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6)
16화
3.
길고도 소란스러웠던 밤이 지났고, 여지없이 아침이 밝았다.
우리 동네에 내려졌던 대피령은 이미 해제되었다.
내가 이미 깔끔하게 게이트의 흔적을 지워 버렸었기 때문이다.
이능관리부의 안가에서 밤을 보낸 우리 가족은 다음 날 점심이 돼서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일단, 지난밤 동안 일어났던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바로 다음과 같다.
[리멘 교단]●주신(主神): 태초의 여신 – 리멘
●출신 차원계: 에덴
●신도 수: 16,422명
-보유 특성-
자애(慈愛) Lv.1>
-산하 집단-
해당 사항 없음
★보유 신성 점수: 2,500점
*현재, 당신의 교단은 빠른 속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유명세를 신앙심으로 이끌어 내지는 못했습니다. 현재 신도들의 지속적인 신앙심과 효과적인 포교 활동을 위해서는 교리를 전파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신도가 눈에 띄게 늘었다.
물론 나에 대한 유명세가 전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마당에 2만 명이면 너무나도 적은 숫자라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잘 생각해 보면 굉장히 당연한 결과였다.
당장 스마트폰을 통해서 인터넷의 반응만 보더라도 그렇다.
「지난번에는 디재스터급 귀환자랑 S급 헌터도 세트로 일본에 팔아먹더니, 이제는 하다못해 사이비 교주 새끼를 데려오냐 ㅋㅋㅋㅋ」
「이제 우리도 중국 뭐라고 못할 듯ㅋㅋ 딱 봐도 주작인데, 진짜 갈 데까지 갔구나」
「그런데 언데드 타입 게이트 단독 토벌이면 최소 S급은 맞다는 소리 아님?」
「비밀리에 정부 측 인원들이 보조했을 거임ㅇㅇ냄새 씨게 남」
「솔직히 한 번만 가지고는 모르겠다…… 근데 뭔가 쟤 사이비 교주같이 생기지 않음?」
「사이비 교주보다는 그냥 김정훈 닮음」
「김정훈이 ㄴㄱ임」
「학창 시절에 나 괴롭혔던 담당 일진 새끼 ㅠㅠ」
“인욱아. 형이 그렇게 양아치같이 생겼냐?”
나는 내 옆에서 나와 같이 인터넷 반응을 살피고 있던 인욱이에게 물었다.
내 질문에 인욱이는 잠시 고민하더니, 어깨를 으쓱이면서 대답했다.
“음…… 종교인 같지는 않지?”
“아니, 양아치같이 생겼냐고.”
“되게 거리감 없이 생기긴 했어. 종교인 특유의 신성함, 뭐 그런 게 안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이 자식 좀 봐라.
끝까지 대답 안 하네.
부정도 긍정도 안 한다는 건 긍정의 의미라고 받아들이는 게 맞다.
인욱이는 방금 전 본인의 대답이 마음에 걸렸는지 머뭇거리다가 마지못해 대답했다.
“솔직히 형 등에서 날개 돋아났던 거 말고는 형이 엄청 홀리한 느낌은 아니었단 말이야. 날개를 몇 번 더 펼치면 신도가 많이 늘지 않을까?”
“그게 마음대로 되겠냐고.”
“……마음대로 안 돼?”
“마음대로 되는 건 맞는데,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된다더라고.”
“도대체 누가?”
“있어. 심판 같은 놈.”
어젯밤의 카오스게이트를 해결하면서 확인할 수 있었던 인과율 적합 심사>.
아직까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내가 일정 수준 이상의 기적을 만들어 내면 인과율>이 곧장 심사에 들어가는 개념인 듯했다.
그 심사에서 불합격하면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확실한 건 분명한 페널티가 존재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리멘이 경고했던 대로 특정 상황에서 인과율>이 내 힘을 강제로 제약할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당분간 조심할 필요는 있을 것 같았다.
어제야 뭐 인과율>이 먼저 내 편을 들어 준 셈이지만, 그것이 언제나 내 편이라는 보장도 없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리멘으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당분간 정화의 날개> 같은 대단위 신성 스킬은 아낄 생각이었다.
“형은 생각보다 무덤덤하네. 사람들이 안 믿어 주는 게 억울하진 않아?”
“글쎄다.”
인욱이의 질문에 나는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사람이란 게 원래 그래. 자기 두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진 못 믿는 거지. 너 같아도 처음 보는 놈이 기자회견에 나와서 처음 듣는 종교 얘기를 꺼내는데 믿음이 가겠냐?”
“정부에서 인증해 준 거 아닌가?”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이레귤러’라는 것에 대해 보증을 서 준 거지, 교단에 대한 보증을 서 준 건 아니잖아.”
