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56)
156화
50. 미스릴 러시
1.
미스릴 러시.
중소형 길드들의 시위 덕분에 잃어버린 땅에 대한 제한이 풀린 후, 수많은 각성자들이 잃어버린 땅으로 몰려든 현상을 의미하는 단어.
대한민국 각지에서 생성되었던 던전과 게이트의 숫자가 대폭 감소한 것도 이 ‘미스릴 러시’라는 현상이 벌어지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마치 지구를 관장하는 시스템이 대한민국이 북진하는 것을 권장이라도 하는 듯, 평상시에 불쑥불쑥 튀어나오던 던전과 게이트의 빈도가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이다.
각성자란 모름지기 던전과 게이트들을 통해서 성장과 이익을 도모하는 존재들.
그들의 시선이 잃어버린 땅으로 향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이번이 대형 길드에 들어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여기에서 실적을 올린다면, 이걸 스펙 삼으면 돼. 아니면 부산물 하나라도 대박을 건지고 졸업하면 되는 거야.’
B급 헌터 손시원.
B급 헌터만 되더라도 직장인들을 우습게 볼 수 있을 만큼의 대접을 받지만, 원래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 법.
손시원은 이번 기회를 통해서 자신의 위치를 한 단계 높이고자 이곳에 들어왔다.
‘비록 과정 자체가 좀 떨떠름하기는 했지만…….’
손시원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주위에 있는 스무 명 남짓한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대형 길드들은 자체적으로 잃어버린 땅을 탐사할 능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중소형 길드나 프리랜서들의 경우는 아예 달랐다.
위험한 요소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땅.
자칫하면 목숨을 내줄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건 한 가지뿐이었다.
합동 탐사.
대한민국의 헌터 커뮤니티에는 온통 잃어버린 땅을 함께 탐사할 일행을 구한다는 이야기가 가득할 정도였으니, 이곳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굉장한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손시원 씨. 뭘 그렇게 긴장해요?”
손시원이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을 때쯤, 한 여성이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로 다가왔다.
그녀의 이름은 아까 들어 알고 있었다.
유채화.
활을 사용한다는 A급 헌터.
이번 합동 탐사를 주도하는 4인 중 한 명이자, 밝게 빛나는 미소가 매력적인 여자였다.
“잃어버린 땅이니까요. 긴장이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걱정도 많으시네요. 저희가 오늘 상대할 건 소규모 고블린들이 모여 있는 동굴인데, 그렇게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이 정도는 남쪽에서도 많이 잡아 봤잖아요? 그리고 장비도 되게 빵빵하게 챙겨 오셨네요. 이거 유선 그룹에서 신상으로 나온 장비일 텐데.”
유채화는 손시원이 입고 있던 헌터 전용 방어구를 가볍게 터치하면서 말했다.
마수의 가죽을 정화한 후, 마력을 통해 방어력을 극대화시킨 신상품.
유선 그룹에서 야심 차게 내놓은 장비이자, 무려 10억에 달하는 비싼 가격을 지닌 장비였다.
손시원이 주문 제작만 받는다는 유선 그룹의 공방에서 큰 마음 먹고 구매한 장비이기도 했다.
‘보는 눈은 있네.’
손시원은 내심 기분이 좋았다.
“이번에 잃어버린 땅에 들어가는 기념으로 하나 맞췄습니다. 저희 일이란 게 결국 장비가 중요한 일 아닙니까?”
“돈이 많으신가 봐요?”
“투자를 할 땐 과감하게 하는 편입니다. 리멘 교단의 성수도 챙겨 왔죠.”
‘비록 최하급이지만.’
이번 원정에 대비해서 그동안 모은 돈을 전부 사용하기는 했지만, 딱히 상관은 없었다.
큰 건을 하나 터뜨리고 돌아가면 되니까.
“리멘 교단의 성수! 그거 구하기 진짜 힘들다던데…… 어디에서 구매하신 거예요?”
“제가 아는 지인이 있어서요. 그 친구한테 구했습니다.”
암시장에서 구한 성수였지만 굳이 그 사실을 이 여자에게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손시원은 자신만만한 미소와 함께 어깨를 폈고, 유채화는 그런 손시원을 바라보면서 감탄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와, 대단하시네요!”
“제가 이래 보여도 헌터 경력 4년 차라, 이래저래 아는 지인들이 많습니다. 아, 채화 씨 A급 헌터라고 하셨죠? 돌아가면 제가 대형 길드 쪽과 연결이라도 해 드릴까요? 그쪽에 지인들이 좀 있어서…….”
“아! 호의만으로도 감사해요. 제가 어디에 소속되는 걸 싫어하거든요. 저는 그냥 마음 맞는 사람들이랑 같이 다니는 걸 더 좋아해요.”
“그러시구나.”
그는 대강 대답하면서 슬쩍 그녀의 전신을 훑어보았다.
타이트하게 입은 갑옷으로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가 드러났고, 그 몸매는 유채화의 미모와 어우러지며 자꾸만 시선이 가게 만들었다.
