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54)
154화
3.
“개 떼 같네.”
나는 헬기에 탑승한 채, 망원경을 통해서 저 멀리서 접근하고 있는 거대한 언데드 군단을 주시했다.
언데드는 보통 물량으로 승부하는 놈들이다.
데스 나이트, 리치급의 고급 언데드들은 논외의 영역이고, 언데드 군단의 주류를 이루는 것은 최하급 언데드들.
이를테면 좀비나 스켈레톤.
망자의 시체를 그대로 사용하여 만들어진 부류였다.
개성을 향해 다가오는 언데드 군단의 모양새는 꽤 특이했다.
지구의 시체로 만들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좀비나 스켈레톤들 중 일부는 TV나 드라마에서 보았던 인민군의 복장을 입고 있었다.
즉, 북한 사람들의 시체로 일으킨 언데드라는 뜻.
콰아아아아앙-
저쪽에서도 우리를 발견했는지 우리가 타고 있는 헬기를 향해서 간간이 검은색 불덩이들이 날아왔다.
하지만 그 불덩이는 신성 보호막에 닿자마자 소멸했다.
“수가 어마어마하군요.”
“언데드들의 특징이죠.”
“하기는. 언데드 타입의 게이트들 역시 비슷한 양상이긴 합니다.”
내 옆에 앉아 있던 유선호 장관 역시 언데드 군단의 군세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저 멀리 넓게 펼쳐진 평야를 가득 메우는 언데드들의 숫자.
군단의 질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저 정도 되는 숫자가 전초기지에 들이닥친다면 전초기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 정도로 압도적인 숫자였다.
백명교단이 우리에게 전해 준 정보가 맞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정화자 놈들은 언데드들을 이용해서 이 땅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던 듯싶다.
죽은 것들의 요새>라는 곳에는 특히 상위 언데드 개체들이 몰려 있다는데, 지금의 저 언데드 웨이브는 몸풀기에 불과할 정도라고 해야 하나.
한참 동안 그 언데드 군단을 관측한 유선호 장관은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개발 기간이 너무나도 짧았던 신무기입니다. 효과가 없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별수 있어요? 몸으로 때워야죠.”
전투에 할당되는 인과율은 이미 한없이 자비로워진 상태.
저깟 하급 언데드들을 전멸시킨다고 해서 인과율에 걸리는 등의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거린 다음, 입꼬리를 올리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래도 효과는 있을 것 같은데…… 한번 지켜봅시다. 실험만 성공하면 언데드들에 대한 부담은 줄일 수 있잖아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불사의 군단은 지구의 인류에게 있어서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타입의 몬스터라고 한다.
역병을 퍼뜨리는 놈들도 있고, 언데드 군단의 몬스터들 대부분이 생명체들에겐 치명적인 무기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언데드들을 원거리에서 효과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전투의 양상은 굉장히 크게 달라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정부랑 대한민국 정부가 우리 교단의 요청에 흔쾌히 응했던 거다.
우리 쪽의 기술 전문가로는 토비가 나섰는데, 토비가 지구의 공학 기술에 대해서 경의를 표하더라.
에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되어 있다면서 말이다.
이번 실험의 목표는 토비가 감탄했다는 지구의 ‘기술’과 신성력을 결합시킬 수 있는지, 그 가능성에 초점을 둔 실험이다.
파마(破魔).
악마들과 악마의 하수인들을 몰아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궁리하는 것은 리멘의 사도로서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었으니까.
“사격제원은 모두 전달해 두었습니다. 위성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지역이라서 시간이 다소 소요된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사격 지휘를 위해 내 옆에 앉아 있던 장교가 한껏 고무된 표정으로 말했고,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죄송하실 것까지야. 저도 포병이었거든요. 고생하셨습니다.”
“아!”
“제가 이래봬도 군필자예요. 병장 만기전역.”
내 말에 장교의 눈빛이 뜨겁게 불타오른다.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감동을 먹은 거지?
나는 그를 향해 어색하게 미소를 지어 준 다음, 다시 한번 언데드 군단을 바라보았다.
느릿느릿하게 전진해 오는 언데드들.
녀석들에게 뜨거운 맛을 한번 보여 줄 때가 된 것 같다.
“한번 맛이나 봐 볼까요?”
에덴에서 내가 주먹으로 마족들과 마수들의 대가리를 부수던 시절.
현대의 무기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소설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상상을 몇 번 해 본 적이 있었다.
그때의 상상을 현실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가슴이 설레는구나.
아, 참고로 무기의 이름도 미리 정해 뒀다.
“천벌 프로토 타입. 발사 준비.”