내가 강력하게 요구했다면, 교단에 관한 공식 인정도 이끌어 낼 수는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얻을 게 없는 거래다.
정부가 정식 종교로 인정한다는 이야기를 해 준다고 한들, 그것이 없는 신앙심을 끌어낼 리가 없다.
게다가 얻은 것도 별로 없는데, 정부에 마음의 빚을 지게 되는 상황까지 가 버린다.
대충 따져 봐도 손해 보는 장사다.
차라리 정부 측에 양보해 줄 건 양보해 주고, 서로 배려해 주는 선에서 타협을 보는 게 훨씬 현명한 선택지였다.
“그래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시작이지. 오히려 기대 이상이야.”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눈앞에 DLC 상점을 열었다.
그러자 곧 밤사이에 업데이트된 새로운 품목들이 나를 맞이했다.
[DLC 상점의 품목이 갱신되었습니다.]하룻밤 사이에 DLC 상점도 꽤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원래는 2개 밖에 없었던 품목의 가짓수가 다양해졌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별이 달려 있는 품목 두 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현재 구매 가능한 품목]【특성】
1. 세례(★)> Lv.1: 신앙심을 지닌 일반인들을 세례식>을 통해서 플레이어로 각성시킨다. 세례식>은 180일의 재사용 대기시간이 존재하며, 1회당 최대 10명까지 가능하다. 특성의 레벨이 오를수록 세례식>에 참가할 수 있는 인원이 증가한다.
*가격: 1,000DP(특성 무료 교환권 사용 가능)
【특수 직분】
1. 선교사(★)>
●종류: DLC – 직분
●조건: 스킬 교리 해석 Lv.10> 이상 보유
●대표 특성
-설교>: 선교사의 신앙> 능력치에 비례하여, 설교를 듣는 이들의 신앙> 능력치를 영구적으로 증가시킨다. 또한 설교를 듣는 대상이 교단의 신도가 아닐 경우, 입교나 개종의 확률이 올라간다. 이 역시 선교사의 신앙> 능력치에 비례한다.
●구매 비용: 1,500DP
“흐음.”
하나같이 내가 필요하던 것들이다.
일반인들을 플레이어로 각성시킬 수 있다는 저 세례>라는 특성부터 시작해서, 무엇보다 저 선교사>라는 직분까지.
선교사>는 지난번에 상점에 업데이트되었던 이단심문관>보다 훨씬 나에게 시급한 존재였다.
교단의 세를 확장해 나가기 위해서 필요한 건 유명세뿐만이 아니다.
유명세만 필요한 교단이라면 그게 도대체 팬클럽이랑 뭐가 다를까?
교리란 그 교단의 정체성이다.
그리고 그 교리를 전파하는 선교사들은 교세 확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들인 것이다.
원래라면 교황이 내가 직접 교리를 전파하는 게 맞지만.
“모르는 걸 어떻게 해.”
솔직히 말하자면 교리에 대해서 진짜 단 1도 모른다.
승전 연설이나 가끔씩 해 봤지, 설교는 전부 다 내 밑에 있는 주교들이 알아서 했기 때문이다.
에덴에서는 그들처럼 교단의 신앙적 기반을 지지해 주는 존재들이 있었으나, 이곳에는 없다.
교리도 제대로 설교할 수 없는 교단이라니.
욕을 먹는 사이비들조차 교리는 있겠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저 선교사>의 조건이다.
지구인들 중에서 교리 해석 Lv.10>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그렇게 내가 DLC 상점의 품목을 바라보면서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지구에 신도가 늘어남에 따라 당신의 주신에게 허용된 인과율의 범위가 증가합니다.] [당신의 주신이 크게 기뻐하며 신탁(神託)>을 내립니다!]눈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오름과 동시에 곧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잘 들리지? 시우?』
리멘의 목소리였다.
4.
리멘과 이야기를 하다가 낮잠 자는 시연이를 깨울 것 같아서 일단 밖으로 나왔다.
『동생 깰까 봐 밖에 나와서 이야기하고…… 시우는 참 자상한 오빠네. 나한테는 별로 안 자상하던데.』
“농담도 하는 걸 보니 이번에는 꽤 시간이 여유롭나 보네.”
『음, 이건 어디까지나 신탁이니까. 지구 시간으로는 15분 정도? 지난번이었으면 힘들었겠지만, 이곳에도 이제 나를 믿는 신도들이 생겼거든.』
나는 리멘의 목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산책하는 주민들이 꽤 있었지만, 그들은 그저 조용히 나를 지나칠 뿐이었다.
평상복을 입고 있어서일까?
밖에 나가면 귀찮아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는 기우였던 모양이다.
“푸흡.”
