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59)
159화
51. 여행은 여행인데……
1.
내가 던진 돌은 대한민국에 거대한 파장을 일으켰다.
「속보)대한민국 최대 최악의 빌런 조직, ‘흑천’ 대대적인 소탕 시작!」
「서신우 대통령, ‘이 땅에 발붙이는 모든 빌런들이 사라지는 날까지 전쟁은 계속될 것.’」
「정치권을 강타한 ‘흑천 게이트’! 빌런과 관련된 모든 이들이 샅샅이 밝혀지다.」
「여야 대표, ‘정부의 결단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낸다’ 공동성명.」
지영철을 비롯한 생포한 빌런들에게서 뽑아낸 정보, ‘흑천’.
지영철이 건넨 장부와 레오, 그리고 라파르트 대주교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심문 과정에서 쓸 만한 정보들이 대거 쏟아졌다.
특히 라파르트 대주교.
라파르트 대주교의 심문이 정말 가차 없었다고 들었다. 그것은 아마 녀석들이 노린 것이 승우였기 때문일 것이다.
라파르트 대주교만의 무기라고 할 수 있는 채찍이 오랜만에 등장했을 정도면……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었다.
그런 과정에서 흘러나온 정보들을 고스란히 정부 측에 전달했고, 정부에서는 이를 악물고 대대적인 토벌에 나섰다.
서 대통령이 전화까지 주더라.
-김시우 교황님이 대한민국에 돌아오실 때면, 깨끗한 대한민국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편하게 미국에 다녀오십시오.
항상 유머러스한 서 대통령의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었고, 독기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유선호 장관으로부터 듣기로는 승우가 습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크게 노했다던가.
하여간에 대한민국의 정세는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고, 나는 내 집무실에서 우리 교단의 간부들과 회의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제가 미국에 가 있는 동안 여기 라파르트 대주교께서 교황의 직무를 대리하실 겁니다. 불만 있으신 분?”
“저…… 성하.”
“왜?”
“이런 자리에서는 동의를 먼저 구하시는 것이…….”
“아니, 불만 있냐고 물어봤잖아. 불만 없으면 동의하는 거고. 야, 회의 좀 편하게 해. 편하게. 나 그렇게 막 수직적인 리더 아니라니까?”
“……알겠습니다.”
회의에 참석한 인원은 나, 레오, 루나, 토비, 라파르트 대주교.
현재, 교단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중요한 멤버들이다.
민수 씨나 준우 씨도 있긴 하지만, 그들은 교단의 운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진 않는다.
오늘 이 회의는 내가 미국에 간 사이 교단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를 토의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
나는 차를 한 모금 들이켠 다음, 기분 좋게 말을 이어 갔다.
“어차피 평소에도 내가 운영에 관여하던 건 없잖아요? 다들 하던 대로 합시다, 하던 대로.”
이건 순도 100프로의 진심이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자동 운영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했다고 볼 수 있겠다.
원래 리더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정답이지.
내가 뭐 교단을 운영해 봤나, 그렇다고 경영을 공부해 봤나?
전문가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두는 것이야말로 내가 해야만 했던 일.
나는 라파르트 대주교를 바라보았다.
“라파르트 대주교께서도 박지원 고문과 함께 무난하게만 관리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최근 유선 그룹이랑 함께 전초기지 쪽에 현장 판매소 하나 만든 거, 그것만 집중적으로 관리해 주세요. 축성소는 제가 두 곳 더 지어 뒀습니다.”
지금까지 쌓아 둔 신성 점수들은 고스란히 축성소의 추가 건설에 투자했다.
축성소의 레벨을 높여서 더 좋은 장비들을 생산하는 것보다는 아직까진 생산량이 더 중요한 시점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새롭게 지어진 축성소는 두 곳.
덕분에 이제 성지에 남아 있던 여유 공간이 많이 소모되었지만, 그 문제에 대해서도 이미 정부 측이랑 이야기가 끝났다.
“미국에서 귀국하면 성지를 확장하기로 했습니다. 최상급 신성석도 준비가 되었고, 신도도 많이 늘어나서 가능할 것 같습니다.”
서울 성지를 유지하고 있는 성유물 리멘의 증표>에도 많은 신성력이 모여들었다.
일정 신성 점수만 투자하면 성지의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상태.
성지 주위의 땅은 현재 정부 측에서 소유권을 지니고 있어서 이미 서 대통령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이미 정부 측에서는 우리 교단에 땅을 넘겨주기로 마음먹고 있었더라.
당연히 무료로 넘겨주는 건 아니다.