천벌. 말 그대로 하늘의 벌.
비록 지금은 프로토 타입이지만, 언젠가는 천벌1, 천벌2 이렇게 시리즈로 만들어 보고 싶은 게 내 소망이다.
그래야 내가 할 일이 줄어들고, 가족들이랑 함께 쉴 수 있지 않을까?
“삼. 둘. 하나. 발사.”
그렇게 나의 로망과 소망이 담긴 ‘천벌’의 발사가 시작되었고,
콰과과아아앙-!
곧 개성 전초기지 쪽에서부터 천둥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셀 수 없이 많은 다연장 로켓이 발사되었다.
신성석이 대량으로 사용된 탄두를 장착한 로켓들.
이론적으로는 신성력이라는 ‘파동’을 화약이 폭발할 때 발생하는 충격파에 실어서 전달하는…… 뭐 그런 복잡한 이야기인데, 사실 거기까지는 내가 알 필요가 없다.
내가 알아야 할 것은 단 하나.
“착탄합니다!”
그 기술이 얼마나 언데드들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지, 오로지 그것뿐.
흑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일부 언데드들이 부랴부랴 로켓들을 요격하기 위해 대응 마법을 시전했지만, 레오가 밤을 새워 가면서 일일이 축성한 로켓들이었기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군단에 소속되어 있는 리치의 마법 정도가 일부 로켓을 격추시켰을 뿐, 대세를 바꿀 수는 없었다.
그렇게 수백 개의 로켓이 언데드 군단이 있는 곳에 성공적으로 착탄했고,
콰아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앙!
곧바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고, 사방에서 피어오른 먼지구름이 시야를 가렸다.
그로 인해 헬기에 있던 다른 이들은 위력을 두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지만, 나와 루나는 방금 전 폭격이 지닌 위력을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오.”
내 입에서는 감탄사가 흘러나왔고,
“……이곳이 신기전의 나라입니까?”
……루나의 입에서도 감탄사로 보이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와, 돈값 하는데?”
“이거 에덴에도 수출해 주면 안 돼요? 우리 교단이 지분이 있는 거니까 가능할 것 같…….”
지상을 빼곡하게 메우고 있던 언데드 군단의 절반 이상이 한 번에 쓸려나갔기 때문이다.
하급 언데드들이 대부분이었던 군단이라서 그런지 효과는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으며, 심지어 급히 방어막을 생성한 리치조차도 비틀거리고 있던 것이다.
나는 그 장면을 바라보면서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폭발은 예술이다.”
천벌 프로토 타입.
실험 결과 대성공.
4.
설거지는 간단했다.
천벌이 휩쓸고 간 자리에 나와 루나가 내린 다음, 각각 리치와 데스 나이트를 처리하면서 끝.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신성력와 폭발의 조합이 워낙 뜨거웠는지, 데스 나이트나 리치 같은 상위급 언데드들도 정상이 아니더라.
그렇게 해서 개성 전초기지의 첫 번째 위기가 끝이 났고, 성공적으로 기지로 귀환했다.
나와 함께 기지로 귀환한 유선호 장관이 가장 먼저 물은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유선호 장관: 아니, 혼자서도 그렇게 군단 박살 내실 수 있으면서 왜 굳이 새로운 미사일을 개발하시려고…….
-나: 아, 그거요? 제가 할 일을 대신해 주면 좋잖아요. 시연이랑 더 놀 수도 있고. 제 장래희망은 백수랍니다.
진짜 농담 안 하고, 내가 신성력이 담긴 무기를 개발하고자 마음먹은 이유가 바로 그거다.
언제까지 내가 직접 다니면서 언데드를 토벌해야겠어?
그것보다는 차라리 다른 사람들에게도 대항할 수단을 주는 게 났지.
왜,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것보다는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 주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래도 덕분에 아주 성공적인 실험이었다.
나중에 정화자 놈들에게 감사 인사라도 따로 해 줘야지.
녀석들의 본거지를 알아낸 다음, 그쪽에 신성력을 담은 미사일 한 방 먹여 주는 게 선물로 적당할 듯싶었다.
“대언데드전에서만큼은 압도적인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무기. 거기에 마수나 마족들에게도 효과적이겠어요.”
루나는 군인들이 직접 정리해 준 보고서를 살펴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천벌이 보여 준 임팩트는 대단했다.
게다가 사장되다시피 한 재래식 무기의 부활을 알리는 실험이었기에, 그 값어치가 더욱 귀중하다고 볼 수 있겠다.
“미국에서 마력을 이용하여 재래식 무기를 연구하는 걸 마도 공학이라고 했으니…… 우리는 신성 공학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뭐라 부르든지 상관없어. 대신 문제가 하나 있잖아?”
