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53)
153화
49. 개성
1.
한국식 불가마의 맛은 정말 뜨거웠다.
“이게 한국의 명물…… 불고기?”
“……왜 이게 불고긴데.”
“불이랑 고기. 그러면 불고기 아니에요? 아니면 말고.”
루나의 반쯤 상한 드립대로, 광산에 숨어든 놀들은 탈출하지 못한 채로 사망했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끔찍하게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산 채로 익어 가는 기분이었을 테지.
아마 광산에 숨어서 기회를 엿보려고 했을 텐데, 내가 굳이 녀석들과 숨바꼭질을 해 줘야 할 이유는 없었다.
한반도에 왔으면 한반도의 매운맛을 봐야 하는 법이다.
다만, 이번 경우에는 매운맛을 견디다 못해 확 죽어 버렸을 뿐이다.
어찌 되었든 그렇게 해서 퀘스트는 완료되었고.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으로 신성 점수 1만 5천 점을 획득합니다.]어차피 구출하려고 했던 페어리들을 무려 신성 점수 1만 5천 점을 획득하면서 구해 낼 수 있게 되었다.
이 1만 5천 점은 미래를 위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군락지 하나를 깔끔하게 정리한 나는 곧바로 김 실장을 통해서 헬기를 요청했다.
간이 헬기장을 따로 만들 필요도 없었다.
왜냐하면 이미 요새가 있던 지점이 내 성화에 의해 싸그리 평지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융단폭격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귀하신 손님분들 잘 좀 부탁드려요, 토비.”
“하하! 페어리들은 드워프들의 오랜 친구들입니다. 살던 세계가 다르다고 한들, 그 본질이 어디 가겠습니까?”
헬기를 타고 현장에 도착한 것은 우리 교단의 유일한 드워프, 토비.
이종족의 마음은 이종족이 제일 잘 알아줄 것 같아서 토비를 불렀는데, 헬기에서 내리는 토비를 보자마자 그를 부르길 잘했단 생각을 했다.
최근 토비는 잃어버린 땅 원정을 준비하느라고 신전의 대장간에서 쉴 틈도 없이 일했다.
그렇기 때문에 바람 좀 쐬라고 해서 불렀는데, 그가 페어리들과 어우러지는 걸 보고 있자니…….
“우와! 드워프다, 드워프!”
“이 세계에도 드워프가 있었네?”
“이 아저씨 수염 봐! 우리가 여태까지 만졌던 드워프 수염 중에서 제일 부드러워!”
“꺄하하하!”
“허허허! 우리 페어리분들이 저를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그려.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성하, 이 페어리분들이 뭐라고 하시는 겁니까?”
아주 그냥 흐뭇하다.
삼촌이 어린 조카들 놀아 주는 모습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토비를 향해 웃으면서 말했다.
“수염이 부드럽다네요.”
“오오! 최근에 제가 트리트먼트라는 걸 받은 적이 있었는데, 확실히 효과가 좋은 것 같습니다. 성하의 동생분께서 미튜브 컨텐츠로 준비하시겠다고 찍어 가셨는데, 이거 주기적으로 받아야겠습니다. 수염의 윤기는 드워프의 자존심 아니겠습니까!”
“수염…… 트리트먼트요?”
“예예, 하하! 아주 좋습니다! 성하도 한번 받아 보십쇼!”
‘세계 최초로 드워프의 수염을 관리해 줬습니다’라는 영상 제목이 떠오른다.
도대체 인욱이 이놈, 토비를 데리고 무슨 영상을 만들고 있는 거야?
그래도 뭐 귀여우니까 됐다.
손바닥만 한 페어리들이 난쟁이에게 붙어서 수다를 떨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마치 동화를 보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딱 한 가지.
“킁킁. 그런데 성하. 어디에서 고기 굽는 냄새 안 납니까? 맥주가 땡기는 냄새입니다.”
광산에서 올라오는 이 고기 굽는 냄새만 제외하면 말이지.
토비는 소매로 침을 닦아 내면서 말했고, 그 말을 들은 루나가 광산의 입구를 가리키면서 답했다.
“토비 아저씨. 저기 안에 푹 익힌 불고기 있어요. 생각 있으시면…….”
“오! 어딥니까, 루나 양. 이왕 마실 나온 김에 여기 페어리 분들 모시고 외식이라도…….”
“……돌아가서 제가 한우 사 드릴 테니까, 그냥 페어리들 데리고 복귀해 주세요.”
먹을 게 없어도 그렇지, 바짝 익힌 놀 고기는 솔직히 좀 역하잖아.
내 말에 토비는 배를 통통 두드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한우 좋지요. 약속하신 겁니다?”
“예.”
