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5)
15화
5. 쇼케이스
1.
리치의 소멸로 카오스게이트가 마무리된 후.
나에게 있어서 어쩌면 게이트 토벌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르는 시간이 찾아왔다.
“그럼 10월 17일 오후 11시, 긴급 기자회견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이능관리부 특수조사국 2팀의 김동식 팀장이 현 상황에 대한 간략한 브리핑을 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촤르르르륵-!
곳곳에서 카메라의 셔터가 눌리는 소리와 함께 본격적인 기자회견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내 옆에 앉아 있던,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김 팀장이 발표를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국민 여러분. 이능관리부 특수조사국 2팀의 김동식 팀장입니다. 발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김 팀장은 살짝 경직된 목소리로 말을 이어 갔다.
“게이트 토벌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오후 9시 32분경 게이트의 출현이 확인되었으며, 9시 37분에 이능관리부의 비상대응팀이 현장에 도착하였고 해당 지역 통제와 시민 대피 작전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9시 55분. 현장에 도착한 김시우 각성자에 의해, 카오스게이트의 코어였던 리치가 소멸함으로써 상황이 해제되었습니다.”
타다다다닥-.
김 팀장의 말에 기자들이 빠르게 노트북을 두드린다.
밤 11시라는 늦은 시간에 진행되는 기자회견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시 기자회견장은 기자로 가득 차 있었다.
심지어 국내 기자들 뿐만이 아니었다.
미국, 중국을 비롯한 외신기자들도 곳곳에 자리 잡은 채로 기자회견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그들 중 대부분은 키보드를 두드리면서도 시선을 나에게 고정해 둔 상태였다.
김 팀장은 잠시 말을 멈추고 나를 조심스럽게 쳐다보았다.
나는 김 팀장의 시선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김 팀장이 곧바로 발표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카오스게이트의 토벌 과정에 대한 브리핑은 이걸로 마치며, 피해 현황에 관한 내용은 추후 보도 자료로 배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국민 여러분들이 기다리고 계셨을 내용에 관하여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임시 기자회견장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늦은 시간에 열린 기자회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많이 모였던 이유.
1시간 전부터 미튜브와 각종 SNS에 퍼져 나가기 시작한, 믿을 수 없는 영상들.
지금 기자회견에서 밝혀지는 건, 바로 그 영상의 주인공인 나에 대한 이야기였으니까.
김 팀장은 조용해진 기자회견장을 한 번 훑어본 다음, 그 어느 때보다 진중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부터 발표하는 내용은 이능관리부를 포함한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입장임을 미리 밝히는 바입니다.”
촤르르르륵-!
다시 한번 셔터가 눌린다.
기자회견장 안에 있던 모든 카메라들이 나를 향해 집중된다.
“김시우 각성자는 10월 12일 오전 11시 42분경, C-42 게이트로 명명된 여의도 한강공원 게이트를 통하여 지구로 귀환하였습니다. 얼마 전 각종 SNS에서 화제를 끌었던 여의도 한강공원 영상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조용했던 기자회견장이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한다.
곳곳에서 기자들이 손을 들어 발언권을 요구했지만, 김 팀장은 그들의 질의를 잠시 무시하며 발표를 이어 나갔다.
“또한 김시우 각성자는 최소 디재스터급 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는 걸로 추정되고 있으며, 그 힘의 크기는 아직까지 저희도 정확하게 측정하지 못했습니다.”
얼핏 두루뭉술하게 들릴 수도 있는 김 팀장의 말에 참고 있던 기자들 중 일부가 불만을 토로하며 소리쳤다.
“측정이 안 된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이야기입니까?”
“분명 1달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이능관리부의 각성자 탐지 능력은 세계 제일이라고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질문을 막지 말아 주십시오!”
그러나 곧 그들은 주위에 있던 다른 기자들과 이능관리부 직원들에 의해 제지되었고, 김 팀장은 소란이 다소 잠잠해지자마자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저희는 현재까지 김시우 각성자가 보여 준 이능이 마력과는 전혀 상관없다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비밀리에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하였고, 만장일치로 규격 외 등급 판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 발표에 기자들의 표정이 경악에 물들었다.