우리 쪽에서도 나름대로 값을 지불해야겠지만, 굉장히 저렴한 가격으로 넘겨주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정치권에서는 리멘 교단 자치구에 대한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답니다.”
“성하께서 먼저 이야기를 꺼내신 건 아니신지요.”
라파르트 대주교가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나는 그 질문에 어깨를 으쓱였다.
“절대로요. 생각도 없었어요.”
“교단에 잘 보이고 싶은 분들이 많나 봅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쉽지 않은 문제일 텐데…….”
“그만큼 자기들이 우리를 챙겨 주고 싶어 한다, 이런 느낌을 주고 싶은 거겠죠.”
현재, 대한민국의 주류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쪽이 우리 교단을 중심으로 뭉친 일명 ‘리멘 연맹’이다.
리멘 교단의 단일 전력도 그렇고, 도깨비 길드도 그렇고.
전각련이라는 거대 세력이 무너진 상황에서 가장 주목받는 집단인 건 사실.
따라서 저쪽에서 먼저 손바닥을 비벼 대고 있는 거다.
“여론이 반대한다고 하면 알아서 접겠죠. 그리고 뭐, 챙겨 주겠다는데 거절할 필요도 없구요.”
“충분히 인지하고 있겠습니다.”
“만약에 자치구를 핑계로 접근하는 정치인들이 온다? 그거는 이제 알아서 하세요. 교단의 지하실을 소개시켜 주시든, 아니면 유선호 장관님한테 연락 넣으시든. 요새 유선호 장관님과도 친하게 지내시는 것 같던데.”
내 말에 라파르트 대주교가 인자하게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늙어 가는 처지라, 마음이 잘 맞을 뿐입니다. 성하께서 걱정하시는 부분 충분히 인지하였으니, 문제없도록 하겠습니다.”
이쯤 말해 두면 충분할 것 같고.
나는 그 뒤로 토비와 장비 제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다음, 빠르게 회의를 종료했다.
출국일이 벌써 내일이라 집 가서 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시연이가 빨리 들어오라고 난리다.
“아, 맞다. 그리고 이번 미국행에 수행원 한 명 데려가기로 했었지?”
레오나 루나. 둘 중에 한 명을 데려가기로 약속했었지.
“정하셨나요? 당연히 저겠죠?”
“레벤톤 경. 이번에는 양보를 해 드릴 수 없습니다.”
“뭐래. 너는 남아서 2기 교육생들 관리해야지.”
“그건 레벤톤 경도 충분히…….”
둘 다 미국에 따라가고 싶은지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사실, 아직까지 누굴 데려갈지는 정하지 않았다.
나는 둘을 번갈아 본 다음,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럴 때 사용하는 공평한 방법이 있지.”
그야말로 전통의 방법.
정정당당한 승부, 서로의 운을 가늠하는 결투.
“가위바위보 해.”
내 말에 둘은 곧장 가위바위보를 진행했고,
“안 돼!”
“제가 이겼군요, 레벤톤 경.”
승부는 곧바로 결정되었다.
루나는 주먹. 레오는 보자기.
“수행원은 레오다.”
그렇게 해서 레오의 미국행이 결정되었다.
2.
출국 당일.
주최 측에서는 친절하게도 전세기를 내어주었다. 기껏해야 일등석이나 내줄 줄 알았더만.
문제는 일등석이고, 전세기고, 그딴 게 아니었다.
“좀 다른 비행기로 같이 가지?”
“섭섭하다, 시우. 나름 고향으로 돌아가는 비행긴데 말이야, 너희 가족에게는 여행가는 기분이겠지만 나는 귀성길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그렇다고.”
에이든 이놈도 따라와 버렸다.
레오와 에이든.
두 거구의 사내가 비행기 안에 있으니 좀 답답할 지경이다.
평소 같았으면 답답하다고 짜증을 냈겠지만,
“비행기 엄청 좋아. 오빠! 고마워!”
“하하, 그래 시연아. 마음껏 놀아.”
“여기 수제 츄르도 준비해 주셨다? 엄청 친절하셔. 고마워요 승무원 언니!”
시연이가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짜증이 눈 녹 듯이 사그러든다.
“손주 놈 덕분에 전세기를 두 번이나 타는구먼. 늙어서 호강이야.”
“내 덕분은 아닌가요, 은영?”
“그렇게 말하면 또 맞지.”
“후후.”
거기에 엠마 여사님과 우리 할머니까지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
엠마 밀러 여사가 전세기에 탑승한 덕분에 당연히 현재 우리가 타고 있는 비행기는 전투기들이 호위하고 있는 중이다.
전투기의 호위에 이레귤러 둘이 탑승한 전세기.