“좋습니다. 우리 요정님들! 이 난쟁이랑 같이 신전 구경이나 갑시다!”
토비는 바디 랭귀지로 페어리들에게 말했고, 페어리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헬기에 탑승했다.
그렇게 페어리들이 토비를 따라서 헬기에 탑승하고 있을 때쯤, 우리를 이곳으로 데려온 레아가 내 앞에서 파닥거렸다.
“고마워, 교황! 그런데 저 이상하게 생긴 기계는 뭐야?”
“헬리콥터라고 해.”
“지구는 신기한 게 엄청 많구나! 우리가 살던 세계에서 인간들은 마차나 끌고 다녔는데!”
대강 이 녀석들 세계의 문명 수준을 예측할 수 있는 단서.
레아는 상기된 표정으로 열심히 말을 이어 갔다.
“우리가 가는 곳에도 재밌는 게 많을까?”
“물론이지. 사람들도 많아.”
“나 새로운 친구들 만나는 거 엄청 좋아해! 그건 내 친구들도 마찬가지야. 시작은 별로 안 좋았지만…… 그래도 지구에서의 생활은 무척이나 즐거울 것 같아! 우리가 지낼 곳을 구해 줘서 정말 고마워 교황!”
“고맙기는.”
내가 더 고맙지.
이렇게 훌륭한 인적 자원을 길 가다가 주운 셈인데.
장담하건대 페어리들이라면 분명 우리 교단의 성지를 더 다채롭게 꾸며 줄 것이다.
생각해 보면 리멘 역시 에덴에서 페어리들을 굉장히 아꼈다.
리멘이 좋아하는 꽃들을 페어리들이 항상 예쁘게 가꾸어 주었기 때문이다.
리멘이 지구의 소식을 전해 듣는다면 엄청 기뻐할 것임에는 틀림 없었다.
“교황 최고!”
레아는 작은 엄지를 치켜들면서 소리쳤고, 나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손을 내저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뭐. 그런데 레아야.”
“응?”
“지구의 사람들은 계약서라는 걸 작성하는데, 나중에 네가 친구들을 대표해서 나랑 계약서라는 거 한 장만 쓸까?”
“계약서? 그거 왜 쓰는데?”
“일종의 상징이지. 상징. 내가 너희들이랑 평생의 친구가 되겠다, 이런 걸 종이로 써서 남겨 두는 거야.”
“친구의 상징! 좋아! 쓸게! 어떻게 쓰는 건데?”
“아, 그건 나중에. 아직 내가 이곳에서 할 일이 남아 있어서, 돌아가는 대로 쓰자. 알겠지?”
“좋아!”
리액션 맛집답게 의사결정도 확실하구먼.
마음에 든다.
은인은 은인이고, 관계는 확실하게 해둬야하는 법.
친구의 상징이라는 말에 레아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귀여운 페어리들, 순진하기도 해라.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고, 레아는 그런 나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우리랑 같이 안 가?”
“아직 할 일이 남았거든. 드워프 아저씨랑 먼저 돌아가 있어.”
이번 원정의 첫 번째 목표인 개성까지는 확보해야 한다. 적어도 그곳에서 정부의 전력과 합류한 다음, 전초기지까지는 세워야 마음을 놓을 수 있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여기 이 마석 광산을 박살 냈다는 거.
정화자 놈들에게는 꽤 타격이 있지 않을까?
“신전에서 보자. 거기에 가면 너희들을 반갑게 맞이해 줄 새로운 친구들도 있을 거야.”
백설이와 베스라면 이 귀여운 요정들을 격하게 맞이해 줄 게 분명했다.
그리고 페어리들은 어린 아이들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아마 시연이랑도 잘 놀아 줄 테고.
그렇게 나는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레아에게 손을 건넸다. 그러자 레아는 활짝 웃으면서 자신의 손을 내 손가락 위에 올려놓았다.
“응!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게.”
“그래.”
그렇게 해서 우리 성지에는 페어리라는 새로운 친구들이 입주하게 되었다.
미국이 뭐 인종의 용광로?
그렇게 따지면 우리 리멘 교단은 종족의 대용광로다.
2.
내가 직접 놀들의 군락지를 휩쓸어 버린 후, 우리는 추가로 두 곳의 군락지를 더 박살 냈다.
고블린들, 트롤들이 살고 있던 군락지들.
난이도 자체는 놀들의 군락지랑 엇비슷했다. 고블린들은 루나가 나서는 선에서 끝이 났는데, 트롤의 군락지에서는 꽤 재밌는 그림이 그려졌었다.
-고작 트롤 새끼들한테 맷집으로 밀리냐? 그럴 거면 여기서 그냥 죽어!
