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52)
152화
5.
계획에도 없었던 길잡이의 등장.
레아의 열성적인 안내 덕분에 우리들은 예상보다 빠르게 놀들의 거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평야 위에 세워진 조악한 요새.
대충 깎아서 박아 둔 목책들과 1층을 넘어가지 못하는 조악한 건축물들.
“저기예요, 저기. 보이시죠? 저곳에 제 친구들이 잡혀 있어요.”
“잘 보여.”
“순 나쁜 놈들이에요. 나쁜 개대가리 새끼들!”
나는 의외로 입이 걸걸한 레아의 욕을 들으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악하게 세워진 요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규모가 작은 건 아니었다.
2,000마리가 넘는 놀들이 목책에 붙어서 경계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정찰대가 전멸한 걸 눈치를 챈 걸까?
우리 딴에는 확실하게 단절을 시켰는데, 녀석들에게 별도의 통신 체계가 있었던 모양이다.
요새를 중심으로 놀들이 아주 단단하게 결집되어 있는 상태였다.
“정면으로 뚫는 건 우리 애들한테는 아직 무리일 것 같은데요.”
어느새 순백색의 판금 갑옷을 착용한 루나가 자신의 어깨를 철퇴로 두드리면서 말했다.
“무리긴 해. 그리고 아까 전에 상대했던 정찰대와는 수준부터가 달라.”
딱 봐도 강력해 보이는 개체들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마기를 통해 변이한 특이 개체들도 좀 보이고 말이지.
그리고 한 가지 더, 요새 곳곳에 마석이 박혀 있었다. 그것은 저 요새 안에 마석 광산이 자리 잡고 있다는 증거기도 했다.
“개대가리들의 솜씨는 절대로 아니다. 저런 건 백병전으로 쉽게 못 뚫어.”
요새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마석들.
그 마석들에서 흘러나온 마기가 조악한 목책 전체를 휘어 감고 있었다.
얼핏 보면 신성 결계와 비슷한 방식이었다. 마기를 통해서 요새의 방호력을 극대화하는 형식.
만약 저 요새를 공략하는 게 우리가 아니라 다른 세력이었다면 상당한 피해를 각오해야 했을 것이다.
저 정도 수준의 결계라면 일정 수준 이하의 마법들은 싸그리 무효화되었을 터.
“진짜 장난질을 거하게 쳐 뒀네.”
이쯤 되면 정화자 놈들이 저지른 짓이 확실하다.
놀의 지능 수준으로는 저런 결계를 만들어 낼 수 없다.
나는 그 요새를 훑어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어떻게든 힘을 소진시키려고 작정을 했네.”
정화자 놈들의 속셈이 어떤 건지도 대충 예상이 갔다. 잃어버린 땅 부근의 이종족들을 지원함으로서, 대한민국 측 각성자 전력을 약화시키려는 모양이다.
잃어버린 땅에서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한 것도 분명해 보였다.
사실상 연고가 없던 땅.
자신들이 몸을 숨기고 있던 중국보다도 훨씬 활동하기 편한 땅이었을 거다.
“어떻게, 제가 간만에 몸 좀 풀까요?”
“내가 해결할게.”
나는 건틀렛을 착용한 손을 가볍게 흔들면서 말했다.
그러자 루나가 나를 향해 윙크를 한다.
“역시, 우리 성하. 정말 스윗하셔. 부하가 고생하는 꼴은 못 보시겠다는 거죠?”
“착각은 자유란다. 너는 애들 데리고 요새 진입할 준비나 해.”
정면으로 진입하기 힘든 건 어디까지나 우리 신입들의 경우지, 나와 루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우리는 이것보다 더한 곳도 뚫었다.
마왕성에 들어갈 때도 정문을 박살 내면서 진입했었지.
그때와 비교한다면 이건 정말 새 발의 피였다.
나는 건틀렛에 신성력을 잔뜩 불어 넣었다. 그러자 건틀렛이 신성력에 반응하며 거칠게 울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우웅!
화르르륵.
루나는 성화가 피어오르기 시작한 내 건틀렛을 보면서 박수를 한 번 쳤다.
“성하. 좋은 이름이 떠올랐어요.”
“……갑자기?”
“무한의 건틀렛. 어때요? 그리고 ‘나는 필연적인 존재다!’라고 외치는 거죠.”
어쩐지 요새 M사 히어로 영화를 많이 본다 싶었다.
쉴 때마다 태블릿 PC로 히어로 영화들만 보더라.
