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60)
160화
솔직히 말해서 내가 해외에서 이 정도나 인기가 많을 줄은 몰랐다.
내 활동 범위는 기껏해야 동북아시아.
말이 동북아시아지, 일본에 한번 다녀온 것을 제외하면 줄곧 한국에서만 있었다.
그런데 공항이 마비될 정도의 인파라니.
원래 이곳 LA 국제공항의 수용 능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이야기는 들었다만, 진짜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교황 성하!”
“여기, 여기를 좀 봐 주세요!”
“사랑해요!”
인종을 초월한 뜨거운 열기.
황인이건, 흑인이건, 백인이건 간에 그들은 나를 향해 아주 뜨거운 환호를 보내 주는 중이었다.
심지어 몇몇은 오열하면서 두 손을 모으더라.
그리고 그들의 가장 앞에는 뜨거운 눈물과 함께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한 무리의 인파가 있었다.
“미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교황 성하!”
그들 중 가장 선두에 서 있던 여성이 손에 들고 있던 꽃다발을 나에게 건네주었고, 나는 그 꽃다발을 받으면서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미국 정부에서 나오신 겁니까?”
우리의 입국 이야기를 듣고 온 미국 측 인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은 후, 자랑스럽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닙니다! 저희는 리없죽 미국 서부 지부에서 나왔습니다! 이 영광스러운 자리에 초청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평생을 리멘님과 교단을 위해 살겠습니다!”
“제가 초청을 한 적이 없…… 아니, 있는 것 같네요.”
나는 내 옆에서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있던 레오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범인은 항상 가까운 곳에 있다.
지난번에 내 전신상에 신성석을 박은 것부터 시작해서, 이런 부류의 일에는 항상 이 녀석이 관련되어 있으니까.
내 시선을 느낀 걸까?
레오 역시 나를 바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LA의 코리아타운을 중심으로 빠르게 교세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나에게만 솔직히 말해라. 얼마나 더 있냐?”
“일본, 프랑스, 영국, 독일, 미국 서부, 미국 동부. 현재로서는 이게 전부입니다.”
“아주 그냥 세계 정복을 해라.”
“온라인을 통한 포교가 굉장히 효과적이었습니다.”
차마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대주교가 직접 교리를 전파하고 다닌다는데, 그걸 뭐라고 할 교황이 어디 있겠어?
온라인 포교에 관해서는 최근 레오에게 전부 일임을 해 둔 상태.
레오로서는 본인의 일을 열심히 수행하는 셈이다.
거기에 라파르트 대주교와 레오가 함께 양성하고 있는 ‘이단심문관’들까지 더해진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문득 레오가 예전에 했던 말이 떠오른다.
-현대의 이단심문관들에게는 사이버전 능력이 필수입니다. 그 부분에 중점을 두어 육성할 계획입니다.
내가 지구로 돌아왔을 때 떠올렸던 아이디어와 비슷했기 때문에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인터넷이 가장 효과적인 포교 수단인 건 확실했으니까.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레오를 슬쩍 쳐다본 다음, 내 앞에서 눈을 빛내고 있던 여성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중에 제가 레오 대주교를 통해 따로 연락을 드릴게요.”
“아!”
“그래도 먼 곳에서 리멘님을 위해 고생해 주시는 형제자매님들인데, 얼굴은 뵙고 가겠습니다.”
“영, 영광입니다!”
“리멘의 자비가 있기를.”
“리멘의 자비가 있기를!”
그렇게 내가 우리 ‘리없죽 미국 서부 지부’의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쯤, 옆에서 또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향해 접근했다.
검은색의 양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
나를 환영하기 위해 모여 있던 사람들과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무색무취.
더할 나위 없는 직장인들.
그들은 내 앞에 도착하자마자 발걸음을 멈춰 세웠고, 곧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미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김시우 교황님. 저는 교황님께서 미국에 계시는 동안 경호를 맡게 된 2팀의 팀장입니다. 편하게 피터라고 불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배치된 경호 인력은 총 25명.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숫자였다.
“잘 부탁하겠습니다.”
“이곳에 모인 인원들이 근접 경호를 담당할 이들입니다. 이 인원들을 제외한 병력도 이미 배치가 끝난 상태이니, 큰 불편함 없이 모시겠습니다.”
시작부터 참 정신없다.
피터는 나에게 공손히 고개를 숙인 후, 이번에는 에이든을 향해 말했다.
