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46)
146화
5.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만 있는 사람은 없었다.
즉, 우리가 원하는 대로 일이 잘 풀렸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었다.
우리 교단과 도깨비 길드에서 영양가 높은 군락지들을 선점한 이후, 남은 군락지들을 두고 각 길드의 대표들이 아귀다툼을 벌였다.
얼마나 그 기세가 사나웠는지, 유선호 장관이 직접 중재를 했을 정도였다.
공략에 나설 군락지를 확정 지은 리멘 교단과 도깨비 길드를 제외하고서 토의가 진행될 예정이라던가?
그렇게 해서 나와 최서진 대표는 회의실에서 나와 이능관리부 최상층에 있는 접객실로 향하게 되었다.
“아까 대표 놈들의 얼굴을 영상으로 남겼어야 했는데, 정말 아쉽습니다.”
“그래도 한때 같은 식구들이었는데, 진짜 살벌하게 싸우던데요?”
“애초에 전각련이란 게 그런 조직이었던 겁니다. 이권으로 뭉쳤을 뿐, 소속감이나 의리 따위는 없었으니까요.”
서부전선은 동부전선과 비교했을 때 평야가 주를 이루는 지역임에는 틀림없었다.
하지만 지대가 낮다 뿐이지, 지형마다 급이 있는 법.
우리 교단과 최 대표의 도깨비 길드가 가져가게 된 군락지의 숫자는 총 다섯 개.
한 곳을 빼고 전부 다 평야 지대에 생성된 군락지들이었다.
그야말로 노른자위 땅.
다른 군락지들이 야산이나 강을 끼고 있는 형태인 것을 고려했을 때, 평야 지대에 위치한 군락지들의 공략 난이도는 무척이나 쉬운 편에 속했다.
물론 단순히 난이도 때문에 그 군락지들을 선택한 것만은 아니었다.
“해당 군락지 주변에 미스릴 광맥, 상급 마정석 등등, 쓸 만한 것들이 다수 매장되어 있을 겁니다.”
“전량 리멘 교단에서 가져갑니까?”
“그럴 리가요. 도깨비 길드에게도 지분이 있습니다.”
“회장님께서 좋아하시겠군요. 이래서 친구를 잘 사귀란 말이 있나 봅니다. 친구를 잘 사귀니 자다가도 마정석이 생기잖습니까? 하하!”
어떤 자원들이 매장되어 있는지는 제대로 탐사를 해 봐야 알겠지만, 믿음직한 정보원으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이다.
아낌없이 주는 우리의 흑우, 베스에게 육포 4봉지를 제공하면서 얻어 낸 정보였기 때문에 신뢰도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영물은 영물이더라.
앞으로 자원을 탐사할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밥값은 충분히 했다고 본다.
나는 은근히 미소를 지으면서 최 대표에게 말했다.
“그리고 저희 리멘 교단이랑 유선 그룹의 관계를 생각해 봤을 때, 이 정도는 챙겨 드려야 하지 않겠어요?”
“저희 회장님께서는 항상 받은 만큼은 돌려주십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시면 정말 기뻐하실 겁니다.”
최서진 대표의 본가라고 할 수 있는 유선 그룹은 현재 우리 교단 수입의 상당 부분을 책임져 주는 곳이다.
교단의 축성소에서 생산되는 물품 대부분이 유선 그룹의 유통망을 통해서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었다.
신성석 팔찌는 현재 없어서 못 팔 지경이고, 특히 중급 성수에 대해서 현재 여러 가지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들었다.
“제약 회사들 쪽에서 성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군요. 김 교황님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요청이 쏟아지는 중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제약 회사들뿐만 아니라, 외국의 제약 회사들도 달려들고 있습니다.”
제약 회사라.
성수를 분석해서 뭔가 만들어 보려는 생각인 것 같은데, 사실 성수는 과학적으로 작용한다기보다는 ‘기적’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아무리 과학적으로 분석하려고 하더라도 감히 따라 할 수 없는 물건이란 소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약 회사들과의 대화가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그들이 성수를 인위적으로 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현대 지구의 제약 기술과 신성력을 결합시키는 일은 충분히 시도해 볼 법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고 있다고 전해 주세요.”
“오, 제약에 관심이 있으신 겁니까?”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면요.”
연구해서 나쁠 것 없는 일이다.
특히, 우리 교단은 그런 쪽에 있어서 굉장히 개방되어 있는 교단이었다.
제약 회사들과의 협상은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내 말의 뜻을 이해한 최 대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따로 전할 말씀은 있으십니까?”
“이윤만을 추구한다면 함께 일하지 않는다. 그 점만 확실하게 명시해 줬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아이디어는 괜찮았다.
막말로 시중에 판매되는 감기약에 축성을 한다고 하면 약의 효과가 한층 강화될 것이다.
부작용은 없에고, 약효는 강하게 만드는 것.