그의 시선을 의식한 걸까?
유채화가 살짝 붉어진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 제가 신세를 좀 많이 질 것 같아요. 그래서 미리 인사를 드리려고 왔어요.”
“저만 믿으세요. 든든하게 앞에서 버텨 드리겠습니다.”
어쩌면 오늘 레이드가 끝나고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레이드 도중에 눈이 맞는 헌터들이 꽤 많았으니 말이다.
손시원은 유채화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손시원은 목적지까지 유채화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걸어갔고, 어느새 그들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어느 야산에 위치한 작은 동굴.
목적지에 도착하자 이번 탐사대의 대장 역할을 맡고 있던 남자가 대원들을 향해 말했다.
“기껏해야 C급에 불과한 고블린들이 거주하고 있는 동굴입니다. B급 헌터 이상으로만 이번 탐사대를 구성했으니, 빠른 진행을 위해 2인 1조로 나뉘어서 토벌을 진행하겠습니다.”
등급이 낮은 던전을 빠르게 토벌할 때 사용하는 방식.
손시원을 비롯한 탐사대원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그 방식을 승낙했고, 손시원은 유채화와 함께 동굴로 입장했다.
그리고 곧 그의 눈앞에는 수십 갈래의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블린들이 파 놓은 게 분명해 보이는 복잡한 구조.
손시원은 검과 방패를 꺼낸 다음, 자신감 넘치게 앞으로 걸어갔다.
“채화 씨는 제 뒤만 따라오세요.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좋아요.”
하지만 아무리 앞으로 걸어가더라도 고블린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안쪽으로 진입할수록 피 냄새만 짙어질 뿐.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20분쯤 탐사가 진행되었을 때쯤, 그의 등 뒤에 서 있던 유채화가 은근슬쩍 앞으로 걸어 나왔다.
“채화 씨. 앞은 위험…….”
“탐욕에 물든 인간을 등쳐 먹는 건 참 쉬운 일이에요. 왜 그런지 알아요, 시원 씨?”
“……예?”
“인간은 원래 욕심에 물들면 주변이 안 보이거든요. 상황 판단 능력이 떨어진다고 해야 하나?”
그녀는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면서 들고 있던 마법 조명으로 동굴의 한쪽을 비췄다.
그리고 그 순간,
“우우우욱.”
손시원은 자신도 모르게 헛구역질을 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유채화가 조명으로 비춘 곳에는 이미 잔뜩 훼손된 시체가 다섯 구나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보다 놀라웠던 건,
“다들 뭐 하러 그리 열심히 몬스터를 잡아 대는 걸까요? 버러지들을 사냥해서 빼앗는 게 훨씬 더 편한데, 안 그래요?”
시체에 다가간 유채화가 시체에 박혀 있던 단검을 뽑으며 활짝 웃는 장면이었다.
[액티브 스킬 살의 Lv. 14>에 노출되었습니다! 당신의 항마력으로는 저항할 수 없습니다.]움직일 수가 없었다.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듯한 기분.
다리는 떨리기 시작했고, 팔과 다리는 말을 듣지 않았다.
유채화로부터 흘러나오는 끈적한 마력이 그의 몸을 옭아매고 있었다.
“채, 채화 씨?”
“다들 목숨 귀한 줄 알아서 비싼 장비들을 두르고 오더라구요. 이게 아주 쏠쏠한 벌이예요. 게다가 장물 빼돌리는 방법도 간단하다니까요? 바닷가에 준비되어 있는 밀수선을 통해 중국으로 넘기면 끝!”
어느새 손시원의 앞까지 도달한 유채화가 가느다란 왼손으로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래도 우리 시원 씨가 비싼 장비를 가져왔으니까 제가 보답으로 딱 10번만 찌를게요. 원래는 50번 정도 찌르고 나서야 죽이는데, 이 정도면 제가 많이 양보해 드리는 거예요.”
유채화의 호흡이 가빠졌다.
흥분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
유채화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자신의 오른손에 쥐어져 있던 단검을 혀로 핥았다.
던전으로 유인해서 토벌 중 사망한 것으로 위장시키는, 빌런들의 전형적인 수법.
손시원은 어떻게든 이 상황을 벗어나고자 몸을 버둥거려 보았지만, 강력한 마력에 의해 모든 것이 정지되어 버렸다.
‘제발 살…….’
유채화가 내지른 단검이 그의 배를 꿰뚫으려 할 때쯤,
우드드드득.
“끼야아아악!”
그녀의 어깨가 기이할 정도로 크게 비틀렸고, 곧 그녀의 입에서 비명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뒤쪽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오면서 말했다.
“유선영. 나이 31세. 살인 48건…… 이야, 도대체 너희들은 어디에 숨어 있다가 이제 나오는 거냐? 하여간에 가만히 내버려 두면 꼭 사고를 쳐요. 본보기를 보여 줘야 정신을 차린다니까? 이 버러지 새끼들.”
검은색 사제복을 입은 남자.