“비용이 험악하죠.”
“그렇지.”
신성석의 원재료인 마정석은 아직까지 귀중한 재료다. 이번 실험에 미국이랑 대한민국 정부에서 상급 마정석을 지원해 줘서 그렇지, 그 재료의 값어치를 돈으로 환산한다면 확실히 부담스러운 가격.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다.
“제작 과정도 너무 복잡해. 탄두를 제작할 때 성화로가 필요하고, 숙련된 장인도 필요해.”
탄두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신성석을 녹여야만 한다.
그래서 이번 작업에 토비가 동원되었던 거다.
최근에 생산 계열 플레이어들이 모여 있는 아나키 길드를 인수하기는 했다.
토비의 공로가 엄청 컸는데, 아나키 길드의 플레이어들이 훌륭한 장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다소 걸리는 상황.
천벌의 대량 생산은 아직까지 빠듯한 편이다.
하지만 그것들은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였고, 일단 오늘은 가능성을 본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넘어가야겠다.
인과율에 구애받지 않을 방법을 한 가지 발견한 셈이기도 하니까.
“그래도 확실히 화력 하나만큼은…….”
루나는 보고서를 읽어 내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지구의 무기들은 확실히 살상력이 높아요. 끔찍할 정도예요. 일부 무기들은 어지간한 마법도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아요.”
“어떤 SF 소설가가 그러더라.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고. 그게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무기와 관련된 기술만큼은 마법에 준하거나 이미 뛰어넘었지.
핵미사일의 위력은 마법으로도 따라가기 힘들 테니까 말이야.
“연구는 계속 진행해 봐야겠어.”
“이러다가 군수 산업도 진출하시겠네. 우리 교단 너무 문어발 아니예요?”
“성전을 준비하겠다는데, 누가 뭐라 그러겠냐? 어디까지나 대언데드전, 대마수전 같은 걸 준비하는 거야. 마기를 지닌 놈들을 효율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수단이 있으면 좋잖아.”
“맞는 말이죠.”
충분히 연구할 가치가 있는 분야였다.
국가위기급 마수라든지, 이런 놈들에 의해 죽어 가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고 들었다.
그렇게 내가 야전 천막 안에서 루나와 이번 전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쯤,
“성하. 대주교 레오 루멘, 임무를 완수하고 복귀했습니다.”
천막 바깥에서 레오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들어와.”
그러자 곧 상처 하나 없이 말끔한 상태의 레오가 천막 안으로 들어섰다.
그의 옆에는 한 중년 남성이 함께하고 있었는데, 그 남성은 넝마나 다름없는 갑옷을 걸치고 있었다.
남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레이스 길드의 황 대표.
그들이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모습이었다.
“대주교 레오 루멘을 포함한 11명 모두 무사히 전초기지에 합류하였습니다. 이 모든 것이 리멘님과 성하의 은혜입니다.”
“고생 많았다. 많이 힘들었냐?”
“생각했던 것보다 나설 일이 많았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황 대표가 설명을 해 드릴 겁니다. 황 대표님?”
“……제가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 앉아서 말씀하시죠.”
나는 황 대표에게 의자를 권했고, 황 대표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로 의자에 앉았다.
넋이 나가 있는 듯한 표정.
황 대표는 한 3분 정도를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나는 그런 황 대표를 느긋하게 기다려 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염치 불고하고 부탁드리겠습니다. 혹시…… 이번 의뢰 비용, 나눠서 입금해도 되겠습니까?”
“저런. 예기치 못한 상황이 많이 벌어졌던 모양입니다.”
라파르트 대주교와 박지원 고문이 힘을 합쳐서 만들어 낸 계약.
그 계약이 아무래도 제대로 먹혀 들어간 모양인걸?
“계약을 떠나서, 저는 황 대표님께서 이리 무사히 도착하신 게 기쁠 따름입니다. 혹시 사상자는…….”
“레오 대주교께서 활약해 주신 덕에 사망자는 없었습니다.”
“잘된 일입니다. 세상에 목숨보다 귀한 게 어디 있겠습니까? 의뢰 비용 같은 거야 뭐, 천천히 주시면 되는 거죠. 하하! 설마 우리 황 대표께서 의뢰 비용을 깎아 달라거나 그런 말씀은 안 하실 거잖아요? 하하!”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 뒤 끝 없다.
절대로 황 대표 딸이 우리 시연이 보고 ‘부모님 없잖아’라고 해서 이러는 건 아니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인자한 표정으로 황 대표를 바라보았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