“너 그러다가 그거 표절이나 불법 도용으로 잡혀 간다.”
“에이, 이 정도는 오마주지.”
“그 회사는 조심해야 돼. 내 말 명심해라.”
나는 루나의 말을 가볍게 씹어 준 다음, 곧바로 요새를 향해서 손을 내질렀다.
그리고 잠시 후.
화르르르르르륵!
건틀렛에 잔뜩 응축되어 있던 성화가 폭발하듯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거대한 불덩이로 변하더니, 곧장 요새를 향해 날아갔다.
특별한 스킬도, 기술도 담겨 있지 않은 순수한 성화.
그러나 옛날부터 이런 말이 있다.
심플 이즈 베스트.
화려하고 말고 따위는 사실 전혀 중요하지 않다. 화려하든, 단순하든, 본질은 딱 하나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그것은 바로 압도적인 강함.
압도적인 강함 앞에서는 기교도 뭐고 없다. 그냥 강한 게 이기는 거고, 이기는 게 강한 거다.
건틀렛에서 튀어 나간 성화가 요새의 정면을 강타했고, 곧바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하늘을 향해 치솟는 새하얀 화염.
단 일격에 요새의 정면이 깔끔하게 전소되었다.
나는 고스란히 드러난 요새의 내부를 향해 다시 한번 주먹을 휘둘렀다.
콰아아아앙!
콰아아앙!
아우우우우우우우우!
건물이 무너지고, 놀들의 억장이 무너지고.
무너질 수 있는 건 다 무너뜨려 버리자 그 안에서 철저하게 경계 태세를 취하고 있던 놀들이 하울링을 시작했다. 그리고 무너진 요새의 정면에 빠르게 모여들었다.
죽음을 불사하더라도 막아 내겠다는 자세.
루나는 놀들의 방어진을 살피면서 다시 한번 나에게 물었다.
“지금 투입할까요? 저 요새 진짜 욕구 불만이라서 몸 근질거리든요? 쟤네들이 저렇게 정정당당한 승부를 요구하는데, 들어주는 건 어떠세요.”
“루나야.”
“네, 성하.”
“꼬우면 지들도 원거리 공격하라고 해. 승부에 정정당당한 게 어디 있어? 이기면 이긴 거고, 지면 진 거지. 아, 그리고.”
나는 다시 한번 건틀렛에 신성력을 모았다.
그리고 씨익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네가 이 맛을 몰라서 그래. 너는 재미 없겠지만 나는 너무 재밌거든?”
“……욕심쟁이.”
“지켜보기나 해. 내가 리멘 교단의 교황으로서, 리멘의 신벌이 어떤 건지 딱 보여 줄 테니까.”
잠시 후.
콰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앙!
성스러운 불의 세례가 놀들을 향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어깨 위에 앉아 있던 레아가 방방 뛰면서 소리쳤다.
“우와아아아아! 교황님! 대단해! 진짜 대단해! 내가 본 인간 중에서 교황이 최고예요!”
거, 리액션 한번 맛있구만.
6.
놀들의 요새에 성화 폭격이 시작된 지 10분 후.
“그런데 교황님.”
“응?.”
“원래 인간들은 이런 식으로 인질을 구출하나요?”
“음, 글쎄. 이것도 구출이라면 구출이지 않을까? 인질을 잡고 있는 놈들을 싸그리 죽여 버리면, 그게 바로 구출이지. 나는 그렇게 생각해.”
“아하…… 그렇구나.”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신나서 방방 뛰던 레아는 살짝 겁을 먹은 듯한 표정으로 나를 힐긋거렸다.
“그러다가 인질까지 죽어 버리면…….”
“그런 실수를 하는 게 아마추어고. 그런 실수를 안 하는 게 프로야. 나는 프로고.”
“아하…… 정말 그렇구나.”
레아가 미리 페어리들의 위치를 말해 준 덕분에 딱 그 지역을 제외하고 완벽하게 불태워 버렸다.
목재로 만들어진 요새라서 그런가, 다크 엘프 때처럼 잘 타더라.
원거리에서 요새를 아예 쑥대밭으로 만든 다음에 진입하니까 정말 편했다.
끼이이이잉…….
우드드득.
무차별적인 폭격 속에서 살아남은 놀 몇 마리는 신입들이 돌아다니면서 가볍게 정리하고 있는 중.
뒤처리는 일부러 신입들에게 맡겼다.