손시원은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의 등장과 동시에 손시원의 입을 가로막던 마력이 풀려났고, 손시원은 넋이 나간 듯한 목소리로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김…… 시우?”
손시원의 목소리에 남자가 슬쩍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활짝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아! 저 아시는구나. 일단 밖에 나가 계세요. 거기에 이능관리부 직원들 있을 겁니다.”
“여긴, 여긴 도대체 어떻게…….”
“어떻게 왔긴요.”
우드드드득.
김시우는 유채화, 아니 유선영을 반으로 접어 버리고는 바닥에 던졌다. 그리고 손시원을 향해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맺었다.
“오랜만에 좋은 말씀 전하러 왔죠.”
2.
암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인 건강검진이 중요하다.
암세포는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도 빠르게 증식하기 때문이다.
빌런 역시 마찬가지다.
이 빌어먹을 새끼들은 주기적으로 찾아내서 박살을 내야지만 숫자가 줄어든다.
“이래서 욕심이 문제라니까.”
나는 한때 고블린들의 족장이 머물렀을 거대한 공동에다가 빌런 9마리를 싸그리 몰아 둔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잃어버린 땅에 일반 헌터들의 접근이 허용된 지도 벌써 2주째.
인간의 탐욕이 모여드는 곳에는 항상 먹을 게 많다.
그리고 먹을 게 많은 만큼, 이런저런 벌레들도 꼬여 드는 법이다.
바로 이 빌런 새끼들처럼 말이다.
“희생자들의 시신은 모두 수습했습니다.”
“총 몇 구였습니까?”
“34구입니다.”
“오늘 12구 추가할 뻔했네요. 고생하셨습니다, 김 실장님.”
“……아닙니다. 저희가 해야 할 일이었는데, 오히려 민폐를 끼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울 따름입니다.”
“벌레 구충하는데 네 일 내 일이 어디 있겠어요? 굳이 잘못이 있다면 허가를 내준 윗분들 잘못이겠죠.”
잃어버린 땅에 일반 헌터들이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이능관리부의 허가 없이 들어오는 건 여전히 불법인 상황.
그럼에도 빌런 놈들이 설치고 있다는 건 보통 두 가지 중 하나다.
이 녀석들이 바다를 통해 이곳에 밀항했거나, 아니면 관계자한테 뒷돈을 찔러주고 허가를 받아 냈다거나.
그 어느 쪽도 유쾌하진 않았다.
“김 실장님.”
“예.”
“정부 측의 협조 요청이 들어왔었으니까, 면책 조항이 발동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해도 되겠죠?”
내 질문에 김 실장은 침음을 흘렸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합니다만…….”
“아, 죽인다는 이야기는 안 했어요. 그냥 한 놈만 데리고 가자는 뜻이었죠. 저기, 얼굴에 그림 그려 둔 친구 있죠? 그놈이 얘네들 리더예요.”
“그걸 어떻게?”
“지은 죄가 제일 많네요. 보통 그런 놈이 대장이거든요.”
나쁜 놈들의 대장은 가장 나쁜 놈.
원시적이지만 가장 효과적인 논리다.
내 말을 들은 김 실장은 자신의 옆에 있던 부하 직원에게 손짓을 했고, 그러자 이능관리부의 요원들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확실히 멸악의 의지>는 빌런들을 상대할 때 효과적이다.
분리수거 대상이 명확하게 보이니까 너무 편하다. 에덴에서보다는 지구에서 쓸 일이 훨씬 많은 스킬이기도 하고.
“그런데 김시우 교황님. 나머지 빌런들은 목숨을 끊어 버릴 생각이십니까?”
“김 실장님. 제가 교황인데 어떻게 그런 가혹한 처벌을 내리겠어요? 제가 막 사람 죽여 버리면 정부도 곤란한 거 다 아는데, 그리고 범죄자에게도 인권이 있을 거 아니에요. 인권은 존중해 줘야죠.”
“그럼 어떻게…….”
“이렇게요.”
나는 이능관리부 직원들이 뒤로 빠진 걸 확인한 다음, 가볍게 발을 굴렀다.
쿠구구구궁.
그러자 천장의 일부가 무너져 내렸고, 빌런들을 던져 두었던 장소가 철저하게 매몰되었다.
“힘줄, 뼈. 싸그리 으스러뜨렸습니다. 마법을 쓰는 놈들은 마력 기관까지 박살 내 놨구요. 저놈들, 저기에서 못 나와요. 안에서 발악을 하든, 굶주림에 미쳐서 서로를 뜯어 먹든. 알아서들 하라죠.”
나는 묵묵히 손을 턴 다음, 김 실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빌런들과 연관이 되어 있는 관계자들도 확실히 정리해 주실 거라 믿습니다. 아, 그리고 제대로 처리하기 힘드시면 협조 요청 넣어 주세요. 언제라도 도와드릴 테니까.”
미국에서 열리는 각성자 포럼 개최까지 남은 시간은 2주.
청소는 미뤄 둘수록 쌓이는 법.
“청소는 미리미리 해 둡시다.”
본격적인 청소 시간이 찾아왔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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