“귀국을 환영합니다, 에이든 님. 이번 경호 작전의 총책임자로 임명되셨습니다.”
“알고 있다. 내 친구의 가족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딱딱하고 사무적인 말투.
에이든의 말투라기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무적인 말투였다.
나름 공과 사를 구분하겠다는 소린가?
부하들 앞에서 잔뜩 무게를 잡은 에이든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무게를 좀 잡아 줘야 말을 잘 들어.”
“그것보다는 네 도끼가 자신의 머리를 박살 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말을 잘 듣는 게 아닐까?”
“나를 뭘로 보고.”
“야만인.”
“시우, 가끔 너는 너를 너무 과소평가한다. 나는 항상 너를 따라가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내가 뭐 어때서. 안 그러냐 레오야?”
그러나 레오는 답이 없었다.
……내가 그렇게 나쁜 놈인가?
“그럼, 곧바로 숙소로 이동하겠습니다.”
피터가 타이밍 좋게 이동하자고 말했고, 나는 적극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럽시다.”
이런 난감한 상황일 때는 후퇴가 답이지.
피터.
눈치 빠른 경호원. 메모.
4.
미국 측에서 준비한 숙소는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버버리힐즈 주위에 위치한 최고급 호텔.
“포럼 기간 동안 호텔 전체를 빌렸습니다. 이곳을 사용하는 건 교황님과 교황님의 일행, 그리고 엠마 밀러 여사님과 에이든 님. 이렇게가 끝입니다. 남은 방들은 경호에 동원된 인원들에게 배분했으니, 보안을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좀 과한 것 같기도 한데요.”
“귀한 분이 어려운 걸음을 하셨는데, 이 정도는 해 드려야 체면이 삽니다.”
호텔 하나를 통째로 빌리는 아이디어는 분명히 미국이 아니고서야 떠올릴 수 없는 아이디어일 것 같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일본 정부도 그랬었지.
그만큼 나를 대우해 주고 있다는 걸 생색을 내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다.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호텔의 직원들을 호출하시면 됩니다.”
“호텔의 직원들이 미국 측 요원들이거나 그런 건 아니죠?”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철저히 훈련받은 사람들이니, 서비스에 불편함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것.”
피터의 품속에서 두 장의 검은색 신용카드가 튀어나왔다.
“한 장은 교황님께서 사용하시고, 다른 한 장은 가족분들이 사용하시면 됩니다. 한도가 없으니 마음껏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일명 블랙 카드로 유명한 그 카드.
미튜브에서나 구경해 봤던 그 카드인데, 이걸 실물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평생 돈에 쫓기며 살았던 우리 가족이 이런 걸 봤을 리가 있겠냐고.
“미국에서도 이레귤러와 이레귤러의 가족들에게만 특별히 지급된 카드입니다. 옆에 에이든 님께서도 소유자시니, 혜택에 관한 건 에이든 님께 물어보시는 게 빠를 것 같습니다. 저희들조차도 모든 혜택을 알지 못합니다.”
블랙 카드면 블랙 카드지, 도대체 뭐가 또 다르단 말인가?
“기존의 블랙 카드들은 한물갔다는 취급을 받고 있어서, 최고의 고객들을 위해 특별히 출시한 카드다. 자세한 혜택은 내가 천천히 설명해 주지.”
“누가 보면 판촉 직원인 줄 알겠다?”
“그만큼 편리하단 소리야.”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저희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피터는 카드까지 우리에게 전달한 후에야 물러났고, 어느새 이 넓은 호텔 안에는 우리 일행만 남게 되었다.
에이든은 그새 어디선가 구해 온 위스키병을 손에 든 채로 로비의 소파에 앉았다.
“해외여행은 처음이라고 했으니 내가 여행 가이드를 해 주겠다.”
“그런데 엠마 여사님은 어디 가셨냐?”
“잠시 일이 있으셔서 외출 중이셔. 나중에 오신다고 하셨어. 그 전까지는 나도 자유로운 셈이지. 이참에 쇼핑이나 하러 갈까?”
“일단 짐부터 풀고 생각하자고. 인욱아, 시연아, 할머니 모시고 객실 가서 짐부터 내려놓고 와.”
“알겠어, 형.”
“응!”
내 말에 동생들은 밝은 얼굴로 객실을 향해 달려갔다.
시연이는 원래부터 오고 싶어 했으니 별개로 치고, 인욱이의 표정도 부쩍이나 밝았다.