어차피 내가 마무리를 지어 봤자 달라지는 건 딱히 없었다. 차라리 막타를 신입들에게 양보함으로써 그들의 성장을 돕는 게 훨씬 이득이었기 때문이다.
혹시 모를 위협에 대비하여 루나를 붙여 뒀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여기예요, 여기.”
레아는 날개를 퍼덕이면서 나를 요새의 중심으로 이끌고 갔다.
그곳에는 지하와 연결된 것으로 보이는 작은 입구가 있었는데, 그 입구의 정체에 대해서는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석 광산의 입구네.”
소용돌이치는 마기.
질이 높은 마석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중급 수준의 마석이 매장되어 있는 광산.
역시, 예상대로 놀들은 이곳을 중심으로 요새를 건설한 모양이다.
나는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놀들이 개대가리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레아야!”
“친구들아! 괜찮아? 응? 다친 곳 없어?”
페어리들을 가둬 둔 조악한 감옥이 입구에 떡 하니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질들을 가둬 두기 좋은 마석 광산을 내버려 두고 굳이 입구에 가둬 둘 이유가 있었을까?
하여간에 개대가리들다운 선택이었다.
“저기, 교황님. 이 감옥 좀 부숴 주시면 안 될까요? 이상한 기운 때문에 애들이 힘을 못 쓰거든요.”
레아가 공손한 목소리로 말했다.
레아의 말대로 페어리들을 가둬 둔 감옥은 마석 원석으로 도배되어 있었는데, 아마도 그건 페어리들의 마법 능력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던 모양이다.
페어리들이 귀엽고 앙증맞게 생겼지만, 녀석들의 마법 능력은 무시할 게 못 된다.
인질을 분산해서 수용할 생각은 못 하는 녀석들이 이런 것까지 고려했다는 게 신기하긴 하다.
“그래.”
나는 가볍게 주먹을 휘둘러서 작은 감옥을 부숴 주었고.
“레아야아!”
“다시는 못 보는 줄 알았어.”
“진짜, 진짜 다행이야.”
곧바로 눈물의 상봉이 이루어졌다.
나를 이곳까지 데려온 레아가 눈물을 흘려 대면서 친구들을 껴안았다.
그리고 그것은 친구들 역시 마찬가지.
22명의 페어리들이 서로를 껴안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는데, 그 장면이 감동적이라기보다는…….
‘……귀엽네.’
너무 귀여웠다.
마음만 같아서는 사진으로 이 귀한 장면을 담아 가고 싶을 정도였다.
뭐니뭐니해도 역시 귀여운 게 최고라니까?
그렇게 한 5분 정도 감격의 상봉을 이어 간 페어리들은 일제히 나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 평생 잊지 않을게요.”
손바닥만 한 귀여운 페어리들의 감사 인사.
나는 흐뭇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무사하셔서 다행이네요. 다들 다치신 곳은 없으신가요?”
끄덕끄덕.
페어리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들 중 한 명이 광산의 입구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저기 안으로 놀들이 엄청 많이 들어갔어요. 대장 놈도 저기로 들어갔어요!”
“아하.”
일종의 방공호로 사용을 했구나? 개대가리들 주제에 생존 본능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나는 아주 쓸만한 정보를 건네준 그 페어리를 향해서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려 주었다.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쩐지 서브 퀘스트가 완료 안 되더라.
잔당이 남아 있다는 뜻이었군.
내가 고개를 끄덕거리자 레아가 나를 향해 밝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 그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게 무슨 뜻인가요?”
“대한민국에서는 ‘최고’라는 뜻입니다.”
“아하!”
잠시 후, 22명의 페어리들이 나를 향해 앙증맞은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최고!”
“사랑해요!”
“감사해요!”
여기 진짜 리액션 맛집이네.
나는 페어리들을 향해 다시 한번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리고 천천히 광산 입구를 향해 다가갔다.
“자세한 이야기는 일단 일부터 끝내고 나누도록 하시죠.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아요.”
이 귀여운 이종족들을 반드시 성지로 데려가야겠다.
그러나 그 전에 확실하게 마무리 지어야 할 일이 있지.
나는 마석 광산의 입구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고, 곧바로 입구에다가 신성 결계를 생성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건틀렛에 신성력을 불어 넣었다.
화르르르륵-!
성화로 달아오르기 시작한 건틀렛.
폭격을 피해서 마석 광산으로 도망친 것까지는 좋은 선택이었을지는 몰라도, 폭격이 끝났으면 바로 나왔어야지.
“한국식 불가마 맛 좀 봐라.”
참고로 퇴장은 없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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