번 작전을 통해서 각 길드에서 획득하는 부산물에 대해서는 면세 혜택이 주어질 것입니다. 또한 군락지 지역에서 발견하는 모든 자원들의 소유권 역시 발견한 길드에게 주어질 예정입니다.”
유선호 장관은 한껏 긴장한 대표들을 향해 당근을 던졌다.
그러자 대표들의 눈이 탐욕으로 물들었다.
몬스터들의 부산물과 이계의 자원들은 엄청난 값어치를 지닌 것들.
충분한 이익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군락지를 선점할 필요가 있었다.
“모두가 성숙한 민주 시민이신 만큼, 충분한 토의를 통해 합의에 이르셨으면 합니다. 정부에서는 남는 군락지들을 토벌할 테니, 대표님들께서는 부담 없이 먼저 선택하시면 됩니다.”
유선호 장관의 말에 대표들 간의 치열한 신경전이 시작되었다.
말이 토의지, 빠른 속도로 오고 가는 고성들.
“우리가 먼저지. 당신 길드는 숫자도 많이 줄었잖아?”
“뭐? S급 헌터들도 없…….”
항상 느끼는 거지만 탐욕 앞에서는 위아래가 없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내 눈치를 보던 사람들이 쉴 새 없이 고성을 주고받는다.
과연, 민주 시민다운 활발한 의견 교류구만.
저 사람들이 저렇게 열심히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계시는데, 나도 질 수야 없지.
“음, 여러분?”
내가 뱉은 한마디에 순식간에 조용해지는 회의실 내부.
나는 나를 쳐다보는 대표들을 향해 웃으면서 말했다.
“저희가 먼저 선택할게요. 괜찮죠? 아, 혹시 불만 있으신 분?”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