트롤은 이종족 중에서도 재생력으로 굉장히 유명한 녀석들이다.
신체의 회복 능력만큼은 그 어떤 종족도 따라갈 수 없는 수준.
그런 트롤들을 상대로 루나는 1기 교육생들의 한계를 실험했다.
서로 찌르고 찌르는 극한의 싸움.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왔을 정도로 치열한 싸움이었다.
참고로 그 장면을 옆에서 직관하고 있던 김 실장님이 토를 하러 가더라.
그만큼 치열한 전투였다.
아마 우리 1기 교육생들이 트롤들을 보고 많은 영감을 얻었으리라고 믿는다.
그렇게 세 개의 군락지를 박살 내 버린 우리는 곧바로 개성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미리 자리를 잡고 있던 정부의 선발대와 합류할 수 있었다.
선발대의 대장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아니, 유선호 장관님.”
“이곳에서도 뵙습니다. 김시우 교황님. 이거, 이 늙은이를 이곳에서도 봐서 실망하신 눈치십니다?”
“그럴 리가요. 반가워서 그렇죠.”
현장을 직접 뛸 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인물.
유선호 장관이었다.
양쪽 소매를 걷은 흰색 와이셔츠 한 장과 정장 바지.
걷어올린 소매 사이로 드러나는 탄탄한 근육은 유선호 장관의 나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건강미를 뿜어 대고 있었다.
그가 정치판에서 오래 살아가고 있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자기 관리 하나만큼은 끝내주는 사람.
나는 유선호 장관의 팔근육을 슬쩍 쳐다본 다음,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길드들의 상황은 어떻답니까?”
“도깨비 길드와 레이스 길드를 제외한 나머지 길드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레이스 길드는…… 레오 대주교의 활약이 돋보인다고 합니다.”
“돈 들어오는 소리가 그냥…….”
“예?”
“아닙니다. 혼잣말이었어요.”
레오가 활약을 하고 있다라.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레이스 길드가 고전을 하고 있던 모양이다.
레오가 직접 나서진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마 레이스 길드가 단독으로 해결하기에 힘든 상황이 몇 번 있었던 것 같다.
뭐, 나야 좋지.
이번 원정이 끝난 후에 벌어들일 정산금이 아주 달달하겠는 걸?
“그나저나 개성이란 곳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황량하네요.”
“한때 고려의 수도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때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개성공단을 비롯한 각종 시설물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유선호 장관의 말대로, 대한민국의 선발대가 임시로 설치한 천막을 제외하고서는 황량한 벌판이 이어지고 있었다.
한때 인간이 거주했다는 흔적을 완전히 말소시켜 버린 듯한 풍경.
몬스터들이 작정을 하고 지웠다는 것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을 정도로 황폐했다.
어느새 내 옆에 나란히 선 유선호 장관은 씁쓸하게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이곳에서 시작하는 겁니다. 주변 일대의 토벌이 완료되는 대로 파주와 이곳을 연결하는 도로의 복구 작업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땅을 수복한다는 뜻은 그 지역의 통제권을 완벽하게 가져온다는 이야기다.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인프라는 필수였고, 도로는 가장 우선순위 되는 인프라였다.
도로를 연결해 둬야 이쪽으로 건축자재들을 운송할 수 있을 테니까.
“피곤하시겠네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회춘하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허허.”
답답한 상황인 건 맞지만, 황량한 폐허를 바라보고 있는 유선호 장관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나는 중이었다.
나는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조만간 리멘 교단에서 제2의 인생을 펼쳐 나가셔야죠? 그때까지 조용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김시우 교황님께서는 항상 농담도 잘하십니다.”
“진담인데요.”
“……그렇습니까.”
그렇게 내가 유선호 장관과 기분 좋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무렵, 저 멀리서 이능관리부의 직원 하나가 부리나케 뛰어왔다.
“장관님. 보고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현재 개성시의 북서쪽 10Km 지점에서 대량의 언데드 군단이 관측되었습니다! 선봉에 서 있는 건 데스 나이트와 리치인 것으로 확인…….”
“……흐음.”
명색이 잃어버린 땅인데, 환영 인사가 없어서 섭섭하기는 했지.
유선호 장관은 곧바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 역시 유선호 장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은근한 목소리로 제안을 건넸다.
“이번 기회에 ‘실험’을 해 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언데드 상대로는 분명히 효과적일 겁니다.”
자고로 실전이야말로 최고의 실험장.
내 제안을 들은 유선호 장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리멘 교단. 미국, 대한민국.
이 세 개의 집단이 비밀리에 개발한 신무기.
‘그 녀석’이 모습을 드러낼 순간이 찾아왔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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