『갑자기 왜 웃어?』
“꼴랑 기자회견 한 번 했다고 나 알아보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는 꼴이 웃기잖아. 이래서 연예인 병이 무섭나 봐.”
『연예인 병? 내가 치료해 줘야 되는 병이야?』
“……그런 게 있어. 그나저나 무슨 일이야?”
『지구에서 교단을 꾸려 나가려면 시우한테 도움을 좀 줘야 할 것 같아서. 시우는 그쪽으로는 영 재능이 없었잖아?』
에덴에서도 10년 동안이나 느꼈는데, 리멘은 섬세한 구석이 있다.
내가 힘든 부분이나 곤란한 부분이 생기면 항상 이런 식으로 챙겨 주고는 했었다.
나는 리멘의 목소리에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나보다 전문가들이 많은데 굳이 내가 나설 필요가 있나. 원래 교황은 그런 거야. 실무자들한테 모든 걸 일임하고, 가끔씩 이야기 좀 해 주고.”
『다른 사제들한테 교리라도 좀 배우지 그랬어.』
“지금 네가 나한테 교리를 알려 주는 게 어떨까?”
내 말에 리멘은 곤란한 어투로 대답했다.
『미안. 사실 나도 교리는 잘 몰라.』
“네가 만든 거 아니야?”
『초대 교황은 내가 직접 가르치기는 했는데…… 그때 가르쳐 줬던 건 교리라기보다는, 내 신도가 이렇게 해 줬으면 좋겠다, 이 정도였거든. 그 이후에는 알아서들 해석해서 발전시키더라구. 내가 보기에 참 기쁜 일이라서 그냥 내버려 뒀지.』
애초에 해석의 여지도 없을 정도로 해 뒀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 아니야.
하지만 리멘의 성격을 생각해 보면 그럴듯한 이야기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말에 쉽게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최악의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신난 목소리를 보아하니 해결책도 가져왔나 보네.”
『티 났어?』
“티 안 나는 게 더 이상하지.”
『시우가 내 마음 훤히 들여다보는 것 같아서 조금은 부끄럽네. 맞아. 해결책을 마련해 왔어. 시우 혼자 고생하게 만들 수는 없잖아.』
귀엽기는.
그래,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
나는 씨익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해결책이 뭔지 궁금하네.”
『방금 전에 그쪽 차원의 본 시스템과 거래를 했어. 인과율 적합 심사도 통과했고, 곧 눈앞에 뜰 거야.』
리멘의 말대로 잠시 후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특수 직분 선교사>를 구매할 시, 신성 점수 1,000점을 더 소비하여 선교사> 1명을 차원계: 에덴>에서 파견받을 수 있습니다.]나는 눈앞에 덩그러니 떠오른 메시지 창을 확인하면서 눈을 몇 번이나 깜빡였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이 메시지 창이 틀리지 않았다면.
“에덴에서 선교사 하나를 데려온다고?”
『응! 지금으로서는 한 명밖에 못 데려온다는 게 아쉽긴 하지만.』
“나를 에덴으로 납치했던 것처럼 사제 한 명을 지구로 납치해 오겠다, 이 말이야?”
나를 에덴으로 납치했던 장본인이, 이번에는 에덴에서 지구로 납치를 해 오겠다는 뜻이잖아.
내 말에 리멘은 억울하다는 듯이 항변했다.
『시우의 경우는 납치……에 가깝긴 했지.』
“너 그거 습관적 납치야.”
『그런데 이번에는 진짜 억울해! 진짜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 중에서 뽑은 거라니까?』
……뽑아?
“이미 정했다는 거야?”
『당연하지. 시우만 동의하면 바로 내일 카오스게이트를 통해서 넘어올 수 있어.』
아니 무슨 로켓 배송도 아니고, 선교사가 익일 특급으로 차원을 넘어온다는 거야.
하지만 여기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란 말이지.
“구매한다.”
나는 더 길게 생각하지 않고 곧바로 DLC 상점을 열어서 선교사> 직분을 구매했다.
그러자 곧 눈앞에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신성 점수 2,500점을 소모하여 특수 직분 선교사>를 구매하셨습니다!] [최초의 선교사>가 교황의 부름을 받아 차원을 넘어올 것입니다.] [지정된 카오스게이트>의 좌표를 확인하십시오.]맞다.
가장 중요한 걸 안 물어봤네.
“그래서 넘어오는 사람은 누군데? 당연히 내가 잘 아는 사람일 거 아니야.”
내 질문에 리멘은 즐거워 죽겠다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선물이란 게 원래 내용물을 알고 받으면 별로 재미없잖아. 선물을 까는 맛이 있어야지.』
“너 그런 거 누구한테 배웠냐?”
『누굴까?』
……아무래도 내 업보인 모양이다.
도대체 어떤 놈이 지구로 오는 걸까.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