이 정도면 사실상 여행이 아니라,
“꼭 전쟁을 하러 가는 것 같아. 안 그런가, 시우? 비행형 마수들도 겁나서 도망가겠어.”
에이든의 말대로 어딘가에 전쟁을 하러 가는 듯한 전력이었다.
나는 승무원이 가져다준 오렌지 주스를 마시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안전해서 좋네.”
“가서 너희 가족들의 안전은 걱정하지 마라. 내가 꼭 붙어 다닐 계획이다.”
“미국에서 말한 최고 수준의 경호가 너였어?”
“그런 셈이지.”
여기에 평소에는 레오와 백설이까지 더해질 테니까 든든하긴 하겠다.
거기에 추가적인 경호 병력도 배치해 두면 쉽게 뚫을 수 없는 최강의 경호진이 탄생할 터였다.
“안전은 둘째 치고. 슬슬 일 이야기나 좀 해 보자.”
어지간한 미친놈들이 아니고서야 내 가족을 위협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슬쩍 에이든을 바라보았고, 에이든은 자신의 앞에 놓여 있던 위스키를 단번에 목으로 털어 넣었다.
“일 이야기 좋지. 뭐가 궁금한가?”
“각성자 포럼의 목적.”
“목적이라…… 별거 없지. 전 세계에서 난다 긴다 하는 놈들끼리 모여서 벌이는 신경전. 이 정도다. 유럽을 대표하는 이레귤러들 중에서도 한 놈이 참가할 예정이고, 제3세계의 실력자들도 다수 참석한다.”
지난번에도 한 번 들었지만, 참 재수 없는 모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들 할 짓도 더럽게 없는 모양이다. 이런 모임을 진행할 시간에 그냥 집에서 가족들이랑 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훨씬 편할 텐데 말이다.
“네 말대로 재수 없는 놈들만 모인다. 이번 기회에 그 재수 없는 놈들을 몇 대 후려쳐도 괜찮겠군.”
“네가 하지 그래.”
“아쉽게도 나는 정부에 소속되어 있는 몸이라. 흐흐, 네가 내 대신 몇 대 후려쳐 주면 고마울 것 같다. 너는 적어도 소속에 구애받지는 않잖아?”
“우리 교단을 뭐로 보고 그러냐. 우리는 평화를 사랑해.”
“평화를 사랑하니까 하는 말이다. 그곳에 모이는 놈들 중 대부분이 평화에는 관심 없다. 지들 뱃속만 신경 쓸 뿐이지.”
여러모로 불편한 모임이었다.
이런 자리에 나를 초대한다는 건, 뭔가 목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내 옆에서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엠마 여사를 슬쩍 쳐다본 다음, 다시 에이든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런 모임에 날 왜 불렀다고 생각해?”
“네 성향을 직접 파악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네가 자신들의 계획에 도움이 될 건지, 아니면 장애물이 될 건지. 미리 파악하고 싶은 걸 거야. 우리 미국은 너를 훌륭한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다른 국가들은 아닐 거다.”
한마디로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그런 모임이라는 뜻이다.
“내가 무슨 시식 코너도 아니고, 맛을 굳이 봐야 아나? 대충 행보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중국과의 교류전만 보더라도 대강 예상이 가능할 텐데.
똥을 꼭 찍어 먹어 봐야 똥인 줄 아는 건가?
하지만 여기서 내가 잠시 망각하고 있던 사실이 하나 등장했다.
“소문이 나야 맛을 알지. 다른 놈들은 네 성격을 몰라. 일본에서 보여 준 모습만 기억할 뿐이야.”
“소문을 좀 내지 그랬어?”
“나는 약속한 건 지킨다. 교류전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기로…….”
“그런 놈이 내가 시연이 부탁에 약하다는 정보를 미국에 넘기냐?”
“……모르는 일이다.”
하여간에 이 야만인 놈, 껍데기만 곰이지 속은 여우다.
모르는 척하는 것 좀 봐.
주먹으로 몇 대 쥐어박고 싶은 기분이다.
“하여간에 귀찮은 일 생기면 모조리 에이든, 네가 책임져라.”
“내가 왜?”
“그러게 누가 시연이 꼬시래?”
내 말에 에이든은 아무 말 없이 위스키를 연신 들이켰다.
3.
그로부터 12시간 뒤.
LA 국제공항.
“킴시우! 킴시우!”
“우와아아아아!”
“블랙 포프! 블랙 포프!”
나를 환영하기 위해 몰려든 수많은 인파.
내 옆에 서 있던 인욱이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두유 노우 김시우. 요새는 이게 먹힌대 형.”
“……하아.”
팔자에도 없는 팬미팅이 시작되었다.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