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58)
158화
5.
지영철이 넘겨준 장부에는 누구와 거래를 했는지, 또 누구에게 뇌물을 줬는지.
온갖 정보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적혀 있었다.
굉장히 체계적인 새끼였다.
각성자로서의 능력은 그리 강하진 않았지만, 사업가로서의 대가리는 빠르게 돌아가는 놈.
“……그렇게 해서 일단 한 곳은 작살을 내 뒀고, 지영철은 잡아 왔습니다.”
나는 책상 앞에 앉아 있던 유선호 장관에게 두 권의 장부를 건네주면서 말을 이어 갔다.
“하나는 거래 장부. 하나는 뇌물 장부. 각각 구분해서 사용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지영철을 제외한 나머지 빌런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의리는 있더라구요. 대장이 제압당하니까 싸그리 몰려들던데요?”
나로서는 굉장히 편했다.
그래도 지영철이 나름 부하들은 잘 챙겨 줬었는지, 대장을 구하기 위해 불 속으로 뛰어들더라.
불나방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들의 최후 역시 불나방과 같았다.
“지영철을 제외한 나머지 빌런들은 그 자리에서 실종되었습니다.”
“……그렇군요.”
“현장은 완벽하게 보존시켜 두었습니다. 사람들을 보내서 마무리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내 앞에 놓여 있는 차가운 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제가 오는 길에 슬쩍 뇌물 장부도 확인해 봤는데, 재밌는 분들이 꽤 많던데요? 국회의원, 이능관리부 공무원, 경찰, 검찰…… 아주 그냥 각계각층에 골고루 있으시던데.”
“면목이 없습니다.”
“장관님께서 알아서 해결해 주실 거라 믿습니다.”
여차하면 그 사람들도 ‘실종’시켜 버리면 된다.
나름 그동안 쓰레기를 열심히 청소했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참 어렵다.
쓰레기 보존의 법칙이라도 있는 걸까?
쓰레기를 치워 낸 자리는 쓰레기가 대체하더라.
이래서 분리수거가 정말 중요한 거다.
“장관님.”
“예.”
“저는 몬스터를 잡고 일확천금을 노리려는 사람들을 탓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건 그들의 선택이니까요. 자신의 목표를 위해 목숨을 내건 사람들인데, 죽더라도 몬스터를 잡다 죽게 해 줘야지 않겠습니까?”
내 말에 유선호 장관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관련자를 모조리 색출해 내겠습니다.”
“항상 믿고 있습니다.”
정부 쪽을 굳이 강력하게 압박할 생각은 없었다.
서 대통령과 유 장관이라면 굳이 그렇게 안 하더라도 알아서 일을 처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다 차려진 밥상이다.
증인이 되어 줄 지영철까지 살려 왔으니 이 정도면 숟가락으로 밥을 퍼먹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는 차려진 밥상을 못 먹을 정도로 무능하지도 않았다.
정치인들도 연관되어 있는 일.
리멘 교단에서 직접 나섰다가 무슨 소리를 들을지는 뻔하다. 그래서 일단은 정부 측에 처리를 맡기는 게 현명하다.
저쪽에서 협조 요청을 해 온다면 또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말이지.
어찌 되었든 그렇게 내가 유선호 장관과 이런저런 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쯤이었다.
“성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회의가 진행 중이던 야전 천막 안으로 레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 있나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레오가 회의 도중에 끼어드는, 그런 무례한 짓을 할 리가 없거든.
나는 빠르게 레오를 천막 안으로 들였고, 레오는 들어오자마자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곧바로 상황을 보고했다.
“지영철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성하께서도 알고 계셔야 할 듯하여.”
레오는 그렇게 말하며 유선호 장관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
유선호 장관 앞에서는 말하기 껄끄러운 정보인 듯했다.
“유선호 장관님과 우리가 남도 아니고. 괜찮아. 편하게 말해.”
“녀석들이 성하께서 개입했을 때의 계획도 미리 세워 둔 것 같습니다.”
“계획?”
“지영철이 속한 조직에서 인질극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조직원은 이미 배치되어 있던 상태였고, 연락이 끊기는 즉시 작전에 들어갈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인질극.
그 세 글자를 듣자마자 머릿속이 싹 가라앉았다.
“이거 완전 갈 데까지 간 새끼들이었네.”
인욱이나 시연이, 아니면 우리 할머니.