김 팀장은 그런 기자들의 표정에 슬며시 미소를 짓더니, 밝은 얼굴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현 시간부로 대한민국이 이레귤러 보유국임을 선언합니다.”
“질문 있습니다!”
“이레귤러인 건 확실합니까?”
수많은 기자가 아우성을 쳤지만 김 팀장은 아무런 질의도 해 주지 않은 채로 발표를 끝냈다.
그는 본인 앞에 놓여 있던 마이크의 전원을 끄더니, 곧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저희 측의 발표는 모두 끝이 났습니다. 이제 시우 님께서 하시고 싶으신 이야기를 하셔도 괜찮습니다.”
“혹시 가이드라인 그런 거 있을까요? 리멘 교단을 대한민국의 국교로 세우겠다, 우리를 믿지 않으면 반드시 지옥으로 간다, 이런 이야기 해도 됩니까?”
“……그건 좀.”
“농담입니다. 그렇게 하라고 시켜도 안 할 거예요.”
지금까지는 아주 완벽한 쇼케이스였다.
김 팀장의 쇼맨십이 마음에 들었고, 나를 향한 사람들의 관심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상황이 아주 잘 흘러가고 있다는 건.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선포]종류: 서브 – DLC
설명: 수많은 사람이 당신에게 관심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당신의 교단을 선보이기에 최고의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완료 조건: 리멘 교단>을 3회 이상 언급하며 기자회견을 마칠 것
보상: DLC 특성 무료 교환권
시스템 메시지도 증명해 주고 있었다.
나는 슬며시 웃음을 지은 다음, 나를 향한 수많은 기자와 카메라의 시선을 마주했다.
크게 긴장되지는 않는다.
이래 봬도 에덴에서는 수만 명이 모인 광장에서도 연설을 해 본 적이 있던 몸이다.
그리고 이미 지구에서 어떤 식으로 이야기해야 할지도 여러 번이나 생각해 봤다.
미디어를 겁낼 이유도, 겁낼 생각도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반갑습니다. 리멘 교단을 이끌고 있는 김시우라고 합니다.”
아주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와 앞으로의 내 미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한마디를 내뱉었다.
2.
내가 마이크를 잡은 이후 수많은 질문이 몰려들었다.
초반에 이어진 질문들의 내용은 이능관리부에서 나를 처음 조사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냥 사전에 준비해 왔던 대로 말해 줬다.
에덴이라는 세계에서 왔고, 그곳에서 교황으로 있었고, 대충 어떤 일들을 겪었었는지.
그러나 그 질문들은 그렇게 오래 이어지지는 않았다.
“시간 관계상 마지막 질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살짝 피로해 보였는지, 사회자가 빠르게 질문의 개수를 제한한 것이다. 만약 사회자가 그러지 않았다면 아마 질문 때문에 날을 샜을 것이다.
그리고 사회자가 그렇게 나오자 기자들은 비상이 걸렸다.
기자들이 주로 관심을 두었던 건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앞으로 내가 이루어 나갈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손을 들었고, 나는 그들 중에서 가장 도발적인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던 사람에게 발언권을 주었다.
그러자 그 기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요원이 건네주는 마이크를 잡아 들었다.
“대한일보의 조성하 기자입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에덴이라는 세계에서 교단을 운영하신 셈인데, 그렇다면 지구에서도 교단을 운영하실 생각이십니까?”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그럴 계획에 있습니다.”
내 대답에 질문을 한 그 기자는 먹이를 물었다는 듯, 곧바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 말은 대한민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이레귤러가 국민들에게 종교적인 신념을 강요할 것이라는 말로 해석해도 되겠습니까?”
분명히 무례한 질문이었다.
내 옆에 있던 김 팀장이 얼굴이 하얗게 질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질문이 반가웠다.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기자들이 여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정확하게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저런 질문을 예상하고 모범 답변도 준비해 왔다.