신성력을 이용한다면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생각해 보면 제약 회사들과 딱히 거리를 둘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선만 잘 지킨다면 확실히 공공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그렇게 나와 최 대표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이,
똑똑똑.
누군가 접객실의 문을 두드렸고, 곧 유선호 장관이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로 안으로 들어왔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다른 길드 대표님들이 워낙 열정적이셔서 말이지요.”
“회의는 끝났습니까?”
“이야기가 길어질 듯하여, 저녁 시간을 가지고 다시 모이기로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현재 길드들 간의 신경전이 정점에 다다른 상황인지라, 다들 쉽게 양보할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유선호 장관은 부드러운 목소리와 함께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중재하려면 얼마든지 중재할 수 있었겠지만, 유선호 장관은 일부러 방관하고 있었다.
“그들이 뭉쳐서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는 훨씬 통제하기 쉽지 않겠습니까? 당분간은 이런 구도를 유지해 볼까 합니다.”
“그들이 쉽게 뭉치지 못하게 적절하게 당근도 제시해야겠네요.”
“장사 밑천을 털어 가시면 곤란합니다, 김시우 교황님.”
맛있는 당근을 던져 준다면 또 그걸 먹겠다고 서로 붙어서 싸울 거다.
현재, 대형 길드들은 이권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상태.
유선호 장관이라면 이런 상황을 십분 활용하려 들 것이다.
서 대통령도 그렇고, 이 노인도 그렇고.
손에 들어온 카드만큼은 알뜰하게 사용하거든.
유선호 장관은 자신의 비서가 가져다준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면서 말을 이어 갔다.
“김 실장으로부터 듣기로는 김시우 교황님께서 정부 측에 용건이 있으시다고.”
“아, 그렇죠.”
회의가 끝났는데도 내가 이곳에 남은 이유.
나는 내 앞에 놓여 있던 찻잔을 만지작거리면서 유선호 장관에게 말했다.
“교단 차원에서 실험을 하나 진행해 볼까 하는데, 정부 측의 협조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리멘 교단에서 요청한다면 무엇이든지 들어드려야지요. 어떤 협조를 원하십니까?”
인자한 표정을 짓고 있던 유선호 장관.
나는 그를 향해 씨익 미소를 지으면서 폭탄을 던졌다.
“미사일에 축성을 할 수 있는지, 저희가 한번 실험을 해 보고 싶습니다.”
내 말에 유선호 장관은 3분 정도 말을 잇지 못했다.
6.
-미사일을 비롯한 현대식 무기의 대부분은 몬스터들 상대로 억제력을 지니지 못한다.
이것은 지난 5년 동안 충분히 증명된 팩트라고 한다.
핵미사일같이 끔찍한 파괴력을 지닌 무기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무기들은 몬스터들을 상대로 효율이 극히 떨어진다고 들었다.
하지만 현대의 무기들에 신성력을 담을 수 있다면?
사실, 이 아이디어 자체는 에이든으로부터 출발한 아이디어였다.
실제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마정석 등을 이용해서 기존의 무기를 개량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발전시키는 중이라고 들었다.
일종의 마도공학.
미사일에 축성을 하겠다는 내 아이디어는 그들의 것을 벤치마킹한 아이디어였다.
신성력을 가득 담은 미사일들이 하늘에서 빗발치는 장면. 그것이야말로 정말 하늘에서 정의가 빗발치는 게 아닐까?
상상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진다.
시스템이 어떤 식으로 제약을 걸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실험을 해 볼 필요성은 있었다.
만약 그런 식으로 신성력을 응용할 수 있다면 현대식 무기의 재발견이 이루어질 테니까.
언제까지 내가 헬기 타고 다니면서 기동타격대 노릇을 할 수도 없잖아?
게다가 잃어버린 땅에는 정화자들이 만들어 둔 시설들이 있었으니, 실험 대상도 충분했다.
“그래서, 유선호 장관님은 뭐라시는데?”
“대통령이랑 이야기 좀 나눠 보겠다더라. 이능관리부에서 결정할 일은 아니래. 국방부와도 이야기를 나눠 봐야 하고…… 아무튼 복잡하다더라.”
“그런데 형.”
“왜?”
“아무리 생각해도 미사일이랑 교단은…… 안 어울리는 것 같아.”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마.”
“고정관념 문제가 아니라 이건…… 아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하겠어.”
나는 하루의 고된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편한 복장으로 사과를 집어 먹는 중이었다.
인욱이 역시 오늘 치 작업을 다 끝냈는지, 내 옆에 앉아서 나와 함께 TV를 시청 중이었다.
-서 대통령은 잃어버린 땅을 수복할 것을 공식적으로 선언했으며, 이에 미국과 일본은 각국의 대사관을 통하여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하였습니다. 또한 중국은 오늘 외교부를 통하여 ‘대한민국의 성공적인 수복 작전을 기원한다’라는 공식 성명을…….