항상 방에 틀어박혀서 편집만 하느라고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겠지.
인욱이에게도 리프레쉬할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싶다.
“본격적인 일정은 이틀 뒤부터 시작이니까 여유는 꽤 많아. 너도 이참에 여행을 좀 즐기는 게 어때, 시우. 근래에 정신없이 바빴잖냐. 개성을 되찾으랴, 빌런들을 청소하랴. 안 그래?”
“해야만 하는 일이었어.”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고 해서 피로를 못 느끼는 건 아니지. 우리들이 이 정도로 신체적인 피로를 느낄 리는 없지만…… 정신적인 피로감은 또 별개 아닌가?”
“맞긴 해.”
숨돌릴 새도 없이 정신없이 달려온 건 맞다.
에덴에서도 그렇고, 지구에서도 그렇고.
돌이켜 보면 계속해서 뭔갈 해 왔다.
내가 휴식의 중요성에 대해 모를 만큼 멍청한 건 아니었다. 다만, 정화자나 백명교, 이놈들 때문에 쉴 겨를이 없었을 뿐이지.
“편하게 휴가라고 생각해라.”
“에이든.”
“왜?”
“너 혹시 플래그라는 단어에 대해서 들어 본 적이 있냐?”
방금 에이든의 말은 플래그, 그 자체였다.
보통 저런 말을 하면 휴가다운 휴가 따위는 누릴 수 없게 된다.
“플래그? 모르겠다.”
“전쟁 영화에서 ‘나는 돌아가면 그녀에게 고백할 거야.’ 이런 말 하면 어떻게 되냐?”
“십중팔구 죽지.”
“그래, 바로 그게 플래그야. 우리같이 재수 없는 놈들에게는 아주 효과가 탁월해.”
나나 에이든이나 이세계로 납치당해서 굴려질 정도로 재수 없는 인생들이다.
그런 사람이 플래그를 세우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쉬시는 중에 죄송합니다, 교황님. 저희 선에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바로 이렇게 된다고. 알겠어, 에이든? 말이 씨가 되어 버려.”
“이해했다.”
나는 금세 복귀한 피터를 바라보면서 크게 한숨을 뱉어 냈다.
에이든 놈이 플래그만 안 세웠어도 몇 시간은 쉴 수 있었을 텐데.
“어쩐지 내 주위에도 항상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는 했어.”
“그러니까 말을 좀 아껴라.”
“알려 줘서 고맙다. 명심하지.”
저놈의 혓바닥이 언제까지 가겠냐만은, 일단은 무슨 일인지부터 확인해 보도록 하자.
“무슨 일입니까?”
“교황님과의 만남을 요청하는 각성자가 한 명 있습니다. 평범한 각성자라면 돌려보냈겠지만…….”
“평범하지 않은 친구인가 봅니다?”
“소속된 집단이 평범하지 않습니다.”
보통 소속된 집단이 평범하지 않다는 말은 잘 안 하는데 말이다.
“바티칸에서 파견한 각성자입니다. 그레이스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바티칸요?”
“예. 그레이스는 최근 모나코에서 벌어졌던 국가위기급 마수 토벌전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각성자입니다. 그녀가 강력하게 요청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바티칸 쪽에서 우리 쪽에 접촉할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은 있었지만, 이런 식의 만남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바티칸의 각성자로서 온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라고 하더군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거절하셔도 좋습니다.”
“당장 급한 일은 없긴 하니까, 일단은 만나 보겠습니다.”
“바로 데려오도록 하겠습니다.”
바티칸에서 직접 파견한 각성자를 만나는 건 또 처음이라, 흥미가 동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피터는 재빠르게 손님을 데리러 갔다.
그러자 곧 저 멀리서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키는 한 165cm쯤.
윤기가 흐르는 청색 머리카락과 새하얀 피부.
그녀로부터는 아주 순수한 형태의 신성력이 전해져 온다. 겉으로만 봤을 땐 상당히 신성한 비주얼이었지만, 문제는 비쥬얼 따위가 아니었다.
저 이글거리는 눈빛.
도대체 저 이글거리는 눈빛이 의미하는 것이 뭘까? 뭔가 익숙한 것 같기도 한데…….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는 순간, 그녀가 우리 앞에 도착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의 입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이 순간을 기다렸습니다, 사부님.”
내가 사부님이라고?
……도대체 왜?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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