이 셋은 건들래야 건들 수가 없다. 할머니 쪽에는 에이든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고, 시연이나 인욱이에게는 베스와 백설이가 버티고 있으니까.
나는 혹시 몰라서 곧장 백설이와 정신을 연결했다.
‘백설아.’
-왜 주인. 나 지금 인욱이랑 시연이랑 노는 중.
‘주변에 별거 없어?’
-별거야 있지. 이 까만 댕댕이 놈이 자꾸 거슬리기는 해. 그런데 갑자기 왜?
‘아니다.’
일단 이쪽에는 문제가 없고.
내 가족들을 인질로 삼을 정도로 멍청한 놈들은 아니란 뜻.
그렇다면 인질로 잡을 만한 사람이 있나?
교단 내에서 입지도 적당하고, 만만한 대상이 있을 리가 없…….
“……하나 있네.”
생각해 보니까 한 명 있다.
최근 들어 주가를 빠르게 올리고 있으며, 교단 내의 다른 인원들에 비해 외부 활동도 잦은 사람.
그리고 비교적 만만한 대상.
나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승우네.”
“그렇습니다.”
그러자 내 옆에서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유선호 장관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곧바로 본청에 연락을 넣겠습니다. 대기하고 있는 모든 이능관리부 요원들을 파견하겠…….”
“아닙니다. 저희가 알아서 해결하겠습니다.”
승우를 노릴 줄은 진짜 몰랐다.
승우가 요새 병원들을 돌아다니면서 ‘어린 성자’라는 별명까지 얻기는 했지만, 빌런들이 승우를 인질로 삼을 생각까지 했을 줄이야.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여간 미친놈들이 아니면 빌런이 못 되는 건가?
“승우 오늘 계획은?”
“대전의 난민촌에서 치유 봉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지금쯤이면 이동하고 있을 겁니다.”
“인솔자는?”
“라파르트 대주교입니다.”
어쩐지.
레오가 생각보다 급해 보이진 않더라.
십 년 묵은 체증이 단번에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쉰 다음, 한층 여유로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아, 그럼 오케이. 라파르트 대주교한테 전화만 넣어 둬. 살려는 두라고. 알겠지?”
“예, 알겠습니다.”
혹시 모르니까 백설이한테도 연락은 해 둬야겠다.
‘백설아.’
-아, 왜 자꾸 불러.
‘거기는 베스한테 맡기고, 승우한테 좀 가 봐라.’
-귀찮은데 왜 자꾸……
‘캣 타워 피망 마켓에 올려 버린다.’
-……자꾸자꾸 가고 싶게 만들어? 지금 갈게.
라파르트 대주교에 백설이라면 어지간한 디재스터급 귀환자도 해결할 수 있을 거다.
그렇게 백설이까지 승우에게 보낸 나는 혀를 차며 말했다.
“자살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진짜. 야, 레오야. 가서 지영철 여기로 끌고 와.”
“오는 길에 미리 치료는 해 두겠습니다.”
“그래야지. 맞다가 뒈지면 안 되잖아?”
“예, 성하.”
인질극에 대한 정보는 끝까지 입을 다물고 계셨다?
괘씸해서 안 되겠다.
나는 손목을 풀면서 이를 부드득 갈았다.
6.
쉬운 임무라고 생각했다.
납치 대상은 어린아이 하나.
한때 S급 헌터로 분류되었던 놈도 한 명 끼어 있는 전력이었기에 그쯤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계획은 간단했다.
차로 이동하고 있는 어린 성자를 납치한 후, 그것을 대가로 정부 측에 억류된 지영철을 돌려받는 것.
비록 어린 성자가 타고 있던 차량에 노인 한 명이 더 탑승했지만, 큰 변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변수찬은 적어도 5분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렇게 생각했다.
콰드드드드득.
하지만 모든 것이 변수찬의 생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차를 이 야산으로 돌렸을 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타겟이 탑승해 있던 차가 고속도로에서 빠져 나와 산으로 향했을 때, 그때가 도망칠 유일한 기회였을 것이다.
“참으로 어리석구나.”
하얀색 사제복을 입은 노인이 그를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 그 노인의 뒤에서는 하얀색의 털을 지닌 호랑이 한 마리가 날뛰고 있었다.
“성하의 말씀만 없었다면 진작에 너희들의 목을 꺾었을 것이다.”