“요새 잃어버린 땅 이야기밖에 안 나오네.”
“인터넷에서도 온통 저 이야기뿐이야. 사람들이 그만큼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거지. 미튜버들도 온통 저 이슈에만 꽂혀 있어.”
한국인들에게 있어서 저 잃어버린 땅은 아픈 손가락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우리가 반드시 수복해야만 하는 땅.
물론 단순히 그런 상징적인 요소만으로 국민들이 열광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우리가 저 땅을 수복했을 때 발생하는 온갖 경제적인 효과.
엄청난 상징성에 막대한 경제 효과까지 더해지니, 당연히 국민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히 서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의 노림수이기도 했다.
“그런데 진짜 그 정도로 자원이 많아?”
인욱이가 넌지시 물었고, 나는 내 옆에 다소곳하게 앉아 있던 베스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계의 마력이 잔뜩 몰려들었고, 그 상태로 5년 동안이나 인간의 손이 안 닿았어. 당연히 자원이 많을 수밖에 없지.”
그 자원들을 확보만 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의 국력 역시 대폭 강화될 것이다.
잃어버린 땅이라는 리스크도 제거하고, 자원도 확보하고.
성공할 경우에 얻는 게 큰 장사였다.
각성자들 역시 엄청난 경험을 쌓을 수 있을 테고, 그것 역시 이번 작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큰 수확 중 하나다.
“미튜브 촬영 가능하려나?”
“심각한 마력 간섭만 없으면 가능할 거다. 일부 지역에서는 힘들 수도 있겠다만, 촬영이 가능한 곳에서는 촬영을 시도할 거야. 그건 걱정하지 마라. 민수 씨네 촬영팀이랑 설화 길드 촬영팀도 함께 갈 거야.”
“요새 일 너무 많은데, 형. 나 진짜 힘들어.”
“그럼 다른 편집자를 고용해. 너 친한 편집자들 있지 않아?”
“……그래도 돼?”
“안 될 게 뭐야.”
교단의 덩치도 커진 만큼, 미튜브의 규모도 굉장히 커졌다. 인욱이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인 건 분명했다.
앓는 소리는 별로 안 내길래 괜찮은 줄 알았다만, 그건 또 아니었던 모양이다.
인욱이는 사과를 하나 집어 먹은 다음, 한숨을 푹 내쉬면서 말했다.
“내가 언제 밑에 사람을 두고 일해 봤었어야지…….”
“민수 씨랑 이야기 잘해 봐. 인건비는 아끼지 말고. 그런 데다가 돈 아끼는 거 아니야.”
“형.”
“응?”
“오늘 많이 낯설다. 방금은 좀 리더 같았어.”
그렇게 인욱이랑 일 이야기를 잠시 하고 있을 때쯤.
“작은오빠아.”
시연이가 백설이를 목에 두른 채로 방에서 쪼르르 달려나왔다.
시연이는 소파에 누워 있던 인욱이 옆에 앉더니, 곧 눈을 빛내면서 말했다.
“내일 10시까지! 알지?”
“당연히 알지.”
“헤헤.”
내일은 수요일.
시연이가 학교 가는 날인데, 무슨 일이라도 있나?
“내일 뭐 해?”
“아, 내일 시연이 학부모 참관 수업이라고 해서. 그렇지, 시연아?”
“응! 큰오빠는 일 때문에 바쁘니까, 작은오빠가 오기로 했어.”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리고 시연이를 향해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오빠한테는 안 물어봤어. 오빠 섭섭해.”
“큰오빠는 항상 바쁘잖아. 작은오빠는 항상 집에 있구.”
“시연아. 나는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게 아니라 집에서 일을…….”
“교황님은 항상 다른 사람들 도와줘야 한다고 했어. 참관 수업은 큰일 아니야. 그러니까 큰오빠가 굳이 안 와도 돼.”
문득 이사 가기 전, 함께 등교를 했던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나랑 함께 등교하는 게 자랑스럽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였던 시연이의 모습.
그렇게나 나를 자랑하고 싶어 하는 시연이가 저렇게 말하니 그저 기특할 뿐이었다.
나는 그런 시연이를 내 앞에 앉혔다. 그리고 활짝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오빠 내일 시간 괜찮아.”
“진짜?”
“당연하지. 시연이 말대로 오빠가 교황이야. 교황이 거짓말하는 거 본 적 있어?”
우리 시연이가 기죽는 꼴 절대 못 보지.
“그럼 내일 큰오빠가 오는 거야?”
“그러자.”
“좋아!”
그런데 도대체 뭘까.
시연이의 표정에서 보이는 저 미묘한 성취감 말이다.
마치 내가 이렇게 나올 거란 걸 예상한 듯한…….
에이, 아니겠지?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