“왜 제가 종교적인 신념을 강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구로구 카오스게이트에서 보여 주셨던 모습은 그저 포교 활동을 위한 과시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이렇게 공식적인 석상에서 이세계의 교단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들에게 반감을…….”
“한 가지만 확실히 하고 가겠습니다.”
나는 기자의 말을 끊으면서 말했다.
“저는 여러분들에게 믿음을 강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내가 에덴에서 10년을 살고 왔지만, 결국 한국에서 자란 한국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종교가 지니는 부정적인 이미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신앙이라는 건 강요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따지고 보면 리멘이라는 신은 이 세상에 없던, 정말 미지의 신이다. 그런 신을 믿으라고 강요하면 악효과만 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래서 내가 한 선택은.
“저는 앞으로 여러분들과 소통하고, 그저 보여 드리기만 할 겁니다. 그리고 제가 보여 드린 것들을 믿고 안 믿고는 어디까지나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선택의 주도권을 넘기는 것이었다.
강요받은 신앙은 의미가 없었으니까.
나는 나에게 질문을 던졌던 그 기자를 향해 더욱 짙게 웃어 주면서 대답을 마무리 지었다.
“누군가의 신앙을 담보로 무언가를 거래하는 건 장사치나 하는 짓이니까요.”
내 대답에 결국 그 기자는 불만스럽다는 표정으로 마이크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본인이 기대했던 대답이 아닌 모양이다.
사회자는 그 기자가 발언권을 내려놓은 걸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하기 위해 마이크를 들었다.
“이상 오늘 긴급 기자회견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김시우 각성자에 대한 보도자료는 익일 오전 9시에 배포하도록…….”
사회자의 말과 함께 기자회견이 슬슬 마무리되어 가던 분위기였다.
무심하게 기자들 쪽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그 누구보다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던 기자 한 명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건 뭐랄까, 다른 기자들과 전혀 다른 느낌의 간절함이었다. 민수 씨가 보여 줬던 것과 닮았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나는 한 번만 변덕을 부리기로 했다.
“사회자님. 혹시 저기 저 기자분한테 질문 하나만 더 받아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저기, 둘째 줄에서 맨 왼쪽에 계신 기자분.”
내 변덕에도 이능관리부 직원들은 곧바로 내가 지목한 기자에게 마이크를 건네주었다.
마이크를 건네받은 기자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감격스러운 표정과 함께 질문을 시작했다.
“이렇게 질문할 기회를 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세종일보의 서태호 기자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리멘 교단에 관해 개인적으로 큰 관심이 생겼습니다. 혹시 차후에 어떤 식으로 활동을 해 나가실 건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그건 이미 푹 빠져 버린 눈빛이었다.
게다가 아주 좋은 질문이었기 때문에 나는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대답해 줬다.
“시작은 미튜브로 해 볼까 합니다. 많은 분들에게 친숙한 매체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다가갈 생각입니다.”
“혹시 따로 미튜브 채널이 개설되어 있을까요? 개설되어 있다면 채널명을 알려 주십시오.”
그 질문에 나는 잠시 뜸을 들였다.
그리고 전방에 배치되어 있던 카메라들을 바라보면서 부드럽게 말했다.
“아직까지 채널은 개설하지 않았습니다만, 여러분들께서 저희 리멘 교단의 미튜브 채널명을 지어 주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그렇게 된다면 리멘께서 정말 기뻐하실 겁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꼭, 꼭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쯤 되면 기자회견이라기보다는 신앙 고백에 가까운 것 같은데.
아무튼.
기자회견장에서 등장한 그 예비 광신도 기자의 도움 덕에 나는 준비해 왔던 말을 다 끝낼 수 있었고.
“그럼 이것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나와 리멘 교단의 역사적인 첫 쇼케이스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그리고 기자회견을 끝낸 내 눈앞에, 셀 수 없이 많은 메시지 창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주목할 만한 특성: 세례>
-주목할 만한 특수 직분: 선교사>
[새로운 메인 퀘스트 교세 확장>이 생성됩니다. 자세한 정보는 퀘스트 메시지 창을 통해 확인하십시오.]무언가, 분명히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었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