저 노인에 대해 알려진 정보라고는 기껏해야 실무자라는 것.
항상 신전에 거주하며, 밖으로는 나서지 않는다는 정보가 전부였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도 않았다.
오히려 인질로 삼을 대상이 늘어났다는 생각뿐.
그러나 방금 전까지 노인이 보여 준 모습은 단순한 ‘실무자’ 따위가 아니었다.
노인의 손에 들려 있는 은색의 채찍.
그 채찍이 만들어 낸 참상이 변수찬의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너희들의 죄는 오로지 고통으로만 씻을 수 있다. 걱정하지 말거라. 내 비록 은퇴하였으나, 너희들의 회개를 위해 기꺼이 은퇴를 번복해 주마. 자비로우신 리멘님께서 이해를 해 주실 게다.”
이곳을 급습한 조직원의 숫자는 총 19명.
이번 일을 도모하기 위해서 중국에 숨어 있던 조직원들이 대거 밀항했었다.
S급 헌터 1명에 A급 헌터가 10명이나 포함되어 있는 전력이었고, 그의 조직에서도 나름 엄선한 조직원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믿고 있던 S급 헌터는 현재 채찍에 의해 사지가 찢겨 나간 채로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중이었다.
크르르르르르릉.
그리고 저 백색의 호랑이 역시 그들의 계획에 없었던 건 매한가지였다.
‘기회를 봐서 도망친다. 남은 마력을 모두 투자하면…….’
변수찬은 바닥에 죽은 척 엎드린 채로 살길을 도모하고자 했다.
살아야만 했다.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벗어나서, 리멘 교단에 더 많은 괴물들이 숨어 있다는 것을 조직에 알려야만 했다.
그렇게 변수찬은 천천히 마력을 끌어올렸다.
속도만큼은 자신이 있었고, 노인이 다른 곳을 보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액티브 스킬 줄행랑 Lv. 16>을 시전합니다.]‘좋아. 이대로…….’
그러나 그때였다.
촤르르르르륵-!
어디선가 날아든 채찍이 그의 발목을 휘감았고, 변수찬은 일어나던 자세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그리고 잠시 후, 그의 귓가에 노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둔하구나, 이 미련한 것아. 내 너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이거늘.”
노인이 천천히 변수찬에게 다가갈 때쯤이었다.
“씨발! 가만히 있어! 움, 움직이면 이 애새끼 죽일 거야! 어?”
팔 한쪽이 뜯겨 나간 남자가 남아 있는 팔로 꼬마의 목을 휘감은 채로 소리쳤다.
그들의 타깃이었던 어린 꼬마.
리멘 교단에서 애지중지 키워 내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한 그 어린 성자였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이런 상황에 당황할 법도 한데, 노인의 표정에는 단 한 치의 흔들림조차 없었다.
마치 이 상황을 의도라도 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승우야. 그놈은 내가 내주는 숙제다.”
“무슨 병신 같은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노망이라도 났어? 당장 물러서! 어? 내가 이 애새끼 못 죽일 것 같아?”
어린 성자를 인질로 잡은 남자가 발악하듯이 소리쳤다. 그러나 노인은 덤덤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앞으로 네가 살아가는 동안 수도 없이 이런 상황에 놓일 게다. 리멘의 영광을 시기하는 놈들, 악의 길을 걷는 놈들. 셀 수도 없이 많은 적들이 너를 노릴 테지.”
노인은 인자한 표정으로 자신의 어린 제자를 바라보았다.
“오늘의 수업은 바로 이것이다.”
“대주교님.”
“너의 정의를 지키려면, 그리고 너의 사람들을 지키려면. 네 스스로 위험에서 벗어날 줄은 알아야 한다. 너는 영특하니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 게야.”
“이 애새끼가 나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지랄하지 마. 내가 마음만 먹으면 이깟 애새끼 모가지쯤은-.”
콰지지직.
남자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왜냐하면 남자의 품속에 있었던 어린 성자가 팔꿈치로 남자의 명치를 찍어 버렸기 때문이다.
어린 성자의 기습에 당한 남자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고, 어린 성자는 남자를 내려다보면서 조용히 말했다.
“짐이 되면 안 된다는 거, 저도 잘 알고 있어요 대주교님.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짐이 되지 않도록 노력할게요.”
나지막한 소년의 목소리.
노인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하구나.”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